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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달아난 왕비
작가 : 분홍솜사탕
작품등록일 : 2021.12.31

"무영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면 바로 죽이고 딸이면 살려두거라"

정실부인 주씨가 산파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 걸 알지 못하는 무영, 힘겹게 배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울음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렸다.

두 지존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한배에 태어났으니...

 
제 11화 <이씨부인의 한>
작성일 : 22-01-24 12:35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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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라에서 금혼령에 궁녀모집에 어수선한 사이, 무영의 몸은 날이 갈수록 수척해져 갔다.

 화사한 얼굴 빛이 사라지고 몸이 아파서인지 얼굴을 찡그린 날이 많았다.

 명성이 여영의 혼사문제로 주씨와 의논하느라 안채에서 머물 때 마다 여원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원아~ 여원아~”

 

 “네 어머니”

 

 “이것을 가지거라”

 

 향낭처럼 생긴 주머니를 열어보니 피묻은 옷자락이 보였다.

 무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원은 옷자락은 펼쳐보았다. 머리카락이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내가 옛 이야기를 하나 하마”

 

 “......”

 

 무영은 목이 타는 지 곁에 두었던 컵을 들어 목을 축였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 밖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이부자리에 누웠다.

 

 “지금부터 어미가 하는 말, 잘 새겨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된다. 약속할 수 있지?”

 

 “네~ 말 안 할께요”

 

 “오늘 아침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말을 네게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고민했단다.

 그런데 너도 진실을 알아야겠기에 나의 목숨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어린 너를 잡고 이리 말하는 것이다.”

 

 “아니 어머니가 어찌 되시다니요?”

 

 “아니다. 내 병은 내가 안다”

 

 “어머니~”

 

 여원이 갑자기 울먹였다.

 

 “여원아 울지마라”

 

 “흑흑~”

 

 “눈물을 닦고 어미 말을 잘 들어라. 시간이 별로 없구나. ”

 

 무영은 깊은 한숨을 쉬며 누가 들을새라 목소리를 최대한 낮게 하였다.

 

 “여원아~ 이 어미는 원용국 사람이 아니란다. 저 멀리 두만강 근처에서 태어나 19살 되던 해에 이 곳으로 오게 되었단다. 어미랑 약초를 캐며 살아왔었지. 내 어미 그러니까 너에게는 외할머니가 되는구나. 어미가 나를 데리고 다니며 이런저런 약초들에 대해 약효를 알려주셨지. 너도 어미가 알려준 약초들에 대해선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목숨을 구할 수도 병을 호전시킬수도 있는 거니까.”

 

 무영도 자신의 어머니가 그런 것처럼 절에 다녀올 때나 나들이 갔을 때, 그 어떤 때이건 약초나 풀이 보이면 그 이름, 쓰임과 효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여원이 어머니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은 생각에 잠긴 듯, 희미한 웃음을 내보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 어릴 적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뻔 했었는데 이징옥 장군이라는 조선의 장군이 나타나 어미랑 어미의 어미를 구해줬단다. 몇 년 뒤 어미의 어미가 세상을 등지고 그 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 분은 역적으로 몰려 조선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도망쳐 나오느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부상이 아주 심했단다. 내가 예전 그 분의 은혜를 갚으려 간호를 했었지. 상처에 좋다는 약초를 상처부위마다 바르고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었단다.”

 

 여원은 꽃자수가 예쁘게 놓아진 마른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무영의 이야기를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마냥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무영이 목이 컬컬한지 물을 들이키며 말을 이었다.

 

 “시간이 흘러서 사모하는 사이가 되어버렸지. 존경하는 마음에 은애하는 마음이 더해진 것이었지. 산에서 약초를 캐고 그 약초를 팔아 끼니를 장만해 오는 날이었지. 그 분과의 거처였던 오녀산성에 괴한들이 침입하여 그 분을 끌고 가 버리고 나는 그 길로 산을 내려오다 굴러 떨어졌는데 그때 네 아버지 명성 나리를 만난 거란다. 나리께서 나를 구하시고는 내가 사정사정하여 이 집으로 데려오셨단다.”

 

 무영은 한참을 뜸 들였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명성 나리께서는 친절하고 다정하며 참으로 좋으신 분이었지. 허나 나리를 만나기 전 내 뱃속에 네가 있었단다. 이 사실은 너와 나만 아는 거여야 된다. 아무도 모른단다. 나리마저도...

 나리께 은혜를 갚으며 살려했는데 그것도 내 뜻대로 되질 않는구나”

 

 “어~~~~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여원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아찔했다.

 

 “네 어버지는 이 향낭주머니 안 머리카락의 주인인 이징옥 장군이란 말이다. 그 분은 지금 원용국의 훌타이 폐하의 따님인 야속진 공주마마의 부마가 되어 계신단다.”

 

 “이징옥 장군이라고요?”

 

 “쉿~~ 무덤까지 안고 가거라”

 

 “어머니~ ”

 

 여원은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혼란스러움보다 두려움이 컸다.

 

 며칠 뒤

 

 “이 일을 어쩌지요? 금혼령 때문에 서둘러 사주단자도 보내고 했는데 궁녀모집이라니요? 산너머 산이네요. 궁녀로 선발되었다가는 21살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그 집에서 어디 기다려 준 답니까? ”

 

 주씨는 존댓말을 사용하였으나 아랫사람들에게 하듯이 말을 툭툭 내뱉었다.

 주씨의 신경질 적인 말에 명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만 하시오. 생각을 하고 말하시오. 지금 혼자만 답답한 게 아니지 않소? 방도가 있을 것이니”

 

 “나리 방도라니요?”

 

 “......”

 

 “여영은 사주단자도 받았으니 여경,여명,여원 중에 한 명을 내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사주단자 받은 딸을 궁녀로 내 몰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또 나리가 그리 결정을 하시면 누가 반발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나으리께서 뭐가 중하고 귀한지는 아실거라 생각됩니다.”

 

 “좀 더 두고 봅시다.”

 

 명성은 몇 마디 더했다가는 화를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분을 가라앉히고 나지막히 이야기 했다.

 그러고 보니 주씨부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한 집안에서 한명을 보내는 것이라 사주단자를 받고 말고는 상관이 없을뿐더러 이번과 같은 경우에 여영이 사주단자를 받았기 때문에 빠질 수 있는 명분이 충분했다. ‘사주단자를 받은 아가씨도 궁녀모집에 예외일 수 없다’는 말은 그 집안에 딸이 한명 밖에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정실부인의 딸만 자식인가 여경, 여명, 여원도 내 딸이지 않는가?’

 

 이랬다 저랬다. 하명성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

 한성 시전

 

 한성상점 이라는 간판을 보며 강림이 포목상으로 들어갔다. 인상 좋은 주인이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당기며 구석진 곳으로 안내했다. 그 곳에는 그녀보다 빨리 도착한 자영이 포목상의 뒷방에 자리잡고 있었다. 연파랑색 저고리에 자주색 치마가 자영의 흰피부를 더욱 화사하게 받혀주고 있었다. 강림이 화색을 하며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자영아가씨, 오랜만에 뵙네요”

 

 강림은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영의 손을 두손으로 덥썩 잡았다.

 

 “네, 언니도 그간 잘 지내셨지요?”

 

 강림과 자영은 어느새 언니동생이 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연원도련님 소식은 아직도 모릅니까?”

 

 “네 경주에 여러번 사람을 보냈으나 어딜 그렇게 꽁꽁 숨었는지 소식이 없네요”

 

 “숨어라도 계시면 다행이게요”

 

 “그러게 말입니다”

 

 “... 저 마님~ 제사상 차려놓았습니다.”

 

 포목상 여주인이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고맙습니다. 아가씨 어서 가시지요”

 

 작은 상위에 과일 몇 개와 떡, 부침개 몇 조각과 술이 놓여 있다.

 자영과 강림은 예를 다하여 읍을 하고는 절을 하였다.

 

 “이렇게 어머님의 기일 날을 맞아 해마다 강림 언니 만나게 되니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저도 이렇게 살아 무엇하나? 하다가도 자영아가씨랑 연원도련님을 생각하면 버티고 살아서 그놈들 죽는 꼴을 봐야지 하고 살고 있지요? 그나저나 마님이 그렇게 가신 이후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삼수리에서 살 때가 행복이었구나. 그때 좀 잘 해 드릴걸, 왜그리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말이지요. 자영아가씨와 연원도련님 어찌보면 모두 한가족인데 내가 왜그리 못나게 굴었을까 하는 생각말이지요. 이제라도 아가씨와 도련님께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말이지요 ”

 

 강림은 고개를 떨구더니 저고리 안에 넣어둔 매화꽃이 수놓아진 손수건을 꺼내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자영은 조용히 강림의 손을 잡으며 뜨거운 눈물을 뿜어냈다.

 

 “양정대감댁 마님께서 어머니께 그리하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어머니 얼마나 힘드셨으면 연원이 찾기도 전에 먼저 떠나시고...흑흑”

 

 소문인지 진실인지는 그랬다. 양정에게로 분배된 이씨 부인은 어딘가에 살아있을 아들 연원과 남편 이징옥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버티며 살았으나 어느 날 양정이 이씨부인을 처소로 불러들이는 것을 안 양정대감댁의 안방마님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펄펄 끓는 물을 이씨부인의 얼굴에 부어버렸다는 것이다. 그 고통이야 짐작으로도 끔찍하거늘 온갖 수모며 모욕을 당한 이씨부인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그 일을 당한 그날 밤 이씨부인은 새하얀 명주천을 기둥에 매달아 목을 메여 죽었다고 하였다. 시신은 어찌 처리되었는지 들은 바 없으나 장례고 뭐고 시신수습도 하지 못하였지만 그 날은 기일로 잡아 매년 이렇게 자영과 강림은 이씨부인의 제사를 지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떠도는 소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양정대감의 마님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 이 두가지만으로도 그 넋을 위로하고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을 상기시켜 줄 때가 올 것이라 믿었다.

 

 “아씨, 비상을 조금씩 모아 두었지요. 때를 보아 그 놈들의 목숨을 거둬야겠습니다. ”

 

 한 켠에 앉았던 포목상 주인 종길이

 

 “저는 김종서장군의 은혜로 속량받아 이렇게 장사도 하고 무탈하게 살고 있는데 조상대대로 공덕을 쌓은 김종서 장군댁이 하루아침에 멸문을 당하다니 하늘이 노(怒)할 일이지요. 그날 죽은 사람들을 어찌 헤아리겠냐마는 홍윤성이 우리 만동 도련님을 찢어 죽인 걸 생각하면 아직도 피가 거꾸로 치솟습니다. 천벌받아 죽을 놈이 아직도 떵떵거리고 잘 살고 있으니 귀신은 저런 놈 안 잡아 가고 무얼 하는지 ... 그 놈들을 죽이는 일이라면 소인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종길, 그는 김종서대감댁의 하인이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같은 처지였다.

 

 “고맙소이다. ” 자영이 눈물을 쏟아내고선 말을 이었다.

 

 “우선 연원이를 찾아 이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때를 보아 복수를 하는 겁니다. 그때까지 아무쪼록 나서지 말고 조용히 물 흐르듯 살아 계십시오. 그리고 한달 뒤 이곳에서 다시 뵙도록 하지요. 언니는 어떻습니까?”

 

 강림을 바라보는 자영의 눈이 부드러웠다. 목소리 또한 친언니를 부르듯 다정했다.

 

 “아가씨를 뵙는 것이 저의 낙인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와야지요”

 

 “그럼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잘 지내시오”

 

 자영이 눈물을 거두고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자영이 자리를 뜨고 얼마 뒤 강림이 초록바탕에 횐색끝동을 단 장옷을 뒤집어 쓰고 한성 상점 주인 종길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는 한성상점을 나섰다.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는 자영과 강림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10년이 흘렀고 10년을 송장처럼 살았고 또다시 10년을 숨죽이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야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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