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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딩동~! 악마 왔어요
작가 : 백지백
작품등록일 : 2022.1.20

우리 동거한다!!
현실적이고 폐쇄적이지만 마냥 어린 자취생 예현과,
노랗고 쾌활한 감정 밑으로 칙칙한 불만이 얽혀있는 악마 대빈과,
그를 막기 위해 찾아온 다정하고 예의 바른 천사 연재의 이야기.
Writing by 백지백, 태현 @copyright 2022
백지백, 태현 All right reserved

 
7. 선과 악
작성일 : 22-01-23 23:28     조회 : 646     추천 : 2     분량 : 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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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선과 악

 .

 .

 .

 "진짜 좋은 거지?"

 "아, 네... 그렇게 하죠 뭐."

 

 악보다는 선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겠지.

 설마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내가 셋이서 하는 동거를 선언하자마자 악마는 이 상황이 후련하다는 듯이 어디에서 주운 건지 모를 과자 봉지를 까서는 태연하게 방으로 들어갔고, 천사님은 풀썩 소파에 앉았다.

 

 이렇게 물 흐르듯이?

 나야 어차피 천사님께 할 얘기가 있었으니까 잘 됐지 뭐.

 나는 애써 기쁜 마음을 감추고 계약서와 펜 하나를 든 채 소파로 다가가 천사님께 말을 건넸다.

 

 "저, 천사님."

 "응?"

 "..."

 "..."

 

 내가 침묵하자 천사님은 나한테 맞춰 주는 건지 아니면 본래 습관인 건지 모를 침묵을 되풀이했다.

 아, 그런데 명색이 천사님이신데 무슨... 이런 계약을 해도 되나.

 

 "저기, 이거 백대빈이랑 했던 계약인데... 천사님도... 사인을 조금 해주셨으면 해서요..."

 "이게 뭔데?"

 "별거 아니고요, 그냥 간단한 규칙이에요. 동거하는 데 규칙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들었어요. 말씀드리자면 일단 제 방 오지 않기, 쓸데없는 연락하지 않기,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고 치지 않기 이런 것들인데요, 참고로 정말 위급한 상황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제 방으로 오시거나 연락해도 돼요."

 "우와, 신기하다. 내 이름만 쓰면 되는 거야?"

 "네."

 "... 그렇구나. 혹시 백대빈이랑 안 쓸데없는 연락은 해?"

 

 포인트가 그게 아니잖아요, 라고 받아치기엔 천사님의 눈망울이 다소 무거웠다.

 

 "아뇨, 그건 아닌데, 그래도 제가 딱히 사람이 아닌 거랑 연락하는 거, 즐겨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달아놨어요."

 "... 그러면, 저거 포함해서 다 나한테도 해당되는 거야?"

 "천사님은 백대빈보다 조금 더 많이 허용시켜 드릴 수는 있어요."

 

 괜한 말을 했나, 라고 생각하려다가도 순식간에 묽어진 천사님의 표정을 본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응, 그럴게."

 "네."

 "그러면 예현아."

 "네?"

 "... 나 되게 호평받은 거 맞지?"

 "호평이요?"

 

 그렇지. 나를 구하러 왔다고 하셨는데,

 나를 위해 오신 분인데.

 

 "네, 그런 것 같아요."

 "다행이다. 답해줘서 고마워."

 "아, 네. 저도요."

 "나 이제 방으로 들어갈게, 아까 먹은 홍차는 괜찮았지? 홍차만 먹으면 속 버리니까 아침도 꼭 먹어주라 예현아."

 "... 어, 그럴게요."

 

 사실 귀찮아서 잠시 굶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 예현아, 혹시 귀찮은 거면 내가 아침 차려줘도 될까? 그래도 맛이 엄청나게 이상하지는 않을 거야."

 

 이런, 천사님도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기술이 있으신가, 아니면 내 표정이 그렇게 잘 읽히나.

 어찌 됐건 천사님을 만난 첫날부터 부탁하는 건 조금 그러니까... 조금 친해지면... 말씀드려야겠다.

 

 "아뇨 아뇨, 죄송하게 뭘요, 오늘은 제가 잘 극복해 볼게요. 다음에 언제 한번 꼭 해주세요!"

 "그래, 그럼 또 보자."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나와 천사님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

 

 벌컥,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뭐가?"

 "네가 나랑 방을 왜 써, 불유쾌스럽게."

 "아~ 같이 사는 거? 너도 좋다고 했으면서 왜 그래?"

 "아니, 이게 진짜 좋아서 말한 거겠느냐고."

 "너는 같은 방 쓰자고 한 게 내 진심인 줄 아나 본데, 내가 거기서 입 안 털었으면 넌 쫓겨났어. 방은커녕 소파에서도 못 지냈을 거라고. 넌 모르겠지만, 김예현이 얼마나 자기 공간을 사랑하는데."

 "그래, 넌 역시 너다. 나만 쫓겨나는 거면 네가 노력을 했겠어? 능력이 위험한 너도 같이 쫓겨날 예정이니까 그랬겠지, 네 능력이 얼마나 강한데 그걸 함부로 애한테 쓰려고 그래?"

 

 연재에게 멱살을 잡힌 대빈이 방긋 웃었다.

 

 "그래, 근데 천사인 너는 멱살 잡는 거 봐? 넌 원래 천사치고는 꽤나 험한 애지. 김예현 앞에서 숨기고 살 수는 있겠어?"

 "... 너는 오래전부터 나를 잘 알았지, 그렇다면 내가 악마와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선악이 갈린다는 것 또한 잘 알 텐데."

 "아냐, 그렇지 않아 연재야, 넌 딱히 인간 앞에서만 선이지 않아. 네가 가진 머리칼이 다른 천사들과 달리 탁한 검정인 것부터가 너의 악을 증명하는 거야, 나는 네 말대로 너를 잘 아니까."

 

 대빈의 눈이 반짝 빛났다.

 대빈의 가볍고 밝은 분위기는 그가 가진 장점이었고, 장점에 힘입어 그는 습관처럼 날 어린 말들을 제 분위기에 담아 포장하곤 했다.

 

 "대빈아."

 "응?"

 "내가 악이었으면 넌 지금 여기 없어."

 "......"

 "너랑은 할 말이 없다, 나갈게."

 "야... 서연재..."

 "말실수한 거 같으면 편지라도 길게 써 와, 나 나갔다 올 테니까. 선인 내가 악인 너를 포기하기 전에 주는 마지막 기회야."

 

 그 말을 끝으로 천사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 와, 적당히 깐죽대려다 일을 내버렸다. 어떡하지."

 

 대빈은 잠시 하던 일을 내버려 두고 멍하니 손톱을 깨물었다.

 

 /

 

 악마와 싸우고 난 후, 멋쩍고 성난 천사가 방문을 열었을 때 제일 먼저 마주한 이는 다름 아닌 예현이었다.

 

 '맞다. 나에게는 아직 이 애가 있었지.'

 

 그래, 혼자 나가봤자 어쩔 거야, 밖에 있는 내내 집안에서 백대빈 놈이랑 같이 있을 예현이가 마음에 걸릴 게 뻔한데.

 

 소파에 앉아 무신경하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는 예현에게 연재가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나지막하니 속삭였다.

 

 "예현아, 나 잠깐 밖에 나갈 건데 같이 가줄 수 있어?"

 

 
작가의 말
 

 백지백 : 천사와 악마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지...

 태현 : 대빈아 빨리 편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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