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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십자밑에 고양이
작가 : ballonwolf
작품등록일 : 2022.1.9

인간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고양이가 된 한 아이가 인간성과 야성적인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

경건함을 중시하는 종교 국가에 떨어진 운석 '영혼돌'의 힘을 얻고 고양이가 된 고아. 레건은 붉은 십자국에서 전략자산으로서 대성당에 숨겨지고, 고양이로서의 욕망은 억압된다. 하지만 외부세력이 외부 만난 운명의 짝은 그를 유혹해 대성당 밖으로 탈출시킨다.
터져 나올 듯한 욕망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짐승의 육체를 가졌지만, 인간의 영혼을 가졌다고 믿는 고양이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답이라는 게 존재할까.

 
#6
작성일 : 22-01-23 16:29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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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건은 다리에서 밀려오는 충격을 추스렸다. 수염이 절로 씰룩이며 어두컴컴한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딜까.”

 

 놀란 가슴이 진정하지 못하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오페라 극장 같은 음향시설이라도 있는지, 쥐들의 잡담과 스슥 움직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튼이 열려, 빛이 물결이 무대에 들어왔다,

 

 빛이 드러낸 이 장소는 서커스장과 콜로세움을 합친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콜로세움이건 서커스장이건, 공간의 중심에 놓인 출연자와 수많은 관객이 나누어져 있었다. 레건은 뒷발을 거친 모래에 문질렀다. 자신이 관객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쮹찌익 이찍죽!”

 

 신사 숙녀 여러분. 쥐들이 사회자의 말에 반응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검푸른 고양이는 자신이 걸린 함정의 실체를 깨닫기 시작했다. 쥐들의 무리가 한데 모여서 하나의 형상, 하나의 괴물을 만들고 있는 걸 보았다.

 

 레건이 원을 그리며 제자리에서 돌자, 레건의 패닉을 즐기는 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쥐들의 무리가 만든 형상이 반대쪽에서 하나 더 만들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평화를 향한 목소리는 아무런 의미 없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쥐들이 만든 괴물이 거세게 꿈틀거렸다. 이 괴물과 사회자가 왕좌를 향해 경례하며 목청을 높였다.

 

 “황제시여,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이 경례합니다!”

 

 “아, 어리석은 황제시여, 죽음을 향하는 저들이 경례합니다.”

 

 레건이 작은 목소리로 받아쳤으나, 수많은 쥐의 함성을 뚫을 리 없으니, 높으신 쥐의 노여움을 살 일은 없었다.

 

 “이쮸!”

 

 쥐 덩어리가 구호를 외치며 출렁거렸다. 덩어리가 레건의 바로 왼쪽을 강타함으로써, 수상의 경고는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그렇다고 두려운 건 없었다. 특히 적의 실체가 분명하다면, 검푸른 고양이는 적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이 있었다. 이내 한 치의 차이로 춤추는 괴물을 피했다.

 

 “쮸이!” “이번 동물은 얼마나 버틸 수….”

 

 사회자의 말을 끊으며, 죽음의 그림자가 오른쪽 대지를 울렸다. 레건은 좌측으로 몸을 피했기에 오른쪽 바닥을 강타한 것이다. 만약 반대쪽으로 회피를 시도하거나 가만히 있었다면, 레건은 쥐 덩어리에 깔리는 끔찍한 순간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쮸.”

 

 쥐 덩어리는 쥐들을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 같은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쥐 덩어리가 관객석 쪽으로 다시 올라와 출렁거린 뒤, 레건의 왼쪽을 공격했다. 반드시 오른쪽으로 피해야만 하는 공격이었다.

 

 “쮸이!” “제법입니다! 운이 좋은 걸까요? 아니면 머리가 좋은 걸까요? 저 동물의 지능과 용기에 지금 당장 판돈을 올리세요!”

 

 괴물을 이룬 쥐들이 내지르는 구호 속에서, 규칙을 찾아보았다. 레건은 이해가 가지 않는 어휘를 곱씹었다. 자신의 생존 여부를 도박 거리로 만드는 사회자의 말을 손쉽게 해석할 순 있었지만, 구호에는 특별히 연상되는 단어가 없어서였다.

 

 “이쮸”

 

 그래, 왼쪽. 어렵지 않게, 레건은 구호의 규칙을 알게 되었다. 사회자 쥐가 서커스장의 동물의 지능에 판돈을 걸라는 것은, 실험동물이 의미 없는 구호 속 규칙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가졌는지를 가지고 노름을 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 구호에 집중한 레건은, 이어지는 공격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 쥐 덩어리의 실수로 공격이 빗겨나가자, 죽는 쪽에 베팅한 쥐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들에게 안타깝게도, 레건은 그럴듯한 파훼법을 찾아냈다.

 

 “류!” “조금 전까지 위태위태했지만, 손쉽게 넘어갑니다!”

 

 이번에는 가운데였다. 어느 방향이든지 몸을 날리면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이제 저 구호는 가운데 공격을 하겠다는 신호임을 확인했다. 쥐들과 레건은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쥐들은 검푸른 고양이의 지능을 시험하고 있었다.

 

 마치 참참참게임을 하는 것처럼, 녀석들이 공격하는 방향은 왼쪽, 오른쪽과 가운데로 정해져 있었다. 동시에 어느 방향으로 내리치는지에 따라, 외치는 구호도 정해져 있었다. 다시 한번 거대한 쥐 덩어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쮸이! (오른쪽!)”

 

 즉, 미리 공격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유가 생긴 검푸른 고양이는 관객석과 무대의 경계로 다가갔다. 그러나 쉴 새 없는 공세가 멈춘 순간을 잡아 무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저 기회가 찾아오리라는 믿음의 끈을 잡아야만 했다.

 

 “이쮸! (왼쪽!)”

 

 “이쮸! (왼쪽!)” “뭐야?” “여러분, 삶이라는 게 쉬울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체념하지 마세요. 저 친구가 더 힘드니까요!”

 

 검푸른 고양이의 뒤편에, 완성된 두 번째 쥐 덩어리가 활동을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던 레건은 얼어붙어 버렸고, 바로 오른쪽에 새로운 쥐 덩어리가 대지를 내리쳤다. 레건 기준으로, 왼쪽에선 기존의 쥐 덩어리가 지축을 울렸다.

 

 “오, 이런 고양이, 사람 살려.”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쥐들은 자기들이 어디에 판돈을 올렸는지도 잊은 체 환호성을 질렀다.

 

 “쮸이! (오른쪽!)”

 

 “이쮸! (왼쪽!)”

 

 두 쥐 덩어리 모두가 레건의 오른쪽을 강타하려다, 공중에서 쥐 덩어리들이 서로 부딪쳤다. 쥐들이 괴성을 지르고, 혼란에 빠졌다. 참참참게임에서 전혀 공격권이 없던 검푸른 고양이에게도, 귀중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검푸른 고양이는 관객석과 무대를 나누는 벽을 넘었다. 쥐 덩어리에 보기 좋게 돌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쥐 덩어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쮹쭈욱! 찍!” “예상치 못한 상황입니다! 무대를 탈출하다뇨!”

 

 덩어리에서 분리된 몇 마리의 쥐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 기세를 몰아 쥐들을 몇 마리 더 처리한다 해도, 이 위기를 근본적으로 벗어날 순 없었다. 검푸른 고양이는 쥐 덩어리가 모두 무력화된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생사를 가를 금 같은 시간임을 되집었다.

 

 쥐 덩어리의 일부가 부서지더니, 분리된 쥐들이 검푸른 고양이를 뒤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건은 관객석에서 가장 높은 부분을 향해 돌격했다. 도박을 향한 열광은 사라지고, 쥐들의 야유만이 무대에 울렸다.

 

 “그게 아니라 비상 상황이군요!”

 

 드높았던 자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황제의 눈빛에 공포가 서렸다. 조금만 더 접근해 녀석에게 빙의하여 정신을 분열시킨다면, 이 게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상석에 앉은 쥐들의 황제는 오만한 표정을 유지하며 죽음을 기다렸다. 레건은 황제의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난간 아랫부분을 잡아 매달렸다. 그리고 작은 난간에 벌어진 틈 사이로 자신의 영혼을 주입하려 할 때, 레건은 난간 아랫부분에 독이 묻은 가시들이 박혀있음을 깨닫고 말았다. 가시가 박힌 난간을 놓아버린 검푸른 고양이는, 쉰 소리를 지르고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

 

 암고양이는 정의 연합의 수장으로부터 받은 불꽃을 태웠다. 로제가 부여한 마법이 암고양이에게 깃들었을 때, 그녀는 꿈속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그렇게 불꽃으로 만든 꿈속 세상에 들어선 암고양이에게, 별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졌다,

 

 누군가는 별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초월적인 가치를 보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자신이 만든 환상임을 알고 있는 암고양이에게, 별들이 의미나 가치를 부여해줄 순 없을 것이다. 그렇게 회의적인 시선이 하늘을 떠나자, 그녀의 반대편에 있는 레건의 모습이 보였다.

 

 지평선 근처에 잠든 검푸른 고양이를 바라보며, 암고양이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이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레건의 눈동자의 생기가 돌아왔다. 녀석이 현실 속에서 잠들어, 이곳에서 깨어난 것이다.

 

 “오, 죽음 너머의 사후세계가 펼쳐진 걸까?”

 

 레건은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과 은하수처럼 흐르는 별들 위에 발을 올려놓았다. 영원한 안식을 암시하는 이 분위기는 레건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꿈이구나.”

 

 레건은 가만히 있는 암고양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매일 같이 내 꿈속에 나타나 줬는데. 네가 움직여주지도, 내 말에 대답해주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암고양이는 격동적으로 움직였고, 대답했다.

 

 “이번만큼은 대답을 해주네. 질문하나 해도 될까? 여긴 도대체 어디고, 이 별들은 다 뭐야?”

 “우리의 운명이야. 우리의 사랑이 만든 공간이지.”

 

 만약 레건이 은하수가 펼쳐진 세계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했다면, 이 공간은 결코 그의 운명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검푸른 고양이는 자신의 짝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난 이 운명을 믿어. 너도 날 사랑하고, 나도 널 사랑함을 느껴.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뭔데?” “나 지금 살아있니?”

 

 암고양이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레건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살아 있으니까, 꿈을 통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거지.”

 

 “그래, 하지만 모든 운명이 좋은 결말을 내진 못하는 것 같아.” “무슨 뜻이야?”

 

 레건의 목소리가 차츰 무거워졌고, 대답은 서글퍼졌다.

 

 “널 만나고 싶어서 어둠의 숲을 건너려 했어. 하지만 얼마 안 가 방향감각을 잃었고, 거기서 떠돌게 되었지. 그다음 쥐들을 만났어. 꽤 똑똑했는데, 어떻게든 쥐들로부터 어둠의 숲을 빠져나갈 방법을 알려다가 녀석들의 함정에 걸려버렸고, 얼마 안 가 기절한 거 같아.”

 

 “이런.”

 

 “네가 다음에 이 달콤한 운명을 맛볼 때, 내가 여기에 없을 수도 있겠다.” “농담하지 마. 이럴 줄 알았다면 난 널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거야.”

 

 시끄러운 쥐들의 소리가 레건의 귓가에 울렸다.

 

 “이게 마지막 말이라면, 농담으로 끝맺고 싶진 않아. 그리고 너무 슬퍼하진 마. 나보다 더 좋은 녀석을 만나게 될 거야.”

 

 검푸른 고양이의 눈동자에 생기가 빠져나가고, 점차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렇게 레건은 꿈속 세상에서 벗어났다.

 

 *

 

 레건은 차가운 감옥 속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자 아까 노렸던 황제 쥐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쥐 한 마리가 보였다. 굳어버린 몸을 움직여봤지만, 일차적으로 사슬이 움직임을 차단했다. 이어서 앞발의 상처가 레건을 움찔거리게 했다.

 

 “깨어났나?”

 

 대답은 사슬을 깨부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했다. 가녀린 소녀처럼 보이던 녹슨 사슬은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었고, 레건의 능력으로 끊어버릴 순 없었다.

 

 “쓸모없는 짓이야. 사실, 네게 해로운 짓이기도 하지. 내게 반항하지 않아야, 네가 목숨 하나는 부지할 수 있을 테니까.”

 

 검푸른 고양이는 황제 쥐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사슬을 끊어버리려 했으나 이내 포기했다.

 “불가능하다니까. 하지만 네가 여기서 살아나가는 건 불가능하지 않지. 일단 네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고자 한다.”

 

 “시험해보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알아냈으니까요.”

 

 옆에 있던 예언가 쥐가 황제 쥐를 바라보고 말했다. 녀석의 작은 지팡이가 돌바닥에 둔탁히 부딪쳤다.

 

 “안타깝군. 쓸모있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제가 예상한 것보다 더 강하신 분입니다.”

 

 이번에는 황제 쥐가 예언가 쥐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계획에 이용하기에 충분히 강하신 분입니다.”

 

 황제 쥐는 잠시 예언가 쥐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상대방의 눈동자는 밑을 향하고 있었기에, 거짓말의 징후를 알아낼 순 없었다. 이내 레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두 팔을 벌고 환영할 만한 이야기, 아니 외부 동물이군. 하지만 네가 여기서 살아나가고 싶다면, 우리의 조건을 받아드려야만 해.”

 

 “조건이 뭔데?”

 

 황제 쥐는 목을 긋는 시늉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이틀 전인가, 사흘 전인가. 우린 네 능력을 시험했고, 많은 쥐들이 네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두고 버섯을 걸었지. 그리고 넌 어리석게 내게 달려들었고, 나가떨어져 버렸어.”

 

 황제 쥐가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경멸과 협박의 의미가 담긴 손짓이었다.

 

 “바닥에 누워서 죽어가던 너를 마무리 하려 할 때, 안타깝게도 저 예언가가 날 막아서고 이렇게 말하더군.”

 

 예언가 쥐가 레건에게 다가왔다. 레건은 마법을 다룰 줄 모를 것 같은 황제 쥐에게 빙의해 볼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예언가 쥐에게 저지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며, 그만두었다.

 

 “전 누군가를 우리가 믿는 신, 샤크투스님의 사도나 사자로 만들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황제께서도 그러시지요. 저와 황제의 권력은 샤크투스님께서 나오니까요. 물론 황제보다는 종교적인 지도자인 제가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예언가 쥐가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 주신다면, 서쪽에서 건너온 샤크투스의 사도가 되신다면. 원하시는 대로 여기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본인이 그럴 자격을 증명하셔야겠지요.”

 

 “증명은 수천 번도 할 수 있어. 하지만 내 요구 사항도 받아줘야겠지?”

 

 “뭔가요?”

 

 예언가 쥐가 반색하며 물었다.

 

 “난 이 검은 안개가 가득하고, 너희들이 서식하는 이 땅에서 벗어나야겠어.”

 

 예언가 쥐는 잠시 답변을 유보하며, 황제 쥐와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작은 입을 벌려 말했다.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겠지요. 그러면 제 조건에 동의하십니까?”

 

 “상황을 먼저 이해하고 싶은데.”

 

 예언가 쥐가 고민에 가득 찬 표정을 숨기려 고개를 돌렸고, 황제 쥐가 대화의 빈틈을 찾아 끼어들었다.

 

 “일단 네가 샤크투스와 유사한 지위에 올라야만 해. 정말 재미있는 점은, 샤크투스님에게 제물을 바치는 의식이 바로 몇 시간 후에 있다는 거지. 그리고 우린 널 바치게 될 것이다.”

 

 야만적인 살해예고였지만, 황제 쥐가 목을 긋는 손짓을 하진 않았다.

 

 “매달 이맘때 즈음 진행하는 의식은 언제나 제물이 바쳐지는 것으로 끝났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야. 달라진 의식이 진행되면, 넌 제물로 희생되지 않고 살아남아, 신화적 존재가 될 것이다. 의식에서 샤크투스에게 선택받고, 자연스레 황제가 되는 거지. 그럼 난 은퇴하고 전임 황제로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거다.”

 

 레건은 두 쥐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보다 더 이해하고 싶었다. 정확히는 두 쥐의 관계가 어떤지 알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 인내심이 부족한 황제 쥐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 예언가 쥐는 여전히 레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길한 주문이 의식터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한 시간쯤 지나자, 많은 쥐들이 이곳에 일어날 일을 구경하고자 들어왔다. 샤크투스를 위한 희생제였다.

 

 “일단 살아남겠어. 조건을 받아들일게.”

 

 예언가 쥐가 만족해하는 표정을 보이며, 의식터 뒤편으로 사라졌다. 레건을 묶은 사슬 중 바닥과 연결된 사슬이 풀렸다. 예언가 쥐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작은 쥐 한 마리가 레건을 위쪽 무대로 안내했다. 무대에 올라서자, 어디선가 나타난 사슬이 레건을 옭아맸다.

 

 의식터는 큰 4개의 기둥으로 지탱되고 있었다. 4개의 기둥에는 수많은 쥐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아래에서 위쪽으로 모든 기둥을 훑자, 점차 높은 지위로 보이는 쥐들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강조되어 그려져 있었다.

 

 천장을 볼 때는, 머리에 묶인 사슬이 시야를 가렸다. 사슬의 틈으로 보인 탑의 최상층과 천장에는 팔과 다리가 달린 상어가 보였다. 천장에는 몸통, 목, 꼬리, 팔, 다리 부분이 매우 길게 그려져, 각 기둥의 최상부에 이어졌다.

 

 그리고 천장 중앙에 새겨진 이름표를 읽었다.

 

 “샤크 투쓰, 상어 이빨. 상어의 이빨….”

 

 “신사 숙녀 여러분!”

 

 검푸른 고양이는 다시 한번 무대 위에 서게 되었다. 물론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묶여있었다.

 

 “오늘 밤, 날 감히 건드린 괴물을 샤크투쓰 님께 바치려고 한다!”

 

 대중의 환호성을 잠시 즐긴 황제가, 예언가 쥐를 바라보고 왼쪽 눈을 깜박였다. 예언가 쥐가 단상으로부터 내려오자, 견습 예언가들이 뒤를 따랐다. 자연스럽게 견습생들이 예언가 쥐의 주변으로 이동했고, 끔찍한 주문이 시작되었다.

 

 다른 쥐들은 주문을 외우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정숙을 지켰다. 이내 불꽃이 레건을 감싸기 시작했다.

 

 “ᄉᆞ킅ᄋᆞㅜ스”

 

 예언가와 그 견습생들이 그럴듯해 보이는 주문을 외웠다. 레건은 저들이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단어를 나열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쥐들의 말을 해석하려 할 때, 뜻을 찾아낼 수 없었으니까.

 

 “우와와왕!”

 

 쥐들은 불꽃 속에서 살아있는 검푸른 고양이를 보고 경외했다. 레건을 감싸던 불꽃이 레건을 묶은 사슬을 풀었다. 레건은 당당히 무대에 서 있었다. 이후 레건은 의식이 진행되는 모든 순간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황제 쥐나 예언가 쥐와 눈을 맞춰, 지금 잘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황제 쥐가 앞에서 무릎 꿇었고, 레건은 경멸하는 표정을 애써 숨겼다. 예언가 쥐는 반쯤 미친 연기를 하며 저 분이 샤크투스에게 선택받은 누군가라 떠들었다. 황제가 내놓은 왕관은 레건의 발톱에 반지처럼 끼워졌다. 저 많은 대중을 보았다. 결코 미래가 순탄케 보이지 않았다.

 

 레건은 전임 황제가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신격화까지 되어가며 새로운 황제가 되었다. 예언가 쥐와 그 수습생, 몇몇 원로들은 몇 주 동안 자기들의 아지트에 틀어박혀 회의했다.

 

 그리고 미리 짜서 맞춘 듯, 샤크투스를 상징하는 물에 반대되는 불 속에서 살아남은 레건의 존재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샤크투스의 형제’ 물론 레건이 동생으로 취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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