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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보이지 않는 존재들
작가 : 이야기
작품등록일 : 2021.12.26

한 방에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사람들②
작성일 : 22-01-23 15:06     조회 : 238     추천 : 3     분량 : 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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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의 말대로 갇혀 있는 것인가..'

 

 20번은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20번의 눈에도 짙게 깔린 어둠만이 보였다. 보는 그대로 어둠이 모든 빛을 삼킨 것 같았다. 2번이 물었다.

 

 "자자. 우리가 저 위에서 떨어진 걸 본 사람은?"

 

 팔짱을 낀 2번을 바라보며 37번이 답했다.

 

 "아무도 못 봐. 너희가 이곳에 올 때 우리는 이 방을 탈출하고 있으니까."

 

 37번의 말에 분위기가 순간 무거워졌다. 84번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탈출이라고? 그럼 여기는 또 다른 '미지의 방'이라는 거야?"

 

 84번이 78번을 바라보자, 78번은 말없이 고개만을 끄덕였다.

 

 "아니. 여기는 '문'이나 '모래시계'도 없는데...."

 

 84번은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의 눈엔 '문'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37번이 말했다.

 

 "자, 이쪽으로."

 

 37번이 앞장서자 일행들이 움직였다. 2번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확실히 이 전보다 좁군."

 

 37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날카롭군. 2번이라고 했나. 이 방은 전에 있던 방보다 확실히 좁아. 이전 방은 그래도 구석이란 게 있어서 넓었는데 여기는 둥그니까. 하지만 사람이 별로 없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지."

 

 "이 곳에 몇 명이 있는데?"

 

 "19명이지.. 너희들 5명까지 합하면 24명 정도 되겠군."

 

 '19명...'

 

 "자. 도착했어."

 

 37번이 멈춰선 곳은 방 중간 언저리였다. 주변에는 어떠한 문도 없었다. 84번이 인상을 쓰며 나섰다.

 

 "이 봐. 내가 아무리 바보라지만, 적어도 문이 뭔지는..."

 

 84번이 소리를 높이려고 하자, 54번이 84번의 팔을 툭툭 쳤다.

 

 "뭐야. 꼬맹이."

 

 54번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위를 보라는 손짓이었다. 84번이 고개를 드니 머리 위에는 큰 통로가 있었다. 방금까지 이들이 떨어진 곳에선 어둠으로 가득찼다면, 이 통로에는 중간중간 불빛이 설치돼 있었다. 통로 끝에는 시멘트로 이뤄진 천장이 보였다. 또 다른 방으로 연결된 게 분명했다. 20번이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고개를 든 37번이 설명했다.

 

 "보다 시피. 위에는 뭐가 있는지 몰라. 하지만 통로 끝 위에 또다른 벽이 보이니, 또 다른 방으로 연결돼 있겠지."

 

 84번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정말 누군가 이 방을 설계한거로군. 갇힌 게 분명해. 이거 눈으로 보니까 완전히 맥빠지는데."

 

 "누가 우리를 이렇게 갇히게 한 거죠?"

 

 20번의 말에 37번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야. 나도 묻고 싶어. 왜 이곳에 보냈는지 말이야."

 

 이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탈출했는데 그게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이곳을 탈출한다고 해도 또다시 방을 탈출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2번이 말했다.

 

 "이곳도 미지의 방이라고 불리나?"

 

 37번이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아니. 이곳을 '극한의 방'이라고 부르지. 물론 왜 이렇게 불리는 것인지 몰라. 그저 넘어오고, 넘어오고 해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부르고 있지. '메시아'와 '오아시스'를 부르는 것처럼 말이야."

 

 20번이 통로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죠?"

 

 "특정 시간에 발판하고 사다리가 통로 틈에서 나와."

 

 37번이 손으로 가리켰다. 실제 37번이 가리킨 통로 곳곳에는 틈이 있었다. 몇몇 장소에는 녹이 슬기도 했다. 37번이 설명을 이어갔다.

 

 "발판하고 사다리가 나오면 올라가지.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우리가 올라갈 때 너희들이 저곳에서 떨어져. 그래서 너희들이 언제 이곳에 왔는지, 또 어떻게 왔는지 모르는 거야. 우리는 저 위에 있어야만 하니까."

 

 "안 올라가면?"

 

 7번이 자신의 머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 상이 피를 많이 흘렸는지 7번의 눈이 퀭했다. 7번의 말에 37번은 짤막하게 입을 뗐다.

 

 "곧 알게 돼."

 

 "무슨 말이야?"

 

 84번의 물음이 이어질 찰나, 78번이 7번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약 가져왔어. 빨리 지혈해."

 

 78번은 낡은 가죽의 가방을 풀었다. 그곳에는 약이 한 가득 들어있었다. 이어 78번이 보라색 빛깔의 스프레이 통을 건넸다.

 

 "상처에 이 약을 뿌려."

 

 "뭐지."

 

 7번은 78번이 건넨 통을 유심히 바라봤다. 78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걱정하지마. 독은 아니니까. 피를 멈추게 해줄 거야."

 

 7번이 78번을 바라봤다. 78번은 어깨를 한 차례 들어올렸다.

 통을 받은 7번은 상처에 약을 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상처가 봉합되더니 흐르는 피 또한 살구색으로 바뀌었다. 7번이 말했다.

 

 "약이 좋군."

 

 "'아스'라고 부르지. 상처가 깊은 사람들에게 쓰이지."

 

 78번의 말에 7번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20번이 물었다.

 

 "약하고 가방은 어디서..."

 

 78번이 20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식하고 같이 줘."

 

 78번의 말에 84번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약을 준다고? 음식도?"

 

 78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전 방과는 달라. 여기는 감자만 주지 않아. 가끔 고기도 주지."

 

 78번의 말에 84번은 들뜨며 말했다.

 

 "뭐라고? 고기가 있어? 약도 주고? 간만에 듣기 좋은 소리군. 하하하."

 

 "다만, 우리가 올라갈 때만 음식이 나와. 이전 방처럼 일정한 시간대에 주지 않아."

 

 78번의 말에 2번이 주변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극한의 방으로 올라갈 때 미지의 방을 건너온 사람들이 온다라..'

 

 20번이 말했다.

 

 "모두가 없을 때 음식도 약도 새로 들어온다는 것은..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는 거군요."

 

 20번의 말에 37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갇힌 것은 물론, 감시도 당하고 있다는 말이지."

 

 37번의 말에 84번은 인상을 잔뜩 구기며 소리쳤다.

 

 "이런 빌어먹을. 숨어서 뭐하는 거야? 어떤 놈들이지 나가면 내가 가만 안 두겠어."

 

 84번이 고개를 들어 큰 소리로 외쳤지만, 허공에는 메아리만이 울려 퍼졌다. 37번이 말했다.

 

 "화 내봤자 소용없어. 본인만 힘들 뿐."

 

 84번이 씩씩 거리며 주변을 다시 바라봤다. 이때 78번이 37번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그러자 37번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 정신 좀 보게. 자. 늦었지만, 일단 동료들하고 인사부터 하지. 같이 살아야 할 사람이니까."

 

 37번은 동료들을 불러 차례 차례 소개했다. 이들은 기쁘게 새로운 이들을 맞이했다. 이들의 번호를 자세히 들은 2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툭 말했다.

 

 "번호가 겹치지 않군."

 

 2번의 말에 20번이 놀라 물었다.

 

 "그러네요?"

 

 20번이 놀라며 말했다. 실제로 이 방에 있는 24명 중 한명도 번호가 겹치지 않았다. 이전 방에 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번호가 겹치는 대상 또한 없었다.

 

 그렇다고 세 자리수를 가진 사람도 이들은 보지 못했다. 새로운 사람들의 번호도 최대 두 자리수에 그쳤다. 20번이 그것이었다. 2번이 팔짱을 낀채로 말했다.

 

 "누군가가 죽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번호를 받고 방에 들어온다는 말이군.. 도대체 여기는..."

 

 2번의 생각을 듣던 37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2번은 눈치가 매우 빠르군. 그렇지. 내가 여기서 죽으면 이곳에 새로 들어오는 또 다른 사람이 내 번호를 쓴다는 말이지. 결국 죽은 사람의 번호를 부여받은 또 다른 이들이 다시 탈출에 나서게 되는 것이고."

 

 37번의 말에 84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실험 쥐가 따로 없군. 제길."

 

 그런 84번을 보고 37번이 미소를 지었다.

 

 "그게 우리 운명일지도 모르지."

 

 통로를 유심히 본 2번이 물었다.

 

 "그렇다면 사다리만 잘 타고 올라가면 되는 건가? 높이를 봤을 때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

 

 2번의 말에 78번이 답했다.

 

 "그렇게 된다면야 너무 쉽지. 우리도 이미 탈출했을 거야."

 

 "무슨 소리야?"

 

 2번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37번이 말을 이었다.

 

 "올라갈수록 발판 위치가 짧아져."

 

 37번의 말에 54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탈출할 수는 있는 거예요?"

 

 37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탈출하지 못했으니까 아직 이렇게 있는 거겠지. 탈출했다는 사람은 있다고 해. 물론 내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37번의 말을 듣고 있던 20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위에서 떨어지면... 죽겠죠?"

 

 20번의 말이 황당하다는 듯이 78번은 크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떨어지면 그대로 죽지. 이건 꿈이 아니거든. 한 번은 운 좋게 살아남은 동료가 있었지. 그는 너무도 고통스럽게 죽었어. 차라리 한 번에 죽은 게 나을 정도로 말이야. 그게 20번이었어. 그 애 대신 너가 들어온 거고."

 

 78번이 자신의 번호가 적힌 귓볼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신참인데 미지의 방을 일찍 통과했군. 대단해."

 

 78번의 말에 20번은 더 말하지 않았다. 딱히 물어볼 것도 없었다. 2번이 재차 물었다.

 

 "시체는 어떻게 처리하지?"

 

 2번의 말에 78번이 어디론가 가리켰다. 메시아였다. 메시아에서 남은 시체를 소각한다는 의미였다. 2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78번이 말을 이었다.

 

 "미지의 방에서는 도망치기 바빠서 동료들의 시체를 보지 못했는데.. 이곳은 달라. 산산조각이 난 동료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건 결코 쉽지 않지."

 

 "... 그러면 굳이 안 올라가도 되는 거 아닌가요? 굳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20번의 말에 37번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보면 알아."

 

 84번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뭣 때문에 올라가야 하는 건데? 속 시원히 얘기 좀 해보라고!!"

 

 화를 내는 84번에 78번이 말리며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주는 것 보다, 보는 게 나아. 말을 해도 믿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거든."

 

 37번의 말에 다들 한동안 말을 꺼내지 않았다. 모두들 이 과거 일어난 사건을 알고 있는 듯 했다. 7번이 물었다.

 

 "언제 올라가는 거지?"

 

 "그들이 알려주지. 신호를 보내거든."

 

 78번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이들은 머리 위에 있는 통로를 바라봤다. 고요한 통로가 흡사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37번이 말했다.

 

 "자. 이 정도면 우리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여지는군. 출출하니까 식사라도 하지. 메시아 앞에서 다들 음식을 만들어."

 

 84번은 내심 찝집했지만, 그래도 출출했기에 37번의 의견을 따랐다.

 

 "그래. 죽더라도 먹고 죽어야지. 미련없이 말이야."

 

 이들은 37번을 뒤따라 메시아 앞으로 갔다. 각자 정해진 역할을 받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음식은 감자 한 개와 큼직한 고기 한 덩어리였다. 84번은 크게 기뻐하며 한 입 베어 물었다.

 

 "이야. 고기라니. 입맛이 사네. 내가 이 전에 뭘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이 고기 맛은 기억하거든."

 

 "많이 먹게. 피곤할 텐데."

 

 37번의 말에 84번은 웃으며 고기를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음식을 받은 사람들은 저마다 편한 자리로 가 식사를 했다. 20번과 54번도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다.

 

 "형. 저 사람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렇게 어린데 왜 이곳에 온 것일까."

 

 "글쎄. 이유가 있을 거야. 이곳에 온 이유가."

 

 54번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20번은 54번의 머리를 쓰담으며 말했다.

 

 "잘 있을 거야. 이곳에 빨리 나가서 할아버지 구하러 가야지."

 

 54번은 입을 꾹 다문 채로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때 2번이 이들에게 다가왔다.

 

 "자자. 얘기 도중 미안."

 

 2번이 20번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20번이 물었다.

 

 "왜요?"

 

 2번이 속삭였다.

 

 "저들 말.. 과연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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