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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16화. 이혼
작성일 : 22-01-23 14:46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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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이혼

 

 수정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기를 돌렸다.

 늦가을 서늘한 바람이 집 안으로 훅 쏟아져 들어왔다.

 핸드폰이 울렸지만, 청소기 소리에 묻혀버렸다.

 수정이 전화를 받지 않자 수연은 몸살이 났다.

 

 “계집애 왜 전화를 안 받고 그래?”

 

 한 시간쯤 지나 수연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뭐 한다고 전화 안 받았어! 지금 몇 번짼 줄 알아?

 “미안. 청소하느라 소리를 못 들었나 봐.”

 -청소 대충하고 살아. 너무 후벼 파지 말고…….

 “안 그래도 대충하고 살아. 근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

 -빅뉴스가 있어.

 “빅뉴스, 그게 뭔데?”

 -우리 아들 취직했어.

 “서우가 취직했어?”

 -어.

 “와, 정말 잘 됐다. 축하해. 언니!”

 -그래. 고맙다.

 “언니 이젠 한시름 놓겠네.”

 -네가 그런 말 하니까. 내가 모범 엄마 같잖아.

 “모범이 뭐 별건가. 서우 잘 커서 지일 알아서 척척 잘하고 건강하고 그러면 됐지.”

 -듣고 보니 네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언니가 그동안 열심히 살았잖아. 그래서 복을 주신 거야.”

 -누가? 복을 누가 줬는데?

 “그건 모르지 뭐.”

 -하여튼, 시간 되면 가게에 한 번 들러. 내가 우리 서우 취직 기념으로 네 손톱 예쁘게 변신시켜줄게.

 “알았어. 조만간 가게에 들릴게.”

 

 수연이 네일아트를 시작하게 된 건 수정 때문이었다.

 핏덩이를 버려둔 채 친정으로 도망을 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수연.

 그런 언니를 보고 있자니 수정은 답답하였다.

 자신의 처지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앞날에 대한 고민 없이

 하루하루 시간만 축내고 사는 언니가 한편으론 너무 안쓰러웠다.

 

 “계속 그렇게 살래?”

 “내가 뭐?”

 “두고 온 자식 생각은 안 해 봤어?”

 “잘 있겠지.”

 “그게 엄마가 할 소리야?"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서우를 위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그러는 너는? 너는 왜 그러고 사는데?”

 “내가 이러고 사니까 언니가 더 걱정돼서 그래. 나 봐.

 인 서울 4년제 졸업하고도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콜센터 계약직이잖아.

 나름대로 공부 좀 했다 하던 나도 겨우 이렇게밖에 못 사는데,

 남들 다 있는 고등학교 졸업장도 한 장 없는 언니 너는,

 사는 게 얼마나 더 팍팍할까 싶어서 내가 진짜…….”

 

 수정의 눈가가 붉어졌다.

 동생의 말을 듣고 보니 수연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도 알다시피 나, 학교 다닐 때도 죽어라. 책만 팠어.

 그렇게 해서 그래도 우리나라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학에 들어갔어.

 성적도 나쁘지 않게 졸업했어. 근데 지금 나 사는 것 좀 봐봐.

 내가 생각해도 한심해 죽겠어. 퇴근하고 나면 종일 사람들한테 시달려서 그런지 아무 생각이 없어. 내가 꼭 기계 같아. 아침에 눈 뜨면 콜센터 가고,

 온종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온갖 소리 들어가며 시달리고,

 그러다 파김치가 돼서 집에 오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잠자기 바쁘고.

 힘들어 죽겠어. 내 코도 석 잔데 언니 걱정하는 거,

 그것도 우습지만 그래도 내 언니니까 또 걱정돼.”

 “미안한데 수정아. 나보다 백배 더 똑똑하고 잘난 너도 이렇게 힘든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언니가 잘하는 게 왜 없어?”

 “뭐가 있는데…….”

 “잘 생각해 봐.”

 

 수연이 잠시 생각해 보았다.

 

 “언니 꾸미는 거 좋아하잖아.”

 “하긴. 내가 손톱에 뺑기 칠 하나는 잘하지.”

 “거봐. 말 난 김에 네일아트 한 번 배워 봐. 학원비는 걱정하지 말고. 내가 줄게.”

 

 수정의 도움으로 수연은 네일아트 학원에 등록하였다.

 

 "엄마 아빠한테는 네가 내 학원비 대는 거 비밀로 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동생에게 신세 지는 게 창피했던지

 수연은 비밀을 지켜 달라고 당부하였다.

 

 “그렇게 할게.”

 

 부모도 손을 들었던 수연에게 수정은 든든한 조력자였다.

 그런데도 수연은 이따금, 사소한 일로 수정의 속을 박박 긁었다.

 수정은 자신마저 언니를 외면해버리면 수연의 인생이 너무 암담할 것만 같았다.

 수연은 네일아트 학원을 수료한 뒤 동네에 있는 소규모 네일아트샵에 취직을 했다.

 하지만 제 버릇 누구 못 준다고 툭 하면 결근에 툭 하면 지각이었다.

 그런 불성실한 직원을 이해해 줄 고용주는 없었다.

 결국, 수연은 취업한 지 두 달 만에 잘리고 말았다.

 

 “출근 안 해?”

 “사장이 마음에 안 들어!”

 

 수연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사장이 언니가 마음에 안 든 게 아니고?”

 “아니야! 너도 내 입장이었으면 당장 그만뒀어.”

 “어디를 가도 남의 돈 벌어먹기는 힘들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어!”

 “그만해라.”

 

 책임감도 상실함도 인내심도 부족했던 수연에겐 직장 생활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뛰어난 감각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객의 칭찬에 일할 맛이 났다.

 일을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즐기게 되자 전에 없던 책임감과 성실함까지 생겨났다.

 실력 있다는 소문이 돌자, 단골도 생겼다.

 그렇게 차츰 수연은 자리를 잡아갔다.

 수정이 결혼하고 난 이듬해 수연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네일샵을 오픈했다.

 네일샵은 입소문으로 잘 운영되었다.

 돈도 많이 모았다. 그녀의 이름을 건 2호점도 생겼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더니 수연이 이렇게 열심히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수정이 이렇게 최악으로 치달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인생무상 새옹지마. 딱 맞는 말이다.

 

 ***

 

 수정이 집 안 청소를 해 놓고 성호에게 전화했다.

 

 -왜?

 

 성호가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았다.

 

 “이따가 밖에서 좀 만나.”

 -밖에서?

 “할 얘기가 좀 있어!”

 -어디서 볼까?

 “청국장 잘하는 버스 정류장 근처 식당 있잖아.”

 -응. 그래…….

 “거기서 만나. 퇴근 시간 맞춰서 나갈게.”

 -그렇게 해.

 

 수정이 성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청국장집으로 갔다.

 오픈된 넓은 홀을 지나면 독립된 작은 방들이 늘어서 있는 구조의 식당이다.

 

 홀은 사람들로 붐볐다.

 

 “낮에 예약했는데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정수정입니다.”

 “네. 저쪽 매화 방으로 가세요.”

 

 종업원이 안내해 준 매화 방으로 갔다.

 방문을 여니 성호가 먼저 와 있었다.

 성호는 낮에 수정의 전화를 받고 적잖게 당황했다.

 아침밥에 이어, 밖에서 만나 할 말이 있다니 덜컥 겁이 났다.

 수정에게 정말 무슨 나쁜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성호는 퇴근하자마자 약속 장소로 달려왔다.

 

 “먼저 와 있었네?”

 “응.”

 “뭐 먹을래?”

 “난 청국장”

 

 수정이 탁자 옆 버저를 꾹 눌렀다.

 조금 있으니 종업원이 들어왔다.

 생활 한복을 입은 종업원이 다소곳이 앉아 주문을 받았다.

 

 “청국장 2인분, 그리고 동동주 하나 주세요. 아, 파전도 하나 주시고요.”

 “청국장 2인분, 동동주 하나, 파전 하나, 감사합니다.”

 

 종업원이 방을 나갔다.

 

 “당신 청국장 싫어하잖아.”

 “나도 청국장 좋아해. 당신만큼은 아니어도…….”

 “그랬나? 난 당신이 청국장 싫어하는 줄 알았어.”

 “나도 좋아하는데 애들이 냄새난다고 싫어해서…….”

 “이십 년을 넘게 같이 살았는데, 당신 식성도 몰랐네.”

 “자책할 필요 없어. 나도 당신한테 썩 좋은 아내는 아니었어.”

 

 노크 소리와 함께 종업원이 주문했던 음식을 가지고 왔다.

 청국장 특유의 구린 냄새가 났다.

 성호가 동동주 두 잔을 퍼서 수정에게 한 잔을 주고 한 잔은 손에 들었다.

 

 “마셔.”

 

 성호가 건배하려고 잔을 내밀자 수정이 무시하고 홀짝 마셔버린다.

 성호는 무안하여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술을 단숨에 입안에 쏟아 넣었다.

 수정은 안주로 청국장을 한 입 먹었다.

 괜찮은 조화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음식을 먹었다.

 성호는 수정이 굳이 밖에서 만나자고 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수정이 동동주 한 잔을 다 비우고 나서 입을 열었다.

 

 “우리……. 이혼해.”

 

 성호가 놀라서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하…….”

 

 한편으로 성호는 자신이 걱정하던 일이 아니라 다행이다 싶었다.

 

 “당신, 오늘부터 해방이야.”

 “여보…….”

 “이제 당신도, 나도 해방이야!”

 

 수정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래도 다행이다.”

 

 성호가 혼잣말했다.

 

 “뭐?”

 

 좀 전까지 눈에 눈물을 매달고 있던 수정의 눈에서 뜨거운 광기가 어렸다.

 “인제 보니 이혼을 아주 고대하고 있었네.”

 “그, 그게 아니라 난 당신이 어디 아픈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했을 뿐이야.”

 “내가 언제 아프다고 했어?”

 

 수정이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었다.

 

 “아프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당신이 요즘 좀 이상해져서…….그래서 혹시 불치병이라도 걸린 게 아닌가. 해서. 나 걱정 많이 했어.”

 

 성호가 전전긍긍했다.

 

 “기가 막혀.”

 “정말이야. 내 진심 믿어 줘.”

 “당신한테 진심이란 게 있어?”

 “미안해.”

 “됐고! 하던 말마저 할게.”

 “어어”

 “애들은 당신이 책임져.”

 “당연하지. 내가 아빤데…….”

 “나, 집 구하는 대로 나갈 거야.”

 “애들은 어떡하고?”

 “당신이 책임진다며?”

 “그건 경제적인 책임이지.”

 “그래서 애들이랑 안 살겠다는 거야?”“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애들한테는 아빠보다 엄마 손이 더 필요하다는 소리지.”

 “이혼한 부부가 같이 살아?”

 “내가 나갈게. 당신은 그냥 집에서 지내. 지금처럼. 생활비 걱정은 하지 말고”

 “싫어. 당신이 준 돈으로 더는 내 목구멍에 풀칠하기 싫어.”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면서”

 “당신 눈엔 잘 살은 걸로 보여?”

 “미안해. 절대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그리고”

 “어.”

 

 수정이 동동주 한 잔을 더 따라 마셨다.

 

 “애들한테는 민우 수능 치르고 나서 내가 말할게.”

 “민우 수능 치른대?”

 “민우가 말 안 했어?”

 “어. 못 들었어.”

 “녀석 왜 아빠한테는 말도 안 하고…….”

 순간 성호는 민망하고 창피하였다.

 자식의 중요한 일도 모르는 무책임한 아빠가 된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다행이네.”

 

 성호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로는 본인이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 당신은 응원이나 해.”

 “알았어.”

 “어제 지원이 만났어.”

 “알고 있어.”

 “지원이가 말했나 보네.”

 “그게 아니라, 당신이 걱정돼서…….당신 집에 잘 들어왔는지, 그거 확인하려고 전화 왔었어. 다른 말은 안 했어. “

 “…….”

 

 수정이 동동주를 한 모금 마셨다.

 

 “지원 이한테 당신 책임지라고 했어.”

 “여보!”

 “당신도 원하는 일이잖아.”

 “미안해.”

 “당신한테 그런 말 들으려고 얘기하는 거 아니야.”

 “알아.”

 “지원이 아직 당신 많이 좋아해.”

 “…….”

 “나 먼저 일어날게.”

 “나하고 같이 나가는 게 불편하면 그렇게 해. 난, 남은 술, 마저 마시고 일어날게. “

 “그렇게 해.”

 

 수정이 성호를 남겨두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호는 남은 동동주를 다 비우고 나서 식당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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