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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미스터 트윈스
작가 : 메이플
작품등록일 : 2016.10.31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사이의 미스터리를 풀어라!

 
탈출
작성일 : 16-10-31 01:24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8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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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탈출

 

 

 “안 돼요! 위험해요! 남자를 어떻게 상대하려고요?”

 

 지애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 박사는 고개를 저으며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저 그 동안 킥복싱 배웠어요. 여차하면 오늘 여기서 종주국 현지인이랑 실전 대결 한 번 해보겠네요.”

 

 지애는 결연한 눈빛을 지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사님, 이건 영화가 아니에요. 상대방이 총을 가졌을 수도 있어요! 위험해요.”

 

 남 박사는 여전히 지애의 생각에 동의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내일은 모두가 방콕 야산에 묻혀서 흙이 되도 발견 안 될걸요?”

 

 지애는 결심을 굳힌 듯 했다.

 

 지애와 남 박사는 실의에 빠져있는 윤 박사와 장 박사를 불러서 자신들의 계획을 설명했다.

 

 위험해서 못 하겠다, 무섭다 등의 반대가 있었지만 가만히 앉아서 송장 되고 싶냐 라는 지애의 강한 설득에 어쩔 수 없이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지애는 계획한 대로 안에서 문을 두드리며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영어로 이야기했다.

 

 지키는 사람이 자다 깼는지 아니면 영어를 못 알아듣는지 대답을 하지 않고 열쇠로 문을 열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지애는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간청했다.

 

 그 태국 남자는 방 안에서 해결하라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지애가 방 안의 다른 박사들을 쳐다보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하며 사정사정하자 나오라고 손짓했다.

 

 그는 지애에게 건물 바깥으로 나가라는 지시를 하면서 다른 한 명에게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지애는 야산과 바로 인접한 폐가 건물의 뒤쪽으로 갔다. 감시하는 사람은 저 만치 떨어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듯 했다.

 

 그 사이 방 안에서는 박사들이 계획한대로 한국말로 서로 욕을 하면서 발을 구르며 뛰어다니고 방에 있던 몇 안 되는 집기들을 집어던지는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문 밖을 지키고 있던 한 명은 엄청난 소음에 문을 벌컥 열고 태국어로 뭐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가 문을 열자 방 안에는 윤 박사가 발작을 하며 누워있고 남 박사와 장 박사는 서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이해되지 않는 광경에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박사들은 그가 근거리 안에 들어오자 갑자기 그 사람에게로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당황한 그 사람은 가지고 있던 총을 쓰지 못하고 양 팔을 붙잡고 다리를 차서 넘어뜨리는 세 사람의 공격에 급작스럽게 당했다.

 

 박사들은 그 사람의 총과 열쇠를 빼앗고 못 나오도록 문을 잠근 다음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방 안에서 활극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어두운 수풀 사이에 자신이 잘 보이지 않는 걸 이용해서 지애는 벽을 돌아 택시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택시로 가자 문을 열어 놓고 뒷자리에서 다리를 뻗고 자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살며시 다가간 지애는 차 키가 어디에 있는지 살폈다. 다행이 키는 조수석 시트 위에 팽개쳐져 있었다.

 

 확인이 끝난 지애는 재빨리 키가 작은 기사의 양쪽 다리를 두 손으로 각각 잡고는 온 힘을 다해 차 밖으로 잡아당겼다.

 

 아닌 밤중에 습격을 당한 기사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찌며 나자빠져서는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지애를 바라보았다. 게임이 아닌 실제로 사람을 때려보기는 처음이라 이를 깨물고 오른쪽 다리로 기사의 가슴팍을 찼다.

 

 지애의 행동을 예상 못 했는지 기사는 대응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맞았다. 생각보다 힘이 실렸는지 기사는 콜록대며 옆으로 쓰러졌다.

 

 지애는 재빨리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지애를 감시하던 남자는 안과 밖이 소란스러워 어디로 가봐야 될지 방황하다가 갑자기 시동 소리가 들리자 그쪽으로 달려갔다.

 

 지애는 차를 현관 쪽으로 몰았다.

 

 안에 있던 박사들도 계획대로 성공했는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며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이 보였다.

 

 박사들은 지애를 보고는 반가움에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남아있던 남자가 총을 쏘며 차로 다가왔다.

 

 “어디로 가야되죠?”

 

 장 박사가 숨을 헐떡이며 운전석에 앉은 지애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요!”

 

 지애가 소리 지르며 핸들을 훽 돌렸다.

 

 “아무데나! 빨리 가자고! 저 자식 총 쏘면서 따라온다고!”

 

 윤 박사가 차 뒤 유리창으로 보더니 머리를 아래로 숙이고 급박하게 말한다.

 

 야산을 내려가는 길로 보이는 쪽으로 움직이는 찰나에 산 아래서부터 길을 따라 차들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뭐야? 아까 나간 애들이 돌아온 건가?”

 

 윤 박사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둠 속에서 올라오는 차들을 주시했다.

 

 “이렇게 힘들게 나왔는데 여기서 죽는 건가요?”

 

 장 박사가 타들어가는 목소리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에요. 경찰차인 것 같아요!”

 

 남 박사가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차량들을 지켜보며 일행을 안심시켰다.

 

 경찰차 몇 대가 산 길을 올라왔다.

 

 남아있던 두 괴한들과 택시 기사는 현장에서 검거되었고 같이 경찰차를 타고 온 최 박사는 차에서 내려 일행들을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봤다.

 

 “최 박사님!”

 

 “최 박사!”

 

 박사들은 전부 최 박사를 향해서 달려갔다. 윤 박사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박사들 맞아요? 경찰들 말로는 요새는 웬만해선 잘 안 속는다던데 거기에 속아가지고 이 고생을......”

 

 까칠한 최 박사답게 박사들에게 건네는 첫 마디는 따가운 질책이었다. 그러나 따갑던 쓰리던 어떤 말이라도 지금 그들에게는 천사의 말처럼 달콤하게 들렸다.

 

 최 박사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는 그들이 정부에 불만을 가진 과격 무장단체로 금품갈취, 인신매매 등을 통해 자금을 모은다는 것이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는 좋은 곳을 안내해 주겠다고 하면서 바가지를 씌우거나 우범지역으로 데리고 가 돈을 뺏는다고 한다.

 

 요즘은 그 수법도 잘 안 통해서 극단적으로 돈이 있어 보이는 관광객을 납치해서 돈을 뜯어낸다고 하는데 거기에 걸려든 것이었다.

 

 최 박사가 경찰에 신고하자 박사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친 가게 주변 거리의 CCTV를 살피다가 바람잡이가 박사들을 택시로 안내하고 사라지는 장면이 나왔다.

 

 박사들이 탄 차량의 번호판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바람잡이의 얼굴이 확인되어 이 일대에서 비슷한 일로 전과가 있던 사람이란 것이 밝혀졌다.

 

 바람잡이의 행방을 CCTV로 계속 추적하니 또 다시 다른 관광객에게 접근하는 것이 포착되어 현장에서 잡을 수 있었다.

 

 그는 관광객을 무장단체의 본거지로 넘길 때마다 돈을 받았다. 경찰은 그 사람을 통해 박사들을 태운 택시가 어디로 갔는지 알게 되었다.

 

 방콕 시내로 돌아온 박사들은 호텔에서 죽은 듯이 잠을 잤다.

 

 폭염과 종잡을 수 없이 내리는 갑작스런 비, 시끄러운 천둥 번개 속에서도 간밤의 기억들을 꿈처럼 만들 단잠이었다.

 

 

 22. 붉은 석양과 매혹의 향신료

 

 

 

 방콕에서의 이틀이 끝난 후 타이 항공 비행기를 타고 태국 북쪽, 미얀마와 인접한 매홍쏜에 도착했다.

 

 박사들은 어제의 큰일을 겪은 후 택시와 현지가이드 공포증이 생겼다. 영어가 안 통할 때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태국어 통역이 가능한 매홍쏜 근처 치앙마이의 한국 교민을 대동하게 되었다.

 

 매홍쏜의 숙소로 이동하며 보이는 풍경은 방콕의 화려함과는 다른 고즈넉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방콕과는 꽤 많이 떨어져있는 북쪽이라 날씨도 견딜만하니 좋았다. 매홍쏜의 시골 풍경은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번 여정의 목적인 향신료 ‘스완(태국어 발음을 한국어로 표기)’은 매홍쏜이 원산지로 박사들은 스완과 관련된 현지 자료를 얻기 위해 매홍쏜에 도착하자마자 재배지역에 답사부터 갔다.

 

 산과 호수에 둘러싸인 여름 초원을 스완이 점령했다.

 

 스완이 차지한 대지는 향신료의 이름이 의미하는 낙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스완은 세이보리 같은 허브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잎이 조금 더 둥글고 부드러워 여린 느낌이었다.

 

 박사들은 스완이 펼쳐져 있는 평야를 천천히 걸어갔다. 허리를 구푸려 손을 대어 만져보기도 하고 무릎을 꿇고 앉아 향을 맡아보기도 했다.

 

 “이거 맛이 살짝 매운데?”

 

 윤 박사는 스완의 잎 끝을 조심히 떼어서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박사님, 함부로 먹지 마세요. 혹시라도 배탈 나면 어떡해요?”

 

 장 박사는 윤 박사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며 말렸다.

 

 “이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지?”

 

 최 박사는 스완이 펼쳐져 있는 밭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남 박사가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 때, 작고 검은 무언가가 박사들에게서 꽤 떨어진 저 쪽에서 재빨리 지나갔다.

 

 “엇, 뭐야? 동물인가?”

 

 윤 박사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작고 검은 물체는 키가 자란 스완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하나가 아니었다.

 

 멀리서 이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박사들은 경계했다.

 

 “이 동네 무서워서 안 되겠네. 오늘은 또 뭐야?”

 

 보이지는 않지만 스완 밭을 매우 빠르게 가르며 뛰어오는 물체에 윤 박사는 어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아래에서 뭔가가 불쑥 나타나더니 윤 박사의 한 쪽 다리를 잡았다.

 

 “으아악! 도와줘!”

 

 기겁을 하고 있는 윤 박사에게 박사들이 달려가자 까만 머리를 한 아주 작은 남자아이가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의 다리를 붙들고 있었다.

 

 “엥? 꼬맹이잖아?”

 

 지애는 아이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이는 박사들을 보며 불안해하는 눈빛으로 태국어로 뭐라고 말했다.

 

 “저기, 꼬마야 이거 내 다리는 좀 놓고.”

 

 윤 박사가 자신의 다리에 붙은 꼬마가 손을 떼기를 바라며 아이의 팔을 잡고 떼어 놓으려했다.

 

 아이가 소리 지르자 주변에서 키 큰 스완에 몸이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다른 꼬마 아이 몇몇이 더 튀어나왔다. 꼬마들은 윤 박사를 붙들고 있는 꼬마 옆으로 다가오며 박사들을 노려보았다.

 

 “우리 뭔가 잘못했나본데요?”

 

 두 손을 들고 항복의 표시를 하며 남 박사가 말했다.

 

 “이제는 꼬마들이 우릴 위협 하는 거야?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보이나?”

 

 지애는 허리에 두 손을 대고는 이 우스꽝스럽고 한심한 상황에 대해 한탄했다.

 

 “We’re not a bad person.(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장 박사가 어색하게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얘네 너무 어려. 영어 모르는 거 같아.”

 

 최 박사가 짜증난다는 말투로 장 박사를 보며 답답해했다.

 

 그 때 스완 밭이 시작되는 부근에서 교민 가이드와 현지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 몇이 함께 다가왔다. 그들의 등장으로 이 우스꽝스런 어른과 아이의 대치 상태는 종결되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이 아이들은 스완밭 근처에 사는 고산족 아이들이었다.

 

 자신들의 스완 밭에 외지인인 우리들이 와서 스완을 훔쳐가나 싶어 경계했다는 것이다. 꼬마 아이들의 용기가 대단하기도 하면서도 스완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어린 아이들까지도 나서는가 싶었다.

 

 

 **

 

 

 해질녘이 되자 아름다운 석양이 매홍쏜 전체를 조심스레 채워가며 내려앉았다.

 

 박사들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편의점에서 사온 술을 마시고 잡담을 하는 동안 지애는 홀로 일행과 떨어져 숙소 부근을 산책하고 있는 남 박사에게 갔다.

 

 남 박사는 생각에 젖어 부드러운 산등성이들과 아름다운 쫑캄 호수를 보면서 걷고 있었다.

 

 “웍!”

 

 “깜짝이야! 아, 박사님!”

 

 지애는 남 박사 뒤에 가서 갑자기 놀라게 했다. 남 박사는 갑작스런 소리에 수명이 약간 짧아진 기분이 들었다.

 

 “이건 박사님이 둔한 거라고요. 아까부터 뒤에서 계속 따라왔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지애는 자신의 계획대로 남 박사가 놀라 즐거우면서도 살짝 미안하기도 하여 더 당당하게 따져 물었다.

 

 “내일 재배지역 현지 주민들 만나서 물어볼 거 생각중이에요.”

 

 남 박사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박사님은 항상 내일만 보고 사는 사람 같아요. 여기 풍경도 감상 좀 해요! 정말 이런 석양은 태어나서 처음 봐요.”

 

 지애가 남 박사에게 핀잔을 주며 짙은 오렌지 빛으로 오묘하게 물든 하늘과 산을 가리켰다.

 

 “거짓말 같은 풍경이네요. 말로 다 표현 못 할 정도로.”

 

 남 박사도 풍경을 동공에 담으며 장관에 압도된 듯 먹먹하게 말한다.

 

 “여기 사람들은 매일 이 석양 보고 좋겠어요. 막상 살면...... 좋은 걸 잘 모르려나? 전 어릴 때 멋진 곳도 가보고 여행 많이 다니는 게 꿈이었거든요. 주변 친구들이 하도 방학마다 여행 다녀서. 지금은 시간이 빠듯해서 잘 못 다니지만. 박사님은 쉴 때 여행 좀 다니세요?”

 

 지애는 기지개를 켜며 팔을 스트레칭하면서 남 박사에게 물었다.

 

 “거의 연구실에만 있어서...... 여행 다닌 기억이 없네요.”

 

 재미없는 대답을 해서 미안하다는 듯 남 박사가 쑥스럽게 웃으며 웃는다.

 

 “결론은 항상 연구네요. 너무 그렇게 일에만 매몰되면 안돼요! 다른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박사님 혹시 업무에 대한 강박증 있어요?”

 

 지애는 이젠 남 박사의 대답이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그를 다그쳐본다.

 

 “아뇨.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 전 그냥 연구하고 생각하는 게 정말 좋아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천진한 표정으로 말하는 남 박사를 보고 지애는 수긍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네, 박사님, 암요. 어련하시겠어요.

 

 “과학자가 꿈이었나 봐요?”

 

 “그건 아니었어요. 어릴 땐 이렇다 할 꿈 자체가 없었죠. 제약업계에서 일하게 된 것도 어머니가 아프셔서 그런 결심을 하게 됐거든요.”

 

 “현재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지애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 적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 같나요?”

 

 지애를 보며 남 박사는 여유롭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연구원으로서의 제 모습은 어렸을 때의 현실이 만들어 준거에요. 정말 좋은 일을 하며 살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평온하게 말하는 남 박사의 모습이 확고해보였다.

 

 “그렇군요...... 박사님의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서 물어 봤어요.”

 

 지애도 남 박사를 향해 웃으며 말했지만 지난 번 남 박사로부터 들었던 어린 시절과 김 원장의 이야기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주머니가 안 계셨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절 도와주시고 믿어주신 걸 생각하면 더 좋은 연구 많이 해야죠.”

 

 기승전연구로 웃으면서 마무리를 하는 남 박사를 보며 지애는 아주머니에 대해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려다 그만 두었다.

 

 어느덧 석양도 땅으로 사라졌고 어두움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

 

 

 다음 날 아침부터 박사들은 스완이 뒤덮은 초원 근방에 살고 있는 고산족을 만나러갔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스완이 가득한 이곳을 보며 자랐다고 한다.

 

 이 날은 WS상사 태국지사 직원도 함께 나와 박사 일행과 동행했다.

 

 “WS식품에 사용하는 스완의 조달은 여기에서 하나요?”

 

 남 박사가 내리쬐는 햇빛을 손등으로 가리며 현지지사 직원에게 물었다.

 

 “아뇨. 처음에는 여기에서 현지인들이 재배한 걸 사서 하다가 수요가 많아져서 인근 미얀마랑 가까운 쪽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서 재배하고 있어요.”

 

 직원이 손끝으로 국경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곳을 가리켰다.

 

 “어? 쟤들 어제 본 애들 아니에요?”

 

 장 박사가 스완 초원 입구의 원두막 같은 곳에 올망졸망 앉아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지역에서 나는 채소의 줄기인지를 먹고 있었다.

 

 “너네 이걸 어떻게 먹니? 맛있어? 먹을 만 해?”

 

 지애가 놀라서 아이들이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다는 걸 알면서도 물었다. 아이들과 함께 원두막에 함께 있던 고산족 아주머니가 뭐라고 말했다. 교민 가이드가 그녀의 이야기를 통역해주었다.

 

 “미얀마 쪽에서 넘어온 사람들인데 먹을 게 별로 없어서 산에서 나는 야채 같은 걸 먹는답니다.”

 

 “애들이 먹기에는 너무 거칠어 보이는데요? 맛도 없을 것 같은데......”

 

 아이들은 지애의 이런 걱정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일행들을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며 입을 오물거린다.

 

 “이걸 찍어서 먹으면 맛있대요.”

 

 교민 가이드가 그릇에 든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그릇에는 물에 섞인 가루가 찐득하니 푸르른 색을 띠고 담겨있었다.

 

 “이게 뭐죠?”

 

 남 박사가 가이드에게 물으며 손가락 끝으로 와사비 같은 물질을 살짝 묻혀 입으로 가져간다. 다른 박사들은 먹어도 될지 꺼림칙한 표정을 한 채로 눈은 남 박사의 손끝을 따라 움직인다.

 

 “여기 있는 스완을 가루로 만들어서 물이랑 다른 것들을 넣고 끓이면 이렇게 된대요.”

 

 나물을 다듬는 고산족 아주머니가 만드는 과정을 손짓으로 시연하며 설명하는 것을 가이드가 전달했다.

 

 “보기보다 먹을만한데요? 살짝 단 맛과 매운 맛이 나면서 묘해요. 맛이.”

 

 남 박사는 입 안에 있는 초록물질을 혀로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 본 소감을 말했다. 박사들은 남 박사의 말에 용기를 얻어 다들 그릇에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조금씩 맛보았다.

 

 “생각보다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거랑 같이 먹으면 계속 먹게 된다고?”

 

 최 박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말한다. 다른 박사들도 최박사의 의견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이제 슬슬 국경근처 농장으로 이동해 볼 시간입니다.”

 

 햇빛에 내려쬐는 스완 초원에서 아이들의 비밀 소스를 야금야금 먹어보고 있던 박사들을 향해 상사 직원이 다음 일정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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