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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미스터 트윈스
작가 : 메이플
작품등록일 : 2016.10.31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사이의 미스터리를 풀어라!

 
'파라다이스'
작성일 : 16-10-31 01:22     조회 : 472     추천 : 0     분량 : 7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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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파라다이스'

 

 [남 박사님, 저 취업됐어요!]

 

 한창 연구에 열중이던 남 박사에게 연락이 왔다. 4인 병실에 같이 입원해 있던 박희수씨다.

 

 오랜 고배 끝에 취업하게 된 그를 축하하고 질병과 관련된 추가 정보도 확인하기 위해 퇴근 후 그를 만나기로 했다.

 

 “다른 아저씨들도 전부 퇴원하셨어요.”

 

 남 박사는 평소 그라면 잘 가지 않는 근사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박 군을 데려가 취업축하 저녁을 샀다. 박 군은 식탁을 가득 채운 접시들을 포크로 순례하며 대답한다.

 

 “제가 제일 빨리 퇴원해서 다른 분들의 근황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남 박사는 다른 환자들의 안부를 물으며 박 군의 비워진 음료 잔을 보고 직원에게 리필을 부탁한다.

 

 “제가 제일 늦게 퇴원했는데요. 다행히 아저씨들도 잘 완쾌됐어요. 퇴원할 때 보니까 가족인 것 같아 보이는 분들이 데리러 온 거 같았어요.”

 

 “정말 다행이네요.”

 

 남 박사는 진심어린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취업 준비로 잘 못 잤나보네요. 눈 밑에 다크 서클이 남아있어요.”

 

 남 박사는 본인의 눈 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박 군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아, 이건 병원에 있을 때부터 생긴 거예요. 박사님 퇴원하고 나서 밤에 비명소리가 더 심해져서 제대로 못 잤어요. 제가 원래 예민해서 잠도 깊이 잘 못 자거든요.”

 

 “병원에서 밤에 비명소리가 들린다고요?”

 

 남 박사는 의혹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박 군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네, 모르셨어요? 박사님 있을 때도 몇 번 그랬던 것 같은데.”

 

 “누군가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나요?”

 

 “확실한 건 아닌데요. 중증으로 온 사람 중에 장염 증세 말고도 음, 막 몸이 마비되는 간질 비슷한 심각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있대요. 다른 환자들 말로는 환각을 보는 사람이랑 환청이 들리는 사람들도 있다나? 아, 그리고 간호사들을 막 공격하려고 하는 사나운 환자들도 있다고 했어요. 그 사람들은 묶어놓기도 한다던데...... 무슨 정신병원도 아니고 참.”

 

 박 군은 음식을 먹다 말고 열심히 침을 튀기며 설명을 했다.

 

 남 박사는 그의 말에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병원에 있을 때 자신을 깨운 비명소리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박희수 씨, 요즘은 어디 아픈 곳 없나요?

 

 남 박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박 군에게 물었다.

 

 “네, 특별히 아픈 데는 없어요.”

 

 “알겠어요. 앞으로도 집밥 꼭 챙겨먹고 건강 잘 챙겨요.”

 

 

 **

 

 

 “태국?”

 

 윤 박사는 태국을 가야된다는 남 박사의 말에 놀라 되물었다.

 

 “네. 꼭 가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남 박사는 다시금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남 박사 주장은 사람들이 먹은 음식들의 원재료 성분을 정밀 분석해보니 그게 들어있었다는 거지?”

 

 최 박사는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했다.

 

 “네. 이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WS에서 제조한 인스턴트식품들과 패스트푸드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다른 회사 제품들에서도 고유의 다양한 식품첨가물을 사용하고 있어요. 오히려 이건 천연 허브의 일종이라 별로 문제될 게 없는 것 같은데요?”

 

 남 박사의 대답에 장 박사가 반론을 제기했다.

 

 “아뇨, 아직 알려지지 않은 천연향신료라서 현지에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요. 국내에서는 재배되지 않고 아직 용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자료가 없습니다.”

 

 “WS식품은 식약처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데요.”

 

 지애가 WS식품에서 보내온 자료들을 넘기면서 말했다.

 

 “게다가 WHO랑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도 해당 허브가 원산지 사람들에게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언급한 리포트가 있어요. 식용을 금지하거나 위험 재료로 분리되지도 않았고요.”

 

 장 박사가 염려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설명을 이어갔다.

 

 지난 번 회의 때 남 박사가 음식에서 발견된 특정 원료의 정밀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 이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관련 기관들을 통해 모든 자료들을 긁어모았다.

 

 결론은 문제될 소지는 없는 것 같다는 쪽으로 모호하게나마 모아졌다.

 

 게다가 WS식품과 제약은 오너가 같은데 WS식품에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는 발언이라니!

 

 남 박사의 주장은 위험하다.

 

 박사들은 남 박사의 가정이 불편했다. 그러나 남 박사는 문서에서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얻기 위해 해당 향신료가 자생하고 있는 태국과 미얀마 국경 지대에 있는 매홍쏜 답사 계획을 굽히지 않았다.

 

 “남 박사만 가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장 박사나 최 박사랑 같이 가야하지 않나?”

 

 “그건 사장님 결제를 받아봐야 될 것 같네요.”

 

 윤 박사의 걱정에 지애가 결정권은 선우에게 있음을 알렸다.

 

 

 **

 

 

 지애는 김 원장의 집을 방문한 이후에 처음으로 선우에게 보고를 가게 되었다.

 

 자주 오던 사무실과 늘 보던 선우였지만 오늘따라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낯선 기분이 들었다.

 

 지애는 선우에게 그간의 박사들의 연구 상황을 보고하면서 해외 출장 건에 관하여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선우는 의외로 흔쾌히 승낙했다. 도리어 팀원들이 그 동안의 노고도 있었으니 짧은 휴가 겸 워크숍으로 다 같이 다녀오라고 친히 윤허해주었다.

 

 “박사들이 이 사실을 들으면 깜짝 놀라겠어.”

 

 지애는 선우의 통 큰 결정에 감탄하며 그를 뚫어져라 보았다.

 

 “뭐 그 동안 내가 많이 쪼아댄 것도 있으니까. 더 분발하라는 의미에서 보내는 거야. 근데 내 얼굴에 뭐 묻었나? 혹시 잘생김?”

 

 지애는 선우의 한물 간 개그에 피식 웃었다.

 

 지애는 선우의 얼굴을 보며 남 박사와 과연 쌍둥이인지 다시금 확인하고 싶었다. 남 박사가 살이 좀 더 빠지면 선우 얼굴이 나오겠구나 생각하면서.

 

 “그러네. 잘생김이 묻어있네.”

 

 선우는 자신의 썰렁한 농담에 쏘아대지 않고 순순히 인정해주는 지애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건 그렇고. 그 향신료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들었는데 태국어라 또 까먹었어.”

 

 선우가 손으로 왼쪽 눈썹을 스윽 문지르며 지애에게 물었다.

 

 “태국어로는 ‘스완’(S̄wrrkh̒). ‘파라디이스’ 라는 뜻이래.”

 

 지애가 태국어 검색기에서 찾아서 직접 태국어 발음으로 읽어주었다.

 

 “의미가 참 낭만적이네.”

 

 선우는 양 손을 깍지 끼며 머리 뒤를 받치더니 기분 좋은 상상이라도 하듯 천장을 응시하며 웃었다.

 

 

 

 20. 방콕의 잊지못할 첫날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방콕의 쑤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일행의 목적지인 매홍쏜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TF팀은 매홍쏜에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어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의 하루 이틀을 방콕에서 보내고 가기로 했다.

 

 방콕의 날씨는 서울의 한여름보다도 더웠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박사들은 로비에서 모였다.

 

 “시내 좀 구경하다가 나중에 카오산 가보려고요.”

 

 지애는 배낭여행 온 대학생 같은 복장으로 등장했다. 그녀는 오기 전 자신이 계획해놨던 일정대로 보낼 예정이었다.

 

 “나는 방콕 맛집에 가서 요기부터 할까 하는데. 장 박사 아까 비행기에서 나랑 같이 간다고 했지?”

 

 “......네.”

 

 윤 박사의 물음에 장 박사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럼 최 박사님이랑 남 박사님은요?”

 

 “나는 여기 호텔에 있을래. 더운 건 딱 질색이야.”

 

 최 박사는 창문으로 바깥을 한 번 쳐다보더니 미간을 찡그리며 숙소에서 쉬겠다고 한다.

 

 “저는...... 방콕 잘 모르는데 나 박사님이랑 같이 가도 될까요?”

 

 “저도 방콕 처음이에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연구실에만 계시느라 방콕은 전부 생애 최초에요. 뭐, 남 박사님이 원하시면 같이 가죠.”

 

 지애가 먼저 남 박사를 잡아끌고 나갔다.

 

 “그럼 우리 나중에 연락해서 저녁 때 같이 만나자고.”

 

 등 뒤로 윤 박사가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 들렸다.

 

 “남 박사님, 방콕에서 어디 가고 싶은 데 없었어요?”

 

 호텔에서 나와 거리를 걸어가며 지애가 물었다.

 

 “글쎄요. 방콕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몰라서......아까 어디 산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가이드북 전혀 안 봤어요? 거기가 박사님이 생각하는 그 산이 아니에요. 그냥 이름이 ‘카오산’이에요. 카오산 로드!”

 

 “내일 모레 갈 매홍쏜 자료만 봤더니 전혀 몰랐어요.”

 

 “와, 박사님 진짜 워커홀릭이다. 하루 이틀은 일 좀 잊고 편하게 지내요.”

 

 “노력해볼게요.”

 

 오른손으로 뒷머리를 멋쩍게 긁적이는 남 박사를 보며 지애는 혀를 찼다.

 

 지애와 남 박사는 방콕의 인기 관광지를 이곳저곳 구경할 계획이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더운 날씨에 많이 다니지는 못했다. 저녁이 되니 거리마다 휘황찬란한 불들이 켜지면서 관광객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애와 남 박사는 카오산 로드를 걸으면서 다양한 가게들을 구경하며 태국이 주는 이국적 정취를 느꼈다.

 

 지애가 카오산 로드 초입에 있는 벌레 파는 가게를 보고 신기해하자 남 박사가 애벌레와 전갈을 사주었다.

 

 지애는 막상 먹으려니 차마 입안에 넣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다.

 

 “제가 한 번 먹어볼게요.”

 

 남 박사는 애벌레와 전갈을 잠시 보더니 주저함 없이 꿀꺽 잘도 삼켰다.

 

 “생각보다 맛있어요. 이거 괜찮은데요?”

 

 남 박사는 꽤 비위가 좋은 것 같다. 아마 잘 먹어서 포동포동 살이 붙지 않았나 싶다.

 

 팟타이 같은 길거리 음식도 사먹고 사람구경, 노점상구경 등 번잡한 거리를 돌다 다른 박사들 일행과 만나기로 한 식당에 도착했다.

 

 “즐겁게들 구경하고 왔나? 하하하”

 

 윤 박사는 이미 술을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벌개져서 흥이 올라 있었다. 장 박사는 곤란한 표정으로 윤 박사 옆에 조신하게 앉아 있었고 최 박사는 더워서 움직이기도 싫다며 호텔 근처에서 먹는다고 안 왔단다.

 

 “윤 박사님 좀 말리시지, 이제 초저녁인데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지애는 장 박사를 보면서 소곤소곤 책망했다.

 

 “아 내가 여기 현지 가이드 통해서 분위기 좋은 괜찮은 술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거기 로 가지. 내가 한국에서 온 닥터라니까 아주 좋아하던데.”

 

 저녁을 먹는 중에 윤 박사는 다른 박사들에게 제안했다. 다른 박사들도 방콕의 더운 날씨에 관광에 대한 의욕을 잃었는지 긍정도 부정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다들 연구소에서만 살던 사람들이라 제대로 놀 줄 몰라 노인들이 관광 온 것 같았다. 아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들보다 더 재밌게 놀다 갈 것이다.

 

 아까 윤 박사가 말했던 현지인 가이드가 오자 이동하기 위해 그가 주선해준 택시에 다 같이 탔다.

 

 “아 유 닥터?”

 

 “예스, 예스”

 

 택시 기사가 태국 억양의 영어로 더듬더듬 물어보니 윤 박사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 닥터가 아닌 것 같은데......”

 

 장 박사가 중얼거렸다.

 

 일행을 태운 택시는 시내 중심가를 벗어나는 것 같았다. 차에 썬팅이 진하게 되어 있어서 정확히 바깥을 볼 수는 없었지만 어딘가 한적한 길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이거 어디까지 가야 되는 거예요? 너무 먼데로 가는 거 아냐?”

 

 지애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기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게요. 끝도 없이 가고 있네요.”

 

 장 박사도 걱정이 되는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How long does it take? (얼마나 더 걸리죠?) Where exactly are you going to go? (정확히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요?)”

 

 남 박사가 유창한 영어로 기사에게 물었다. 기사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지 태국어로 뭐라 뭐라 이야기를 했지만 박사들 중에 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래는 거야? 영어도 안 통하는 기사한테 맡기고 가이드가 너무 무책임한데?”

 

 지애는 택시에 탔을 때부터 불만이 많았다. 이거 내릴 때 택시비 왕창 내라고 하는 거 아냐? 아니면 엄청 별로인 곳으로 데려가서 바가지 씌우거나.

 

 끝도 없이 가나 싶던 택시가 어딘가에서 멈추었다.

 

 차에서 내린 박사들을 맞아준 건 이국적인 태국의 바(Bar)가 아닌 폐가 같은 가건물과 총을 든 사내들이었다.

 

 

 **

 

 

 “아, 그때 그 사람이 접근했을 때부터 피했어야 했는데......”

 

 장 박사는 후회와 짜증이 뒤섞인 말을 내뱉었다.

 

 박사들은 작은 방 안에 갇혀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총을 가진 사내들은 그들을 위협하여 건물 안으로 몰아넣었다.

 

 그곳에서 가지고 있던 돈이며 핸드폰 등 귀중품들은 전부 빼앗겼다.

 

 그들 중에 알아듣기 어려운 태국식 영어를 하는 사람이 박사들에게 추가적인 돈을 더 요구했다. 아무리 돈이 없다고 말해도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유 아 닥터, 기브 미 머니 모어!”

 

 아까 현지 가이드인 척하는 바람잡이가 윤 박사에게 접근해서 대화할 때 윤 박사는 한국에서 온 박사이고 자기 동료들도 전부 박사들이다 라고 이야기한 것이 화근이었다.

 

 테러범인지 인신매매범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은 일단 돈이 필요한 것 같았고 닥터란 말에 한국의 부유한 의사들로 착각하여 박사들을 납치한 것 같았다. 그놈의 닥터.

 

 “장 박사님 후회해서 뭐해요. 다시 돌릴 수도 없고. 자책하지 마세요.”

 

 지애는 꼬임에 넘어간 윤 박사나 말리지 않은 장 박사나 덥석 택시를 탄 자신이나 다 같이 때려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태연하게 말했다.

 

 “나 박사님, 진짜 강심장이네요. 이런 상황에서 무섭지도 않아요?”

 

 “엄청 무서워요. 후회할 정신도 없을 정도로요.”

 

 지애는 더 이상의 자책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딱딱하게 잘라 말했다.

 

 “여기 아까 우리를 태우고 온 택시가 보여요.”

 

 남 박사는 성인 남자 눈높이 정도에 조그맣게 나 있는 방의 유일한 창문에 얼굴을 대고 아까부터 계속 주변을 살핀다.

 

 “내가 죄인이야. 내가 잘못했지. 우리 애들 보러 집에 가야 되는데......”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술이 확 깬 윤 박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탓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여자 친구랑 결혼 약속도 했는데 여기서 제가 어떻게 되면 엄청 충격 받을 텐데......”

 

 장 박사도 덩달아 다시 마음이 약해지는지 목소리가 울먹인다.

 

 지애는 징징거리는 두 사람을 못 봐주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남 박사는 아직도 창에 붙어 서서 밖을 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지금쯤 최 박사님이 우리 찾고 있을 거예요. 우리 연락도 안 되고 전화도 전원 꺼졌으니까 경찰에 신고도 했을 거고요”

 

 지애가 두 사람을 진정시키려는 듯 침착하게 이야기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이 된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식당은 최 박사도 아니까 거기까진 와봤을 거다.

 

 경찰이나 대사관 통해서 신고했더라도 휴대폰 전원이 꺼져있으니 위치 추적도 안 될지도. 식당 앞의 거리에서 우리가 택시를 타는 모습이 CCTV에 찍혔어야 뭐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괴한들은 내일 현금인출기를 통해 가지고 있는 카드에서 남아있는 돈을 전부 인출해 달라고 했다.

 

 돈을 넘겨받으면 안전하게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보내주겠다고 하는데 총 들고 협박하는 사람들 말을 믿었다가는 태국에서 눈을 감을 것 같았다.

 

 갑자기 호흡이 답답해진 지애는 방의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창에 매미처럼 붙어있는 남 박사 근처로 다가가 까치발을 하고는 작은 창 너머를 힘겹게 내다보았다.

 

 “계속 보고 있을 게 있나요?”

 

 지애는 남 박사를 보며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아까 택시를 운전했던 기사가 좀 전부터 차 뒷자리에서 자고 있어요.”

 

 남 박사는 창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저 사람도 한 패였던 거죠. 최 박사님이 경찰에 신고했겠죠? 여기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찾을 수나 있으려나?”

 

 지애는 좀 전에 윤 박사와 장 박사를 안심시키던 말을 본인이 했던 건 다 잊어버리고 초조하게 말했다.

 

 “총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다른 차를 타고 여길 빠져나가는 걸 봤어요. 지금 문 밖에는 인기척이 거의 없는 거 보니까 한두 명 정도가 우리 지키다 자고 있는 것 같아요.”

 

 남 박사는 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밖의 상황에 귀를 기울이며 지애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까 정확히 몇 명이 있었죠? 6명 이었나요?”

 

 남 박사가 기억을 더듬으려는 듯 미간을 손가락으로 모으며 눈을 찡그렸다.

 

 “하나, 둘...... 맞아요. 총 6명 있었던 것 같아요.”

 

 지애도 아까 봤던 괴한들의 인상착의를 떠올리면서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나가며 인원수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아까 차를 타고 나가던 사람이 4명이었어요. 차 문 4개가 전부 열리는 걸 봤거든요. 4명이 갔으니 2명이 남아서 우릴 지키고 있겠죠.”

 

 남 박사의 이야기를 듣던 지애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박사님, 우리 이렇게 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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