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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코마
작가 : 나오유키
작품등록일 : 2022.1.21

가난한 연극배우와 주변 인물들에게 찾아온 비극 그리고 넘어서기 힘들어 보이는 절망감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발버둥.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헛된 희망이었다면...

 
암 선고 1-5
작성일 : 22-01-22 18:05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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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늦은 밤이 되어서야 플리머는 집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열쇠를 꺼내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니 컴컴한 어둠만이 플리머를 반겨줬다.

 

 걸치고 온 자켓을 문 옆에 걸어 두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이층으로 올라갔다. 큰 딸 리사와 작은 딸 엘리는 플리머가 온 줄도 모르고 안방의 맞은편 작은 방에서 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깰까 봐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안 방으로 들어가니 아내 로즈가 은은한 노란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책을 보고 있었다.

 

 “이제 왔어요?”

 로즈는 읽던 책을 덮고 플리머를 맞이했다.

 

 플리머는 양말이며 바지를 아무렇게 벗어 던지고는 긴 한숨을 내쉬며 침대위에 털썩 누웠다. 셔츠 윗 주머니에서 말보로를 한 개피 꺼내어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였다. 플리머는 오늘도 잠이 들긴 틀린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플리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즈는 밝은 목소리로 신이 나서 옆자리에 누운 플리머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 내년에 우리 애들 학교에 들어가는데 피아노를 시키면 어떨까? 엘리는 발레를 하고 싶다고 아침부터 난리던데. 호호호.”

 플리머는 대꾸할 힘도 없었다. 가게까지 팔아 치우게 됐다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아내고 있는 표정이었다.

 

 “옆집 클락씨 집 딸 알지? 걔가 교습 받는 피아노 선생이 그렇게 실력이 좋대.”

 로즈의 높은 하이톤 목소리가 오늘따라 왜 이리 짜증이 나는지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정신나간 소리 좀 그만해.”

 얼떨결에 플리머는 로즈에게 대꾸했다. 자신도 놀랐는지 피우던 담배를 멈췄다.

 

 “응? 뭐라고?”

 얼떨떨하긴 로즈도 마찬가지였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당신 지금 나한테 정신나간 소리라고 했어?”

 로즈는 점점 일그러지는 표정을 참지 못하고 플리머에게 내비쳤다. 이불을 걷어차고 달려들 것 같은 기세로 플리머를 째려보는 로즈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당신만 힘들어? 나도 애들 키우고 집안 일하면 힘들다고!”

 플리머는 담배를 더 이상 피우지 못할 것 같아서 침대 옆에 놓여 있던 재털이에 비벼 껐다.

 

 “그게 아니라… 오늘 거래처에서 문제가 좀 있어서 갑자기 생각나서 그 사람한테 말한 거야.”

 

 플리머는 더 이상 말을 할수록 자신만 손해라 생각해 말을 마치자마자 얼른 이불을 덮고 돌아 누웠다. 궁시렁거리는 로즈를 뒤로 한 채 눈을 감은 플리머는 제발 내일 당장이라도 가게가 팔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그리고 이 정신없는 여자도 같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말 공연이 또 다시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어머니 캐서린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날이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공연을 준비하려고 의상부터 세트까지 꼼꼼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또 한 번 김이 빠지는 소식을 동료인 필처에게 전달받았다.

 

 “나 이번에는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수화기 너머의 필처의 풀이 죽은 목소리에 그 어떤 위로도 할 수가 없었다. 맥 자신의 처지도 챙기기 힘든 상황이었다.

 

 식탁에 올려져 있던 며칠 전 마시다 남은 싸구려 위스키를 병째로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뜨거운 열이 위장을 타고 목구멍까지 순식간에 올라왔다.

 

 “뭐 하려고?”

 딱히 알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맥은 생각했다.

 

 “아버지 농장일 도우면서 살까 해. 너도 그만 다른 걸 하는게 어때?”

 그래도 필처는 수년간 같이 연극을 했던 마지막 동료였는데 그 마저 이젠 떠난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지도 몰랐다.

 

 “내가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필처도 맥의 말에 동의하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질 못했다. 서로 한숨만 내쉬다간 통화가 끝이 나질 않을 것 같아 맥이 마무리를 지으려 했다.

 

 “내려가면 연락해. 나는 나 대로 버티고 있을 테니까.”

 

 “그래… 몸 조심하고… 그래도 좋은 일이 있겠지. 살면서 한 번은….”

 무거운 분위기의 통화는 맥이 먼저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서 끝이 났다. 단지 대화가 끝났을 뿐인데 관계가 끝난 것처럼 맥은 기분이 우울하고 허전했다.

 

 조금밖에 남지 않은 위스키를 한 번에 비웠다. 싸구려 위스키라 그런지 맥은 구역질이 났다. 침대 옆에 나 있는 창문을 조금 열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뭐가 아까워 이렇게 질긴 무언가를 잡고 있는 건지 맥도 알 수가 없었다.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대화에서는 연극배우에 대한 어떠한 어려움도 고충도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맥은 아마 이런 삶을 알기에 아버지가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쾅! 쾅!]

 

 해가 슬슬 저물어 갈 때쯤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봐, 맥! 도대체 월세는 언제 낼 거야?”

 뚱보 집주인 피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좁은 복도를 통해 집 안까지 울려 퍼졌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을 느낄 시기는 지났다. 몇번의 경험으로 충분했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무력감으로 머리를 싸매고 창 밖으로 뛰어내렸을지도 모른다.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숨지 말라구.”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드릴께요. 공연도 취소 됐다구요. 젠장!”

 맥은 취소된 공연 때문에 우울한 기분을 피터에게 하소연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문 너머에서 다시 피터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내 알바 아니잖아! 아무튼 다음주까지 돈을 주지 않으면 당장 쫓아 내든지 아니면 네 놈 어머니한테라도 찾아가고 말겠어. 명심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맥은 뚱보 피터가 돌아서는 발걸음을 듣고선 그제서야 한숨을 길게 내쉬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돈을 어디서 구하지… 그나저나 필처도 내려가는 마당에 더 이상 공연 요청이 들어와도 진행할 수가 없겠네…’

 

 침대에 누운 자세 그대로 맥은 오른쪽으로 고개만 돌려 식탁위에 놓여진 다 마신 위스키 병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노을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기 일보 직전의 시내는 여느 때보다 고요했다. 열어 논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소음도 없었다. 고요함이 마치 맥 자신의 인생처럼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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