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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미스터 트윈스
작가 : 메이플
작품등록일 : 2016.10.31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사이의 미스터리를 풀어라!

 
은둔의 과학자
작성일 : 16-10-31 01:19     조회 : 597     추천 : 0     분량 : 8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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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은둔의 과학자

 

 

 지애는 박 기자와 김명환 원장의 집 앞에 차를 대고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띵동

 

 “아무도 없나?”

 

 “여기 안 사는 거 아냐? 그 주소 틀린 건 아니겠지?”

 

 김 원장의 집은 경기도 외곽에 한강을 따라 지어진 전원주택 밀집지역에 있었다.

 

 1시간 전부터 초인종도 눌러보고 집 주변도 빙 돌아보고 들어가는 사람이 없는지 기다려도 봤지만 사람은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전개되면 오기 전부터 공들인 작전이 전부 헛수고가 된다.

 

 지애는 젊은 여성 혼자서 김 원장의 집을 찾아가면 부담스럽게 생각할까봐 이 비밀을 유일하게 공유하고 있는 박 기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박 기자는 자신이 과학전문기자인 것처럼 원로 과학자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러 가는 걸로 설정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과학 쪽으로 뭐 좀 아세요? 중간에 막혀서 버벅 거리면 어쩌시려고......”

 

 “그래도 내가 기자 초반에는 사회부 기자였다니까요. 이 분야도 커버 가능해요.”

 

 “그건 또 무슨 논리래......?”

 

 지애는 박 기자의 대답이 못 미더웠지만 기자 생활을 오래 한 그이니 임기응변에 굼뜨지는 않겠거니 믿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지애와 박 기자가 짜 놓은 계획 자체를 실행도 못 시킬 판이었다.

 

 다시 차 안에서 조금 더 기다리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휴. 산 넘어 산이네.”

 

 크게 한숨을 쉬는 지애를 돌아보며 박 기자가 핀잔을 준다.

 

 “기자들의 고충을 이제 좀 아시겠군.”

 

 “이렇게 바람맞는 거 많이 경험하셔서 그런지...... 담담하시네요?”

 

 “원래 보스 판 깨기가 제일 어렵지 않겠어요? 당연하게 생각하면 답답할 일도 없지.”

 

 “어느 정도 위로가 되네요.”

 

 그렇게 차 안에서 40여분이 흘렀을까? 안에서 누군가가 나온다.

 

 지애는 헛것을 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눈을 몇 번 감았다 떴다 해보며 차에서 내린다.

 

 “저기, 잠시만요. 말씀 좀 물을게요. 여기 사시는 분이세요?”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누구신지?”

 

 중년의 여성이 지애의 등장에 놀란 듯 당황해한다.

 

 “아까 초인종을 몇 번이나 눌러도 인기척이 없어서요. 아무도 안 계신가 했어요. 못 들으셨나요?”

 

 “집주인이 외부 사람 오는 걸 싫어해서 모르는 사람이면 아예 안 열어요.”

 

 지애는 집에 있으면서도 대꾸도 안 했다는 사실에 기가 찼다.

 

 “여기가 김명환 교수님 댁이 맞죠?”

 

 “맞는데......”

 

 “잠시 좀 뵐 수 있을까요?”

 

 “아까도 문 안 열어준 거 알잖아요. 괜히 시끄러운 일 만들지 말고 가세요.”

 

 지애는 아주머니와 몇 번의 실랑이를 하다가 아주머니가 돌아서서 가는 바람에 강제로 대화가 종료되었다.

 

 차에 탄 지애에게 박 기자가 묻는다.

 

 “이제 어쩔 거요?”

 

 “주말에 다시 한 번 와요.”

 

 “그 때 와도 저 아줌마가 안 된다고 할 텐데?”

 

 “주말엔 저 분 말고 다른 사람이 올 수도......”

 

 “그건 어떻게 알고?”

 

 “성당 열심히 다니는 것 같아요. 묵주팔찌랑 묵주반지 끼고 있는 거 봤어요. 속는 셈 치고 한 번 더 와보죠.”

 

 

 **

 

 

 결국 일요일에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괜히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초인종도 안 누르고 차를 세워놓고 안에서 사람이 들어가거나 나오기를 기다렸다.

 

 박 기자는 한 숨 자겠다고 하고는 시트를 뒤로 제치고 코까지 골면서 단잠을 잔다. 지애는 문에서 뭔가 튀어나오기라도 할 듯 집중해서 보고 있다.

 

 오후 늦게 오토바이 한 대가 집 앞에 멈춰 섰다.

 

 저 집에 배달 온 게 정말 맞나? 하는 심정으로 숨죽이며 지켜보던 지애는 배달원이 음식을 가지고 무사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지애는 세상모르게 자고 있던 박 기자를 툭툭 치며 깨운다.

 

 들어갔던 배달원이 잠시 있다 나왔다. 지애가 차 밖으로 내려 친절하게 묻는다.

 

 “저, 어디에서 배달 오신 거예요? 다음번에 저희도 시킬까 해서요.”

 

 앳돼 보이는 얼굴의 배달원은 지애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별 말 없이 오른쪽 잠바 주머니에서 중국집 전화가 적힌 화려한 전단 스티커를 건넨다.

 

 “아, 감사합니다. 혹시 이 집에 자주 배달오세요?”

 

 지애는 스티커를 소중히 받아들고 김 원장의 집을 가리켰다.

 

 “주말에 가끔씩 와요.”

 

 소년인지 청년인지 어려보이는 목소리의 배달원이 무뚝뚝한 말투로 대답한다.

 

 “여기 집 연락처 알고 있어요? 배달 오면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가게 가야 알 수 있는데...... 그건 왜요?”

 

 “학생, 알바비 얼마 받나?”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대화를 듣고 있던 박 기자가 배달 청년 가까이로 다가온다. 배달원은 멈칫하면서 아무 말도 않고 서있다.

 

 “이거 보태서 쓰고. 가게 가서 번호 알려주면 또 챙겨줄게.”

 

 박 기자는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배달 청년의 손에 쥐어주며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그는 손에 들려있는 5만 원을 서둘러 자기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따라오세요.”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게로 가는 동안 박 기자와 지애는 차로 그 뒤를 쫓아갔다.

 

 가게에 들어가 김 원장 집의 전화번호를 알려준 배달원에게 박 기자가 다시 신사임당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연락처를 받고 눈썹을 찡긋 올리며 웃어 보이는 박 기자를 보고 지애는 실소를 터뜨렸다.

 

 

 **

 

 

 “이렇게 긴장되기는 또 처음이네.”

 

 하도 접근 자체가 어려워서 전화도 받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지애는 전화를 받았을 때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몇 차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핸드폰의 숫자 버튼을 하나하나 힘주어 눌렀다.

 

 뚜- 뚜- 뚜-

 

 일정하게 신호음이 가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의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리는 그 시간이 영겁의 시간 같았다.

 

 [......여보세요.]

 

 나이든 사람의 목소리치고는 힘이 있고 낭랑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김명환 교수님이시죠?]

 

 [......그렇습니다만.]

 

 지애의 물음에 상대방은 한 템포 후에 대답을 했다.

 

 [아, 교수님 안녕하세요. 주간일보에서 과학자 특집 기사를 내려고 하는데요. 교수님을 이번에 포커스 인물로 모시려고 합니다.]

 

 [관심 없소.]

 

 [정말 잠시만 시간 내주시면 되세요. 귀찮게 안 해드릴게요.]

 

 [이미 충분히 성가시게 했소. 용건이 끝난 거 같으니 끊겠습니다.]

 

 지애의 머릿속에서는 아까 한 시뮬레이션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사고로 죽은 송현준 박사와 임호경 박사 아시죠?]

 

 [......]

 

 [너무 옛날이라 기억이 안 나시나요? 당연히 아시겠죠. 연구원장으로 계셨으니까요.]

 

 [......용건이 뭐요?]

 

 [그 때 아이들......살아있습니까?]

 

 

 

 18. 괴물을 만나다

 

 

 지애는 김 원장 집의 거실 중앙에 있는 소파에 앉아있다.

 

 가만히 둘러 본 거실의 분위기는 어둡고 적막감이 감돌았고 집 전체에 사람이 사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가족도 없이 독거노인처럼 혼자 사는 것 같았다. 휴일에는 가정부도 안 오나 보다.

 

 김 원장이 손수 차를 내왔다.

 

 지애는 김 원장을 마주하고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프로필 상으로는 80을 훨씬 넘긴 상노인이었다.

 

 그렇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픈 데가 없어 보여 건강한 것 같았다. 머리는 하얗게 샌 백발이었고 전체적으로 이렇다 한 느낌이 들지 않는 평범한 인상이다. 안경 아래에 있는 눈은 속을 읽을 수 없어 탁해보였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나지애라고 합니다.”

 

 지애는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김 원장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WS제약연구소라고 적혀있는 명함을 보던 김 원장은 짧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반가워요. 아까 굉장히 옛날이야기를 하고 싶던 것 같던데.”

 

 지애는 김 원장이 대화를 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을 꺼내는 것을 보며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되겠구나 싶었다.

 

 지애는 자신의 옷 안에 있는 녹음기가 잘 작동하고 있으리라 믿으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송현준, 임호경 박사의 자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지애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김 원장은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시더니 다시 탁자에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죽었지.”

 

 “......”

 

 “부모가 죽었는데 배 속에 있던 애들이 어떻게 살아있어?”

 

 “원장님이 사고 당일에 병원에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사고 당시에 경찰이랑 병원에서 연구소로 연락이 왔었지. 늦은 밤에 연구원들 대부분이 퇴근하고 없으니 나라도 가야되지 않겠나?”

 

 “모두 사망한 걸 확인하셨습니까?”

 

 “의사한테도 듣고 내 눈으로도 직접 확인했네.”

 

 김 원장으로부터는 더 이상 확인할 추가적인 정보가 없을 것 같았다.

 

 지애는 자신의 가방을 열고 무언가를 꺼내 탁자 위에 두었다.

 

 “이거 한 번 보시고 다시 기억을 되짚어보시죠.”

 

 김 원장은 지애가 펼친 사진 두 장을 보았다.

 

 한 장에는 저번에 박 기자가 찍었던 선우가, 다른 한 장에는 남 박사가 있었다.

 

 지애는 상대방이 모른다고 할 경우에는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해서 떠볼 심산으로 사진을 챙겨왔다. 모 아니면 도겠지.

 

 “......자네는 어디까지 알고 있나?”

 

 김 원장은 두 사진의 인물들을 담담하게 한참동안 응시하다가 지애를 보며 말문을 열었다.

 

 

 **

 

 

 박 기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지애는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

 

 여러 풍경들이 시시각각 지나갔지만 지애의 눈에는 단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박 기자도 아무 말이 없다.

 

 지애의 머릿속에서는 아까 김 원장과 나눈 대화들이 파편처럼 박혀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병원에 갔을 때 송 박사는 이미 사망했고 임 박사는 사경을 헤매고 있었지. 아이들은 놀랍게도 죽지 않았고.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살 수 있었네.’

 

 ‘그 아이들이 각각 다른 곳으로 입양이 된 건가요?’

 

 ‘쌍둥이를 한꺼번에 입양해 가는 게 쉬운 일인가? 그것도 그렇지만 나한테 좋은 계획이 떠올랐었거든.’

 

 ‘어떤 계획이었죠?’

 

 ‘나는 그 애들을 봤을 때 운명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지. 최고의 지성을 갖춘 뛰어난 부모에게서 태어난 쌍둥이형제. 부모는 불의의 사고로 모두 죽었지만 아이들은 기적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건. 이 애들은 부모가 못 다 피운 연구 과제를 이루기 위해 남겨진 거야.’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잘 안되네요.’

 

 ‘이 애들의 부모가 맡은 연구 분야는 유전자 공학이었어.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였지. 이 아이들은 실험 대상이 되기에 적합했네. 동일한 유전자니까 환경만 다르게 해서 키우면 되는 거니까. 관찰하는 재미가 있겠다 판단했지.

 

 한 명은 비공개적인 루트를 통해 대기업 회장의 아들로 입양 갔고. 다른 한 명은 자식이 없어 애는 원하지만 집이 가난해서 입양도 쉽지 않던 부부에게 보냈어. 두 아이가 동일한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완전히 다른 극단적인 환경에서 그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해줄지 궁금하지 않아? 이렇게 완벽한 실험 대상을 찾기도 힘들지. 두 박사는 죽으면서도 아주 최상의 연구 과제를 남기고 갔어. 고마울 따름이네.’

 

 ‘지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지애는 당혹감이 묻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 누군가 자신을 당황하게 만들려고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 늙은 원장은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 건지 아는 걸까? 나이가 많아서 치매에 걸린 건 아니겠지?

 

 지애가 한사코 말려도 만약을 대비해야 된다면서 지애에게 부착해준 도청기를 통해 대화를 듣던 박 기자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이 무슨 예상치 못한 사이코 인물의 등장인지.

 

 두문불출 연락도 잘 안 될 때부터 정상인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봤어야 했다.

 

 혹시 갑자기 막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온 몸의 신경이 고막으로 쏠리는 걸 느끼며 지애의 안전이 걱정되기 시작한 박 기자였다.

 

 ‘자네가 들은 그대로일세. 다시 한 번 말해주길 원하나?’

 

 ‘그러니까...... 이선우와 남주현을 상대로...... 실험해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건가요?’

 

 ‘어차피 그 둘이 같은 곳에서 크긴 어려웠어. 찢어져서 자라야 할 운명이라면 부모를 지정해 주는 것도 나쁘진 않지.’

 

 ‘그게 문제가 아니고요...... 실험을 위해 극단적으로 부모를 선택한 거잖아요? 이선우는 그렇다 해도 남주현 박사에게는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요?’

 

 ‘그럼 자네는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났나? 누구는 괜찮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누군가는 아프리카나 북한에서도 태어나는 거야. 정확히 어떤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신도 불공평한 건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내가 한 게 가혹한 짓이라고?’

 

 ‘당신은 윤리도 없는 일개 미친 과학자 나부랭이 주제에 신이랑 자신을 비교대상으로 삼는군요.’

 

 지애는 낮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서는 분노를 억누르려는 그녀의 떨림이 느껴졌다.

 

 박 기자는 도청기로 대화를 듣다가 혹시라도 지애가 탁자라도 엎어버리고 싸우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다. 그리고는 여차하면 집으로 뛰어 들어갈 준비를 했다.

 

 ‘하하하. 그 동안 나만 알고 있던 이 사실을 유일하게 발견해준 아가씨께 고맙네. 나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깝고 재밌는 사실이었어. 죽기 전에 이걸 공유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자신을 비난하는 지애의 발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지애는 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제가 이제 어떤 행동을 할지 걱정되지 않나요?’

 

 지애는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김 원장에게 물었다.

 

 ‘기사라도 낼 샘인가? 그렇게 되면 당사자들이 가장 힘들 거야. 두 사람을 아끼는 자네라면 그들에게 상처 주는 행동은 하지 않겠지.’

 

 ‘......’

 

 지애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으로 향하면서 눈높이 정도 되는 탁자 위에 있는 사진 액자가 시선에 들어왔다.

 

 사진 속에는 30대로 보이는 남자 1명과 여자 2명, 그리고 50대로 보이는 백발의 안경 쓴 남자가 있었다.

 

 그 중에 여자 1명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고 백발의 남자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김 원장이었다.

 

 지애는 순간 눈을 돌려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는 그를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거기 사진에 나란히 서있는 남녀가 쌍둥이의 친부모야.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사람은 나의 딸이지.’

 

 지애는 놀라서 다시 한 번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부부의 얼굴에서 선우와 남 박사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젊은 여성은...... 병원에서 보았던 아주머니다!

 

 ‘딸애가 내 실험에다 방해를 했더구나. 한 애의 인생에 개입해서 조작을 가한 거지. 과학자답지 못한 행동이었어. 아까 자네가 말한 남 박사인지는 우리 딸애가 그렇게 만든 것 같더군.’

 

 

 **

 

 

 그날 늦은 저녁시간에 지애는 체육관으로 갔다.

 

 집에 있으니 어쩐지 갑갑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킥복싱 도장에 나가 샌드백을 한참 때렸다. 분풀이를 하듯, 샌드백이 때려잡아야 할 바퀴벌레라도 되듯 인정사정없이 힘껏 내리쳤다.

 

 샌드백을 묵사발 만들고 있는 지애를 본 트레이너나 운동하던 사람들은 아마도 그녀가 남자에게 실연당한 모양이라고 추측을 했다.

 

 그렇게 몸을 혹사시켰는데도 그날 밤에 지애는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이선우, 남주현. 이들 형제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여태까지 본 어떤 자극적인 기사보다 더 저질이었다. 박 기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하게 연구실로 출근한 지애는 해맑게 웃으며 자신에게 인사하는 남 박사를 보니 죄 지은 사람 마냥 움츠러들었다.

 

 누군가의 말도 안 되는 계획에도 좌절하거나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그를 보니 지애는 마음 한 켠이 먹먹해졌다.

 

 “남 박사님, 참 대견해요.”

 

 지애의 맥락 없는 칭찬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이유를 묻는 남 박사의 등을 지애는 아무 말 없이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

 

 

 며칠 후 지애의 생일이었다.

 

 TF팀 연구원들은 지애의 생일을 건수 삼아 회식 자리를 만들었다.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 박사는 지애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이게 뭐에요?”

 

 “나 박사님 생일 선물이요.”

 

 “어머, 뭘 이런 걸 다 준비하셨어요?”

 

 “별 거 아니에요. 박사님 필요한 걸 드려야 될 것 같아서...... 잘 사용하셨으면 좋겠네요.”

 

 남 박사가 수줍게 전해 준 쇼핑백 안에는 차량 의자매트와 티백 세트 케이스가 있었다.

 

 “저번에 박사님 차 몇 번 얻어 탔잖아요? 그 때 보니까 의자매트가 없어서 추위 타시던데...... 아, 그리고 차는 저번에 티타임 못 한 것도 있고 해서, 제가 고른다고 열심히 골랐는데 박사님 취향이 아니시면 교환하세요.”

 

 지애는 남 박사의 배려가 담긴 세심한 선물이 고마웠다.

 

 “고마워요. 소중하게 잘 쓸게요.”

 

 집으로 돌아오는 지애의 한 손에는 남 박사가 준 선물이, 다른 쪽 손에는 선우가 선물했던 가방이 들려있었다.

 

 한 사람은 재력으로 단숨에 비싼 가방을 사주었고 또 다른 이는 선물을 고르기 위해 시간을 들여 자그마한 것들을 준비했다.

 

 지애의 마음 속 저울의 무게 중심은 정성어린 소박함 쪽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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