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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15화. 내려놓음
작성일 : 22-01-22 16:52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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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내려놓음

 

 그 시간 한성은 수정을 데리고 노래방에 갔다.

 맥주 몇 캔도 주문했다. 한성은 ‘마이웨이’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수정은 손뼉만 치고 있었다. 한성의 노래는 수준급이다.

 

 “노래 정말 잘한다.”

 

 수정이 힘껏 손뼉을 쳤다.

 

 “아줌마도 한 곡 불러요.”

 “아는 노래가 있어야죠.”

 “애창곡 없어요?”

 “애창곡…….”

 “네.”

 

 수정이 잠시 고민을 하였다.

 평소 자주 흥얼거렸던 박인희가 불렀던 ‘끝이 없는 길’이 생각났다.

 

 “아, 있어요. 끝이 없는 길…….”

 “끝이 없는 길이라…….”

 

 한성이 리모컨으로 끝이 없는 길을 찾아서 버튼을 툭툭 눌렀다.

 전주곡이 흘러나왔다.

 수정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어느새 수정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한성이 마이크를 들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수정이 서러움이 북받쳐 마이크를 내려놓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한성은 그녀가 실컷 울도록 내버려 둔 채 계속 노래를 불렀다.

 

 한바탕 울고 나니 수정은 마음이 좀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진심으로.”

 “진심으로 고마우면, 핸드폰 한번 줘 봐요.”

 “네?”

 “고맙다면서요.”

 

 한성이 손을 내밀어 핸드폰을 달라고 하자.

 수정이 잠시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한성이 자신의 번호를 수정의 핸드폰에 저장하고는

 

 “내 이름이 한성인 건 알아요?”

 “네.”

 “꼭 기억하세요. 조선 시대 서울 한성. 알았어요?”

 

 이름이 조선 시대 서울 한성이라는 말에 수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 이름이 그렇게 우스워요?”

 “그게 아니라…….”

 “울보를 웃게 했으니 아주 훌륭한 이름 맞죠?”

 

 한성이 장난스럽게 말하였다.

 

 “네. 아주 멋진 이름이에요.”

 

 수정이 수줍게 웃으며 대답하였다.

 

 “여기 내 전화번호 입력해 놓았으니 오늘처럼 답답하거나, 울고 싶거나

 또 술이 당기거나, 누구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땐 언제든지 호출해요.

 십 분 내로 달려나갈 테니…….”

 

 한성이 마치 학생을 가르치듯 말했다. 수정이 멋쩍게 웃었다.

 

 “오늘부터 나, 아줌마 십분 대기조니까 필요할 때 꼭 써먹어요.”

 

 한성은 미덥지 않은지 다시 한번 당부하듯 말하였다.

 

 “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고마우면 다음엔 신세 꼭 갚아요.”

 “네.”

 “그만 나가요.”

 

 둘은 노래방을 나갔다.

 밤이 깊어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바래다 드릴게요.”

 “아뇨.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수정이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택시 잡아드릴게요.”

 

 택시가 멈추자 수정이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

 

 “잘 가요.”

 

 한성이 손을 흔들었다.

 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택시는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

 

 새벽 두 시가 넘어 수정이 집에 도착하였다.

 성호가 밖에서 수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리 늦었어?”

 

 공동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 수정을 성호가 막아섰다.

 

 “웬일이야? 마중을 다 나오시고?”

 

 수정이 성호를 보자 술이 확 깨는 기분이다.

 수정에게서 술 냄새가 확 올라왔다.

 

 “전화는 왜 안 받았어.”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하셨을까?”

 

 수정이 비꼬듯 말했다.

 

 “걱정되니까 전화했지.”

 “…….당신이 나 때문에 걱정해! 왜?”

 

 수정이 코웃음을 쳤다.

 

 “연락이 안 되니까 걱정이 되지.”

 “정말 어이없다. 누가 들으면 자기가 나 엄청나게 아끼면서 사는 줄 알겠네.”

 “술 마셨니?”

 “그래. 한잔했다.”

 

 수정이 성호를 확 째려보며 말했다.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성호가 수정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놔.”

 

 수정이 성호의 팔을 확 뿌리쳤다.

 수정의 눈이 하도 차가워서 성호는 지원의 이름을 들먹일 수가 없었다.

 

 “내 전화는 왜 안 받았어?”

 

 성호는 수정의 눈치를 슬쩍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성호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우리가 언제 전화하고 살았어?”

 

 맞는 말이다.

 평소 쇼윈도 부부로 살아왔던 부부였기에 전화를 안 받았다고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수정의 처지에서 보면 전혀 공감이 안 될 것이다.

 

 “왜 갑자기 화가 났는데?”

 

 성호는 대답 대신 한숨을 쉬었다.

 

 “할 말 없으면 그만 들어가자.”

 “…….”

 

 성호는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졸린다.”

 

 수정이 손으로 입을 막고 하품을 하며 현관을 향해 비틀비틀 걸었다.

 성호는 조용히 수정의 뒤를 따라갔다.

 

 ***

 

 수정은 홀가분하였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꼼꼼히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금방 졸음이 쏟아졌다. 아주 오랜만에 맛보는 편안함이다.

 남편과 지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 난 뒤로 지금까지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렸다.

 눈을 감으면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애를 쓰면 쓸수록 잠은 더 멀리 달아나 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잠을 불러오기 위해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술기운에 금방 잠이 드는 듯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새벽녘 어둠과 마주하는 날이 늘어갔다.

 두려웠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어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

 의사는 기계적으로 묻고, 기계적으로 답했다.

 약을 처방해 주었다. 소량의 수면제가 포함돼 있었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수정의 마음은 점점 피폐해갔다.

 술과 약물의 도움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했다.

 결국, 치료를 중단하고 말았다.

 여섯 시 반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수정은 습관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잠을 깊이 자 그런지 몸은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었다.

 그제 사 놓았던 시금치를 데쳐 나물을 무치고 북어를 넣고 콩나물국도 끓였다.

 정확하게 7시 반에 밥상이 차려졌다.

 출근 준비를 마친 성호가 서재에서 나왔다.

 

 “아침 먹고 가.”

 

 그가 주춤했다. 너무 뜻밖이었다.

 

 “내가 언제 집에서 아침밥 먹었어?"

 

 성호가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지고 현관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상 다 차려놨어. 한 술만 뜨고 가.”

 

 성호는 문득 어젯밤 지원의 말이 생각났다.

 아내가 하라는 대로 식탁 앞에 앉았다.

 

 “당신은 안 먹어?”

 “난 좀 있다가 먹을게!”

 

 오랜만에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마주하니 기분이 묘했다.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해 들어와도 콩나물국은 고사하고

 물 한잔도 챙겨 주지 않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해장국까지 끓여서 먹고 가라니.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오래 못 산다고 했는데

 혹시 이 여자가 무슨 큰 병이라도 걸린 게 아닐까 괜히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아픈 사람의 얼굴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평소보다 훨씬 더 편안해 보였다.

 도대체 뭘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녀가 만들어 준 해장국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성호가 아침을 먹고 나간 뒤 민우가 방에서 나왔다.

 

 “밥 먹을래?”“아니. 그냥 빵 먹을래.”

 “알았어. 앉아.”

 

 평소와 달리 밝은 엄마의 표정을 보고 민우는 의아했다.

 수정은 달걀부침과 방금 토스트 기에서 구운 빵과 우유를 식탁에 차렸다.

 

 “엄마 뭐 좋은 일 있어?”

 “그래 보여?”

 “응”

 “그래.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있어.”

 “그게 뭔데?”

 “음.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잖아.”

 “치. 뭐야.”

 “왜? 틀린 말 아니잖아.”

 “맞는 말이지만. 엄마가 그런 말 하는 건 왠지 안 어울려.”

 “이제 그렇게 살려고”

 “어디 아파?”

 “아니?”

 “정말 아픈 건 아니지?”

 “엄마 얼굴을 봐, 어디 아픈 사람으로 보이나.”

 “그러게. 아픈 사람 얼굴은 아니네. 그렇담 대환영”

 “많이 먹어.”

 “참, 나 수능 볼게.”

 “정말이야?”

 

 수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응”

 “그래 정말 잘 생각했다.”

 “대신 진로는 내가 결정할 거야.”

 “알았어.”

 

 민우는 밝아진 엄마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 평소 하지 않던 수다를 다 떨었다.

 

 “아들 정말 고마워.”

 “엄마가 시험 보라고 해서 보는 건 아니야. 그러니 고마워할 필요 없어. 이건 내 마음이야.”

 “그래. 어쨌든 고마워. 그렇게 마음먹어줘서…….”

 “빵 맛있다. 엄마도 먹어봐.”

 

 민우는 빵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

 

 민영은 열 시가 넘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으로 밥을 먹고 집을 나갔다.

 모두 가고 난 뒤 수정은 포트에 커피를 끓였다.

 씁쓸한 커피 향이 집 안 가득 퍼져나갔다.

 커피를 잔에 막 따르려는데,

 한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줌마!

 “네?”

 -어제 잘 들어갔어요?

 “네. 잘 들어왔어요.”

 -마음은 좀 편해졌어요?

 “네. 덕분에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커피 한잔 같이할래요?

 “커피요?”

 -네.

 “어쩌나. 지금 커피 마시고 있는데요."

 -아줌마도 참…….눈치가 그렇게도 없어요?

 “오늘은 일이 좀 있어요.”

 -내일은요?

 “내일? 글쎄, 아직은 잘…….”

 -알았어요. 커피 식기 전에 얼른 마셔요. 또 연락할게요.

 

 한성이 전화를 뚝 끊었다.

 지금까지 숱한 여자를 만나 봤지만 이렇게 막막한 사람은 처음이다.

 그런 그녀가 종일 그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

 인사동이나 다녀올까. 그래, 지원이 누나한테 가 봐야겠다.

 커피는 거기서 마시자.

 한성은 인사동으로 향했다. 주중이라 그런지 찻집이 한산하였다.

 지원은 주방에서 차를 끓이고 있었다.

 한성이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똑똑”

 

 한성이 차 끓이는 일에 열중인 지원을 향해 말로 노크하였다.

 

 “어. 왔어?”

 

 한성이 사람 좋게 활짝 웃었다.

 

 “자주 보네.”

 “그러게.”

 “대추차 줘?”

 “아니, 오늘은 커피 마실래.”

 “알았어. 금방 커피 가지고 나갈게.”

 

 한성이 한쪽 자리에 앉았다.

 지원이 커피를 가지고 나왔다.

 

 “오늘은 왜 혼자야?”

 “어, 오늘 아르바이트 쉬는 날이야.”

 "그래?"

 “어.”

 “혼자 안 바빠?”

 “주중이라 괜찮아. 근데 너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아니. 그냥 누나가 끓여주는 차 한 잔 마시고 싶어서…….”

 “음. 아닌 것 같은데…….”

 

 한성은 수정에 관해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그 여자를 만났어.”

 “…….강릉에서 만났다는 여자?”

 “응.”

 “어떻게?”

 “우연히 또 만났어.”

 “어쩜 세상에!”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들 하지!”

 “그런 말이 있긴 하지.”

 “나 어제 그 여자랑 술도 한잔했어.”

 “그래? 그 여자는 널 어떻게 생각한대?”

 “이제 겨우 두 번짼데 뭐. 그냥 나 혼자 좋아하는 거야.”

 “어떤 여잔지 궁금하다. 언제 한 번 데리고 와.”

 

 수정이 누나의 친구라는 사실을 알면 지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그녀만 생각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 때 자기 곁을 지켜 준 사람에게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한성은 지금이 그녀의 마음을 얻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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