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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미스터 트윈스
작가 : 메이플
작품등록일 : 2016.10.31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사이의 미스터리를 풀어라!

 
어딘가 닮은 남자
작성일 : 16-10-31 01:15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7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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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어딘가 닮은 남자

 

 

 지애는 연구소에 막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다.

 

 순간 어딘가에서 나타난 남자가 자신에게 접근했다.

 

 “혹시 이 분들을 아십니까?”

 

 “아, 놀래라. 뭐라고요? 누구시죠?”

 

 지애는 아침부터 주차장에서 ‘도를 아십니까’를 권하는 사람을 만났나 싶어 짜증이 났다.

 

 어서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지애는 그를 병원균 보듯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그러나 박 기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지애에게 가까이 다가와 사진 두 장을 들이밀었다.

 

 “여기 나온 이 여자분, 본인 맞죠?”

 

 지애는 갑자기 눈앞에 다가온 사진들을 본다.

 

 한 장은 선우와 호텔에서 점심 먹은 날 사진, 다른 한 장은 남 박사와 퇴근할 때 연구소 주차장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당신 누구야? 이 사진 왜 찍었어?”

 

 지애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고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저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요. 진정하시죠.”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왜 날 미행했어?”

 

 “아쉽겠지만 그 쪽은 전혀 관심 밖이에요. 다른 사람 쫓아가다가 우연찮게 아가씨도 나온 거죠.”

 

 “누구를 미행했는데?”

 

 “다른 연예인 따라다니다가 여기 이 양반이 같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사람 누군지 알아내려 뒤를 좀 밟다보니 그 쪽도 나온 거고. 그 쪽 통해서 이 사람 누군지 확인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당신이랑 또 다른 남자랑 이렇게 또 한 방 나왔죠.”

 

 박 기자는 지애가 나온 경위를 사진 속 인물들을 짚어가며 설명했다.

 

 “대충 짐작은 가는데 이 양반 정확하게 누굽니까?”

 

 그는 가장 알고 싶었던 대상인 선우를 손으로 가리키며 지애에게 묻는다.

 

 “대답해줄 이유가 없는데요?”

 

 “쉽게 말 해주지는 않겠죠. 정보가 돈인데. 자, 여기 내 명함. 생각 있으면 연락하쇼. 정보 제공에 대한 대가는 많이는 안 되겠지만 좀 챙겨 드릴게.”

 

 “연락할 일 없으니까 명함 됐어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법적 조치 취할 겁니다.”

 

 명함을 내민 백 기자의 손을 무시하고 쏘아댄 지애는 그대로 돌아서서 연구소로 들어가려 한다. 뒤돌아 걸어가는 지애에게 백 기자가 말을 던진다.

 

 “그래도 받아가요.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이 사람들 닮지 않았습니까?”

 

 

 **

 

 

 지애는 평소와 같이 지내려 했다. 그렇지만 책상 앞에 앉으니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아침부터 별 이상한 놈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더니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몇 대 맞은 기분이다.

 

 인기 여배우와 사진이 찍힌 선우에 대한 알 수 없는 묘한 배신감도 들고 선우와 남 박사와 함께 찍힌 자신의 사진을 보니 자신이 무슨 첩보 영화의 등장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지애는 다 같이 점심식사를 할 때 밥을 먹다 말고 남 박사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러다 머릿속에 떠올린 선우의 얼굴과 비교를 해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상에는 서로 닮은꼴인 사람들도 있는 법이니까.

 

 하나는 늘씬한 미남인데 다른 하나는 후덕한 호남이다. 일단은 남 박사가 살이 더 빠져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할 것 같았다.

 

 

 **

 

 

 매 주 마다 있는 회의에서 TF팀의 소속의 연구원들은 각자의 연구 성과를 보고하고 업무 분담을 조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 사이의 전파는 아닙니다. 굳이 격리 치료를 진행할 필요가 없는 질병입니다.”

 

 “같은 집 식구들이나 가까운 회사 동료들 간에 비슷한 증세가 발생한 건 어떻게 해석할건가?”

 

 남 박사의 발언에 닥터 최가 펜 끝으로 책상 위를 일정한 간격으로 내리 찍으며 물었다.

 

 “실은 제가 저번에 아팠을 때 장염유사증세의 중증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 저와 같이 치료 받던 분들은 같이 지내는 가까운 가족들이나 동료들이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사람 간에 전염이 있다고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남 박사는 아무런 동요가 없는 얼굴로 침착하게 답했다.

 

 “도리어 식생활을 통해서 해당 증상이 생긴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환자들에 대한 역학 조사에서 식중독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이 나왔는데요. 섭취한 음식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도 장염의 증세를 보이는 건 새롭게 등장한 바이러스라고 판단 하에 그렇게 연구도 진행되고 있고요.”

 

 장 박사는 남 박사의 단언에 미간을 모으며 염려스러운 눈으로 말했다.

 

 “그래서 제가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의 평소 식단이나 생활환경과 같은 정보들을 세세하게 확인하고 자주 섭취한 음식들에 대한 성분 조사를 마쳤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지?”

 

 닥터 최는 궁금하다는 듯 남 박사의 말이 마치기가 무섭게 물었다.

 

 “특별히 문제가 되는 건 없었습니다.”

 

 “거봐, 아니라니까. 이 사건 처음 터졌을 때 식약처나 질병관리본부에서 문제될 수 있는 건 다 검사하고 그랬는데 별다른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윤 박사는 기대했다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에 남 박사는 낮고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아직 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

 

 

 검은색 세단들이 고급 주택이 즐비한 언덕길을 구렁이처럼 연이어 올라갔다.

 

 차들이 다다른 곳은 정원 곳곳 마다 밝혀진 은은한 불빛들이 저택을 에워싸 동화 속 궁전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선우의 본가에 WS그룹 일가족이 모였다.

 

 회사전체를 이끄는 장남인 이 회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였다.

 

 가정적인 성격으로 호화로운 잔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 회장이 다 같이 집에서 밥이나 먹자고 해서 나름 소박하게 생일을 치르게 되었다.

 

 높이가 5미터 가까이 되는 창문들을 모두 열어젖히자 정원의 따뜻한 저녁 봄바람이 실내까지 불어왔다.

 

 “선형이 많이 컸네. 이제 대학생이 돼서 그런지 아주 의젓하고 남자답구나.”

 

 선형의 맞은편에 앉은 작은 아버지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다가 부친 생신축하를 위해 잠시 귀국한 선형을 보며 말을 건넸다.

 

 “오랜만에 보니까 볼 때마다 크는 거 같긴 해요.”

 

 어머니 조 여사가 착한 사슴처럼 웃고 있는 선형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보며 이야기한다.

 

 “이제 20살 언저린데. 그래도 몇 년 있으면 형처럼 더 믿음직스럽고 든든해지겠지.”

 

 이 회장은 국을 뜨며 선형과 그 옆에 앉은 선우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선우도 아버지를 마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로 화답한다.

 

 “아빠, 형은 넘사벽이라 너무 기준이 높아요.”

 

 “넘사벽이 뭐니?”

 

 “젊은 사람들이 쓰는 줄임말이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형은 동생인 제가 봐도 능력자에요.”

 

 부자간의 대화를 듣다가 어머니 조 여사가 나서서 선형을 격려한다.

 

 “형은 너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니까 그렇지. 너도 이제 하나하나 배워나가면 형처럼 될 수 있어.”

 

 선우는 어머니 조 여사를 한 번 쳐다보고는 물 잔을 들어 들이킨다.

 

 “아 참, 요새는 제약 쪽은 어떻게 돌아 가냐? 그거 승산은 있는 거니? 다른 제약 회사들은 손 다 뗀 거 같던데.”

 

 작은아버지는 화제를 바꿔 선우에게 WS제약의 근황을 묻는다.

 

 “신약 개발 쪽이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곳이어서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분명히 결과는 나옵니다.”

 

 이미 기사나 사내보고 자료를 통해서 알고 있을 내용을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언급하는 작은 아버지였다.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선우가 식품 쪽도 판도를 완전히 바꿀 정도로 잘 키워놨으니 제약 쪽도 잘 해 낼 거다. 맡은 거는 기가 막히게 잘 하니까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이 회장은 동생을 바라보며 선우의 편을 들어주었다.

 

 “염려마시고 기대해주세요.”

 

 선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를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그날 밤 선우는 자신의 스포츠카를 타고 자유로를 새벽녘이 될 때까지 미친 듯이 질주했다.

 

 차가운 바람과 시원한 속도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슴 속에 불덩이를 가진 듯 답답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14. 뜻밖의 병문안

 

 

 연구소의 밤도 깊어갔다. 남 박사가 늦게까지 연구를 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남 박사의 연구에 대한 열정은 다른 연구원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윤 박사가 타성에 젖어 삼시 세끼 밥 먹는 것처럼 연구를 반복하는 것이라면, 최 박사는 비관론자로 혁신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스타일이었다.

 

 장 박사는 팀에서 가장 낮은 직급의 연구원이라 윗사람들의 비위와 분위기를 맞추느라 개인 역량이 갉아 먹히고 있었다.

 

 남 박사는 진정으로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영혼을 불어넣어 몰입하고 있었다. 흡사 이 일과 사랑에 빠진 것도 같았다.

 

 “박사님, 오늘 몇 시에 나가세요?

 

 남 박사의 연구실 문 앞에서 지애가 안에다 대고 물었다.

 

 - 잘 모르겠어요. 좀 늦을 것 같긴 한데. 에취!

 

 연구실 안에서 남 박사의 목소리가 대답한다.

 

 “박사님, 방금 기침했죠? 혹시 감기?"

 

 “아니에요. 박사님 저에 대해 건강염려증 있는 거 아니에요?”

 

 남 박사는 문을 열며 나와서 지애를 안심시킨다.

 

 “연구소 오시자마자 병원 입원한 분이 하실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옷도 이렇게 두껍게 입은 분이 웬 기침이래요?”

 

 지애는 따뜻해 보이는 스웨터 카디건을 입은 남 박사를 보며 물었다.

 

 “그냥 갑자기 간질간질해서 기침 난 것 같아요.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남 박사는 다정하게 웃어 보인다.

 

 “아직 초봄 저녁이라 좀 쌀쌀하니까 따뜻한 차라도 한 잔 씩 할까요?"

 

 웃는 남자를 본 지애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차라도 마시겠냐고 권하며 탕비실 쪽으로 간다.

 

 남 박사는 탕비실로 향하는 지애를 보다가 자신의 핸드폰이 책상 위에서 요란한 진동 소리를 울리는 걸 들었다.

 

 통화를 하던 남 박사는 점차 얼굴이 심각해지며 어두워졌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남 박사는 양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얼굴을 들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거 저만 특별히 갖고 있는 아주 괜찮은 홍찬데요....... 박사님?”

 

 양 손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잔을 들고 오던 지애는 외투를 입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남 박사를 보고 놀란다.

 

 “아쉽지만 티타임은 다음으로 미뤄야 될 것 같네요.”

 

 

 **

 

 

 지애는 옆자리에 남 박사를 태우고 서연종합병원으로 향했다.

 

 남 박사와는 항상 병원으로 드라이브 갈 운명인가 보다 생각했다.

 

 얼마 전에도 이런 비슷한 장면이 있었지.

 

 그 때와 다른 점은 남 박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끼고 있던 낡은 털장갑의 결을 하염없이 쓸어내리고 있었다.

 

 아까 온 전화는 남 박사를 돌봐 준 아주머니가 위급하다는 병원 관계자의 연락이었다.

 

 저번에 남 박사를 통해 아주머니가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고 있는 지애는 그가 받았을 충격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남 박사가 차를 몰고 가겠다는 말에 ‘지금 직접 차를 몰고 가다가는 병원 가기 전에 어디 잘 못 박을 수도 있다’라고 설득해서 그의 기사 노릇을 해주게 되었다.

 

 그들이 병실에 도착하자 아주머니는 남 박사를 알아보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가움으로 그를 맞았다.

 

 “주현아, 내가 괜히 또...... 너를 귀찮게 했구나.”

 

 말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 보이는 그녀는 남 박사를 보고 온 힘을 쥐어짜내는 것 같았다.

 

 “섭섭하게 무슨 말씀이세요. 얼른 일어나실 거예요. 의사분께 들으니 아까보다 많이 좋아지셨대요.”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남 박사는 아주머니의 손을 잡아주었다.

 

 “내가 해 준거네. 이제는 더 좋은 걸 하렴.”

 

 아주머니는 털장갑을 낀 남 박사의 손을 바라보다가 외투 안에 입고 있는 회색의 스웨터 카디건으로 발견하고 다정하게 말한다.

 

 “이거 정말 따뜻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눈썰미 좋게도 입고 있는 카디건과 장갑이 자신이 떠 준 거라는 걸 잘 아는 아주머니를 보며 남 박사는 안심이 되었다.

 

 “옆에 온 아가씨는 누구신지?”

 

 남 박사를 바라보던 아주머니는 그의 뒤에 멀뚱히 서 있던 지애가 눈에 들어왔는지 묻는다.

 

 “저희 연구실 박사님 중 한 분이에요.”

 

 “아주 미인이시네. 반가워요. 우리 주현이 잘 부탁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아까 소식 듣고 같이 오게 됐습니다.”

 

 지애는 약간은 어색한 듯 아주머니를 향해 인사를 하며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

 

 

 병실에서는 남 박사와 아주머니가 이야기를 나누었고 지애는 병실 밖에 잠깐 나와 있었다.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보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겠거니 하며 화장실을 다녀왔다.

 

 병실 앞 복도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서성이다 남 박사가 원무과에 다녀오겠다며 아주머니를 봐 달라고 했다. 지애는 병실 안으로 다시 들어가 잠든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잠이 든 모습에 안심하며 창가 쪽으로 가서 밖을 내려다보았다.

 

 “주현아...... 자랑스럽구나.”

 

 지애는 갑작스런 말에 놀라 아주머니 쪽으로 다가갔다.

 

 “정말 훌륭하게...... 잘 커줬어.”

 

 아주머니는 꿈을 꾸는 중인지 잠시 현실이 분간이 안 되는지 남 박사가 여기에 있는 줄 알았는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애는 아주머니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바로 곁으로 다가갔다.

 

 “주현아, 너희 부모님도 지금 너를....... 봤다면 좋았을 텐데......”

 

 지애를 남 박사로 착각한 아주머니가 지애를 보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아주머니가 옆에 선 지애를 주현으로 알고 손을 잡으려고 더듬더듬하는 것 같았다.

 

 지애는 얼른 환자침대 옆 탁자에 남 박사가 벗어둔 털장갑을 손에 끼고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주머니는 아까 만졌던 익숙한 감촉에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초점 없는 눈으로 지애를 바라보았다.

 

 “너는...... 엄마, 아빠를 뛰어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될 거야.”

 

 아, 왜 하필 남 박사님은 이럴 때 자리를 비운건지.

 

 지애는 자신을 남 박사로 알고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하는 아주머니를 보며 정작 당사자가 없음에 안타까워했다.

 

 그러다 얼마 전 남 박사로부터 들은 가족 이야기에는 부모가 과학자라는 말은 못들은 것 같아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뭐지? 지금 정신이 오락가락하셔서 헛소리 하는 건가?

 

 지애는 아주머니가 뭔가 더 말을 해 주길 바랐지만 그녀는 이내 피곤해졌는지 곧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허탈한 심정으로 아주머니의 손을 계속 잡고 있는데 문 밖에서 소란스러운 인기척이 나며 남 박사가 들어온다.

 

 “누가 왔다 갔었나요?”

 

 남 박사는 문을 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여기 온 사람 전혀 없었는데요?”

 

 “조금 전에 문 앞에 누가 서있었는데 다녀 간 분 아니에요?”

 

 “누가 서 있었다고요?”

 

 지애는 놀라서 일어나 문을 열어 보고는 복도 쪽을 살폈다.

 

 누군가 복도 저쪽 끝에서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지애는 사라진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려기 위해 그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사라진 사람은 복도 끝에 있던 엘리베이터를 누르다가 답답했는지 비상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지애는 비상계단의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는 거칠게 문을 열고 확인했다. 누군가가 아래로 급하게 내려가고 있었다.

 

 지애는 미친 듯이 쫒아서 내려가 그 사람이 나가버린 1층 로비로 나와 힘들게 숨을 몰아쉬었다.

 

 로비에는 의사, 간호사, 입원한 사람들의 가족 등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사라진 남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이었어요?”

 

 남자를 찾지 못하고 다시 병실로 돌아온 지애는 남 박사를 추궁하듯 물었다.

 

 “잠깐 봐서 정확하진 않지만 턱 수염이 있었어요.”

 

 지애는 누군가 짐작 된다는 듯 주현에게 인상착의를 물었다.

 

 “혹시 코 옆쪽으로 점 같은 거 없었어요?”

 

 “얼핏 봤는데......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기자 양반아, 미행을 하려면 수염을 밀거나 점을 빼던가 해서 별 특징 없는 얼굴을 만들어야 기억하기도 어렵지.

 

 지애는 사라진 남자가 주차장에서 만났던 기자인 것 같다는 확신을 했다.

 

 근데 그 기자는 왜 이렇게 우릴 쫒아 다니는 거지?

 

 “아는 사람이에요?”

 

 주현은 지애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글쎄요. 잘 모르는 사람이에요.”

 

 

 **

 

 

 지애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저번에 인사과에서 보내 온 남 박사의 이력서를 선우에게 전달할 때 본 바로는 남 박사의 부모는 과학자가 아니었다.

 

 아까 돌아오는 차에서 남 박사에게 부모님이 과학자냐고 물었을 때 전혀 아니라고 대답했다.

 

 도리어 웬 뜬금없는 소리냐는 질문만 받았다. 지애는 그냥 해 본 얘기니까 신경 쓰지 말라했다.

 

 아무래도 아주머니가 보던 드라마랑 현실을 헷갈린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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