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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날'에 베이다
작가 : 셰리프a
작품등록일 : 2016.10.26

서른을 코 앞에 둔 은동명은 수십억의 빛과 출구없는 사랑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견디듯 살고있다.
어느날 백장미에게 속아 술에 취한채 국화랑과 원나잇스탠드를 하게 된다. 비록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녀는 국화랑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은동명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남자 정의와 정의의 범법행위를 뒤쫒고 있는 국화랑 그리고 그들의 삶속에 오아시스처럼 자리한 은동명, 그들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이십여년 전의 평화롭던 어느 날 저녁, 몇 방의 총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10
작성일 : 16-10-31 01:15     조회 : 411     추천 : 0     분량 : 5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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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그러나 동명이 충격을 받을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뭐, 뭐라고요? 거짓말이죠? 장난이죠?”

 “아니요. 장난도 아니고 거짓말도 아닙니다. 그런 건 장난쳐서는 안 되는 일이잖아요. 애당초 제가 동명씨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고요. 거기다 여기 이렇게 증거까지 있는걸요.”

 

 화랑이 동명이 손에 들고 있는 공책을 가리키며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녀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더듬더듬 말을 찾았다.

 

 “내, 내가 정말, 진짜로 댁이랑 거...시기 했단 말이에요?”

 “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표현은 별로......, 하지만 말씀하신 거시기가 제가 생각하는 그것이라면 ‘네’ 했습니다. 그 날 우리는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화랑의 불만처럼 그녀는 두 번이나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첫 번째는 그가 바로 그녀와 원 나이트를 한 사람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녀에게 친절을 베푼 뿔테 안경의 주방 직원 화랑이 바로 근사한 왕자님인 줄리앙과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동명은 백장미에게 사실대로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어머, 어머, 이 내숭쟁이, 취해서 인사불성이 됐어도 미남은 용케 알아보고 접근했네.”

 “접근은 누가 했다고.......”

 “네가 먼저 들이 댔다며? 다가가자마자 덥석 목을 껴안고 부비부비 해대다니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 울 동명이는.”

 “엄한 사람 잡지 말아요. 그게 다 언니가 저 몰래 보드카를 먹여서 그렇게 된 거잖아요. 보드카는 입에 대자마자 인사불성이 되는 걸 잘 아시면서.”

 “얘는, 나야 그냥 네가 하도 달아 붙어 감시하니까 살짝 잠재워 두려고 그랬던 거지. 잠깐 화장실 갔다 오는 고 새를 못 참고 딴 놈 옆구리 꿰차고 사라질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니?”

 

 동명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백장미를 흘겨보다가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재미있는지 백장미는 연신 희죽거리며 동명을 놀려댔다.

 

 “왜 자꾸 한숨이야? 경사스러운 일인데. 소 뒷걸음질에 뭐 잡는다고, 엎어치나 메치나 킹카하나 건졌잖아. 그럼 그걸로 만사 오케이지. 그런데 어떻디? 잘 해?”

 “잘 하긴 뭘 잘해요. 아무 기억도 없다니까요. 그냥 흰 도화지 마냥 머릿속이 하얗단 말이에요. 정말 같이 베드 인 하긴 한건지도 모르겠고.”

 “왜? 한강에 배 지나간 듯 그래? 허리가 뻐근하다거나 다리가 후들거린다거나 하는 후유증도 없었고?”

 

 동명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서른이 코앞이니만치 그녀도 경험이 영 없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와 잠을 자고 난 후에 백장미의 말처럼 그런 것을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더라면 동명도 코웃음을 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바로 그 대단한 연애 경험과 온갖 체위를 섭렵한 365일 연애중인 연애의 달인 백장미가 아닌가?

 

 “하여튼 정상위로 5분이 최선인 줄 알고 있는 여자들은 이게 문제라니까. 하긴 사내놈들은 더 하지. 지들은 허구헌날 온갖 자세에 되도 않는 상황을 상상하면서도 지들 여자들한텐 그 외에 것은 모두 변태행위라고 세뇌시키려 드니까.

 여자들도 그래. 가장 원초적인 행위에서조차도 가식적인 얌전을 떨면서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매사에 솔직 담대하게 행동할 수 있겠어?”

 “그런 거 아니거든요. 전 그냥 담백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 것뿐이라고요.”

 “넌 맨 날 그런 거 아니라고 그러더라. 담백 좋지? 그런데 담백하지 않게 해 본 경험은 있고?”

 “.......”

 

 백장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동명은 약이 올랐지만 연애는 물론이고 내세울 것 없는 빈약한 자신의 성생활을 떠올려 본 후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참에 잘 좀 해봐. 줄리앙 같은 미남을 낚기가 쉬운 줄 알아? 솔직히 말하자면 네 처지로서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힘든 일이잖아. 다행이 그 미남씨도 네게 관심이 있는 눈치니까 기합 좀 넣고.”

 “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경제적으로 좀 곤란하고 약간 말라서 그렇지 신체 건강하고 성격 좋고 무슨 일이든 잘하잖아요.”

 “그래, 그래. 울 동명이가 성격은 끝내주게 좋지. 긍정의 아이콘이고. 요리 잘 하지, 일 처리도 분명하지. 대인 관계 원만하고 무얼 시키든 일당백으로 해내는 재원이긴 하지.”

 

 백장미가 드물게 칭찬을 늘어놓자 동명은 어깨가 으쓱하기 보다는 외려 경계심이 들어 바짝 긴장했다.

 

 “또 무슨 말을 하시려고 그러세요? 불안하게끔.”

 “너 모르지? 네가 이렇게 바짝 긴장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어깨를 움츠리면 넘 귀여워서 마구 괴롭혀주고 싶어진다는 거?”

 “뭐에요? 그게?”

 “뭐긴 뭐야. 겁에 질린 네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가학 심리를 충동질 한다는 말이지.”

 “변태에요? 왜 사람을 괴롭히려만 들어요?”

 “하지만 사실인걸.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건 또 무슨 소리?’ 동명으로선 금시초문이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백장미를 추궁했다.

 

 “그럼 또 다른 변태들도 있다는 뜻이잖아요. 도대체 그게 누군데요? 사람을 뭘로 보고. 씨!”

 “아서라, 아서. 그게 꼭 나쁜 의미만 있는 것도 아니야. 흔히 사람들이 상대에게 귀엽다고 말할 때, 그 속에 숨겨진 감정에도 가학 심리는 있는 거거든.

 흔히 그러잖아. 깨물어주게 귀엽다느니, 한 번 울려보고 싶다느니, 하면서”

 “전 소름 끼친 다고요.”

 

 동명은 몸을 부르르 떨며 진저리를 쳤다. 하지만 백장미는 코웃음을 치며 그런 그녀를 볼 뿐이다.

 

 “그리고 다른 건 더 없어?”

 “다른 거...라뇨?”

 "오래 전부터 널 알고 있었다. 도시락만 먹어 달라. 그게 끝일 리가 없잖아. 사귀자고는 안 해? 애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섹스 파트너 제안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언니... 언니는요 너무 타락했어요. 일반 사람들은요 침대까지 도달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여러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고요.”

 “그래서 네가 아직까지 노처녀인거야. 이젠 그 거지같은 짝사랑은 집어치우고 새로운 미남씨에나 올인 해.”

 “언니랑 대화가 가능한 시간은 딱 1분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저한테 말 걸지 마세요.”

 

 어떻게 해서든 동명의 가망 없는 짝사랑을 단념시키기 위해 애쓰는 백장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성이 난 동명은 그녀에게서 아예 몸을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솔직히 말하자면 화랑과의 일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지만, 화랑의 프라이버시가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백장미에게도 전부 말해 줄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아직 그가 제안했던 일을 받아들일지 어떨지 여전히 심사숙고 중이다.

 거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조건이 좋은 일이었고 그렇다고 덥석 받아들이자니 그에 대한 의구심이 슬며시 피어올라 망설여졌다.

 

 백장미의 포르쉐가 서서히 정차했다.

 동명은 눈을 들어 ‘런치박스 프린스’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화랑이 자신의 정체를 밝힌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있었다. 그날 이후 동명은 그를 피하고 있었지만 결국 백장미에게 덜미를 잡혀 오고야 만 것이다.

 

 “어서 오세요.”

 

 화랑은 마치 어제 만난 사람을 다시 보는 것처럼 동명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그가 준 도시락을 먹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내심 좀 찔렸다.

 

 “안녕...하세요.”

 

  동명이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자 백장미가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

 

 “반가워요. 줄리앙. 이 애 고집에 일주일이나 여기 도시락을 먹지 못해서 고생했거든요. 그런데 동명이한테만 공짜 도시락을 줄 거예요? 난 안 되나?”

 

 백장미가 사람들이 뇌쇄적이라고 표현하는 그녀 특유의,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머리를 약간 기울인 채 비스듬히 쳐다보며 바스트를 강조하는, 포즈를 한 채 은근한 어조로 그렇게 물었다.

 도시락 가게가 순식간에 클럽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카운터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프린스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게 달아오르고,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 중이던 남자손님들이 침이라도 흘릴 기세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줄리앙은 서구적인 이목구비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더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부탁은 곤란한데요. 제가 만약 그러겠다고 대답하면 여기 계신 다른 신사 분들 전부가 저를 몰래 테러하려 들걸요. 도시락 하나로 환심을 사기엔 숙녀분은 지나치게 미인이세요.”

 

 백장미는 그의 대답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좋아요. 그 충고를 받아들이죠. 그런데 우리 통성명이나 해요. 이제부터 자주 볼 텐데.”

 

 백장미가 동명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동명은 모르는 척 딴 곳만 바라보았다. 화랑이 고개를 끄떡이더니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화랑입니다. 국화랑.”

 

 동명은 오만상을 찡그리며 퉁명스럽게 그의 말을 받았다.

 

 “아는데요. 통성명을 하려면 본명을 밝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가명 말고요.”

 “가명이요? 아니, 전.......”

 

 화랑이 당혹스러운 말투로 되물었다. 백장미도 요상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동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좋을 대로 하세요. 그럼 저는 기파랑 할래요.”

 “네? 오해하지마시고.......”

 “그럼 나는 죽지랑.”

 

 백장미가 냉큼 끼어들어 재미있다는 어조로 말했다.

 화랑은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동명과 백장미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어깨가 들썩일 만큼 큰 한숨을 내쉬었다.

 평범치 않은 이름으로 인해 유년기부터 쭉 겪어 왔던 놀림과 이죽거림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반면 동명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가 계면쩍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울적한 얼굴로 변하는 것을 보고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혹시 정말.......”

 “네. 본명입니다. 가명도 뭣도 아닌.”

 “어? 어......, 그게... 죄송합니다.”

 

 무안해진 동명이 볼을 붉히며 재빨리 사과했다.

 백장미가 깔깔거리며 소리 내웃었고, 화랑은 뒷머리와 목덜미를 겸연쩍은 듯 긁적거렸다. 순간, 동명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언뜻 스쳐지나갔다.

 

 ‘화랑? 국화랑? 왠지 귀에 익은 이름인데. 내가 어디서 그런 이름을 들었더라......, 왜 이리 귀에 익지.......’

 

 동명은 줄리앙이자 화랑이 준비해 준 훌륭한 도시락을 밥풀 한 알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배가 부르니 세상에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극히 짧은 한 순간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식사 후 동명은 백장미에게 양해를 구하고 미적거리는 발걸음으로 이전에 그와 함께 갔던 카페로 발걸음을 향했다. 잠시 시간을 내 달라는 화랑의 요청을 거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그녀를 보더니 그가 한손을 들어 보였다. 화랑은 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일주일 전 그가 제안했었던 일을 받아들일 것인지 부터 물었다.

 

 “그게 아직.......”

 

 동명은 얼버무리듯 말꼬리를 흐렸다.

 하필 문제의 원 나이트 파트너와 이헌 식으로 엮이게 되어 거북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동명은 만취 상태에서 스쳐지나간 하룻밤 침실 파트너를 밝은 햇빛 아래에서 마주치기를 결코 원치 않았다.

 더욱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그녀의 비밀스러운 작업을 들킨 마당에야.

 

 그날, 잃어버렸던 원고를 되찾은 동명은 노트만 챙겨 얼른 자리를 피하려 들었다. 그 때 화랑이 그녀를 잡더니 황당한 제안을 했다.

 

 “뭐요? 나더러 뭘 해달라고요?”

 

 동명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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