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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미스터 트윈스
작가 : 메이플
작품등록일 : 2016.10.31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사이의 미스터리를 풀어라!

 
단서 찾기
작성일 : 16-10-31 01:13     조회 : 470     추천 : 0     분량 : 8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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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단서 찾기

 

 

 “이게 누구야? 남 박사 맞아? 장염으로 고생했다더니 사람이 반쪽이 됐네!”

 

 “살 많이 빠졌죠?”

 

 남 박사는 웃으면서 연구실로 들어왔다.

 

 출근하다 앞에서 만난 윤 박사와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윤 박사는 과장을 덧붙여 남 박사를 환영했다. 연구실 안에서 자료를 체크하던 장 박사도 놀라서 일어나며 남 박사를 맞으러 다가왔다.

 

 “남 박사님, 저희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여기 오시자마자 갑자기 아프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이게 다 미리 액땜 한 거라고. 좋게 생각해. 남 박사.”

 

 윤 박사는 남 박사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네.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봐서 얼굴이 헷갈릴 정도네요. 근데 양 손에 든 건 뭐요?”

 

 최 박사도 남 박사의 귀환을 마주하고 시니컬하게 인사했다.

 

 “아 이건, 연구 자료로 쓸 샘플들입니다.”

 

 “맛있는 거 많이 사셨네요. 어! 저 이거 완전 좋아하는데. 요새 입맛도 없어서 힘들었는데 남 박사님이 이렇게 챙겨주시네요?”

 

 장 박사는 남 박사의 양 손에 든 커다란 비닐봉지들을 가져가더니 안에 든 물건을 이것저것 살펴본다. 남 박사는 난처한 얼굴로 장 박사를 바라본다.

 

 “저, 장 박사님. 실망시켜서 죄송하지만 전부 실험 재료로 쓸 것들 이라서......”

 

 “아 이거 다 쓸 거야? 장박이 저거 좋아하는데 하나 주지? 우리도 입 심심할 때 몇 개 좀 먹고.”

 

 “박사님, 그거 오늘은 저 주세요. 제가 있다가 맛있는 거 살게요.”

 

 남 박사는 아쉬운 눈길로 손을 빨고 있는 두 박사들을 남겨 두고 자신의 연구실로 양 손 가득 물건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갔다.

 

 

 **

 

 

 “박사님! 퇴원하시고 바로 복귀 하셨다면서요? 어라, 누구......세요?”

 

 지애는 남 박사의 연구실 문을 기쁜 마음으로 열며 인사를 하다가 살이 많이 빠진 남 박사를 보면서 당황해했다.

 

 “나 박사님, 오랜만이에요. 그 동안 여러 가지로 도움 많이 받고 감사했습니다.”

 

 남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 박사 쪽으로 미소 지으며 걸어갔다.

 

 남 박사가 심한 장염으로 앓는 바람에 체중이 줄어 지애가 처음에 봤던 남 박사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미국의 기름지고 풍요로운 식단과 운동할 시간이 부족했던 연구원 생활로 남 박사는 체중이 많이 불어있었다.

 

 그 때가 하얀 북극곰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살이 좀 빠져서 정상적인 곰과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살이 빠지니 딴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살 빠지니 훨씬 보기 좋구나. 저 더벅머리랑 뿔테 안경도 어떻게 좀 해주고 싶네.

 

 “박사님, 누가 알면 단식원 가서 살 빼고 온 줄 알겠어요.”

 

 “후후. 그러게요.”

 

 숫기 없는 남 박사는 칭찬인지 놀림인지 애매한 지애의 말을 듣고도 한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인다. 놀리는 재미가 있는 남자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병원에서는 어땠어요? 성과가 좀 있었나요? 저 연구실 박사님들한테는 약속한 것처럼 바이러스 원 샷 사건 전혀 얘기 안 했거든요.”

 

 “고마워요. 현장의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어서 유익했어요.”

 

 “그래야죠.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제가 그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실 걸요? 그리고 병원도 안 가고 집에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죽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이건 사명이 넘치는 게 아니라 무모한 거예요.”

 

 지애는 얼마 전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지 속사포가 되어 언성이 높아졌다.

 

 “베리 마셜 박사도 그랬잖아요.”

 

 “그래서 전례가 있어서 본인도 그렇게 한 건가요? 앞으로는 돌발 행동은 자제해주세요.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큰일이니까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남 박사는 다시 부드럽게 웃으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저렇게 온화하고 유해 보이는 사람이 무모하기는 아주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 딱 보니 4차원에 AB형일 것 같네.

 

 “이건 다 뭐에요? 웬 햄버거며, 편의점 음식들에......”

 

 지애는 남 박사의 실험 테이블 위에 펼쳐진 갖가지 음식들을 바라보며 질문한다.

 

 “하나 발견한 게 있어요.”

 

 “어떤 걸요?”

 

 “병원에 있어보니 아마도 음식을 통해 발생하는 질병인 것 같아요.”

 

 “식중독 같은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들을 면밀하게 조사하려고요.”

 

 

 **

 

 

 “그랬단 말이지?”

 

 “응, 그 박사 괴짜야.”

 

 지애는 선우의 사무실로 격주에 한 번씩 보고를 하러 왔다.

 

 오늘은 병가를 마치고 복귀한 남 박사의 소식을 전하고 연구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박사들의 연구 진행 상황 등을 보고했다.

 

 지애는 선우를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좀 전에 뭐 웃긴 말 했었나?”

 

 “하하하! 아니야. 갑자기 너 보니까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누구? 영화배우?”

 

 “우리 연구소 박사님 중 한 명.”

 

 선우는 기대하다가 실망한 듯,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지애에게 물어본다.

 

 “거기에 그런 미남이 있었어?”

 

 “넌 본인 입으로 그런 말 할 때 민망하지 않니?”

 

 “사실을 말하는 건데 왜?”

 

 “그래, 팩트니까 참아줄게. 이번에 새로 온 남 박사 있잖아. 그 사람이 살 빼면 너랑 비슷할 것 같아서.”

 

 “그래?”

 

 선우는 잠시 눈을 굴리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지애를 바라보며 제안한다.

 

 “점심시간 다 됐는데 오늘은 나랑 먹을래?”

 

 

 **

 

 

 선우가 지애를 데리고 간 곳은 WS호텔에 있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평소에도 둘은 업무 외적으로는 식사를 한다거나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다.

 

 “오늘 무슨 날이야? 나한테 크게 한 턱 쏘네?”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아 지애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묻는다.

 

 “내가 부하직원을 끔찍하게 챙겨주는 상사잖아? 편하게 들어.”

 

 선우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지애를 쳐다본다.

 

 “아주 성은이 망극하네. 그런 의미에서 나 제일 비싼 거 시킨다.”

 

 지애는 웨이터가 가져다 준 메뉴판에서 고급 부위의 고기를 주문하고 선우는 리스트에 있는 것 중에 최고급 와인을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요새 무슨 좋은 일 있는 거야?”

 

 “음. 글쎄. 제약 팀이 분발해주면 웃을 일이 생길 것 같은데?”

 

 “아까 보고 다 했잖아.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리고 새로 온 남 박사가 정말 수고하고 있고.”

 

 “남 박사란 사람 어때?”

 

 지애는 선우의 갑작스런 질문에 혹시 그 동안의 남 박사의 무모했던 행적을 전부 아는가 싶어서 일부러 덤덤하게 대답했다.

 

 “미국의 그 좋은 제약회사 다니다가 한국 온 게 특이하긴 하지만 성격도 괜찮고 실력도 좋은 것 같아.”

 

 소믈리에가 글라스와 와인을 가져왔다. 핏빛을 넘어 짙은 보라색과 먹색을 띤 액체가 소용돌이치며 잔으로 흘러 떨어졌다.

 

 선우는 글라스를 들어 한 쪽으로 부드럽게 돌린 다음 코로 가져가 짙게 배어 나오는 향을 맡았다. 선우는 눈을 내리깔고 입가를 길게 늘이며 웃으면서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다음 지애를 향해 잔을 뻗었다.

 

 “건배할까?”

 

 선우의 제안에 지애는 조심스럽게 한 손에 든 잔을 앞으로 움직이며 물었다.

 

 “뭐에 건배할까?”

 

 “음...... 새로운 연구원인 남 박사를 위해 건배할까? 남 박사를 위해!”

 

 선우가 건배사를 먼저 외치자 지애도 차분하게 되뇌었다.

 

 “남 박사를 위해.”

 

 선우와 지애는 식사를 마치고 호텔 출입구에 대기 하고 있던 검은색 세단에 올라탔다.

 

 그들이 탄 차가 출발한 다음 화단 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차량도 뒤따라 출발하기 시작했다.

 

 

 

 12. 떡볶이 데이트

 

 

 

 지애는 점심시간이 꽤 지나서 연구실에 복귀했다. TF팀의 구역과 같은 연구실을 사용하는 지애가 돌아오자 자신의 연구실에서 나오던 장 박사가 지애에게 물었다.

 

 “지금 오셨어요? 오늘은 늦게까지 있었네요?”

 

 “지애 씨? 까였어?”

 

 윤 박사는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자신의 연구실 문을 열고 나왔다.

 

 “아니요. 까이는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긴 하지만. 그냥 식사까지 같이 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렸네요.”

 

 “우와, 오너님과 같이 식사하시다니. 역시 나 박사님이 최고의 실세 맞았네요.”

 

 “실세는요. 무슨. 오너님이랑은 학창시절 때부터 동창이라 그냥 편해서 그래요.”

 

 장 박사의 과한 반응에 지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손사래를 친다.

 

 “에이, 그게 그거지 뭐.”

 

 “아, 윤 박사님! 그런 거 아니거든요!”

 

 지애는 윤 박사에게 짜증 섞인 항변을 한다.

 

 “근데 오너님은 어떠신 분이에요? 연구원들 사이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키 큰 미남에 모델 같이 스타일 좋다고 하던데요?”

 

 “장 박사님답지 않게 웬일로 가십에 관심이세요? 증권가 찌라시라도 보신 거예요?”

 

 지애가 장 박사에게 핀잔을 줬다.

 

 “인터넷에 사진 한 톨 안 나오는데 혹시 엄청 못 생긴 거 아냐?”

 

 화장실을 다녀온 듯 닥터 최가 다가오며 말한다.

 

 “네, 맞아요. 엄청 추남이에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다른 분들도 괜한 망상과 추측 접으시라고 전해주세요.”

 

 지애는 단호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박사들을 남겨둔 채 자기 연구실로 들어갔다.

 

 본의 아니게 선우를 못생긴 남자로 만들어 버리긴 했지만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도는 걸 꺼려하는 선우라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해주리라 믿었다.

 

 

 **

 

 

 남 박사는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퇴근한 시간에도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었다.

 

 지애는 아까 점심 때 선우와 식사까지 하느라 밀린 업무를 마치자 생각보다 늦게 퇴근하게 되었다. 남 박사의 연구실 문 앞을 지나다가 ‘재실’이라 되어있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노크했다.

 

 지애는 몇 번 노크 후, 남 박사가 못 들었나 싶어 다시 발길을 돌리던 참에 뒤에서 문이 벌컥 열린다.

 

 “어? 나 박사님? 퇴근하시나 봐요?"

 

 "네, 여태 계셨네요? 언제 퇴근하세요?"

 

 "연구할 게 많아서요. 좀 더 있다 갈 것 같아요."

 

 "박사님! 쉬엄쉬엄 하세요. 이러다 또 병원 가시려고요? 아니, 안 되겠다. 지금 저 갈 때 같이 나가요."

 

 지애는 남 박사에게 퇴근 준비 하라고 재촉하며 등을 떠밀었다. 남 박사는 지애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은 함께 퇴근하게 되었다.

 

 “박사님, 저녁 드셨나요?”

 

 연구소 밖의 주차장으로 향하며 지애는 남 박사에게 물었다.

 

 “잠시 만요. 기억이 잘 안 나서...... 아, 배가 고픈 걸 보니 안 먹었네요.”

 

 “밥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기억 안 날 만큼 연구에 집중하는 거예요?”

 

 “그냥 계속 연구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헐. 진짜 타고 난 과학자인가 봐요. 아무튼 저도 저녁 안 먹었는데 같이 간단히 드실래요?”

 

 “좋아요. 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

 

 “저는 오늘 점심을 워낙 잘 먹어서 박사님께 선택권 드릴게요.”

 

 “그럼, 거기 가요!”

 

 그들이 막 차에 오른 후 연구소 정문을 빠져나갈 때 근처에 세워져 있단 차 안으로 누군가가 황급히 문을 열며 들어갔다.

 

 “아니, 저 여자는 지금 양 다리야 뭐야? 저 남자는 또 뭐야?”

 

 그 남자는 그들의 차량을 주시하며 차 안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선우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지애와 남 박사가 연구실 복도를 나가는 모습, 주차장에서 함께 차를 타고 나가는 장면이 하나하나 분할되어 나오는 CCTV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탄 차량이 연구소 밖을 나가는 것을 끝으로 화면은 아무도 없는 빈 공간만 덩그러니 보여주고 있었다.

 

 선우는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남 박사의 이력서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

 

 

 “여기 떡튀순 세트 하나랑 오뎅 추가요. 국물도 많이 주세요.”

 

 남 박사가 가자고 한 곳은 중고생들이 많이 갈법한 떡볶이 전문점이었다.

 

 점심은 왕처럼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다가 저녁은 소박하게 분식집에서 먹으니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사님, 의외네요. 미국에서 이런 거 많이 못 드셔서 생각난 거예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학생일 때 이런 데 못 와 보서 한 번 꼭 오고 싶었어요.”

 

 “분식집을 안 와 봤었다고요? 와! 되게 입맛이 고급이셨나 보다.”

 

 “또래 친구들이 별로 없었어요. 따돌림을 당했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이런 데 와 본 추억이 없어요.”

 

 지애는 본인의 어려웠던 가정 형편과 아이들이 자기를 많이 무시하기도 하고 왕따로 고생했었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남 박사를 보고 특이하고 순수한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다.

 

 보통은 사회생활을 하면 자신의 약한 부분은 먼저 말하지 않는 법이다. 남 박사는 자신을 숨기거나 포장하는 데 익숙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았다.

 

 자기 연민도, 불쌍함을 자아내서 타인에게 기대려는 태도도 아닌, 자신의 과거를 흑백 다큐멘터리가 내레이션 하듯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남 박사의 학창 시절 이야기와 미국에 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듣던 지애는 남 박사가 참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애는 학창 시절에 학교 애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기가 안 죽으려고 거짓말도 많이 했었다.

 

 자신이 남 박사 같은 상황이라면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까? 좋은 대학을 갈 정도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성인이 되어 보통 사람들처럼 직장도 다니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지애는 자신이 모든 걸 다 이겨내고 해냈으리라는 확신이 선뜻 들지 않았다.

 

 “박사님, 많이 드세요. 더 드시고 싶은 거 없어요? 추가 주문할게요.”

 

 “이제 배불러요. 고마워요. 나 박사님.”

 

 “네? 뭐가요?”

 

 “이렇게 제 얘기 들어주셨잖아요.”

 

 “에이. 제가 하는 일이 이건데요. 뭘.”

 

 “그럼, 박사님도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이야기 해줘요.”

 

 남 박사는 지애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들을 태세가 되어 있다는 자세를 취했다.

 

 “박사님, 헤어스타일이랑 안경 좀...... 어떻게 해 볼 생각 없으세요?”

 

 지애는 남 박사를 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 신경 쓰였던 이마를 덮는 더벅머리와 두꺼운 뿔테의 안경을 지적했다.

 

 “아, 앞머리는 이마에 상처가 있어서요. 그걸 좀 가리느라.”

 

 남 박사는 지애의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당황했는지 얼굴이 빨개지며 양손으로 이마를 덮고 있는 앞머리를 연신 쓸어내렸다.

 

 “안경은 미국에 있을 때부터 쓰던 거라 편해서 계속 쓰고 있어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박사님도 한국에 오셨으니까 스타일을 한 번 바꿔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서 이야기한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지애는 남 박사에게 상처를 줬나 싶어 급하게 사족을 달며 수습을 했다.

 

 “그리고 이마에는 상처 없는 거 같았어요. 전에 봤을 때 상처 없던데?”

 

 “상처가 없다고요? 언제 보셨어요?”

 

 “언제더라? 암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지금 한 번 봐요.”

 

 남 박사는 부끄럽다는 듯 앞머리를 들어 지애에게 이마를 보여줬다.

 

 “아, 가까이서 보니까 실금처럼 아주 약하게 있긴 하네. 근데 거의 티가 안 나는데요? 상처 때문에 앞머리 내리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엄청 가까이서 보는 거 아니라면 잘 보이지도 않아요.”

 

 “그래요? 미처 몰랐네요.”

 .

 “매일 세수할 텐데 거울로 얼굴 안 봤어요?”

 

 남 박사는 지애가 건네주는 손거울을 통해 자신의 이마를 낯설다는 듯이 신기하게 보았다.

 

 며칠 후 남 박사는 답답하게 덮고 있던 앞머리를 자르고 안경을 콘택트렌즈로 교체한 후 연구소에 출근했다.

 

 

 **

 

 

 박 기자는 어두운 자신의 원룸 방에 스탠드 하나를 켜 놓고 방바닥에 흩어져 있는 사진들을 바라보며 좁은 방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박 기자는 갑자기 자리에 앉더니 사진을 몇 장 집어 들었다.

 

 톱 여배우가 선우의 팔짱을 낀 채 클럽에서 나오고 있는 사진,

 딱딱한 표정으로 여배우와 차를 타기 전 주위를 둘러보는 선우의 사진,

 WS호텔에서 점심을 먹은 날 같이 차를 타기 전에 찍힌 선우와 지애의 사진.

 

 박 기자는 주로 연예인들의 사생활, 열애 등의 기사를 다루는 연예 전문지에서 톱 여배우 한리나 열애 스캔들을 취재하고 있었다.

 

 한리나가 최근에 새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정보를 클럽에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접하고 특종을 하나 잡나 싶었다.

 

 그는 오냐, 어서 와라! 라는 심정으로 한리나가 새 남친과 왔다는 강남의 고급 클럽 앞에 죽치고 있었다.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한리나와 그의 새 애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박 기자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댔다. 한리나 옆의 남자가 몸에 걸친 것들과 타고 다니는 것이 보통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한리나가 또 돈 깨나 많은 재벌3세를 잡은 것 같았다.

 

 박 기자는 집으로 돌아와서 그의 사진을 봐도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얼굴이 노출 안 된 걸 보면 미국에 오래있다 온지 얼마 안 되는 녀석인 것 같았다.

 

 그 후로도 한리나와 있을 때 한 번 더 찍은 다음 몰래 따라가 어느 댁 자제님인지 확인하려 했다.

 

 그의 차량 동선이 몇 번 WS그룹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WS의 자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리나의 동선을 몇 번 놓쳐서 선우를 따라가면 한리나와 만나는 것을 찍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 그 후로 한리나와는 다시 만나지 않고 도리어 호텔에서 다른 여자, 즉 지애와 나오는 것을 찍게 되었다.

 

 “역시 돈 많은 것들은 능력도 좋아. 이 여자, 저 여자. 팔자 좋다!”

 

 선우가 나오는 사진들을 보던 박 기자는 이번에는 지애가 연구소에서 남 박사와 웃으며 나오는 사진 몇 장을 집어 들여다보았다.

 

 “근데 이 여자는 한 수 위란 말이지? 밖에서는 재벌이랑 놀고 안에서는 딴 놈 이랑도 잘 지낸단 말이야? 혹시 모르니까 보험 들어 놓는 건가? 자기 분수에 맞게 비슷한 사람이랑 만나는 게 속 편하긴 하지. 어디 어느 놈이 더 괜찮은지 볼까요?”

 

 박 기자는 한리나의 존재는 까맣게 잊은 듯 선우와 지애가 함께 나온 사진과 지애와 남 박사가 함께 나온 사진을 양 손에 한 장씩 들고 비교해 보았다.

 

 별 생각 없이 사진을 보던 그는 눈을 좀 더 가늘게 모아 뜨고 두 장의 사진을 옆으로 바짝 이어 붙여 선우와 남 박사의 얼굴이 서로 옆에 붙도록 겹쳤다.

 

 시원한 눈매, 이마부터 턱까지 조각 같은 이목구비의 아름다운 얼굴과 세련된 스타일의 남자.

 

 또 다른 남자는 평범한 헤어스타일과 다소 살집이 있는 얼굴선, 앞서 본 남자보다는 작아서 답답한 눈매로 촌스럽고 투박한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렇지만 묘하게 닮은 느낌이 나는 얼굴이었다.

 

 박 기자는 한리나 스캔들보다 더 재밌는 기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직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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