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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기현상 칼럼니스트
작가 : ILooK
작품등록일 : 2022.1.21

생방송 중 실종된 스트리머, 사랑에 온 몸과 마음을 불태우는 사람, 아름다운 형상과 함께 나타난 알 수 없는 전염병 그리고 갑작스레 아귀가 되어 나타난 조상까지. 이미 일어났으나 아직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단편 형식의 짧은 호러 소설과 이를 마무리 짓는 칼럼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공포 #미스테리 #괴이 #한국 #전설

ilook.at.the.light@gmail.com

 
1-1. 반쪽이
작성일 : 22-01-21 20:09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4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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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둑어둑한 밤, 환한 대낮처럼 밝은 고속열차 승강장으로 열차 한 대가 소리 없는 뱀처럼 스윽 미끄러져 들어왔다.

 

 동시에 열린 열차 문에서 채 10명도 되지 않는 사람이 내려섰다.

 

 외부로 이어진 승강장 입구에 띄워진 홀로그램 시계는 새벽 2시 1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승객들의 복장은 양복이나 어두운 계통의 편한 옷으로, 하나같이 피곤에 절어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었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여성이 있었는데,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레몬골드로 물들이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정성스레 스타일링 해 하나로 올려 묶었다.

 

 자연스러움을 연출한 것이다.

 

 화장은 희고 깔끔한 피부색에 맞춰 얇고 가볍게.

 

 색조는 스트로베리 핑크를 포인트로 하여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웠다.

 

 

 흰 티셔츠에 연 청바지.

 

 그리고 흰 운동화에 흰 스마트워치를 매치한 여성의 모습은 화려하지 않았으나 특유의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승강장 인근에 서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 큼지막한 가방을 팔뚝에 건 채 스마트워치를 살펴보는 여자의 모습은 다른 승객들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두 번, 흘긋거리는 것은 그래서였다.

 

 

 “아직 13분이나 남았네! 세팅 해도 10분은 기다려야겠는데…”

 

 

 혼자 중얼거리던 여자가 들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손잡이 쪽에 달린 센서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달칵 소리가 나며 잠금장치가 풀리고 여성은 가방을 활짝 열었다.

 

 잠시 가방 안쪽을 살피던 그가 숙였던 상체를 세웠다.

 

 익숙하게 스마트워치를 조작해 ‘촬영기구’ 섹션을 찾아 Start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가장 먼저 가방 속에 있던 주먹만 한 소형 드론이 작은 조명등을 켠 채 떠올라 여성의 정면 머리 위쪽에 자리 잡았다.

 

 

 

 두세 발자국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여보던 여성은 드론이 안정적으로 자신을 따라오는 걸 확인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가방으로 다가가 손을 쑤욱 집어넣었다.

 

 가방을 빠져나오는 손아귀 안에는 촬영용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 안경이 들려 있었다.

 

 안경을 쓴 여자가 왼쪽 테 부분을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니, 자동으로 주변 지형이 스캔 되며 장소의 위치, 현재 시각과 날짜, 기온을 비롯하여 방송의 On/Off가 표시되었다.

 

 

 여자는 찌뿌둥한 몸을 스트레칭했다.

 

 싸구려 열차를 탄 탓인지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몇 달 전 가까스로 서울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 때문에 통장에는 생활비도 빠듯할 지경이라 하이퍼튜브는 고사하고 추억의 고물 열차라 불리는 고속열차조차 일등석을 끊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고속열차라 해도 서울에서 경기도 양주까지 겨우 30분이었다.

 

 다만 그가 느끼는 피곤함은 하이퍼튜브가 보급 된 이후 서울에서 경기도 양주까지 30분이나 걸리는 고물 열차를 타야 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한 우울감 때문이었다.

 

 물론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느라 전날 밤잠을 자지 못한 것도 크게 한몫을 했지만 말이다.

 

 그나마 평소에 운동이라도 잘 해둬서 다행이었다.

 

 

 삐삐삐삑

 

 

 스마트워치에서 알람이 울렸다.

 

 방송 시작 5분 전.

 

 평소 같았으면 지금쯤 준비를 시작했겠지만, 오늘은 준비를 마쳐 놓은 상황이라 딱히 할 게 없었다.

 

 여자는 스마트워치를 조종해 스탭이 준비해 둔 세부정보를 훑듯이 읽었고, 곧 방송 시작 1분 전이 되었다.

 

 

 3, 2, 1, 0!

 

 

 언제 인상을 찌푸렸냐는 듯 여성은 해맑게 웃으며 드론을 바라보았다.

 

 

 “안녕, 우리 돌쇠, 꽃님이들! 여러분의 아씨에요!”

 

 

 「오, 켜졌다! 아씨, 안녕!」

 「아씨! 오늘 어디야? 어제부터 한숨도 못 자고 기다렸다고!」

 「두 시간 전에 방종하고 또다시 생방송이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모두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 것 같네. 오늘은 어제 말했듯이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컬트 미스터리> 촬영 날이에요! 이번에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산을 올라보려 해요.”

 

 

 「응? 배경이 산이 아닌데?」

 「그러게. 주변 살펴보니 여기 승강장 아니야?」

 

 

 아씨의 카메라와 연결된 가상현실 세계에 접속한 몇몇 시청자가 의아한 듯 채팅에 글을 남겼다.

 

 

 “저기 저 산, 보여요?”

 

 

 고개를 돌려 승강장 출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산을 가리키며 아씨는 스마트워치를 조정해 메일로 받은 제보 내용을 화면에 띄웠다.

 

 

 【얼마 전 경기도 양주 쪽으로 놀러 갔거든? 친구가 내가 오컬트 마니아라는 거 알아서 그런지 그쪽에 도시 괴담을 들려줬는데, 흥미롭더라고.

 

 양주 쪽에 있는 옛날 고속열차 역 바로 옆에 산 하나가 있는데, 해도 안 뜬 새벽에 거기에 혼자 가면 어느 순간 오솔길에 피 같은 붉은 액체가 떨어져 있다는 거야.

 

 그걸 쫓아가면 어떤 남자가 서 있는데 자세히 보면 그 남자, 반쪽이 없대.

 

 사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까 양주역에서 새벽 열차 탈 생각하고 한 새벽 3시 즈음인가. 산에 올랐는데, 한참을 올라가도 붉은 액체는 없더라고.

 

 뭐야, 그냥 도시 괴담이네. 하고 포기하고 돌아가려는데 등산로 옆으로 작은 오솔길이 나 있더라고?

 

 근데 진짜 피 같은 액체가 떨어져서 오솔길 저 끝까지 이어져 있는 거야.

 

 좀 무섭긴 했지만 이건 진짜다! 제보거리다! 신나서 카메라 켰는데 반쯤 쫓아가다가 보니까 화면이 그냥 나가더라고.

 

 그래도 계속 가봤는데 진짜 거기에 어떤 한 남자가 붉은색 옷을 입고 서 있었어.

 

 옆모습이었는데 그 남자 혼자 그 자리서 무서운 표정으로 서 있는 게 귀신이고 자시고 진짜 사람이어도 문제일 것 같더라.

 

 그때부터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어.】

 

 

 [붉은 액체가 떨어져 이어진 오솔길 영상]

 

 

 아씨는 산 입구 사진, 피 같은 액체가 떨어져 있는 오솔길 사진 여러 장을 화면에 띄웠다.

 

  비슷한 사진이었으나 모두 다른 사람이 찍은 듯 제각각이었다.

 

 아씨는 추가로 다른 사람들의 추가 제보 메일까지 띄운 뒤 화면을 정리했다.

 

 

 “보다시피 최근에 비슷한 제보가 꽤 많이 들어왔어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첫 번째 메일 보냈던 ‘오덕한오컬트’는 나보다 더 지독한 오컬트 마니아라 자기가 실제로 겪은 일만 나한테 제보하잖아요? 게다가 더 신기했던 건 보통 제보가 오면 사진이나 영상은 같이 안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다들 하나같이 사진이나 영상을 최소 하나씩 보냈더라고요.”

 

 

 「헐, 대박. 이번에 또 레전드 찍겠다.」

 「와씨, 오덕한오컬트님이 제보한 거면 찐 아님?」

 「늘 말하지만 아씨. 또 혼자서 가는 거면 너무 위험하지 않아?」

 

 

 흥분한 시청자에 의해 순식간에 채팅창이 주르륵 아래로 밀려 내려갔다.

 

 흡족한 반응에 아씨는 가방을 다시 열어 물건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뭔지 아시는 분?”

 

 

 여성이 한 손에 쥘 수 있을 정도 크기의 둥그런 타원형 물체는 마치 진흙을 손으로 꾹 누른 것처럼 손가락 부분마다 잡기 쉽도록 홈이 들어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스키 스틱이나 등산지팡이의 그립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 저거 신상 ‘SD-Version 6 from 칼리반’아님?!」

 「뭐? 레알」

 「저거 한 이백만 원 정도 하지 않아?」

 

 

 아까처럼 채팅창이 난리 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열광적인 반응에 아씨는 그동안 못 먹고, 못 자며 돈을 아낀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서울로 이사 온 후 통장은 텅장이 되었지만 적어도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후원도 있었고 또 300만 원 정도는 예비용으로 남겨 두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으로 버는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성장세였기 때문에 아씨는 덜컥 겁 없이 서울 월세를 계약했다.

 

 그런데 갑자기 방송 시작 후부터 애용하던 호신용품이 고장 나고 만 것이다.

 

 

 최근에는 토크 방송의 비중이 늘어나긴 했어도 본래 아씨는 오컬트를 직접 찾아다니는 스트리머다.

 

  가장 인기 좋은 소재를 포기하는 건 공고한 시청자층이 존재하지 않는 초보 스트리머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시청자들은 다시 오컬트 방송으로 돌아와 달라며 성화였다.

 

 

 아씨는 결단을 내렸다.

 

 새로운 장비가 필요하다! 있는 돈 탈탈 털어 지르자!

 

 

 그는 냉큼 몇 달 전부터 항상 장바구니 한 칸을 차지했던 SD-Version 6 from 칼리반의 주문 버튼을 눌렀다.

 

 200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 손이 떨렸지만 방송을 위한 소비라며 아씨는 자기 위안으로 삼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말 필요한 소비이기는 했다.

 

 아씨가 아무리 간이 부었다고 한들 사람도 잘 오지 않는 외진 곳에서 자기방어수단도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건 위험했기 때문이다.

 

 귀신이나 알 수 없는 현상이 문제가 아니라 노숙자라든가 아씨를 스토킹하는 일명 ‘극성 열성 팬’때문이었다.

 

 

 아씨는 최신 칼리반의 광고를 보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립감과 안전성을 개선한 데다 미리 사용자를 등록할 수 있었다.

 

 사용자 등록 후 해제 코드를 넣지 않는 한 사용자의 손에서 분리되지 않아 괴한에게 무기를 뺏길 위험성을 낮췄다고.

 

 칼리반을 작동시키는 순간 튀어나오는 삼단봉에는 미세한 전류가 흘러 괴한이 봉을 잡지 못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사용자가 칼리반을 작동 시킨 지 3분이 지나도 해제 코드를 입력하지 않으면 경찰에게 바로 위치가 전송된다.

 

 게다가 주인이 아니면 삼단봉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무기인가!

 

 

 떨리는 손으로 칼리반을 결재한 뒤 아씨는 뱃속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기대감을 참지 못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 당시 재산이 일정 금액 이하로 떨어졌다며 호들갑 떠는 AI의 잔소리가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들리기도 했다.

 

 

 물론 칼리반, 하나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많은 편의 생활로 인해 최근까지 적잖이 후회했지만 지금 이 순간, 아씨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손에 착착 감기는 신상 칼리반을 자랑하듯 선보였을 때만 해도 아씨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밤에 혼자 폐가나 산속에 들어가는 게 처음도 아니었고 손에는 새로운 애기가 쥐어져 있지 않은가!

 

 

 하지만…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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