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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미스터 트윈스
작가 : 메이플
작품등록일 : 2016.10.31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사이의 미스터리를 풀어라!

 
새로운 시작
작성일 : 16-10-31 01:07     조회 : 384     추천 : 0     분량 : 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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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새로운 시작

 

 “그래서, 제약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네,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선우는 아버지와 오너 일가들이 모인 WS 본사 회의실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알렸다.

 

 선우는 확고하고도 차분한 태도로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아버지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도 선우의 이야기에 귀를 세우고 경청했다.

 

 오랜 시간의 설득 끝에 리스크는 있지만 성장할 때일수록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 결론이 모아졌다.

 

 이로써, 이선우는 WS그룹의 식품사업부와 더불어 제약사업부의 총괄 책임자가 되었다.

 

 

 **

 

 

 깊은 밤, 어두운 병원 창으로 번개가 반사되어 비쳤다.

 

 번개뿐만 아니라 내리치는 빗방울도 창가를 요란하게 때리고 있었다.

 

 어두운 병실 복도에는 누군가의 고통스런 비명소리가 간헐적으로 메아리치고 있었다.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당직 의사의 정중한 인사를 받으며 방에서 나왔다.

 

 복도에는 그 남자의 구두 소리가 또각또각 묵직하게 울리며 멀어져갔다.

 

 

 **

 

 

 선우의 오피스는 WS식품 사옥에서 가장 꼭대기 층에 있었다.

 

 그의 집무실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어서 일반 직원들은 그를 마주칠 일이 전혀 없었다.

 

 이 엘리베이터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았고 탈 수 있도록 허락받은 사람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지애는 비밀의 성으로 통하는 출입구로 걸어갔다.

 

 경호원의 신분증 확인이 있은 후 지애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빠르게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애는 서류들이 들어찬 파일을 손에 들고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선우의 집무실 앞에 있던 조용한 남자 비서가 지애에게 집무실로 들어가도 된다는 사인을 한다.

 

 문이 열리자 탁 트인 통유리 창에 둘러싸인 선우의 집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눈에 봐도 좋은 목재로 제작된 것이 분명한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널찍한 집무실에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이 방의 주인은 책상 앞의 의자를 창가 쪽으로 향해 앉아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 저 왔어요.”

 

 지애는 선우를 굳이 ‘사장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왔음을 알린다.

 

 “알고 있어. 오느라 고생 많았어. 연구실은 요즘 어때?”

 

 선우는 여전히 의자를 돌리지 않고 나른한 목소리만 전했다.

 

 “잘 알잖아? 별 진전 없는 거. 여기 이번에 새로 올 연구원 이력서랑 그 동안의 보고 자료들이야.”

 

 지애는 책상 앞까지 바짝 다가와 오늘 가지고 온 물건들을 소개한다.

 

 “책상 위에 놔둬.”

 

 지애는 자신이 왔음에도 의자를 돌리지도 않고 창밖만 바라보는 선우가 야속해 옆으로 다가간다.

 

 선우는 양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건반을 두드리듯 툭툭 치면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이다.

 

 “넋이 나가셨어요?”

 

 지애는 선우 얼굴 앞에 손을 가져가 위아래로 움직여본다.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성과가 없네.”

 

 지애는 선우가 주어를 빼고 말한 내용이 무엇인지 알았다.

 

 역시 일 때문에 답답해서 다운 되어 있었던 거다.

 

 지애는 부드럽게 달래는 목소리로 선우를 위로한다.

 

 “제약 분야는 우리 회사가 원래 해오던 분야가 아니니까 그렇지.”

 

 “이 분야에서 우리가 반드시 신약을 개발해야 돼.”

 

 팔짱을 낀 선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알고 있어. 그래서 연구원들도 다들 엄청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많은 월급 받으면서 다들 뭘 하고 있는 건지.”

 

 지애의 이야기는 선우의 조급함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너무 그렇게 쪼지 마세요. 능력 있는 연구원들도 계속 충원하고 있잖아. 곧 좋은 결과 나올 거야.”

 

 “당연히 그래야지.”

 

 선우는 창밖 어딘가를 깊고 나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멀리서 점처럼 보이는 비행기 한 대가 구름 사이를 빠져나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

 

 

 “어떤 음료로 드릴까요?”

 

 “시원한 오렌지 주스 한 잔이요.”

 

 주현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돌아오는 한국이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제약학과 대학원을 진학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다음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로 들어갔다.

 

 신약 개발 부서에서 몇 년을 공들인 프로젝트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회사의 기대되는 연구원 중 한 명이 되었다.

 

 제약회사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기능성 의약품 개발 부서에 주현을 투입했다.

 

 주현은 어머니가 치료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되지 않아 고통 받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사용하길 원했다.

 

 회사에서 그의 바람을 이루기 어렵겠다는 판단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한국에 있는 신생제약회사인 WS제약에서 실력 있는 제약 연구원들을 스카우트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게다가 그를 후원해주던 아주머니도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주현은 미국에서의 성과를 뒤로하고 아픈 기억이 가득했던 한국으로 돌아왔다.

 

 

 8. 제약연구소

 

 WS 제약연구소는 서울과 경기도 사이 외곽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회사가 공장을 세우려고 넓게 가지고 있던 부지 위에는 최신식의 연구소가 들어섰다.

 

 연구소 앞에서 멈춘 택시는 주현을 내려주고 돌아갔다. 연구소 주변에는 별 다른 건물이 없이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주현은 안내를 받아 길게 연결된 복도를 따라 내부로 들어갔다.

 

 출입이 허락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몇 차례나 통과했다.

 

 마지막 문이 열리고 들어간 내부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

 

 높은 천장과 축구 경기장만큼 넓어 보이는 내부에는 많은 연구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사분란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책상들 사이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홀의 가장 끝 쪽으로 가니 수석연구원 등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주현을 기다리고 있다.

 

 “남 박사님, 우리 중앙연구소로 온 걸 환영합니다. 수석연구원 윤진석입니다.”

 

 주현은 수석연구원 윤 박사와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연구소의 주요 책임 연구원들을 주현에게 소개했다.

 

 의사 출신으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최 박사, 선임 연구원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임연구원들 중에서 가장 나이 어린 장 박사 등 몇 명과 인사를 시켰다.

 

 윤 박사는 팀의 막내 장 박사에게 연구소에 대한 세부적인 안내를 맡겼다. 주현은 장 박사를 따라 연구소의 더 깊은 내부로 들어갔다.

 

 상급 연구원들이 연구하는 공간은 연구소에서도 꽤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각 방마다 엄중한 보안장치가 설정되어 있었고 주요 연구원들의 명패가 붙어 있었다.

 

 여러 곳들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에는 중세시대의 견고한 성문처럼 커다란 문이 있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탄성이 나올 정도의 놀라운 공간이 나왔다.

 

 “박사님, 여기 멋지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연구소에서.”

 

 화학물질도서관.

 

 장 박사가 주현을 데리고 간 곳은 화학물질도서관이었다.

 

 제약회사들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들을 컬렉션처럼 보관하고 연구의 자료실로 사용하기 위해 도서관을 갖추고 있었다.

 

 주현이 미국에 있던 제약회사에서도 거대한 규모의 화학물질도서관이 있었지만 여기도 그에 못지않았다.

 

 투명 유리관 속에서 어떤 것은 무채색으로 어떤 것은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하고 영롱한 빛깔을 가진 색으로 빛나는 화학물질들은 진기한 보물 같은 아우라를 풍기며 진열되어 있었다.

 

 제일 마지막으로는 주현의 개인 공간으로 안내를 받았다. 개인 연구실도 주현이 근무하던 미국의 거대 제약 회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주현은 기대와 놀라움의 표정으로 자신의 연구실 구석구석으로 눈을 돌리며 자리에 앉아보았다.

 

 “남 박사님, 그럼 자리 정리 하시면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조금 있다가 업무에 대한 안내 진행하겠습니다.”

 

 장 박사가 나가며 닫힌 문 앞에는 ‘책임연구원 남주현 박사’ 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책임연구원 남 박사’ 로서 WS 제약연구소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

 

 

 “아시다시피 연구소가 주력으로 해결하려는 신종 바이러스분야 신약 개발 있죠? 1년도 넘게 매달리고 있는데 진전의 기미가 영...... 남 박사님의 미국에서의 이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소장님도 언급하시던데. 큰 도움이 되어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윤 박사의 짧은 인사가 끝나고 작은 규모의 회의실에서는 프로젝터가 돌아가며 그 동안의 상황을 보여주었다.

 

 화면 슬라이드에는 최초의 환자 발생 경위, 복통, 구토, 설사 등 기본 증상들의 기록, 원인으로 예상되는 각종 바이러스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예후 등 관련된 다양한 자료가 차례차례 지나갔다.

 

 헤드급 연구원들 몇 명이 모인 회의실에는 깊은 침묵이 감돌았다.

 

 한해에도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변종 바이러스는 수십 종에 이른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돈이 되지 않는 분야에는 시간과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신약 개발에는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장염과 비슷한 증세로 발생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소화기관 질환이 문제가 되어 제약 회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신종 플루가 유행할 때처럼 개발이 비교적 쉬운 제네릭(복제약) 개발에는 제약사들이 벌떼같이 모였지만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의 신약개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게다가 계속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이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해 R&D에 따른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대다수의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성별, 나이, 지역 등 발병대상도 일정하지 않고 줄어들지 않는 환자의 수는 사회적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이에 정부가 나섰고 신생 제약사인 WS제약에서는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더라도 지속적인 투자로 신약개발을 진행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남 박사는 WS제약의 이러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미국 제약회사에 있을 때에도 자본의 논리에 따라 수익성이 낮거나 전망이 불투명한 신약에 대한 개발은 진행되지 않았다.

 

 높은 연봉이나 승진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이 남 박사의 인생 목표는 아니었기에 손해를 보는 바보 같은 모험을 하고 있는 WS제약에 끌렸다.

 

 “정말 갈수록 세상이 이상해지고 있어. 세계 종말이 얼마 남지 않은 거 같다니까?”

 

 “......”

 

 “내가 제약연구소에 있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최근 들어 변종 바이러스나 원인불명 질병이 너무 많아.”

 

 윤 박사의 지구 종말론을 다른 박사들은 아무 대꾸도 않고 듣고 있었다.

 

 윤 박사는 책임연구원 최 박사, 선임연구원 장 박사, 기존에 있던 연구원이 나간 자리에 새로 합류한 책임연구원 남 박사와 함께 4인으로 이루어진 팀의 수장이자 수석연구원이다.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에 있다가 자리보전이 어려울 것 같아 이곳 WS제약이 설립될 때 얼른 합류하였다.

 

 물론 거액의 연봉을 약속받고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 할 수 없이 고민 끝에 WS제약으로 옮기게 되었다는 윤 박사의 주장은 술자리에서 그의 단골 레퍼토리이다.

 

 “모두가 다 아는 현재 동향은 그만 말씀하시고 실제적인 해결 쪽으로 이야기 합시다.”

 

 “거참 무서워서. 최 박사 너무 까칠해. 편하게 넘어가질 않네.”

 

 대학병원의 진단검사의학과 의사 출신으로 날카롭고 단호한 성격의 최 박사.

 

 실력은 뛰어나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대학병원에 있을 때도 꽤나 여러 사람 힘들게 했다는 소문이 있다.

 

 아니, 사실이었던 것 같다.

 

 “박사님들 진정하시구요. 아무튼 오늘은 새롭게 남 박사님도 오셨으니까 좋은 분위기로 회의 진행할까요? 남 박사님, 이미 지원하실 때부터 아셨겠지만 저희 TF팀은 신종 질환에 대한 신약 연구만 주력합니다. 다른 제약사들은 개발을 포기했지만 저희 오너분은 적자가 나도 계속 끌고나가고 있어요. 물론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표적인 증상인 장염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유사 치료제도 제조해서 판매하고 있고요.”

 

 4인으로 이루어진 이 팀의 막내연구원인 장 박사.

 

 어린 나이지만 역시 뛰어난 실력으로 나이 보다 빠른 승진을 하였다.

 

 꼼꼼함과 뛰어난 분석력이 강점으로 요즘 주로 하고 있는 업무는 팀의 평화유지 담당이다.

 

 “우리 과제가 원인 불명 질환의 원인 찾기인데, 이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니까? 변종 바이러스인지, 박테리아인지. 오죽했으면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있지는 않나......”

 

 외계생명체설을 주장하는 윤 박사의 말을 자르고 최 박사가 남 박사를 향해 딱딱하게 질문했다.

 

 “미국에서 같은 바이러스나 증상 본 적 있습니까?”

 

 “아뇨. 처음입니다.”

 

 “미국에 있을 때 꽤나 성과가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최 박사는 처음 본 사람에게 묻는 질문치고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물론이죠. 최 박사님.”

 

 회의실의 문이 열리면서 지애가 들어왔다.

 

 “어, 나 박사 왔네.”

 

 윤 박사가 지애를 보며 반가운 내색을 했다.

 

 “네, 소장님과 잠시 면담하고 왔어요.”

 

 지애는 테이블을 둘러보다 못 보던 얼굴을 향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남주현 박사님이시죠? 안녕하세요. 나지애라고 합니다. 박사님들의 정신보건담당 연구원이라고 소개하면 될까요?”

 

 “아, 네. 안녕하세요. 남주현입니다.”

 

 남 박사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지애를 보고 어색하게 일어나며 악수를 했다.

 

 남 박사는 덥수룩한 더벅머리와 짙은 뿔테 안경, 곰처럼 푸근한 체격에 유행이 한참 지나 보이는 낡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지애는 남 박사를 한 눈에 스캔하더니 영업사원들이 짓는 인공적인 웃음과 과잉된 반가움으로 남 박사를 대했다.

 

 “나 박사님은 연구원들 전담심리학자세요. 오너분이 직접 헤드연구원들의 심리케어를 위해 파견하신 분이세요.”

 

 장 박사가 친절하게 지애에 대한 포지션 설명을 곁들인다.

 

 “심리학자를 가장한 오너의 스파이지.”

 

 “어머, 최 박사님. 저 당황스럽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애는 최 박사를 향해 입매는 웃으면서도 눈은 째려보고 있었다.

 

 “왜? 너무 정곡을 찔렀어?”

 

 “저의 존재에 대한 음모론적인 발언은 삼가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TF팀의 여러 가지 행정적인 업무도 보고 있으니까요 궁금한 게 있으시거나 연구 외적으로 도움 받을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지애는 남 박사에게 개별적인 당부를 하고는 모두를 돌아보며 용건을 전달했다.

 

 “이야기들은 다 나누셨나요?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 다른 건 아니고 소장님이 오늘 남 박사님이 처음 오신 날인만큼 팀원분들과 회식하자고 하시네요.”

 

 “아, 우리도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소장님은 한 발 빠르셔?

 

 회식이란 말에 윤 박사 얼굴에 화색이 돈다.

 

 “나중에 업무 마치시는 데로 알려드리는 장소에서 뵙도록 하죠.”

 

 지애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나갔다.

 

 

 **

 

 

 강남의 고급 일식집.

 

 거래처에 접대할 때나 큰 맘 먹고 올 수 있는 비싼 식당이었다.

 

 연구소장과 TF팀, 지애는 VIP를 위한 내실에 싱싱한 회와 요리들이 차려져있는 상을 둘러싸고 앉아있었다.

 

 “남 박사, 아직 한국 적응이 안 됐지?”

 

 연구소장은 기분이 좋은지 남 박사에게 술을 권하며 묻는다.

 

 “네, 생각보다 바뀐 것도 많고 10년 넘게 미국에 있다 보니 어색하기도 하네요.”

 

 “저희가 잘 도와야죠.”

 

 윤 박사도 기분 좋은 얼굴로 남 박사의 말에 추임새를 넣는다.

 

 “음. 팀원들이 보기 좋군. 자, 한 잔씩들 더 받지.”

 

 오늘 술자리의 분위기가 맘에 드는지 소장은 술을 많이도 권했다.

 

 사케를 비롯해서 다양한 폭탄주를 마시면서 팀원들은 하나 둘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듯 했다.

 

 한국의 이러한 음주 문화를 처음 접한 남 박사는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처음이라 한두 잔만 마시더니 이내 술 말고 다른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술에 약한 모양이었다. 조금 마신 양에도 열이 올라 얼굴이 발개지고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지애는 남 박사의 맞은편에 앉아서 술에 취해 정신없는 연구원들을 한심스러운 눈으로 혀를 끌끌 차며 보고 있다가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는 남 박사에게 눈을 돌렸다.

 

 그는 몸에서 열이 올라 더운지 안경을 벗고 이마를 덮고 있는 앞머리를 위로 쓸어 올린 다음 이마의 땀을 닦았다.

 

 지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 박사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았다.

 

 지금 남 박사의 얼굴은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든다.

 

 폭탄주나 사케를 좋아하지 않아 거의 안 마신 지애는 자신이 술에 취해서 잘 못 보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살이 좀 빠지면 연예인 중 누군가를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못생긴 남자는 아닌데 살에 얼굴이 파묻혀 있어서 뭐가 아쉬움이 드는 인상. 그러고 보니 선우를 약간 닮은 것 같기도.

 

 뭐 선우를 닮았다고? 요즘 선우를 못 봤더니 얼굴이 헷갈리는 건가?

 

 아니야. 선우와 얼굴 느낌이 비슷한 것도 같다.

 

 일단은 살부터 좀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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