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태호와 하나 이야기
작가 : 은별하
작품등록일 : 2022.1.19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하나는 짝사랑하는 영어 선생님에게 고백을 하고, 어린 제자의 고백에 가슴에 파동이 일어나는 태호. 과연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3화>
작성일 : 22-01-21 10:53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482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간은 어느덧 흘러, 겨울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태호는 밖에 쌓인 하얀 눈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눈엔 많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 식사하고 오시는 거에요?’

 ‘응, 김하나. 밥 먹었어?’

 자신을 보고 환하게 웃던 하나가 떠올랐다.

 ‘그럼요. 제가 누구에요? 전 제 시간에 밥을 안 먹으면……’

 ‘그래, 밥을 안 먹으면 성격 더러워지지.’

 ‘네? 제가 언제요?’

 커다란 눈이 더 커지며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가 떠올랐다. 태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너의 베프인 윤설이 그러던데? 너 배가 고플 때 제일 난폭해진다고.’

 ‘아, 아니거든요? 제가 얼마나 착하고 예쁘고, 여성스러운데요?’

 ‘뭐? 하하. 김하나 너 자폭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선생님! 자폭이라뇨?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정말 억울했는지 얼굴이 벌개지며 발을 동동거리던 하나가 떠오르자, 태호의 눈이 살짝 반달이 되었다.

 “녀석, 귀엽긴 했지.”

 조용히 중얼거리며 웃던 태호는 곧 정색을 했다.

 이태호, 정신차려. 갑자기 김하나는 왜 생각하는 건데?

 자신을 좋아한다며 고백해 오던 하나를 매몰차게 거절해 놓고, 이제 와 그녀를 떠올리는 자신이 못마땅했다.

 태호는 머릿속에서 하나를 지우기 위해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어, 형. 집에 있었네?”

 동생 태혁이가 현관으로 들어서며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귀가하는 동생을 본 태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 왔어? 고생했다.”

 “고생은. 근데, 올겨울은 유난히 춥네.”

 “그러네.”

 동생의 말에 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밖을 바라보았다. 태혁이 옷을 갈아입고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가면서 형인 태호를 보았다.

 부친이 일찍 돌아가신 태호 집안은 엄마가 이불 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맏아들인 태호가 동생들을 돌보았다.

 올해 28살인 태혁에게 태호는 아버지면서 형이었다. 태호 집안은 장남인 태호, 잠시 일을 쉬고 친구를 도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태혁 그리고 대학생인 막내인 태성 이렇게 삼 형제였다.

 유도 단장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유도와 태권도를 한 태호와 동생들이었다. 아버지가 없어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삼형제였다.

 삼형제 모두 180cm 가 훌쩍 넘었다.

 형과 어머니의 노력으로 아버지의 부제를 많이 느끼지 못했다. 늘 고마운 형이 4년 전 사고로 여자친구를 잃었다.

 2-3년은 괜찮아 보이더니....

 혹시나 아직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건 아닌지, 태혁은 걱정이 되었다.

 *

 3월 초가 되자, 학교로 다시 출근하는 태호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아직 날씨가 쌀쌀했지만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곧 봄이 올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죽은 듯이 너무 조용했던 교정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수다로 떠들썩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 그래.”

 태호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리자, 여학생들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힐끔거렸다. 그런 여학생들을 보며, 태호가 피식하고 웃었다.

 “아, 이놈의 인기는 방학이 지나도 식을 줄을 모르냐? 올해도 엄청 피곤하겠군. 아~ 나는 왜 이렇게 잘나 가지고.”

 태호는 기분 좋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의 긴 다리를 움직였다.

 ‘선생님! 방금 그 표정 뭐에요? 설마 지금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난 남자다 뭐 그런 표정?’

 ‘흠흠, 다른 애들은 나보고 잘 생겼다고 하는데, 너는? 아니야?’

 ‘선생님이 잘생기신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이죠.’

 ‘근데?’

 ‘에이, 그래도 선생님이 그런 표정 지으시면 안 되죠. 겸손! 모르세요?’

 ‘뭐? 이 녀석이?’

 교정에 들어서자, 하나와 웃고 떠들던 순간이 떠올랐다. 왠지 쓸쓸했다.

 “겸손이라….”

 예쁜 제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피식하고 웃었다.

 *

 한국대학,

 “김하나, 드디어 우리가 대학생이 됐다. 이 캠퍼스 좀 봐. 역시 고등학교하곤 차원이 다르네. 그지?”

 윤설이 하나에게 호들갑스럽게 굴자, 하나는 웃으며

 “그러게 말이야. 진짜 예쁘다.”

 하나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된 벽돌 건물을 보며, 앞으로 4년을 함께 할 인문대학을 쳐다보았다.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떠올랐다. 영어 선생님인 태호도 한국대학을 나왔다고 들었다. 사실 그가 갔던 대학을 가고 싶어 열심히 공부해서 온 대학이었다.

 그가 걸었던 캠퍼스를 자신도 걷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하나야, 안으로 들어가 보자. 빨리빨리.”

 윤설의 손에 이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하나는 잠시 태호의 생각을 지우려 했다. 윤설과 하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건물 안을 구경했다.

 *

 한편, 하나의 이모인 정미의 집.

 -무슨 일이야?

 하나의 엄마인 정숙의 무뚝뚝한 목소리에, 정미는 이마를 구겼다.

 “언니도 참, 무슨 일이 있어야만 전화할 수 있는 거야? 오랜만에 동생이 전화를 했으면 반갑게 받아 주면 안 돼?”

 하나의 엄마이면서 자신의 친언니인 정숙은 늘 이렇게 벽을 세우곤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한숨이 들려왔다.

 으이구, 또 한숨. 내가 무슨 빚쟁이야? 전화 좀 반갑게 받으면 안돼?

 정미는 전화기를 잠시 귀에서 떼고 바라보다 뚱한 표정으로 다시 귀에 댔다.

 참자, 참자. 내가 참아야지….

 정미는 목을 가다듬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하나, 대학교 들어갔으니까 기념으로 밥 한번 먹자고. 언니 많이 바쁜 건 알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이 대학생인데, 얼굴도 보고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냐.”

 -선물 보냈는데, 안 받았어?

 “어휴, 언니도 참! 졸업식에 안 오고, 선물만 딸랑 그 비서인가 뭔가 하는 사람 편에 보내면 다야? 하나가 언니를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졸업식은 왔어야지.”

 -그날 행사가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했잖아.

 그 놈의 행사는…

 툭하면 행사다 뭐다 핑계를 대고 하나를 보러 오지 않은 날이 많았다. 하나는 익숙해진 듯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정미는 그게 아니었다.

 “우리 호준씨 다음 달에 들어온대.”

 정미의 남편인 호준이 곧 들어 온다는 말에 정숙의 목소리가 조금 짜증이 섞여들었다.

 -이번에 아예 들어오는 거야?

 “응, 3년이나 나가 있었는데, 이젠 들어 와야지. 그이가 더이상은 힘들어서 안 되겠대. 나도 힘들고. 우리 호준씨 오면 그때도, 얼굴 보고 밥도 좀 먹자고. 언니는 어떻게 된 게 부잣집에 시집가서 더 얼굴을 볼 수가 없어.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게 말이 돼?”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모임이 얼마나 많은데. 나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어유, 잘난 척은…

 “그래서, 또 시간 안 된다고? 하나 저게 착해 빠져서 언니한테 아무 말 안 해서 그렇지. 지 아버지 그렇게 죽고, 엄마라는 사람은 들여다 도 안 보고, 어린 게 속이 속이겠어?”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끊어. 나 바빠. 곧 나가 봐야 해.

 “알았어. 알았다고. 아무리 바빠도 다음 주쯤에 식사할 수 있게 시간 좀 내. 알았지?”

 -하나한테는 내가 전화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

 정숙이 전화를 끊자, 정미는 눈을 흘기며 핸드폰을 노려봤다.

 “어휴, 무뚝뚝하기는. 저런 여자를 좋아한 형부가 대단하다니까. 무슨 복이 많아 남편들마다 다 저렇게 언니한테 목을 매나 몰라.”

 정미는 죽은 하나의 아버지인 수철을 떠올렸다. 오직 언니인 정숙만을 바라보며 살던 그였다. 늘 일만 하던 언니를 평생 기다려 주던 사람이었다.

 평생 오지도 않는 언니만 그렇게 기다렸는데, 그만 암으로 죽었다. 그의 장례식에서 많이도 울었다.

 미안해서, 그리고 고마워서.

 그런 형부를 닮은 하나였다. 일 년에 한번 볼까말까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하나를 보면 죽은 형부가 떠올라 울컥하곤 했다.

 얼마나 대단한 아내라고, 또 엄마라고 그렇게들 기다리는지…. 친언니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형부인 수철이 죽자, 기다렸다는 듯이 언니는 사장이었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그는 꽤 유명한 명진 제약의 양 사장이었고, 언니인 정숙은 그의 비서였다.

 사장과 비서로 지낸 지 10년만에 전 부인과 이혼 후 정숙과 결혼한 양사장은 정숙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

 정미는 걸레를 찾아 방을 닦기 시작했다.

 “에휴, 뭐. 부자면 뭐해? 딸은 저렇게 모른 척하는데…. 근데, 저녁은 뭐 하지? 오늘은 하나가 좋아하는 내장탕이나 먹으러 갈까? 흐흣, 자기 아버지 입맛을 그대로 닮아서, 어린 게 내장탕이 뭐야.”

 정미는 조카의 입맛에 그저 미소가 나왔다. 하나가 마치 친딸이라도 되는 듯, 그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청소하는 정미의 손이 빨라졌다.

 *

 성남 여고,

 태호는 교복 안에 노란 운동복 바지를 입은 여학생이 지나가자, 헛웃음이 나왔다.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었다.

 ‘야, 김하나! 너 그 노란 추리닝은 뭐야?’

 하나의 올림머리에 젓가락을 꽂은 모습이 떠올랐다. 교복 안에 노란 운동복 바지를 입고 학교를 휘젓던 그녀를 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더랬다.

 ‘헤헤, 선생님 오셨어요?’

 ‘야, 당장 안 벗어? 네가 무슨 깡패야?’

 ‘선생님, 인간적으로 저희 교복 너무 짧아요. 짧아서 앉기도 불편하고, 다니기도 불편하단 말이에요.’

 ‘그렇긴 한데……. 그러면 아예 운동복만 입던지 아니면 교복만 입던지 하나만 하면 안 돼? 교복 안에 노란 운동복은 너무하잖아. 어쭈, 저 녀석들은 또 뭐야?’

 하나 때문인지 다른 몇몇 아이들도 하나처럼 입고 다니는 모습에 태호는 한숨을 쉬었다.

 하나는 고 3 내내 태호의 호통에도 노란 운동복 바지를 끝내 고수했다. 태호는 어쩔 수 없이 포기 해야 했다.

 ‘어휴, 그래. 대학 가는 게 중요하지, 그깟 운동복이 중요하냐.’

 ‘그쵸? 헤헤’

 하나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떠올린 태호의 이마가 구겨졌다.

 뭐야, 왜 하나의 모습만 보이는 건데? 이 기분은 뭐지?

 태호는 곳곳에서 하나와의 추억이 떠오르자, 난감한 표정이었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겨울 방학 동안 가끔씩 생각나던 하나였다. 이제는 교정 곳곳마다 보였다. 갑자기 심장 부근이 따끔거리는 게 이상했다.

 병원을 가봐야 하는 걸까? 혹시나 자신의 심장에 이상이 생긴 걸까?

 하아, 진짜 왜 이러는 건데?

 그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며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작가의 말
 

 수정한 회차입니다. 이용에 참고바랍니다.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5화> 2022 / 1 / 27 183 0 5025   
4 <4화> 2022 / 1 / 25 182 0 5190   
3 <3화> 2022 / 1 / 21 196 0 4820   
2 <2화> 2022 / 1 / 20 176 0 6053   
1 <1화> 2022 / 1 / 19 295 0 533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붉은 밤으로 물
은별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