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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13화. 인연
작성일 : 22-01-20 21:12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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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인연

 

 성호가 다녀간 뒤로 지원의 마음은 복잡하였다.

 그녀의 마음도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성호가 같이 살고 싶다고 했을 때, 그녀도 그렇게 하자고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수정이가 마음에 걸려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지원이 여러 차례 수정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그만두었다.

 죄책감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랑도 좋지만, 우정도 지원에겐 소중하였다.

 양부모가 있고 양부모가 낳은 여동생이 있었지만,

 그들과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틈이 있었다.

 완전한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가정의 온기에 스며들지 못했다.

 외로웠다.

 지원에게 수정은 가족 이상이었다.

 지원이 힘들고 외로울 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수정 덕이었다.

 수정은 한없이 따뜻했고 한없이 다정하였다.

 그런 소중한 친구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다.

 

 친구만 잃은 게 아니었다.

 이모라 부르며 지원을 엄마처럼 따랐던 수정의 아이들,

 민우와 민영. 그날 이후 지원은 또다시 혼자 남겨졌다.

 

 토요일 오후,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사동 거리가 북적였다.

 지원이 운영하는 찻집 다향엔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차를 끓이는 그녀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정신없이 손님을 치르는 동안 어느덧 어둠이 찾아왔다.

 밖엔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텅 빈 찻집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돌리는데,

 낯익은 남자가 문을 열고 쑥 들어왔다.

 

 “누나!”

 

 한성이다. 지원이 한달음에 달려나갔다.

 

 "너 언제 올라왔어?"

 

 한성이 지원을 힘껏 껴안았다.

 

 "한참 됐어."

 "근데 왜 이제야 나타났어?“

 

 지원이 한성을 밀어내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미안. 어쨌든 왔잖아. 누나 보러. 대신 자주 들를게.”

 “건강해 보인다."

 "나야 뭐. 원래 강골이니까.“

 

 한성이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래, 맞다. 넌 건강 하나는 타고났어. 참, 차 뭐 줄까?”

 “다향에서는 대추차가 최고지.”

 "앉아있어. 차 가지고 올게. “

 

 한성이 지원이 내어 온 대추차를 맛있게 먹었다.

 

 “역시 대추차는 다향에서 마셔야 해.”

 “성아”

 “어.”

 “그만 정착하면 안 되겠어?”

 

 지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알잖아. 나, 한곳에 오래 못 있는 거,”

 “너도 나이가 있는데…….”

 “나도 여러 번 정착을 해 볼까. 생각해 봤는데, 내 몸엔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지

 그게 잘 안 돼.”

 “이번엔 또. 어떤 여자를 울리고 왔어?”

 “여자 울린 적 없어. 그냥 사랑이 끝나서 헤어진 것뿐이지.”

 “그건 네 생각이고, 어떤 사랑이라도 그 끝은 아픈 거야.”

 “누나 아직 많이 아프구나.”

 “그래, 아파.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정말 미련스럽다, 사랑을 왜 그렇게 힘들게 해?”

 “그게 미련스러운 거니?”

 “응”

 “그놈의 사랑, 정말 징하게도 한다.”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는데, 누나는 아니구나.”

 

 지원이 쓸쓸하게 웃었다.

 

 “누나!”

 “응”

 “그분하고는 아직도 연락 끊고 지내?"

 “…….며칠 전에 만났어.”

 지원이 수줍게 웃었다.

 

 “뭐?”

 “그 사람이 여기로 찾아왔어.”

 “어쩜, 둘 다 똑같냐?”

 “…….”

 “왜, 왜 찾아왔대?”

 “글쎄?”

 “혹시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온 거 아냐?”

 

 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누나는 뭐랬어?”

 “뭐라긴, 그냥 돌려보냈어.”

 “에이, 나한테는 솔직하게 말해줘도 되잖아.”

 “차나 마셔.”

 “마음에 묵혀 두면 또 병나. 그러니까 불어.”

 

 지원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지원이 한숨을 푹 쉬고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미 십 년 전에 우리 사이는 끝났다고 했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네.”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그렇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지. 그땐 불륜이 아니었어?

 아닌 거 뻔히 알면서 시작했잖아. "

 “그러게…….그땐 왜 그랬을까? ”

 

 지원이 씁쓸하게 웃었다.

 어느새 비가 그쳤다.

 

 “배고파서 안 되겠다. 뭐 좀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지원이 말했다.

 

 “어디로 갈까?"

 “삼겹살에 소주 어때?”

 “콜!”

 

 두 사람은 다향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두 사람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나타났다.

 

 “삼겹살 삼 인분이랑 소주 두 병 주세요. 아, 밥 두 공기도 주세요.”

 

 한성이 주문했다.

 금방 숯불이 나오고 음식이 나왔다.

 종업원이 석쇠에 고기를 올려주고 갔다.

 한성이 소주병을 따서 소주잔에 따랐다.

 

 “건배”

 

 두 사람이 공중에서 잔을 때렸다.

 

 “누나”

 “응”

 “내 생각엔 말이지.”

 “말해봐.”

 

 지원이 소주 한 잔을 입속에 털어 넣었다.

 목구멍에서 뜨거운 기운이 확 올라왔다.

 

 “그분이랑 다시 시작해 보는 건 어때?”

 “싫어.”

 “그러지 말고 내 말 들어.”

 “나, 마음 굳혔어.”

 “누나와 그분은 못 헤어져.”

 “뭐?”

 “내가 보기엔 두 사람, 소심할 줄보다 더 질긴 인연인데…….”

 

 지원이 소주를 따라 마셨다.

 

 “내가 따라줄게. 자작은…….”

 “이젠 끝낼 거야.”

 

 지원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지. 절대 못 헤어져. 헤어질 것 같았음.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지.”

 “넌, 잘 헤어졌잖아.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어.”

 “난, 애초에 그런 복잡한 감정을 만들지 않았어. 꼭 이 여자야 돼. 그런 사랑은 아니었거든…….지금까지는…….”

 “너, 또 누구랑 연애하니?”

 “뭐?”

 “방금 네가 말했잖아. 지금까지는 꼭 이 여자야 돼. 그런 사랑이 아니었다고…….”

 

 한성은 소주를 한 잔 넘겨야 말을 이어갈 것 같았다.

 

 “연애하는 건 아니지만, 연애하고 싶어졌어. 누나처럼 그렇게 절절한 사랑…….”

 

 한성의 얼굴엔 진지함이 묻어있었다.

 

 "뭐 절절한 사랑?"

 

 지원이 피식 웃었다.

 

 “그 여자가 누군데…….”

 “그 여자 이름도 몰라.”

 “뭐?”

 “에이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한성의 얼굴에 후회와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어디서 만난 여잔데…….”

 “강릉 바닷가…….”

 “강릉 바닷가…….여행객이었어?”

 “응”

 “여자 혼자 여행 왔어?”

 “그런 것 같았어.”

 “그렇게 스쳐 지나간 여자를 무슨 수로 다시 만나.”

 “이렇게 자꾸 그 여자 생각이 날 줄 알았으면 전화번호라도 받는 건데…….하”

 “…….”

 “그 여자라면 유목민 생활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 아주 단단히 홀렸구나.”

 “그런 것 같아.”

 “지금껏 만나왔던 여자들도 처음엔 다 그런 마음 아니었어?”

 “아니…….”

 

 한성의 대답은 단호하였다.

 

 “…….”

 “이렇게 가슴에 오래오래 잔상에 남은 여자는 단 한 번도 없었어.”

 

 소주 다섯 병을 비우고 나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가을 비에 단풍들이 떨어져 보도블록에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한성이 콜택시를 불렀다.

 

 “넌, 그냥 가. 나 혼자 갈게.”

 

 택시를 같이 타려는 한성을 지원이 밀어냈다.

 하지만 술 취한 누나를 혼자 보낼 수 없었다.

 

 ***

 

 이윽고 그녀의 집 앞에 택시가 멈춰 섰다.

 

 “그만 가라니까!”

 “얼른 들어가. 누나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

 

 지원이 한성을 뒤로하고 천천히 아파트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공동 현관의 번호 키를 꾹꾹 누르고 있는 그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한잔했니?”

 

 수정이다. 순간, 지원은 술이 확 깼다.

 수정이 며칠 전에 만났던 친구를 대하듯 말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수정이 더는 성호와 한집에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힘든 만큼 그도 힘들었을 것이다.

 바람은 성호가 피웠지만, 여기까지 복잡한 상황을 몰고 온 사람은 그녀였다.

 어떻게 이별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지원을 찾아가 사과하는 것이다.

 남편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은 뒤부터 그녀와 원수처럼 지냈다.

 지원이 여러 번 찾아와 사과해도 받아 주지 않았다.

 그땐 그럴 여력도 없었고, 지원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그들의 고통과 함께 자신의 잘못이 눈에 보였다.

 

 수정이 지원을 만나려고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고 옷장에서 제일 좋은 옷을 꺼내 입었다.

 평소 아꼈던 핸드백과 구두까지 동원했다.

 긴장됐다. 지원을 만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청심환 한 병을 사 마셨다.

 청심환은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알고 나서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마시고 난 뒤 처음이다. 지원이 운영하는 찻집으로 갈까 하다가.

 퇴근했을 것 같아, 방향을 그녀의 집으로 돌렸다.

 

 “수정이야?”

 

 지원이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차 한 잔 줄래?”

 

 틀림없는 수정이다.

 

 “수정아…….”

 “그래.”

 “…….”

 

 지원이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추운데, 계속 이렇게 세워 둘 거야?”

 “아, 아니…….얼른 들어가자.”

 

 지원이 수정을 데리고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한성이 먼발치서 수정을 보고 후다닥 다가왔다.

 

 “지원이 누나랑 친구.”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그녀를 지원 누나의 집 앞에서 보다니.

 그런데, 두 여자의 표정으로 봐선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였다.

 혹시, 이 여자가, 지원 누나가 만나고 있는 그 남자의 부인이 아닐까.

 수정이 지원을 따라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집 안 가구며 소품 등 인테리어가 십 년 전 그날에 멈춰있었다.

 

 “내 시간만 십 년 전에 멈춰있는 줄 알았더니 너도 마찬가지였구나.”

 

 수정이 담담하게 말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지원아!”

 “응”

 “애써 변명 안 해도 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네 마음, 나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

 “수정아…….”

 “나도 힘들었지만,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

 

 수정이 희미하게 웃었다.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지원이 수정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수정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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