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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딩동~! 악마 왔어요
작가 : 백지백
작품등록일 : 2022.1.20

우리 동거한다!!
현실적이고 폐쇄적이지만 마냥 어린 자취생 예현과,
노랗고 쾌활한 감정 밑으로 칙칙한 불만이 얽혀있는 악마 대빈과,
그를 막기 위해 찾아온 다정하고 예의 바른 천사 연재의 이야기.
Writing by 백지백, 태현 @copyright 2022
백지백, 태현 All right reserved

 
1. 눈앞에 나타난 악마
작성일 : 22-01-20 18:57     조회 : 193     추천 : 3     분량 : 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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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앞에 나타난 악마

 .

 .

 .

 "정말 잘 할 수 있겠어...?"

 "아 당연하죠~"

 

 큰 소리를 쳤어도,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홀로 살 만한 자취방을 구하는 과정은 여간 험난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딸! 아빠가 볼 때 저기는 탈락이야, 돈은 더 부쳐줄 수 있어. 그런데 원룸은 조금 아닌 거 같아."

 "혼자 사는데 왜 안돼요...?"

 "침실이랑 공부방은 구분이 돼야 기분이 좋거든~"

 

 "딸, 엄마가 혹시 몰라서 말하는데 이 방은 학교에서 2시간 27분 떨어져 있는 곳이라는 걸 명심해 줬으면 좋겠다."

 "우와, 저 사실 그거 몰랐어요 엄마."

 "아휴, 엄마가 이렇게 허술한 딸이랑 떨어져 있어야 해서 너무 걱정이야. 심지어 역 근처라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혹여나 이상한 사람들을 맞닥뜨리게 되면 어떡하지?"

 "하하, 설마요~."

 "엄마가 너무 불안해서 그러는데 엔간하면 룸메이트라도 구해보지 않을래? "

 

 다시 생각해 보면 홀로는 아니었기에 나는 방은 두 개에 학교가 가까우며 동그란 나무 탁자와 저물지 않은 여름 창문에서는 파아란 향이 나는 꽤나 예쁜 집을 얻을 수 있었다.

 

 /

 

 청춘이 있다면 숙제를 미루는 것이겠지.

 화양연화(花樣年華)에 정의가 있다면 만개한 에어컨 밑에서 두 팔을 뻗는 것이겠지.

 

 나는 정말 만족스러운 방학을 보내는 중이었다.

 노랑도 파랑도 사랑도, 그 누구도 날 방해할 수 없게끔 잠든 여름 창문 위로는 블라인드를 내린 채로.

 

 /

 

 똑똑,

 

 대낮부터 도대체 누구야, 올 사람도 없는데?

 나는 몰려오는 귀찮음을 가늘게 접고 실눈을 떴다.

 

 딩동~!

 

 초인종이 울리는 곳으로 몸을 일으켜 걸음을 향했다.

 슬쩍 밖을 내다보니 동그란 정수리가 있긴 있는데...

 

 잠시만, 분명 있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 있던 머리가 없어졌다.

 

 "누구세요?"

 

 아, 내가 잘못 봤나 보다, 그 정수리는 금세 나타났다.

 

 "누구신데 저희 집 초인종 누르세요?"

 

 도대체... 내가 뭘 본 걸까? 또다시 그것은 없어졌다, 휙 하고.

 

 "하나님,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시고 단지 제가 구하게 하소서."

 

 떨리는 음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작게 기도문을 외우는 도중, 뒤에서는 움찔거리는 인기척이 들렸다.

 

 꼼지락.

 

 꼼지락이라고?

 

 응, 꼼지락.

 

 꼼지락은 무단 침입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효과음이었지만... 내가 본 무단 침입자는 정말,

 

 "누나 안녕!!!"

 

 정말로 동그랗고,

 

 "엥, 지나가던 누나한테 물어보니까 여자애들은 귀여운 거 좋아한다 했는데 누나 표정은 왜 그래. 누나 나 싫어? 나 유치원생인데 안 귀여워? 나 여섯 살이야!"

 

 여섯 살이라기에는 다소 뻔뻔한,

 

 "그럼 나 그냥 원래 모습 보여줄게, 나는 열여덟 살 악마 백대빈이야.

 악마인데도 허울 없이 다 보여줬으니까 네가 앞으로 나 책임져야 한다?"

 

 연하인 척하는 동갑의 발칙한 악마였다.

 

 

 /

 

 악마의 눈은 붉고 다정한 반면 눈동자는 칠흑이 든 듯 새카매서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타인을 쉽게 믿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특수효과처럼 공중에 둥둥 뜬 벌건 아우라와 햇빛을 받아 반짝하고 빛나는, 더욱이 시뻘건 뿔을 보고서는 조금, 아주 조금... 움츠러들었다.

 

 "... 저는 악마 안 좋아해요, 나가주세요."

 "그래요 누나? 근데 난 악마 치고는 너무 아기 같은데."

 "진짜 악마 맞아요? 도대체 갑자기 찾아와서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이거 꿈 아니죠?"

 "응 그럼 진짜지, 나 아까 쪼그마한 몸으로 초인종 누르다 너무 힘들었어요 누나."

 "그럼 이대로 저 문을 돌아서 나가시는 건 어떨까요."

 "뭐야, 아기도 싫어하고 동갑내기도 싫어하고 왜 그래요..."

 "아휴, 별말씀을, 카메라로 그쪽 뿔 촬영해서 전 세계에 생중계하기 전에 썩 나가세요."

 

 "누나, 아니 이 호칭 싫어한다 했지."

 "네."

 "예현아, 예현이 맞지."

 "...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능력 썼는데, 네가 싫어하면 이것도 안 쓸게. 너 아까 기도문 외웠는데 나 막 싫어하는 기색도 없었잖아,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나도 교회 다녀."

 "우와, 그렇군요. 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가 돼서 그러는데 악마인 당신이 여기까지 오신 이유를 말해주세요."

 "같이 살자 나랑."

 "예??????"

 

 /

 

 눈을 비볐다.

 꿈벅 하고 감았다가 화들짝 움켰다.

 악마가 나와 마주 보고 이야기를 했다.

 그것도 빨간 뿔을 가지고 있는? 나랑 동갑내기인 열여덟 살의 악마하고?

 이거 진짜로 꿈인가...?

 

 악마는 문을 열어주지도 않았는데 들어왔다.

 더군다나 같이 살자니, 지금 악마... 아니, 아빠를 제외한 남자랑 손끝도 닿아보지 못한 유교걸한테 어떠한 반응을 얻고 싶어 저런 망언을 하는 건가.

 

 "뭐야 뭐야, 너 지금 뭐 해? 나도 좀 알려줘~!"

 

 당황한 나는 황급히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나무 십자가를 치켜세워 올렸지만 악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 교회 다닌다고 아까 말했는데... 히잉, 나 그래도 악마 치고는 은근 착하다니까."

 "여섯 살짜리 아기가 문도 안 열어줬는데 쳐들어오더니 눈앞에서 시뻘건 뿔 달린 악마로 변해서 같이 살자고 하는데 제가 그런 말을 일일이 들을 여유가 있어 보여요?"

 "믿는 건 네 선택이지만 나는 네 앞에서 완전 다 깠어. 예현아, 이걸, 이걸 뭐라 그러더라? 악밍아웃?"

 "그보다 악마라는 그쪽, 혹시 저 아세요? 느닷없이 와서 같이 살자는 이유가 있으실 거 아니에요."

 

 백대빈이 내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굴렸다.

 사납기만 한 붉은 기가 그의 주변을 감돌다가도 이내 연한 핑크색으로 변했다.

 

 "뭐 하세요?"

 "나 조금 고민 중이야."

 "..."

 "그래도 본색은 악마라 이걸 감춰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어. "

 "나가요."

 "아냐아냐, 그래도 나 너한테는 말하기로 했으니까... 할게."

 "그럼 말하고 나가요."

 

 "사실은 내가... 뒤에 따라붙은 아주 고약한 천사가 있어. 보통 악마는 인간계를 쏘다닐 수 없는데, 내가 회개한 악마 타입이라 예외거든."

 "그거 정말 잘 됐네요."

 "아니 그런데, 단지 내가 예전에 사고를 좀 치고 다녀서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어떤 독한 천사 하나가 자꾸 나를 감시하지 뭐야? 난 아~주 잠깐이라도 자유를 즐기기 위해 걔를 피해서 온 거고."

 "음... 글쎄, 잘 몰라도 천사님이 따라다니시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넌 내 편 들어주지. 매정하다 김예현."

 "마저 말해보세요. 그리고 왜 제가 그쪽이 자유를 즐기는데 필요한 타깃인지도 같이 말씀해 주셨으면 해요."

 "타깃이라니, 그건 좀 매정한데... 행운의 대상이라고 하자."

 "불행하게 될 것 같은데 갑자기 찾아오셔서 저한테 왜 그러세요 진짜?"

 "음... 딱히 이유는 없는데 굳이 대자면 도망치다가 네가 예뻐서 눈에 들어왔어, 원래 예쁜 걸 보면 시선이 안 떼어지는 법이잖아?"

 

 노랑이라 해서 마냥 여름이고 과일이고 레몬일 수는 없다.

 내 눈앞에 서있는 이 악마 놈은 목구멍 안팎으로 진한 버터가 발려있을 거라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

 "그래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 너무 부담스럽게 안 할게.

 원하면 부모님께도 말씀드려보고, 같이 산다는 사람이... 아니 악마라면 놀라시겠지만 너한테 나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거야, 나는 진짜 천사 걔 한 명만 피하면 되거든."

 "당연히 말씀은 드릴 거고요, 아무리 그래도 악마라니... 제 집에서 계속 사실 건 아니죠?"

 "당연하지, 잠깐의 자유라고 말했잖아. 걘 어떻게 해서든 날 찾아낼 거고, 그로 인해 내가 여기로 숨은 의미는 곧 사라지겠지만... 너에게 피해는 안 갈 거야."

 "... 음."

 "되면 같이 사는 동안 공부도 가르쳐줄게. 너희는 수능도 보잖아, 뭐 어떻게 내가 가진 능력이라도 너에게 부어줘?"

 "...!"

 

 그러니까,

 엄마가 룸메이트라도 구해보라며 장난스럽게 하신 말씀은,

 방학의 절정을 취하려던 내게 노란색이 되어 돌아왔다.

 
작가의 말
 

 백지백: 1화가 올라왔습니다!!

 태현: 본격적 스토리 전개 시작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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