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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십자밑에 고양이
작가 : ballonwolf
작품등록일 : 2022.1.9

인간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고양이가 된 한 아이가 인간성과 야성적인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

경건함을 중시하는 종교 국가에 떨어진 운석 '영혼돌'의 힘을 얻고 고양이가 된 고아. 레건은 붉은 십자국에서 전략자산으로서 대성당에 숨겨지고, 고양이로서의 욕망은 억압된다. 하지만 외부세력이 외부 만난 운명의 짝은 그를 유혹해 대성당 밖으로 탈출시킨다.
터져 나올 듯한 욕망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짐승의 육체를 가졌지만, 인간의 영혼을 가졌다고 믿는 고양이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답이라는 게 존재할까.

 
#5
작성일 : 22-01-20 17:21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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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저기에 있다면, 동쪽은 이쪽이겠지.”

 

 검푸른 고양이는 정의 연합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더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기하 공식을 머릿속에서 꺼내려 하다가도, 동쪽의 복잡한 지형이 계산의 의미를 퇴색시킬 거라 여겨 그만두었다. 수상은 고민에 빠진 그 모습을 감시 카메라로 바라보았다. 레건의 혼잣말까지 음성 카메라로 전해 들으며, 수상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이마에 손을 올렸다.

 

 “동쪽에 있는 어둠의 숲으로 가겠지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수장님. 레건이 정의 연합으로 가는 방법은 어둠의 숲을 통과하는 방법밖에 없으니까요.”

 

 물컵이 있는 쟁반을 가져오며, 수행원이 레건의 이동 경로를 유추했다.

 

 “제가 확신하건대, 레건은 어둠의 숲으로 들어가지 못할 겁니다. 아무리 녀석이 그 고양이에게 유혹당했을지라도, 난 어둠의 숲에 대한 교육을 분명하게 해놨어요.”

 

 “교육이 생각을 바꾸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어둠의 숲이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도 녀석은 건너가 볼 만하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자기 인생에서 유일할지도 모르는 모험이라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지요.”

 

 더욱 절망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조언자에게 신경이 쓰여선지, 수상의 표정이 점차 심각해져 갔다. 그러나 사실의 무게는 실수의 대가만큼 무거웠다. 레건이 어둠의 숲을 넘어가건, 그렇지 못하고 사라지던. 붉은 십자국은 유일한 영혼돌의 소유자를 잃게 될 것이다.

 

 “제가 녀석의 욕구를 지나칠 정도로 억눌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은 자유를 빼앗고 말았나 보군요. 겉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고, 그저 충직한 하수인처럼 보였지만요.”

 

 쓸모없는 생각이었다. 수상은 자신을 성찰하고 실수를 인정하여도 검푸른 고양이가 돌아오지 않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투를 바꾸어 말을 이었다.

 

 “그래도 힘이 닿는 데까지, 막아봐야 합니다. 이렇게 공들인 계획을 수포로 되돌리며, 수천의 대군과 어떤 무기보다도 높은 가치를 지닌 고양이를 포기할 순 없어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둠의 안개는 남아있지 않나요? 그 고양이가 우릴 떠난다고 해도요.”

 

 “그럼 다시 다른 관점으로 봐 보죠. 녀석이 어둠의 숲속에서 돌아오지 못하면, 오랫동안 공들였던 계획이 모두 무너진 거지요. 그리고 누군가 어둠의 안개와 숲을 통과한 고양이를 본다면, 약간의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붉은 십자국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알려지겠죠.”

 

 수행원은 잠시 검푸른 고양이와 함께한 추억들로 생각을 옮겼다. 도망치는 레건을 끝까지 변호해 주고 싶었지만, 그가 붉은 십자국을 위협하는 행동을 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럴 것 같네요. 평범한 일탈로 보기는 어렵죠.”

 

 레건은 감시 카메라를 바라보다 급하게 풀숲에 들어갔다. 나뭇잎을 헤쳐가며, 초록빛 틈에 보이는 경찰의 눈을 피했다. 주변 사람들까지 레건을 수색하는데 협조하며 초목을 뒤지는 것을 보면, 수상은 대중들에게 레건의 존재를 알린 것 같았다. 은밀하게 나무 사이를 비집어가자, 사람들이 풀숲을 해치는 소리가 멀어져갔다.

 

 동쪽으로 향하는 끝없는 발걸음은 주변 풍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도시는 점차 시골로 변해갔으며, 사람을 만나는 빈도가 줄었다. 산지에서 발견되었을 때는 평범한 들고양이 취급도 받게 되었다. 산지 내리막길에서 맞바람이 불었다. 얼굴에 부닥친 자연의 숨결은 짠 냄새를 실어 왔고, 검푸른 고양이는 바다가 대성당과 그리 멀지 않다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

 

 이젠 시골을 넘어서, 폐허가 된 주택가와 재앙의 악취가 레건을 반겨줬다. 검은 안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듯한 이곳도, 한때는 아름다운 벽화를 내세운 관광지 같았다. 쓰레기가 널브러진 벽화를 지나가자, 거울처럼 반대편을 비추는 안개 근처에 도착하게 되었다.

 

 검푸른 고양이는 한참 검은 연기를 바라보았다. 석유 빛이 도는 연기를 거대한 울타리로 둘러싸고, 군인들과 경찰들이 근처를 탐색하고 있었다. 군경은 영혼돌의 소유자가 어느 방향으로 떠날지 모르기에, 안개 전체에 경비인력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었다.

 

 검푸른 고양이는 초목 사이 절묘한 곳에 숨어 자신의 발을 핥았고, 어둠의 숲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이 연기 속에서 사경을 헤매다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영혼의 돌을 가진 이들이 이 안개에서 죽거나 치명적인 피해를 봤다는 정확한 사례가 나오진 않았다. 다만 영혼돌과 함께 생겨난 마법적인 장소였고, 일반인들에게 치명적이었기에, 강한 힘을 가진 이들도 어둠의 숲에 발을 들이기 꺼렸다.

 

 “컹컹!”

 

 제기랄, 무슨 이 악취 속에서 날 찾은 거야.

 

 “4시, 4시 방향에 목표물이 있다. 계속 동쪽으로 이동 중.”

 

 레건의 냄새라고 수색견들에게 내놓은 물건들은 대부분 다른 애완 고양이들의 냄새와 섞여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수색견은 레건의 냄새와 다른 고양이들의 냄새를 구분하기 어려워했다. 심지어 몇 미터 뒤까지 쫓아온 개가 다른 길고양이의 냄새를 맡고는 되돌아가기도 했다.

 

 “넌 상부에 냄새 흔적이 있다고 알려, 하사는 근처 CCTV 뒤져보라고 경찰한테 말하고. 나머지는 일렬횡대로 이 근방을 수색한다.”

 

 그러나 폐허 근방에 올 고양이는 레건 뿐이었기에, 수색견과 그 파트너는 고양이 냄새의 주인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개가 어찌어찌 이 악취를 뚫고 냄새를 맡아낸다면 말이다.

 

 일 처리는 존경 적일 정도로 정확했지만, 일반인들이 레건을 발견했다고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검푸른 고양이는 철책을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저들이 목표물을 향해 마취총을 겨눌 때, 검푸른 고양이는 네 다리에 힘을 집중해서 도약했다.

 

 마취침이 철책 위로 발사되었고, 고양이는 그들의 머리 위를 넘어갔다. 마취가 듣지 않는 존재를 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에 침이 박힌 채 떠나는 검푸른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길과 주위의 식물들은 먹물에 염색된 듯이 어두운색에 물들어 갔다. 어둠의 숲의 중심부와 외곽을 나누는 연기가 눈앞에서 일렁이고 있었고, 고양이는 자신의 모습이 일렁이는 연기 너머 당황한 군경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당연한 듯이 눈 부신 빛으로 레건의 눈을 공격해 땅을 보게 굴복시켰다. 더 깊은 안개 속으로 들어가자, 해는 더 이상 강렬히 빛나지 못했다. 햇빛이 사라지자, 털을 관통하는 습한 한기가 느껴졌다.

 

 뒤를 바라보았다. 가장 가까운 교회에서 세웠을 붉은 십자가가, 짙은 안개에 흩어졌다. 제모습을 잃은 종교적 문양만큼, 검푸른 고양이는 자신이 빛과 신앙을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자유를 향한 소망이 일어, 붉은 십자국을 벗어나게 만드는 욕망을 강렬히 불태웠다.

 

 외부의 빛은 이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 변화에 대한 불안이 깊숙한 곳으로 떠나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저기 있어! 잡아!”

 

 골똘히 고민한 사이 거리를 좁힌 군인들이 돌격해왔다. 레건은 저들을 존경과 경멸 사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지옥까지 쫓아온다더니.”

 

 추적자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것 같았다. 지극히 이해득실을 따지며 행동하는 검푸른 고양이는 죽음이 턱밑까지 드리운 저들이 왜 여기까지 쫓아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서 돌아가세요. 당신들은 날 어떤 방식으로도 잡을 수 없을 겁니다.”

 

 레건은 어둠의 숲 외곽을 빙빙 돌았다. 제풀에 지친 군인들이 추적을 포기하길 바라며, 그런 이들에게 돌아갈 방법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곧 추적하던 군인들이 신체에 이상을 느꼈는지, 검푸른 고양이를 쫓아가는 군인들의 수가 줄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이 방향감각을 잃고 토사물을 쏟아내며, 쓰러지기 시작할 시점이었다.

 

 “왜 내가 당신처럼 되었을 것만 같을까.”

 

 쓰러진 상대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받을 순 없었고, 다른 지점에서 레건을 쫓는 군인들이 나타났다. 결국, 군인들이 돌아갈 수 있게 외곽에 머무는 것보다, 자신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꺼트리는 게 더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처음에, 검푸른 고양이는 거침없이 동쪽으로 향했다. 자만에 가까운 질주는 어느 순간 방향감각을 잃게 만들어, 보고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 어지럽지는 않았지만, 앞만 보고 달렸는데도 어느 쪽이 붉은 십자국 방향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레건은 길을 잃어버렸다. 이곳은 어둠의 숲이었다. 그리고 어둠의 숲에서 실종된 사람들은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길을 헤매다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을 것이다. 낮에는 태양이 구름 속에 자취를 감췄고, 밤에는 별들 없는 밤하늘이 펼쳐졌다. 하늘은 방향을 알려주지 못했다.

 

 천체를 통해 길을 찾을 수 없자,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이 결여되기 시작했다. 곧 갈증이 몰려와. 구역질할 정도로 더러운 물을 마시고야 말았고, 배가 고파진 뒤에는 자세를 낮추고 사냥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작은 동물이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가 들려오자, 왼쪽 귀가 쭈뼛거렸다. 애완 고양이처럼 사냥 한번 해 보지 않았지만,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건 발톱을 꺼내는 만큼이나 간단한 일이었다. 불쌍한 쥐는 놀란 나머지 두 앞발을 들고 날카로운 발톱을 맞이했다. 그 고기를 해체하고, 먹는 게 문제였지.

 

 미래를 받아들이지 못한 레건이 먹이를 묻었다. 방금 사냥한 것을 해체하는 끔찍한 일을 누가 하고 싶어 할까? 그러나 배고픔은 굶주림으로 변했다. 머지않아 두 번째 쥐가 발톱에 잡혀, 인정 많은 포식자 앞에 버둥거리고 있었다.

 

 신선한 고기를 향한 고뇌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버둥거리며 공포에 질린 쥐에게, 검푸른 고양이는 이렇게까지 자신이 망가져야 하냐고 묻고 싶었다. 불행히도, 쥐는 망설이는 사이에 정신적 충격으로 죽어버렸다.

 

 아마 생명의 은인과 다름없는 존재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레건은 인간성을 지키며 죽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풀 속 죽은 사람의 사체가 생존본능을 일깨웠고, 검푸른 고양이는 잡은 고기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끔찍한 동물의 내부구조를 들여다보며, 미숙한 해체기술로 느리게나마 고기를 얻어냈다.

 

 생고기가 깨끗해 보이는 잎에 정갈히 올려놓았다. 피가 잎 안에 고이자, 피 냄새를 맡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짐승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쮸죽, 찍!”

 

 주변 쥐들이 몰려들었고, 이족보행 털북숭이들은 해체된 내장을 바라보았다. 레건이 근처 수풀로 들어가는 쥐들을 따라갔지만, 이들은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니 짜증이 치솟았지만, 곧 짜증을 잊어버릴 정도의 특이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쥐들이 찍찍거리는 소리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가 느껴졌고, 이는 이들이 언어를 사용할 수준에 이른 지성체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동시에 어둠의 안개를 안전하고 수월하게 횡단할 수 있는 방식을 전해줄 수 있음을 암시했다.

 

 어떻게든 끝없는 배회와 생존의 순환을 끊고 싶었던 검푸른 고양이는 쥐들의 언어를 어떻게든 해석하려 노력했다.

 

 “쮸주직, 육어.”

 

 곧 철자가 하나둘씩 이어졌고, 음식을 뜻하는 단어가 완성되었다. 현재 쥐들이 향하는 곳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단어 몇 개가 모여 그럴싸한 문장을 이루기 시작했고, 끔찍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레건은 쥐들의 더러운 말을 이해하고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욱, 저기 먹을 거!”

 

 쥐들은 수풀 속에 있던 사람의 사체를 끌어내고서, 몸에 버섯을 심었다. 초록색과 검은색 옷이 그가 충성심 넘치던 군인이였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레건은 이대로 쥐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아니, 그냥 죽여버린 뒤 모두 함께 묻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검푸른 고양이는 영원히 이곳을 떠돌게 될 것이다.

 

 “안녕?”

 

 코를 찡그렸기에, 코맹맹이 소리로 인사를 전했다. 낯선 이에게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지도 같은 작은 종이를 든 녀석이었다.

 

 “오, 안개의 땅에 저런 생물이 있다?”

 

 “글쎄, 안개 안에 저런 게 살고 있었나? 없는 거 빼고 다 있으려나.”

 

 다른 쥐들이 하나둘 대화에 거들자,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곧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

 

 “아닌데. 저런 거 처음 보는데.”

 

 “너무 경계 하진 마, 난 이곳을 거쳐 가는 여행자일 뿐이니까. 그저 이 안개 지역을 동쪽으로 가로지르고 싶었어. 하지만 방향감각을 잃고 이렇게 길을 헤매고 말았지.”

 

 레건은 끝부분에 경멸하는 말투를 묻어내는 실수를 범했다. 쥐들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며, 속삭이다가 말을 걸라고 떠밀린 쥐 하나를 레건에게 보냈다. 처음 레건에게 관심을 가진 그 탐험가 쥐였다.

 

 “오, 그럼 일단 우리 소굴에…. 그게 아니라 집에 한번 가볼래? 네가 원하는 곳을 그린 지도 같은 건 거기서 찾아봐야겠어. 물론 넌 방향감각을 잡을 수 없으니 의미가 없겠…. 그래도 있겠지.”

 

 쥐의 말로 알겠다는 뜻을 전한 검푸른 고양이는 미세한 미소를 띠며 쥐들이 버섯 농사를 끝마치길 기다렸다. 구역질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미 떠난 이를 위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칠 필요는 없었다.

 

 버섯을 파종한 쥐들은 자신들의 근거지로 발을 옮겼다. 쥐들은 지루한 이동시간을 버섯을 어디서 수확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하고, 온갖 버섯의 이름과 학명으로 끝말잇기를 했다. 옆에 있는 레건에게 한 번 정도는 말을 걸어볼 만했지만, 쥐들은 자신들을 따라오는 손님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레건도 어둠의 숲에서 벗어나는 것과 관련이 없다면, 구역질 나오는 쥐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고양이 기준으로 거대한 바위를 넘어가자. 쥐들의 보금자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쓰러진 고목 기둥은 양쪽으로 구멍이 뚫려있겠지만, 한쪽이자 절반이 바위에 완전히 박혀있었다. 입구가 꽤 큰 것을 봐도, 그리고 고목이 바위에 박혀있는 구조물을 봐도 문명의 존재가 느껴졌다. 먼저 고목 속으로 들어간 쥐들을 따라 고목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려 헸지만, 레건은 문지기에게 이를 저지당하고 말았다.

 

 “기다려.”

 

 갈색 가죽 모자를 쓴 탐험가 쥐를 비롯한 탐험대가 고목 안으로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났다. 쥐들은 늦은 저녁이 될 때까지 손님을 방치했고, 이른 저녁 즈음 항의를 받고 말았다.

 

 “언제쯤 지도든 뭐든 줄 거냐?” “일단 기다리라고.”

 

 문지기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기다리지 않고 이곳을 떠났을 때 손해를 보는 건 레건이였다. 허락이 내려질 때까지 애를 태우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들어와.”

 

 문지기들이 레건의 인내심을 좀 더 시험했더라면, 레건은 지도와 기타 필요한 것을 챙긴 뒤 고목 입구를 부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쥐들에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쥐들은 레건을 어두운 통로로 안내했다.

 

 한동안 걸어가면서, 바닥의 재질은 나무에서 바위로 바꿨다.

 

 “꽤 오래 걸었던 거 같은데?”

 

 큰 동굴 안, 더 깊은 곳으로 발을 놓을수록 어둠이 자신을 집어삼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냥했던 쥐의 피가 눌어붙은 왼쪽 앞발이 내려앉았고, 그 발은 다음 바닥을 찾지 못했다. 어느새 자신의 뒤로 간 쥐의 대답을 듣기 전에, 검푸른 고양이는 허공에 발을 휘저으며 추락하고 있었다.

 

 “맞아, 이제 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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