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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Eye.
작가 : MJfafa
작품등록일 : 2021.12.27

귀신을 볼수 있는 눈. 그리고 귀신을 죽일수 있는 눈.
이 두눈을 가진 두 남자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
도대체 악귀는 어디서 오는것인가?

 
제6장. 과오-2
작성일 : 22-01-20 07:16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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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10.28일

 

 “손님~ 도착 했습니다~”

 

 자정을 갓 넘긴 시각 덕배가 탄 택시가 서한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택시에서 내린 덕배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심호흡을 한번 크게 했다.

 

 그리고는 담벼락을 타고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이 잠겨있는 것을 확인한 덕배는 들어갈 수 있는 다른 곳을 찾아보다 잠겨 있지 않은 창문을 하나 발견했다.

 

 조심스레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불은 다 꺼져 있었고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했다.

 

 그때 어디선가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자 덕배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문을 살짝 열고 확인해 보니 한 남자가 술 냄새를 풍기며 곯아 떨어져 있었다.

 

 덕배가 전등스위치를 키자 눈을 찌푸리며 잠에서 깬 서한이 말했다.

 

 “누구야~ 준영이냐?”

 

 그러자 갑자기 눈에서 불꽃이 튀며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악!”

 

 덕배가 날린 주먹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서한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웬 거구의 남자 하나가 자신 앞에 서 있었다.

 

 “당신 누구야!”

 

 덕배는 서한의 질문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몇 번 더 주먹을 날렸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서한이 숨을 헐떡거리며 쓰러지자 덕배가 서한의 머리를 움켜쥐고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거 없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여기 너 말고 사는 사람 없어?”

 

 서한이 고개를 가로젓자 덕배는 그 두툼한 손바닥으로 뺨을 후려 갈겼다.

 

 “윽!”

 

 “다시 물어본다. 너 말고 어린 새끼 어딨어?”

 

 그 말을 들은 서한은 준영과 관련된 일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경찰에다 짝눈에 이 인간은 또 누구고... 일단 둘러대야겠다.’

 

 입에 고인 핏물을 뱉어내며 서한이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지만 서한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덕배의 손바닥이 또다시 날라 왔다.

 

 쫘악!

 

 어찌나 손힘이 세던지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딴소리 하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라고!”

 

 이렇게 계속 맞았다간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서한은 일단 준영의 존재를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 데리고 있는 직원 하나가 오갈 데가 없어 같이 살긴 하는데 오늘은 여기 없습니다.”

 

 “이제 좀 대화할 맘이 생기나 보네? 그래서 그 새끼 지금 어디 있는데?”

 

 “그게... 오늘은 친구네 집에서 잔다고 했거든요....”

 

 “그게 어딘데?”

 

 “저도 그것까진 모르죠.”

 

 대답을 들은 덕배의 손이 다시 올라가자 서한은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두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손 안내려! 이 새끼가 지금 나랑 장난하나!”

 

 그런데 당장이라도 또 한 대 후려칠 것만 같던 덕배가 갑자기 서한의 머리를 움켜쥔 손을 놓더니 충전기에 꽃혀 있던 서한의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그 새끼한테 전화 걸어. 전화번호는 알거 아니야!”

 

 ‘큰일 났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 준영의 위치를 알렸다간 무슨 사단이 날게 분명했다.

 

 서한이 우물쭈물 거리자 덕배가 직접 휴대폰을 집어 들고 통화목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최신 통화목록 맨 위에 최준영 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최준영? 아까 네가 자다 깰때 이 이름 말한 것 같은데, 이 새끼 맞지?”

 

 그때 빈틈을 노리고 있던 서한이 덕배를 밀어 넘어뜨리고 휴대폰을 빼앗아 그대로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그리 호락호락한 덕배가 아니었다.

 

 재빠르게 몸을 일으킨 덕배가 쫓아 나와 둘은 정원에서 대치 상태에 이르렀다.

 

 “하... 이 새끼가 별짓을 다하네.”

 

 달빛에 비친 서한의 다른 손에는 작은칼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지금 그걸로 날 쑤시려고? 어이가 없네.

 진짜 뒤지기 싫음 그냥 내려놔라.”

 

 덕배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으며 다가가던 순간 바깥에서 불빛이 비치더니 자동차가 급정거 할 때 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바로 덕배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덕배야! 너 지금 거기 있는 거냐!”

 

 민수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에 잠시 덕배가 한눈을 팔자 서한이 다시 도망치려 했다.

 

 그 모습을 본 덕배가 뒤에서 서한을 덮쳐 둘은 한데 엉켜 뒹굴 게 되었다.

 

 덕배가 서한을 단숨에 제압하고 위에 올라타 주먹을 날리고 있자 뒤늦게 달려온 민수가 급하게 뒤에서 덕배를 끌어않고 말렸다.

 

 “야! 이 미친놈아! 정신 차려!”

 

 하지만 분을 못이긴 덕배가 계속 달려들려 해 민수가 온 힘을 다해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둘이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그때 서한은 절대 해선 안될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한참을 두들겨 맞고 누워 있던 서한의 눈에 덕배의 영혼줄이 보이자 욱하는 마음에 그만 손에 들고 있던 벽조목검으로 덕배의 영혼줄을 끊어 버리고 만 것이었다.

 

 “악!”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덕배가 뒷목을 부여잡고 의식을 잃자 놀란 민수는 서한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서한의 손에 들려 있는 목검을 보자 cctv에서 용의자가 휘둘렀던 물건과 비슷하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민수는 지니고 있던 권총을 꺼내들어 서한을 조준하며 외쳤다.

 

 “당장 손에 들고 있는 무기 버리고 손들어!”

 

 서한은 민수에게 매달려 축 늘어진 덕배를 바라보며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벌인 거지?’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이곳에서 빠져 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민수의 상황을 보아하니 쓰러지려는 덕배를 한손으로 끌어안고 있어 승산이 있어 보였다.

 

 서한은 손에든 벽조목검을 천천히 땅에 내려놓는 척을 하다 잽싸게 뒤돌아 대문 쪽으로 내달렸다.

 

 탕!

 

 고요하던 밤하늘에 총성 한발이 울렸다.

 

 깜짝 놀란 서한이 멈칫했지만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민수의 손에 들린 권총의 초탄이 공포탄인 까닭이었다.

 

 그대로 대문을 열고 뛰어나가는데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렸다.

 

 “윽!”

 

 이번엔 제대로 맞은 듯 했다.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통증이 서한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 통증으로 인해 서한의 몸이 휘청거리자 그대로 민수가 달려들었다.

 

 그런데 하필 쓰러진 덕배의 몸에 다리가 걸려 엉키는 바람에 그대로 고꾸라져 서한에게 등을 보이고 말았다.

 

 덕배를 죽이고 총까지 맞아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던 서한은 눈앞에 민수의 영혼줄이 보이자 그마저 주저없이 끊어버리고 말았다.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바라보던 서한은 정신없이 집으로 뛰어 들어가 이수자가 남긴 수첩과 차키를 챙겨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 인적이 드문 하천 옆에 차를 세운 서한은 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잠에서 깬듯한 준영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다. 준영아.... 윽....”

 

 서한이 복부에 입은 총상에선 계속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서한이 좀 전에 있었던 일들을 전부 다 얘기하자 준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말도 안돼.... 형! 어디에요? 제가 지금 거기로 갈게요!”

 

 “아니야... 어차피 네가 지금 온다 해도 난 틀렸어...

 괜히 너까지 휘말리지 말고 내말 잘 들어.”

 

 “그게 무슨 소리에요! 지금 당장 갈 테니까 어디인지 말하라 구요!”

 

 준영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원했지만 서한은 계속 자기 할 말만 이어갔다.

 

 “너 말고 다른 짝눈은 우리들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악귀도 못보고.

 대신 네가 보지 못하는 다른 귀신들과 영혼줄을 볼 수가 있어.

 그러니까 일단 그 녀석을 찾아야 해. 어쩌면 해결방법이 있을지도....”

 

 “한이 형~ 알았으니까 어디냐 구요~~”

 

 “그리고 내가 죽인 그 경찰, 신분증 사진으로 찍어 너한테 보내놨어.

 그 사람 주변을 뒤져보면 아마도 다른 짝눈을 찾을 수 있을 거야.”

 

 “형... 진짜 왜 그래요.... 나 혼자 어떡하라 구요~”

 

 “여태껏 혼자 잘 해 왔잖아. 앞으로도 잘 해 나갈 수 있어.”

 

 “뭘 잘 해왔단거에요!

 애꿎은 사람들만 죽게 만들었지 내가 뭘 잘했다고... 흑흑흑....”

 

 준영이 흐느끼며 말하자 서한은 이렇게 얘기하곤 전화를 끊었다.

 

 “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난 내 의지로 사람을 죽인 거고.

 이게 너와 나의 차이야.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 미안해하지도 말고.

 아.... 피곤하다..... 이제 한숨 자야겠어......”

 

 통화를 마친 서한은 휴대폰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함께 하천 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나선 라이터로 수첩에 불을 붙여 뒷좌석에 던지려는데 어느샌가 덕배의 영혼이 차에 올라타 있었는지 서한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하... 이거 죽어서도 피곤하겠구만....’

 

 서한은 덕배의 눈초리를 피해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동안 잊고 살았던 많은 추억들이 스쳐 지나가며 서한을 쓴웃음 짓게 만들었다.

 

 ‘별게 다 생각나는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 시트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연기가 차안을 휘감았다.

 

 서한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잠을 못자서인지 점점 정신이 몽롱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런 그의 눈앞에 갑자기 맥주캔 하나가 나타났다.

 

 서한은 주저 없이 맥주캔을 집어 들어 뚜껑을 따고 나선 천천히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희한하게도 맥주는 끊임없이 계속 흘러나왔지만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의 그 시원한 짜릿함을 서한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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