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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카데미의 망나니
작가 : 최현우
작품등록일 : 2022.1.19

파멸이 예정된 게임 속 망나니 왕자에게 빙의했다.
전직 사기꾼의 화술과 계략으로 살아남아라!

 
01. 생텀행 급행열차 -6-
작성일 : 22-01-19 23:32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5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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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린을 데리고 칼리 황녀의 객실로 향했다.

 하지만 곧 객실 문을 지키던 근위병들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고작해야 내 시중을 들 샬롯과 단둘이 여행하던 나와 달리 초강대국 로마니아 제국의 황녀는 딸린 식구가 많았다.

 근위병에게 가로막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객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여보내라.”

 

 나는 무사히 나린과 함께 칼리 황녀가 있는 객실로 들어섰다.

 숨이 막힐 만큼 불편한 공기가 흐르는 공간이었다.

 객실 안에는 칼리 황녀와 그녀를 보좌하는 가이우스 원로가 있었다.

 칼리 황녀는 우리 둘 모두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으므로 그 뚫릴 것 같은 날카로운 시선을 몸으로 받아 내야 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러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 두 사람 다 이 정도면 나를 충분히 화나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팔꿈치로 나린의 옆구리를 찔러 그녀를 부추겼다.

 오해를 풀든 사과를 하든 나린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물론 엄청나게 힘든 일이긴 하겠지만.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신감을 잃어버린 나린은 칼리와 제대로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마법사의 로브처럼 보이는 그녀의 치맛단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제삼자인 나도 답답한데 당사자인 칼리 황녀는 오죽했을까?

 기다리다 지친 칼리 황녀는 나린을 쳐다보며 먼저 물었다.

 

 “그래서? 무슨 용건…?”

 

 “그 머리 장식 예뻐!”

 

 거의 비명을 지르듯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 한마디를 내뱉기 위해 얼마나 마음고생했는지 나린은 치맛단을 부여잡은 손에 핏기가 없었다.

 

 “그 장식이 예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냥 그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나는 몰랐어! 그런 문화가 있는지. 정말로 몰랐어…”

 

 나린은 울먹이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가장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나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기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객실 안에서 냉정을 유지한 사람은 칼리 황녀뿐인 것 같았다.

 칼리 황녀는 고작 이런 일로 눈물을 보였다고 나린을 비웃지도 나무라지도 않았다.

 그저 나린이 다시 감정을 추스를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주고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칼리 황녀는 상당히 너그러워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정말?”

 

 “당연하지 않은가. 일면식도 없는 자네가 느닷없이 내게 시비를 걸어올 리는 없으니 의아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 그랬구나…”

 

 “단지 나도 오랜 기차여행의 피로 덕분에 잠시 판단력이 흐릿해졌던 것 같다. 나도 사과하지.”

 

 “아, 응.”

 

 칼리 황녀는 뭔가 떠오른 듯 자기 황금색 머리 장식을 벗어들더니, 나린에게 물었다.

 

 “한번 써 보겠나?”

 

 칼리 황녀의 말에 나린과 옆에 있던 가이우스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황녀의 월계관은 로마니아 제국의 위엄을 상징하는 물건.

 그런 귀중한 물건을 남에게 함부로 빌려주려는 칼리 황녀에게 가이우스 원로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황녀의 위엄을 생각해서 감히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가이우스는 못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나린도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기에 불안한 시선으로 되물었다.

 

 “내가? 그래도 돼? 중요한 물건 아냐?”

 

 “보는 사람도 없는 객실 안에서 잠시 써 보는 것 정도로 큰일이 생길만한 물건은 아니다.”

 

 나린은 어색해하며 칼리 황녀에게 건네받은 월계관을 머리에 썼다.

 그러자 칼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음. 모발 관리도 하지 않는 내 머리 위에 있을 때보다 훨씬 볼 만하군. 훌륭한 안목이다. 나린 공주.”

 

 역시 제국의 황녀라 그런지 남을 띄워주는 방식도 능숙하네.

 나는 조금 감탄했다.

 머리 장식이 예쁘다고 말해 준 나린의 심미안과 그녀 본연의 미모를 동시에 칭찬하는 말이었다.

 월계관을 쓰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린을 보자 오해가 잘 풀린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졌다.

 푸근한 시선으로 나린을 쳐다보던 칼리 황녀는 이제 내게 눈을 돌렸다.

 

 “이만하면 오해도 푼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잠시 자리 좀 비켜 줄 수 있는가? 나는 이 남자와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서.”

 

 세상에 사람의 표정이 이렇게 순식간에 변할 수도 있다니.

 나린에게서 눈을 떼고 내게 고개를 돌리는 그 짧은 찰나에 칼리는 천사의 얼굴에서 마계의 지배자 같은 살벌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칼리 황녀가 쏘아내는 적개심과 분노로 몸이 따끔거릴 정도였다.

 제기랄. 올 게 왔네.

 반면 나린은 오해를 풀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칼리의 감정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응. 알았어! 우리 나중에 같이 식당칸에도 가 보자. 홍차가 맛있었어.”

 

 “그러지. 하지만 나린 공주. 가기 전에 그건 돌려주게.”

 

 나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칼리 황녀는 늘 쓰고 있던 월계관이 없는 자기 머리 위를 가리켰다.

 

 “앗! 아아! 미안!”

 

 칼리 황녀는 나린에게서 돌려받은 월계관을 다시 머리에 썼다.

 손수 객실 문까지 열어 주고 나린을 배웅한 다음 칼리 황녀는 문을 닫았다.

 그러곤 야생동물 같은 적개심을 뿜어내며 내게 고개를 돌렸다.

 나린을 대할 때와 나를 대할 때의 차이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미리 말해 두는데, 나는 남자의 눈물에는 티끌만큼의 관심도 없다.”

 

 “그럴 생각 없어. 나도 오해를 풀기 위해 온 거야.”

 

 “오해라고? 오해가 생길만한 상황이었나?”

 

 하긴 남의 얼굴에 주스를 쏟은 일을 오해라고 할 순 없지.

 말 한마디에 오히려 일이 꼬일 수 있는 상황이라 입이 바짝 말랐다.

 

 “단어 선택을 잘못했네. 오해가 아니라 그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지. 미안하게 생각해. 세탁비건 뭐건 전적으로 보상하도록 할게. 나는 사실 간헐적 발작증을 앓고 있어서 이런 일이 잦거든.”

 

 다행히 내 입에선 잘못을 인정하는 말이 술술 나왔다.

 칼리가 제국의 황녀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내가 가진 비굴한 특성이 발현되고 있었다.

 칼리 황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 이후의 일을 말하는 거지.”

 

 “이후의 일이라니?”

 

 “대중의 앞에서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만들지 않았는가!”

 

 아 그거.

 주스를 끼얹은 일이 전쟁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경험한 나는 전쟁을 막을 명분을 얻기 위해 칼리 황녀에게 누명을 씌웠었다.

 당사자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었을 것이다.

 전쟁을 막는다는 명분이 없었다면 나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이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면 칼리 황녀가 이해해 줄까?

 

 ‘하지만 그 전쟁의 원흉이 바로 옆에서 내 말을 듣고 있단 말이지.’

 

 가이우스 원로.

 고작 주스 좀 쏟은 일을 크게 부풀려 전쟁까지 일으킨 남자.

 그는 내가 객실에 들어온 이후 줄곧 나를 못마땅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내 입으로 사실 칼리 황녀를 모함했다는 사실을 자백해 버리면 이전보다 더 확실한 전쟁의 명분을 제공하는 꼴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때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칼리 황녀는 말했다.

 

 “가이우스. 잠시 자리 좀 비워주게.”

 

 “예? 황녀님. 하지만…!”

 

 “두 번 말하지 않겠네.”

 

 가이우스는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돌아보았지만 칼리 황녀의 태도는 단호했다.

 

 결국 가이우스는 애꿎은 내게 경멸의 시선을 쏘아 보낸 다음 객실을 나섰다.

 가볍게 객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칼리 황녀는 한층 더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네놈에게 시간을 할애할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군.”

 

 “아 고마워. 내가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걸 용케 눈치챘네?”

 

 “그래서? 내게만 전해야 했던 말이 뭐지?”

 

 “사람들 앞에서 너를 모함한 것은 미안하게 생각해. 그것 역시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어. 이런 말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그건 전쟁을 막기 위해서였어.”

 

 전쟁이라는 뜬금없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칼리 황녀의 눈썹이 의아한 감정으로 치켜올라갔다.

 

 “나를 모함해서 무슨 전쟁을 막는다는 거지?”

 

 “그게 나 같은 약소국 왕자가 제국 황녀이 얼굴에 주스를 끼얹었으니, 분명 전쟁으로 이어질 거로 생각했거든.”

 

 “망상이 지나치군. 내가 화가 난 것은 자네지 자네의 국가가 아니다.”

 

 “너야 그렇겠지만. 그걸 지켜보던 가이우스 원로는 이걸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

 칼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뭐야? 가이우스와 아는 사이였나?”

 

 “아니 오늘 처음 봤어. 다만 로마니아 제국의 황녀를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인물이라면 평범한 사람은 아닐 거로 생각했지.”

 

 좋아. 이 정도면 꽤 자연스럽게 둘러댔다.

 

 이 세계에 대한 정보가 늘어날수록 더 능숙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까지는…”

 

 칼리는 머릿속으로 내 발언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꽤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아니 가이우스라면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긴 하지.”

 

 “이해해준 거야?”

 

 “그럼 전쟁을 막을 명분을 얻기 위해 내게 누명을 씌운 거였군. 합리적인 판단이라 생각된다.”

 

 칼리 황녀가 이해해 줘서 다행이야.

 어쩐지 걱정했던 것보다 더 쉽게 다소 허무하게 일이 해결되었다.

 

 오해가 풀린 일을 기념하려는지 칼리는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칼리의 손을 맞잡았다.

 그 순간 칼리는 억센 힘으로 내 팔을 잡아 꺾어 나를 객실의 탁자 위에 짓눌렀다.

 

 “악!”

 

 팔이 꺾여서 탁자에 얼굴을 세게 부딪친 나는 절로 비명을 질렀다.

 한 손으로 간단히 나를 제압해 버린 칼리 황녀는 허리춤의 글라디우스를 뽑아 내 눈앞에 내리찍었다.

 

 “두 번 다시 나를 모함하면 팔 한 짝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거다.”

 

 탁자에 부딪힌 얼굴의 아픔과 눈앞에 찍힌 칼날의 공포에 정신이 없는 내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율리우스 칼리’의 호감도가 감소했습니다.》

 

 ***

 

 “아파….”

 

 한참 후에야 객실로 돌아온 로이를 걱정스레 쳐다보며 샬롯은 고민했다.

 그녀가 모시는 로이 왕자가 기행을 저지르는 일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조금 심했다.

 느닷없이 사람들 앞에서 말재주를 뽐내며 제국의 황녀를 비난하질 않나.

 황녀와 화해를 하고 온다더니 얼굴 한쪽이 얻어맞은 것처럼 부어서 오지 않나.

 

 “그래도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야. 살롯. 안 그래?”

 

 생전 처음 보는 친절한 표정과 말투로 말을 걸지 않나.

 원래 10대 청소년은 자아가 빠르게 형성된다고 하지만 이건 빠른 정도를 넘어섰다.

 객실로 돌아오자마자 로이는 자기 행적을 샬롯에게 조잘조잘 털어놓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로이를 돌봐온 샬롯에겐 너무 낯선 일이었다.

 

 ‘원래 하루아침에 철이 들기도 하는 건가?’

 

 로이의 변화를 의아해하던 샬롯은 문득 뒤늦게 로이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 모습에 샬롯은 오히려 안심했다.

 샬롯의 눈에 로이는 아직 어리광부리기 좋아하는 소년일 뿐이었다.

 샬롯은 평소처럼 로이가 좋아하던 초콜릿을 하나 까서 그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로이는 기겁하며 샬롯을 돌아보았다.

 

 “뭐 하는 거야?”

 

 “예?”

 

 “느닷없이 내 입에 뭘 집어넣은 거야? 이거 초콜릿이야? 그러지 마!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아니 오늘의 왕자님은 정말 뭔가요?

 샬롯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로이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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