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이름부터 완벽한 평범의 길을 걷던 김지혜, 빙의조차 평범한 백작영애에게 했다?
특징조차 없는 주근깨투성이 이 영애는 도대체 누군데요?
남들은 빙의하면 악녀도 되고, 부자도 되고, 성녀도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도 흔한 사람 1 역할을 맡고 있다.

빙의한 책을 찾기를 포기하고 돈 많은 난봉꾼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풀리는 빙의의 실마리들.
난봉꾼은커녕 세상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철벽 미남 2명을 모두 꼬셔야 한다?!

썸의 여신, 베스의 훌륭한 조언은 어려워서 성질대로 했더니.

"사업에 관련된 계약만 해야하나요?
제 영혼이나 당신의 지능과 같은 것과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나요?"

나사가 풀린 마법사와,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생각보다 더 쑥맥인 검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하는 빙의녀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거사 좀 치뤄보자 우리?
응? 100년을 기다렸잖아?"

빌런이 100년간 계획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온의 이야기.


#동생바보 #딸바보 #평범 #빙의 #멸망 #먼치킨 #흔녀의_2회차_삶 #힐링

 
9
작성일 : 22-01-19 21:48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869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 이 세계엔 담배 없나.....'

 

 구두코로 바닥 돌멩이를 툭툭 차봤다가,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어봤다가, 씁쓸함을 한숨에 담기엔 담배만 한 것이 없지, 하며 가을 남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을 때였다.

 

 "아, 영애. 괜찮으세요?"

 "로세인님,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어디 가세요?"

 "곧 파할 것 같은 분위기라 교수님이 과일 주스 한잔 씩 사오라고 하셔서요.

 사러 가는 길입니다."

 "같이 갈까요?

 손이 부족할 것 같은데."

 

 술도 깰 겸 로세인과 함께 주스가게로 걸음을 옮겼다.

 로세인은 처음의 인상과 다르게 편하게 대화하는 재주가 있었다.

 서로 다른 취미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내 귀를 붙잡는 이야기가 나왔다.

 

 "시요?

 시를 쓰나요?"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좋아서 가끔 쓰며 지냅니다.

 가문의 별장이 북부에 있는데, 절경이라서 시가 절로 나온답니다."

 "대단하네요.

 들려줄 수 있나요?"

 "제 시지만 제가 못 외워서요. 하하."

 "다른 재주는 없나요?

 신기하네요."

 "가끔 작곡도 합니다.

 가족들이 다 음악을 좋아해서 가문 소속 음악가도 있거든요."

 

 오늘 로세인을 알게 된 건 천운이었다.

 어제 신이 알려준 대로라면 어쩌면 로세인이 매실이와 해피 러브 포에버 하게 될 지도 몰랐다.

 

 "오오~ 대단하다.

 로세인, 정혼자나 마음에 두고 있는 영애는 있나요?"

 "하하, 제가 무슨.

 검이나 열심히 연마해야죠.

 수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부 지방에서는 유서 깊은 집안이라 이름에 먹칠하면 안 됩니다."

 "아냐아냐.

 내가 봤을 때는 이렇게 훤칠하고 검술도 잘하는데 시도 쓸 수 있는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반할거에요!"

 "하하... 아니, 저는 정말 아직은 학.문.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로세인의 입매가 굳으며, 나에게서 약간 멀어졌다.

 느낌이 왔다.

 이건 나와 거리두기구나.

 나는 남자로 인식한 적도 없는 그에게 오늘 까였다.

 억울했다.

 나는 눈이 높단 말이다!

 말끝마다 자기 자랑을 해대는 거 딱 싫다고!

 지금 당장 토스하지 않으면 바로 오해를 당하기 좋은 포지션이었다.

 

 "흠~ 그런가?

 아까 체리 영애가 로세인을 보는 눈이 반짝반짝 하더라고~

 그래서 물어봤는데?

 못 느꼈어요?"

 "핫! 정말요?"

 

 아까와는 다른 열정의 리액션.

 서로 관심없는 건 감사한데, 까여서 기분이 더러웠다.

 하지만 이 분은 사랑스러운 매실님과 연결되어야 했다.

 

 "네, 그냥 내 느낌일 수도 있어요.

 체리는 검도 좋아하고 예술적인 면도 좋아하니까 로세인이랑 딱 맞지 않을까요?"

 "앗, 이런......"

 

 로세인은 얼굴까지 발개졌다.

 

 "마음이 있다면, 예술적인 면모를 보여줘 봐요.

 검은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호호.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될까요?"

 "네! 엘리온 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었군요!

 제 행운이 닿은거라 생각합니다."

 

 원데이 투 집적을 적립했다고 오해를 살 뻔 했던 나는 다행히 하루에 한 명만 집적대는 조신한 처자가 되었다.

 

 ***

 

 

 대륙의 동쪽, 자드밀 왕국에서 멀지 않은 발손 제국의 어느 깊은 산 속.

 얼핏 보면 산맥의 산들 중 하나로 보이는 풀로 뒤덮인 낡은 건물이 하나 있었다.

 길조차 없어서, 그 안으로 분주히 드나드는 짙푸른 보라색 로브들이 아니었다면 건물인지 깜빡 몰랐을 정도였다.

 

 "강규메라 부승차라, 그 날을 위해."

 "강규메라 부승정추, 어서오십시오."

 

 대륙어가 아닌 말들을 주고받으며 로브들은 하나씩 모여 큰 원탁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비상 회의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탁 관련 회의가 시작되겠습니다.

 현재 저희의 공정률은 93퍼센트 정도입니다.

 수 년 전, 초록뱀의 등장이 달갑진 않지만 마탑과 등을 지기로 결정한 이상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점쳐져 왔습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노란통이 등장하신걸 모두 알고 계실겁니다.

 여기 신의 지도를 봐주십시오."

 

 아무것도 없던 큰 원탁에 대륙의 지도와 함께 깜빡이는 점들이 떴다.

 초록, 파랑, 갈색, 노랑으로 빛나는 점들은 자드밀 왕국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거사에 관련된 신탁들의 현 위치입니다.

 노란통의 등장 후 신탁들의 밝기 및 강도의 변화가 현저합니다.

 특히 초록뱀은 용이 되기 전까지는 공정률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어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빠르게 밝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란통과 파란산의 인물을 특정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탁끼리의 접촉이 상황을 다르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요하던 원탁 사이에 웅성거림이 일었다.

 

 "자드밀이 얼마나 크다고, 그냥 사람 붙여서 움직임과 대조하면 될 것 아니오?"

 "파란산과 노란통은 아카데미 내에서만 감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인지 둘 다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기숙사도 있는데다가 꺼진 상황에 저택에 돌아가는 것도 가능한 시간인지라......"

 

 차분하게 회의를 이어가던 보라색 로브도 답답한 현 상황에 말끝을 흐렸다.

 

 "하... 참.

 그래서 대책은 있소?"

 "일단 아카데미의 행사에서 균열을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특이점을 마련해줘야 특정해 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 리스크가 큰 거 아냐?"

 

 조용히 앉아있던 파란 로브가 말했다.

 

 "네, 하지만 이대로 특정하지 못한 채, 두고만 보기에는 공정 완료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신탁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정만 기다리기에는 리스크가 큽니다.

 걸려도 문제 없는 놈들로 이벤트를 만들어보겠습니다."

 "...... 좋아.

 큰 문제가 되지 않게 하고.

 갈색의 약점은 확보했어?"

 "네."

 "초록뱀의 약점도 확보해 놔."

 "알겠습니다."

 

 짧은 회의 후 각자는 건물 뒷편의 마법진으로 사라졌다.

 

 

 ***

 

 굴욕의 하루 이후에도 나의 일상은 같았다.

 무술 수업은 계속 됐고, 나의 실력은 늘어갔다.

 새로운 무기도 점점 손에 맞았고, 칼날 끝까지 펴면 늘어난 리치에 자신감도 솟았다.

 리베론의 똥 씹었던 얼굴도 함께 무술에만 집중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로써도 리베론을 꼬시기보다 체리에게 다른 남자를 소개해주는 쪽으로 관심사가 바뀌자 마음이 편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평판의 문제가 생긴 나는 당분간의 모든 사교활동을 멈추고 수업과 사업에만 몰두했다.

 아마 이 세계에 나같은 까부는 영애는 없었던 모양이다.

 별 타격은 없었지만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귀찮아서 조용히 지냈다.

 

 리베론이 해주던 개인 교습도 나의 열정만큼 수업진도는 쭉쭉 나가고 있었다.

 새로운 무기에 적응해 함께 무술을 만들어 나가기도 했고, 그 와중에 서로의 실수가 생기면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함께 수련하며 땀흘린 시간만큼 리베론의 벽이 낮아지는 걸 느꼈고, 그는 생각보다 잘 웃는 남자였다.

 다만 옛날부터 여자에게 호되게 데였는지 이성관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다.

 이역만리 타국에 아는 사람도 없이 와서 외로울 그를 생각하면 짠한 마음도 솟았지만 나를 굴리며 그 외로움을 즐거움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저 악마를 언젠간 조지고 말겠다며 이를 갈면서 대련하는 날들도 길어졌고, 가끔 훈련 후에 홈크 단장과 리베론은 술을 한 잔 하기도 했다.

 그들의 주량을 따라가볼까 싶었던 날도 있었지만 이미 나는 술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팔이 후들거렸다.

 그래서 안 마신 것이다.

 굴욕의 그 날의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다.

 

 서로 대립각을 세웠던 체리도 나의 굴욕 데이 이후로 경쟁자의 깜냥이 안 된다고 느꼈는지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들에서 멀어지자 마음 편하게 다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로세인에게 연애의 진척사항을 물었고, 조언도 해주며 열심히 격려했다.

 나는 천성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았기에 친구들에게 다른 정보들도 많이 주워들으며 행복한 봄날을 즐겼다.

 

 키셀을 만나는 수업 이후에는 함께 앉아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아티팩트의 시제품 제작과 더셀과의 협상에 여념이 없었다.

 전례없던 일이었기 때문에 준비와 계약과정은 길어졌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키셀 덕분에 일이 편했다.

 사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 꼭 '좋은 곳에서 논의하지 않을래?' 라고 물었고, 내 대답은 항상 '좋아!'였다.

 그가 항상 텔레포트로 데려가주는 곳들은 쉽게 오갈 수 없는 멋진 곳들이었고, 나는 점점 우리의 회의 시간을 기대하게 됐다.

 

 열심히 미팅을 진행하다가 문득 키셀의 눈을 보면 편안함을 느꼈다.

 업무에 지친 눈이 숲을 보며 정화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업무에 열중한 그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느꼈다.

 역시 열일하는 남자는 섹시했다.

 경치를 보며 나누던 한마디는 개인적인 두마디로 이어졌고, 이젠 서로 말을 놓고 다음 회의는 어디에서 할까 묻는 사이가 되었다.

 편안함과 섹시함 사이에서 가끔 번득이는 그의 어두운 집착이 튀어나왔지만, 그마저도 익숙해졌다.

 그 사이 자드밀의 여름이 찾아왔고, 연두빛이던 식물들은 짙은 녹음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는 1년에 1번 여름이 깊어질 쯤, 무술대회가 열렸다.

 무술대회 준비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었고, 별 기대도 안 됐다.

 앓는 척 하며 져주는 기사단원은 믿을 수 없었고, 리베론은 내가 단 한 번도 이길 수 없었다.

 수업에서는 아직 대련수업이 없었지만 다들 다양한 무기로 엄청난 양의 수련을 함께 하고 있었기에 결과는 뻔했다.

 어차피 무술대회는 참가에 의의나 둬야할 이벤트였다.

 

 그보다는 더셀직물과의 계약이 코앞이었다.

 계속된 설명과 설득, 가을이 가까워지면 다가올 어음의 만기와 말라붙은 현금의 흐름 때문에 더셀 사장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었다.

 내 성격같아서는 직접 이해를 시키고 싶었지만 경험없는 18살 백작영애보다는 마탑주가 될 수도 있는 마법사가 더 설득력 있었기에 참았다.

 

 "엘리, 드디어 됐어.

 계약서 이대로 가자네."

 "우와!! 드디어!!

 언제 갈거야?

 오늘 당장 가면 너무 없어보이겠지?"

 "걱정마.

 사인하는대로 투입할 수 있게 아티팩트 미리 제작해두는 중이라 모레쯤 보기로 했어."

 

 그간의 노력과 함께 드디어 기회가 주어진다는 생각에 콧김을 뿜으며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 너무 신난다!

 계약하고 나면 다음주에 같이 밥먹을까?

 내가 살게."

 "그러자.

 엘리, 갈 곳은 내가 정해도 될까?"

 "어디로 데려가려고~ 좋아!"

 

 푸흐흐 웃으면서 키셀을 장난스럽게 쳐다보는데 키셀이 잠시 얼굴을 붉히며 내 눈을 피했다.

 집착을 했으면 했지, 내 눈을 피한 적이 없던 그였는데 이상했다.

 

 "키셀?"

 "아 잠깐만. 휴.

 그냥 네가 너무 신나하는게......

 좋아보여서 그럴 일을 더 많이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착하네.

 내 어깨가 남아나지 않도록 일해주겠니?"

 

 풋, 웃던 키셀은 다음 주 저녁에 시간을 비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연구실로 돌아갔다.

 훈련시간때문에 투덜거림이 늘어난 키셀을 위해 꼭 비워두겠다고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를 탔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를 타자 무술 대회에 욕심이 생겼다.

 큰 욕심없이 1라운드 정도는 이기고 싶었다.

 

 "교수님, 오늘은 정말 옷깃을 스칠뻔 했어요!

 보셨죠??"

 "엘리, 그렇게 누워있으면 단장한테 내가 혼나.

 제발, 단정하게 쉬어."

 "아니 정말 답답하시네!

 단정한 게 쉬는 건가요!!

 자, 교수님도 이렇게 다 뻗어서 누워보세요!"

 

 대련할 때는 옷자락도 허용하지 않는 리베론이 불시의 내 손짓에 드러누워졌다.

 

 "자 최대한 넓게 눕는 거에요!

 하늘도 보고!

 구름이랑 인사도 하고!

 바람도 온 몸으로 느끼는거죠!

 어때요?

 숨이 빨리 가라앉죠?"

 

 지치지 않은 내 입이 끊임없이 나불거리자 리베론의 피식거림이 들려왔다.

 

 "그러게.

 하늘은 오랜만이군."

 "거봐요.

 교수님은 목이 뻣뻣해서 하늘 안 볼 줄 알았어요.

 유도리있게 사세요!"

 "유도리? 푸하하.

 그런 단어는 도대체 어디서 아는 거지?"

 

 그가 눈물이 맺히도록 웃었다.

 항상 짓눌린 어둠을 품은 듯한 리베론이 처음으로 후련해보였다.

 땀이 맺힌채로 연무장에 드러누워 촉촉한 눈에 푸른 하늘을 담은 그는 청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았다.

 

 "그렇게 딱딱하게 사시니까 재미가 없는거에요.

 교수님, 저랑 하나만 약속해주실래요?"

 "뭔데?"

 "어려운 선택의 시간이 오면 교수님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상의해서 결정해주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마음 깊은 곳에 아직 멸망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은 살아 숨쉬고 있었다.

 결국 원작대로 흘러가게 된다면 같은 선택의 시간에 내가 체리를 구하러 가겠다고 리베론을 설득할 수 있어야했다.

 홀로 생각한다면 그는 수많은 생명 대신 체리를 선택하게 될테니 말이다.

 

 "그냥요, 약속해주세요!

 생과 사 정도의 큰 문제면 상의할 수도 있잖아요!"

 "어휴, 넌 진짜.

 알았다."

 "약속했어요!!!!

 취소불가 환불불가 퉤퉤퉤!"

 

 전매특허 어깨춤을 추며 이 약속이 그와 세계의 미래를 바꾸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엘리, 너 그 마법사 녀석과는 무슨 사이야?

 연애라도 하는 거야?

 아카데미에 소문이 파다해."

 

 리베론의 매서운 눈길이 내 피부를 찔렀다.

 

 "에이 연애는 무슨요.

 저는 제 쌍둥이랑 사랑하는 사이에요!"

 

 한 몸과도 같은 쌍둥이(쌍으로 된 몽둥이)를 들어올리며 나의 사랑을 어필했다.

 

 "...... 진짜지?

 자주 텔레포트로 사라진다던데."

 "네. 그리고 키셀이면 엄청 잘생겼는데 그럼 응원해 줄 일 아닌가요?"

 

 흥, 하며 짐짓 삐친 표정을 해보였다.

 

 "걔가 뭐가 잘 생겼어.

 기생오라비같이 생겨서는.

 잘생긴 쪽이라고 하면 역시 듬직하고 덩치도 좀 있고 묵직해야......"

 "아아~ 교수님처럼요?"

 

 리베론처럼 항상 말을 아끼고 멋진 모습만 연출하던 사람이 자화자찬을 하자 웃음이 터졌다.

 그도 사람이구나 싶기도 했고, 저런 속마음을 숨기며 말을 아껴왔다니 귀엽기까지 했다.

 

 "...... 됐다.

 그냥 그 마법사 놈이랑 그만 좀 어울려 다녀.

 무술대회도 코앞인데."

 "에이, 저는 기회되면 연애할 거에요!

 교수님이 응원해주셔야죠."

 "너는 그 교수님이랑는 칭호 좀 어떻게 해라.

 늙은이가 된 것 같아."

 

 몸을 벌떡 일으키게 만드는 멘트였다.

 

 "그럴까, 리베론?"

 

 본격적으로 근엄해진 내 표정에 리베론이 웃어버렸다.

 

 "진짜에요!

 무술대회 우승하면 멋진 남자한테 고백할거에요!"

 

 함께 웃으며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해봤다.

 내 실없는 농담에도 웃지 않는 리베론을 슬쩍 쳐다보았다.

 살랑이는 여름 바람 속에서 은근한 미소 짓는 그가 참 아름다웠다.

 노을 때문인지 훈련 때문인지 발갛게 물든 그의 뺨은 장미가 질투할 정도로 고왔고, 휘어진 촉촉한 눈매는 초승달을 박아놓은 것 같았다.

 저런 피사체의 절절한 사랑을 받은 원작의 체리는 얼마나 복받은 인물인 것인가, 새삼 질투가 났다.

 

 

 나 빼고 모두가 들뜬 무술대회의 날이 밝았다.

 부모님은 보셔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홈크 단장과 카엘을 초대했다.

 큰 기대없이 다치지만 말고 오라고 키스를 해주던 부모님을 뒤로 하고 일찌감치 아카데미로 향했다.

 수도의 작은 축제답게 많은 시민들이 벌써 줄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안나, 나를 꾸미는 게 의미가 있을까?"

 "아가씨, 기사단이 아가씨가 높이 올라갈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런 주목 받는 자리에서 제 직무를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대단한건 아니고, 그냥 주근깨만 가리고 머리카락만 예쁘게 고정해 드릴게요."

 "에휴, 그 말을 믿어?

 그냥 안나가 나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말이랑 비슷한거지!"

 

 안나는 초지일관 거짓말을 참 못했다.

 움찔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보면서 헤어 정도는 도움을 받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저는 진심이에요!"

 "오냐.

 그럼 굴러다녀도 절대 시야를 가리지 않게 머리를 꽉 틀어 올려줄 수 있겠어?

 혼자서는 도저히 안되더라고."

 "네네! 저만 믿어주세요!"

 

 안나가 다양한 모양의 핀을 수십개를 꽂기 시작했다.

 묶는 게 아니고 꽂아야 고정이 된다니 신기했다.

 

 "안나, 묶어야 하는 게 아니야?"

 "누가 그러거든 하늘을 보며, 초보여 수련하라, 라고 해주세요."

 

 그렇게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안나의 손길에 나를 맡기고 나니 깔끔한 여전사가 탄생했다.

 

 "대단하다 안나!

 오늘 한 번은 이겨서 환호를 받고 올게. 꼭!"

 "아가씨!

 상대가 카엘 도련님의 욕을 했다고 상상하고 혼내주고 오세요!"

 

 완전 추첨제로 진행이 되는 무술대회에서 첫 대결 상대는 운좋게 싱거운 상대였다.

 

 "엘리온 챔버?

 반갑군. 3학년 두들리 마르고일세.

 같은 신입생끼리 붙여야할텐데, 첫 판부터 어쩌나."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강강약약.

 저렇게 나오는 상대에게 절대 굽히지 않는 선택적 곧은 성격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씩 웃으며 악수를 건네는 내 손을 거만하게 걸쳐잡는 두들리를 한 대는 때려주리라 각오했다.

 

 시합장에 오르자 1라운드답게 어수선했다.

 이 시간의 관중석은 듬성듬성 차 있었고, 도박꾼들조차 유명한 선수들 경기에만 참석했다.

 가족과 같은 친인척이나 그들의 경기를 기다리는 관심없는 구경꾼들, 혹은 이런 경기조차 판돈을 걸어보려는 술취한 도박꾼들만 있었다.

 

 "누님! 화이팅!"

 

 그 이 빠진 관중석 사이에서 황금보리색 카엘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쳤다.

 거대한 홈크단장조차 그 곁에서 현수막을 들며 함께 응원했다.

 저들을 위해서라도 이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쌍둥이를 꼭 쥔 채 내려치자 두 뼘 정도의 속 봉이 튀어나왔다.

 투박해보여도 소재는 최고급이었다.

 어지간해서는벨 수 없을 정도의 강도는 됐다.

 첫 판은 자랑하기에도 싱거운 판이었다.

 짓쳐들어오는 그의 속도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느렸고 허점이 많았다.

 너무 느려서 눈속임이고 다음 공격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잠시 경계할 정도였다.

 칼에 모든 체중을 실은 그의 일격은 막을 필요도 없이 비켜서기만 해도 충분했고, 건방졌던 댓가로 그의 뒷통수에 일격을 날려주면 끝이었다.

 

 슥 빡, 으로 끝난 나의 첫 판을 기억하는 건 카엘과 홈크 단장밖에 없으리라.

 끝난지도 모르고 베팅을 하겠다며 돈을 흔드는 취객도 보일 정도였다.

 그대로 실려나가는 두들리의 납작한 뒷통수를 보며 모두의 정성이 있는데, 2라운드까지 힘을 내서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좋게도 2,3라운드 모두 이름도 모르는 검술학부 학생이었다.

 얼떨결에 모두 일격으로 k.o를 시키고 조 1위로 64강에 진출하자 모두가 신나했다.

 

 64강부터는 대략 이름은 들어본 학생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은 주목받는 경기는 아니었고, 빠른 대결을 통해 결과가 정해지고 있었다.

 64강의 상대는 게슈 타르트 영식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7 37 2022 / 2 / 15 205 0 7167   
36 36- 수정 2022 / 2 / 10 201 0 5255   
35 35 2022 / 2 / 10 200 0 7170   
34 34 2022 / 2 / 7 199 0 6601   
33 33 2022 / 2 / 5 193 0 5597   
32 32 2022 / 2 / 5 188 0 4926   
31 31 2022 / 2 / 4 191 0 4860   
30 30 2022 / 2 / 4 199 0 8214   
29 29 2022 / 1 / 31 201 0 5062   
28 28 2022 / 1 / 31 205 0 7371   
27 27 2022 / 1 / 31 207 0 7670   
26 26 2022 / 1 / 31 214 0 7272   
25 25 2022 / 1 / 31 197 0 6785   
24 24 2022 / 1 / 29 188 0 5406   
23 23 2022 / 1 / 29 201 0 8266   
22 22 2022 / 1 / 29 201 0 4732   
21 21 2022 / 1 / 28 196 0 7936   
20 20 2022 / 1 / 28 199 0 5245   
19 19 2022 / 1 / 27 204 0 4945   
18 18 2022 / 1 / 27 211 0 3998   
17 17 2022 / 1 / 27 204 0 5280   
16 16 2022 / 1 / 25 206 0 8107   
15 15 2022 / 1 / 25 189 0 4951   
14 14 2022 / 1 / 25 187 0 7543   
13 13 2022 / 1 / 21 193 0 7073   
12 12 2022 / 1 / 21 206 0 7049   
11 11 2022 / 1 / 21 195 0 7490   
10 10 2022 / 1 / 20 209 0 5507   
9 9 2022 / 1 / 19 221 0 8693   
8 8 2022 / 1 / 19 218 0 8630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