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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대의 앞길을 막는 모든 것을 부수기 위해
작가 : 은하림
작품등록일 : 2022.1.19

전설로 남은 마녀 백설화랑과 출신을 알 수 없는 아이가 전쟁에 휘말리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prologue. 마지막 "사랑해"
작성일 : 22-01-19 18:59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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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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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별빛 하나조차 없는 흑요석 같은 밤하늘 가운데 새하얀 달 하나만이 고고하게 월광을 흩뿌리고 있다.

 빛을 잃은 지상은 어렴풋한 윤곽만을 드러내며 숨을 죽이고 있다.

 

  그 흐릿한 달빛을 한껏 머금은 은빛 검날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지상에 빛을 뿌린다.

 곧이어 들리는 금속음과 세차게 튀는 불똥은 적막에 휩싸였던 세계를 깨운다.

 

  "그만해, 유렌. 검을 향할 상대는 내가 아니야."

 

  차분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찬 밤공기를 울리며 퍼져나간다.

 백색에 가까운 긴 금발을 바람에 섞으며 하이유리샤는 상대를 곧게 바라보았다.

 

  "그걸 판단하는 건 나야."

 

  기온이 조금 낮아진 듯한 감각을 동반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린다.

 머리 위의 밤하늘에 비견될 정도로 순수한 검은색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고, 그것은 곧 잔상이 되어 사라졌다.

 

  다시 한번 허공을 양단하는 직선이 빠르게 그어지고, 지면에 누울 기세로 허리를 젖혀 피한 하이유리샤는 가볍게 도약해 거리를 둔다.

 

  "지금 이 상태로는 안돼. 진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유렌도, 너도, 나는 전혀 모른다. 제정신이 아닌 건 너야."

 

  숨을 내쉴 틈조차 주지 않고 수없이 이어지는 연격을 흘려내며 그녀는 잠시 입을 닫았다.

 

  "그토록 원했던 너와의 재회지만, 이런 형태를 바라진 않았어."

 

  그저 아프게 웃으며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애써 지어냈다.

 

  "네가 원한다면, 받아줄게."

 

 ​

 

  검과 검이 맞부딛히며 폭풍을 일으킨다.

  초 단위로 기류를 찢어 가르며 파괴적인 검격이 몰아친다.

  가시영역을 아득히 웃도는 검속에 이미 검날은 눈으로 좇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며, 허공에는 무수한 빛줄기가 아로새겨지고 있다.

 

  검과 검이 서로를 파훼하며 터져 나오는 금속음은 한 합과 다음 합을 구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빠르게 연이어 울려간다.

  일순간의 스침으로 지면이 깎여나가고 공기가 찢겨나가며 휘두르는 검격마다 난기류가 휘감긴다.

 

  기이하게까지 보이는 비인간적인 몸놀림으로 하이유리샤의 검을 흘려내며 남자는 오직 그녀의 목만을 노린다.

  남자가 휘두르는 것은 가로로 눕히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장검이다.

  다만 장검치고는 이상하리만치 길어 1m를 상회하는 탄력이 있는 검날은 사용자의 다룸에 따라 조금씩 휘어들어간다.

 

  질풍같이 달려나간 그가 휘두른 검은 지면을 가를 기세로 낮게 날며 공기를 빠르게 찢어가른다.

  하이유리샤는 궤도상에 비스듬히 검날을 끼워 넣어 부드럽게 흘려냈다.

  왜곡된 궤도를 타고 검날은 멀어져가고, 무방비한 자세로 그는 빈틈을 드러내었다.

 

  한순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흘려내어 진 검격에서 손목을 뒤집어 반원의 궤도를 그리며 멀어져가던 검날이 목을 노리며 엄습한다.

 

  온전히 받아내기엔 불가능할 시점까지 검이 다가오자 그녀는 남자의 팔 안쪽으로 파고든다.

  검을 빙글 돌려 역수로 쥐고, 그의 팔을 노리며 그어 내렸다.

 

  순간 시야에서 그가 사라지고 턱에서 격통이 인다.

  크게 몸을 젖힌 그가 반동을 실은 무릎차기를 그녀에게 꽂아 넣은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아득해졌던 의식을 부여잡고 깨진 어금니를 뱉어내며 그녀는 검을 움켜쥐었다.

  아직, 끝낼 수 없다.

  절망은 수도 없이 해보았지만, 꺾여본 적은 없었다.

 

  1m를 상회하는 탄성을 띤 장검으로는 방어가 가능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길이의 검으로 연격이 빠르게 이어질 수가 없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었다.

 

  얇고 긴 검의 탄성으로 그녀의 공격을 검면으로 후려치듯 튕겨내었고, 튕겨낸 즉시 기세가 죽은 것을 이용해 찌르기로 깊게 파고든다.

  찌른 직후 몸의 중심을 뒤로 되돌리기 위해 끌어당기는 듯 안쪽으로 베어내리고, 다시 한번 뒤쪽에서 궤도를 비틀어 원을 그리며 위쪽에서 수직으로 찍어내린다.

  초 단위로 변화하는 공격법은 대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마저도 파훼하며 들어왔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공격법으로 파고드는 연격에 머리가 과열되어 간다.

  수도 없이 많은 잔상의 원이 허공에 그려지는가 싶으면 숨 막히는 충격이 검을 타고 팔을 후린다.

 

  그녀는 조용히 전율했다.

  그는 검을 휘두르고 적을 양단하기에 최적화된 존재였다.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자는 신의 가호가 일절 없는 순수한 인간의 몸으로 신마저 눈을 돌리게 만든 검신이었다.

 

  밤하늘 위에 걸쳐진 달빛을 얹은 검날이 유선형의 궤적을 허공에 무수히 그리며 금세라도 사라질 듯한 아득한 기억 너머의 향수를 강렬히 새겨낸다.

 

  그녀의 입가에 고통스러운 미소가 스쳐 지난다.

 

  비통에 가득 찬 소리 없는 절규가 손끝부터 차갑게 몸을 뒤덮는다.

  아련한 기억에 눈앞이 흐려지고, 심장을 얼음으로 짓이기는 듯한 고통이 차갑게 발끝으로 퍼져나간다.

 

  가늘게 눈을 뜬 하이유리샤는 쓰라린 듯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을 한 채로 말한다.

 

  "모든 게 끝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다시 검을 세워 들고 달려오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슬프게 웃는다.

 

  "그때는 우리,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기를."

 

  기나긴 월하의 검무에 막을 내릴 일격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공기를 폭력적으로 찢어 터뜨리며 폭발적으로 엄습하는 최후의 일격이 그녀의 몸에 죽음을 들이대었다.

 

  "사랑해."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지면을 박참과 동시에 아무도 보지 못한 그녀의 눈물은 공기에 스며들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은하림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댓글에 써주세요!

 피드백은 수용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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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ologue. 마지막 "사랑해" 2022 / 1 / 19 249 0 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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