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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붉은 밤으로 물들다.
작가 : 은별하
작품등록일 : 2022.1.19

인간이면서 뱀파이어인 유진은 쌍둥이 동생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치료를 위해 흡혈을 해야하지만, 500년 동안 여자를 흡혈한 적은 없는 그가 마을에서 만난 어린 레아를 흡혈하게 된다. 그런데, 흡혈하면서 그녀의 미래를 보게 되고, 자꾸 그녀가 눈에 밟힌다.
"당신은?" "은혜를 갚게 해 줘요" "네?" 갑자기 나타난 잘생긴 후작 그리고, 그의 제안. 과연 레아의 미래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2화>
작성일 : 22-01-19 14:15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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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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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아는 내일 아침 자신의 시신이 골목길에서 발견되는 상상을 했다. 어린 동생이 고아가 돼 길거리에서 헤매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헤이즐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두려움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흐윽, 제발…….”

 레아의 흐느끼는 소리에 유진의 낯빛이 굳어졌다. 자신이 여자를 공포에 떨게 했다는 사실이 심장을 찔렀다.

 “으윽!”

 하지만, 옆구리가 다시 아파져 오자 어금니를 깨물었다. 얼굴에 검은 실핏줄이 늘어나자 거친 숨을 쉬었다. 위험했다.

 지금 당장 피를 흡혈하지 않으면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여자의 피를 마셔!

 마음속에서 들려 오는 낯선 목소리에 흠칫거렸다.

 안돼! 미쳤어? 여자는 아무 죄도 없다고!

 유진의 이성이 소리쳤다. 주먹이 쥐어졌다. 그의 빨간 눈이 번뜩였다.

 지금 그딴 거 따질 때야? 정신 차려! 이러다 죽을 수 있어!

 유진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여자가 흠칫 떨었다.

 빨리 흡혈해, 지금이야!

 “으…아악!”

 유진은 이성과 욕망이 싸우는 소리에 미칠 것 같았다. 레아는 갑자기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벽을 치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유진은 괴로워하며 고개를 내렸다. 고개를 내리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느껴졌다. 놀라 숨을 들이켜자 여자의 달콤한 살냄새가 맡아졌다.

 유진은 그제야 자신이 여자의 목에 코를 갖다 댔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맥이 느껴지자, 감았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 서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의 송곳니가 나왔다.

 “흐으윽, 흑흑”

 송곳니가 나오던 유진은 여자의 울음소리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여자를 보자,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의 빨간 눈이 흔들렸다. 자신이 죄 없는 어린 여자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송곳니가 서서히 들어갔다. 레아를 가만히 보던 그의 고개가 내려갔다.

 “으윽!”

 레아는 앓는 소리를 냈다. 남자의 차가운 혀가 자신의 볼에 닿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 다른 뺨도 핥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 뭐야?

 무서웠던 레아는 남자가 자신의 눈물을 닦아 주자, 슬그머니 눈을 떴다. 이상했다. 나쁜 남자일지 모른다고 경계하던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다.

 마치 자신을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도대체 이 남자 뭐야?

 레아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그가 고개를 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후드 때문에 여전히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왠지 그의 얼굴이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자, 손을 뻗어 그의 후드를 잡았다. 유진의 어깨가 흠칫거렸다.

 잠시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했다. 비록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레아는 그의 뜨거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있었을까? 유진은 고개를 내려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으흡!”

 레아는 입술이 삼켜지자, 놀라 그의 후드를 잡았다. 부드럽게 시작한 키스는 점점 격렬해졌다. 유진은 여자의 아랫입술을 강하게 물고 빨아들였다.

 촉촉하고, 도톰한 입술의 감촉은 생각보다 좋았다. 윗입술을 빨았다. 여자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자, 차가운 혀가 쏙 하고 그녀의 입술 안으로 들어갔다.

 “흡!”

 차가움에 놀랐지만, 곧 그의 혀와 마주하자, 온몸에 짜릿함이 남았다. 유진은 커다란 손으로 레아의 목을 부드럽게 쥐고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그의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가며 입술을 빨아들였다. 미친 듯이 좋았다. 유진은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으흡, 으-!”

 레아는 거칠어지는 호흡에 어쩔 줄을 몰랐다. 자신이 지금 처음 본 남자와 길거리에서 키스 하고 있다는 자각도 들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강한 열감에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졌다. 이상했다. 그와의 키스가 격렬해지자, 아랫배가 아려왔다.

 그의 가슴이 그녀의 가슴에 닿았다. 그녀의 물컹한 가슴의 느낌에 유진의 열망은 더 커졌다. 레아의 입술을 물어 버리자, 레아가 소리를 질렀다.

 “윽!”

 레아는 자신의 혀를 뽑아 버릴 듯 빨아 대는 남자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의 거친 키스에 미칠 듯이 달아오르는 몸이 당황스러웠다.

 “으-.”

 여자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유진은 그녀의 뺨으로, 귀로 입술을 옮겼다. 그러자 레아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곧 쓰러질 듯 그녀의 몸이 아래로 스르륵 내려가자, 유진은 그녀의 허리를 잡아 올렸다.

  “하아!”

 자신의 목을 길게 핥는 그의 혀를 느끼자 부르르 떨었다.

 이게 도대체…….

 레아는 갑자기 느끼는 열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집에 가는 길에 다친 남자로부터 애무를 당하는 상황이 영 믿어지지 않았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남자의 피를 보았는데, 분명 그는 다쳤는데, 지금 자신을 물고 빠는 남자는 전혀 다친 것 같지 않았다.

 남자를 밀어내야 하는데, 도망쳐야 하는데……. 레아는 정신과는 반대로 점점 달아오르는 몸을 느끼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하아, 조금만 더.... 제발.....

 미칠 것 같았다. 자신이 왜 남자의 손길을 더 원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진은 레아의 목을 지분거리다 맥이 뛰는 정확한 지점에 입술을 대고 눈을 떴다.

 그의 빨간 눈이 번뜩였다. 그가 입을 벌렸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자라기 시작하더니 팔딱 뛰는 맥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아!”

 레아는 상상도 못 한 고통에 눈을 번쩍 떴다. 강한 남자의 팔이 자신의 허리를 더 바짝 조이는 걸 느꼈다. 몸이 타는 듯한 고통에 레아가 헐떡였다.

 “으윽-!”

 유진의 송곳니가 더 깊게 파고들자, 레아의 작은 몸이 파닥거렸다. 고통에 괴로워하던 레아는 곧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고통이 1분도 안 돼 다른 느낌으로 바뀌었다. 뜨거웠다. 온몸이 타는 듯한 고통이 이제는 온몸에 전율을 주었다. 열이 올랐다.

 “아흑!”

 알 수 없는 갈증이 일었다. 남자를 갖고 싶었다. 그를 지배하고 싶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열감이었다.

 “하아, 하아”

 남자가 더 강하게 자신을 안아 줬으면 좋겠다. 자신을 먹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강한 팔이 자신의 허리를 감아 오자, 자신의 몸을 밀착했다.

 유진은 여자의 피를 강하게 빨아들였다. 여자의 달콤한 피가 온몸으로 파고들자, 여자와 한 몸이 된 듯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갖고 싶다. 미치도록 갖고 싶다. 여자의 옷을 벗기고, 따뜻한 몸을 느끼고 싶었다. 온몸에 성욕이 끓어오르자, 숨이 가빠왔다.

 유진이 레아의 피를 다시 쭉하고 빨아들이자 레아의 몸이 달아올랐다. 레아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는 유진의 아랫도리가 점점 커졌다.

 달콤한 느낌에 행복을 느끼던 유진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의 이마가 구겨졌다. 그의 머릿속에 장면들이 마구 떠올랐다.

 ‘레아’

 ‘유진?’

 ‘내 손을 잡아요, 레아.’

 하얀 잠옷을 입은 레아는 긴 적갈색 머리를 늘어뜨리고, 열린 창문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익숙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이 있었다.

 ‘레아...’

 레아의 손을 잡고 미소를 띤 얼굴을 보자, 유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건 자신이 아니었다. 그 얼굴은 바로.... 동생이었다.

 “헉!”

 유진은 급하게 레아의 목에서 입을 떼고 숨을 거칠게 쉬었다. 급히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레아?”

 유진의 목소리를 들은 걸까? 여자가 살짝 눈을 떠 그를 보다 다시 감았다. 품에 안긴 몸이 축 처지자, 그제서야 유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레아!”

 여자의 이름이었다. 굳어가는 몸 그리고 목에 흐르는 피...

 “하아-!”

 유진은 여자의 처참한 모습에, 이마가 구겨졌다. 점점 빨간 눈이 파란 눈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의 장면은 뭐였을까? 흡혈할 때, 상대방의 과거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장면은 미래인 걸까?

 미래라면 여자가 동생으로부터 위험에 빠지는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유진은 냉정해지려 노력했다.

 그녀의 숨은 곧 끊어질 것이다. 이대로 여자를 죽게 해도 괜찮은 걸까? 자신을 살린 여자를 이대로 죽게 놔둬도 되는 걸까?

 묻고 또 물었다. 괴로워 일그러졌던 얼굴이 다시 냉정하게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물었다. 검붉은 피가 흐르자, 레아의 고개를 젖혔다. 자신의 손목을 레아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유진은 자신의 피를 나눠주고, 여자의 피부색이 다시 돌아오는 걸 보았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피를 나눠 준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50년 전, 자신의 집사인 알렉스를 살렸다. 그리고, 오늘 여자를 살렸다. 자신의 피를 마신 여자의 생명은 연장될 것이다.

 죽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보다 오래 살 게 될 것이다.

 “오늘 일 알게 되면 날 원망하겠지?”

 유진은 레아의 숨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눈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았다.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날 살려줘서 고마워요. 이 은혜는 잊지 않을 겁니다. 레아.”

 레아는 천천히 눈을 떠 그를 보았다. 그러다 다시 스르르 눈을 감았다. 유진은 레아를 번쩍 들어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

 몰다비아, 라스노브 성.

 헥토르는 형이 관리하는 레긴 마을에서 사냥을 하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입고 있던 망토를 부하인 이안에게 거칠게 넘겼다.

 “몇 명이나 죽었어?”

 “8명입니다.”

 유진이 오늘 밤 죽인 뱀파이어의 숫자였다.

 “에이씨, 미친 거 아냐? 같은 동족을 죽이긴 왜 죽여? 인간을 사냥하라고 했더니 애먼 뱀파이어나 죽이고....”

 비록 인간 어머니에서 태어났지만 자신들은 뱀파이어였다. 인간의 피를 마셔야만 사는 뱀파이어.

 그런데, 여전히 인간처럼 구는 형을 보면 화가 났다. 인간을 죽이는 게 아닌 오히려 뱀파이어를 죽이는 형이었다.

 “자기가 무슨 인간이야? 도대체 왜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냐고!”

 인간 사냥을 즐기는 자신과 완전히 다른 형을 볼 때마다, 유진이 자신을 경멸하는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190cm 의 더티블론드를 하고 있는 유진과 188cm 의 은발을 한 헥토르였다. 늘 진지하고, 예의바른 형에 비해 자신은 욕망에 충실했다.

 “준비됐어?”

 “네.”

 “그럼 들여보내.”

 헥토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간 그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하얀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치자 그의 매끈한 가슴이 드러났다.

 “오늘 밤, 싱싱한 피를 먹을 줄 알았더니…….”

 형이 사냥하지 않아 그 어느 곳보다 청정구역인 레긴 마을이었다. 그곳에 있는 여자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었다.

 그의 붉은 혀가 나와 입술을 핥았다. 벌써부터 아래가 뻐근해져 왔다. 여자들과 오늘 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그놈의 형 때문에 일이 틀어졌다.

 화가 난 헥토르는 은발을 마구 헝클어트렸다.

 똑똑

 “들어와.”

 오른팔인 이안이 들어 왔다. 그의 뒤로 한 여자가 따라 들어 왔다. 헥토르는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 두려워 떠는 여자를 보는 헥토르의 얼굴에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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