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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붉은 밤으로 물들다.
작가 : 은별하
작품등록일 : 2022.1.19

인간이면서 뱀파이어인 유진은 쌍둥이 동생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치료를 위해 흡혈을 해야하지만, 500년 동안 여자를 흡혈한 적은 없는 그가 마을에서 만난 어린 레아를 흡혈하게 된다. 그런데, 흡혈하면서 그녀의 미래를 보게 되고, 자꾸 그녀가 눈에 밟힌다.
"당신은?" "은혜를 갚게 해 줘요" "네?" 갑자기 나타난 잘생긴 후작 그리고, 그의 제안. 과연 레아의 미래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1화>
작성일 : 22-01-19 12:56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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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님!”

 

 집사의 외침에 유진의 눈썹이 구겨졌다. 집사의 경보와 함께 날카로운 것이 몸속으로 들어오자 놀라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푸욱

 

 “헉!”

 

 유진의 눈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동생의 서늘한 미소가 보였다. 고통이 커지자 그의 얼굴에 검은 실핏줄이 생겨났다 사라졌다.

 

 힘겹게 동생의 어깨를 쥐었다. 형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헥토르는 칼을 잡은 손을 더 밀어 넣었다.

 

 “허억!”

 

 유진은 날카로운 칼이 더욱 깊숙이 옆구리를 찌르자 고통에 눈앞이 하얘졌다. 짙은 파란 눈이 흔들리더니 이내 곧 빨간색으로 변했다.

 

 그의 하얀 얼굴에 검은 실핏줄이 선명히 드러났다. 형의 뱀파이어 얼굴을 보자 반가운 헥토르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살아 있는 것 같네. 그러게, 좀 느끼면서 살라니까? 어때, 아파?”

 

 “너! 허억!”

 

 유진이 헥토르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동생의 목을 쥐었다. 헥토르는 다친 형의 힘이 엄청나자, 이마를 구겼다.

 

 뭐야, 자주 흡혈을 안 한다더니 힘은 왜 이렇게 세?

 

 “컥!”

 

 헥토르는 숨이 막혀 오자, 형의 손을 잡고 떼어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유진의 손은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네가… 네가 감히….”

 

 유진은 다른 손으로 칼을 잡은 동생의 손을 잡았다. 헥토르는 강한 형의 손 힘에 의해 칼이 빠지는 걸 느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놓칠 수는 없지.

 

 헥토르는 싸늘한 미소와 함께 칼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주고 완전히 칼을 배 속으로 집어 넣었다.

 

 “커흑!”

 

 칼이 내장을 도려내는 느낌에 유진의 얼굴에 완전히 검은 실핏줄로 도배되었다. 유진이 동생의 목을 잡은 손을 놓았다.

 

 헥토르는 즐거운 듯 웃으며 형을 보았다.

 

 “오, 그래, 바로 이거야. 이제야 형의 그 잘난 얼굴이 보이네. 어때, 피가 땡기지? 사냥하고 싶어 미치겠지?”

 

 동생의 도발에 유진의 눈이 번쩍였다. 온 힘을 다해 칼을 빼 버렸다. 쨍강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저만치 날아갔다.

 

 헥토르는 아픈 와중에도 엄청난 힘으로 자신의 손을 물리치고 칼을 뺀 형과 바닥에 있는 칼을 어이 없다는 듯 쳐다 보았다.

 

 “씨X, 존나 힘세. 퉤!”

 

 헥토르가 짜증이 나 바닥에 침을 뱉었다. 유진은 다친 옆구리를 짚으며 등을 폈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헥토르는 심한 고통에도 평온을 유지하는 형의 표정에 비웃듯 입술 끝을 올렸다.

 

 “이봐, 형. 그렇게 도도한 척 해 봤자 형은 뱀파이어야.”

 

 동생의 말에 유진의 이마가 꿈틀대며 동생을 노려 보았다. 헥토르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형을 보았다. 자신의 말대로 형은 오늘 밤 흡혈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뱀파이어 왕인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인 유진과 동생이었다.

 

 인간이면서 뱀파이어.

 

 세상 유일무이한 존재로 태어났고, 뱀파이어의 피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지난 500년 동안 고통스럽게 살아 온 유진이었다. 유진은 숨을 조금 편안하게 쉬고는 몸을 바로 일으켰다.

 

 “마을은…… 안돼.”

 

 후작인 유진이 다스리는 레긴 마을에 사냥을 하러 온 동생이었다. 그걸 반대한 형에게 칼을 휘두른 상황이었다.

 

 “아, 씨X, 왜? 사냥도 하지 않는 마을 아껴서 뭐 하려고? 그러다 진짜 엉뚱한 놈들이 와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나한테 넘겨, 내가 레긴 마을 여자들만큼은 특별히 잘해 줄게.”

 

 “안 된다면 안돼! 크흑!

 

 유진이 소리를 지르자 옆구리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아파 콜록거리는 형을 보자 쯧쯧하며 혀를 찼다. 헥토르가 형에게 다가왔다.

 

 “힘쓰지 마, 형. 그러다 죽는다?”

 

 비웃는 동생을 노려 보았다. 빨간 눈에 핏줄이 선명했다. 형의 모습에 헥토르는 살짝 이마를 구기더니, 유진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여자를 사냥해야겠다, 안 그러면 형 죽을지도 몰라.”

 

 뱀파이어면서 인간을 사냥하는 걸 즐기지 않는 형이었다. 특히 여자는 500년 동안 한번도 흡혈을 한 적이 없었다.

 

 자신과 완전히 반대로 살아가는 형을 생각하면 속이 뒤틀렸다. 인간을 사냥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성을 부정하는 그가 못마땅했다.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유진의 이마가 꿈틀댔다. 평소 같으면 저 반반한 얼굴을 뭉개버리는 건데, 동생의 말처럼 오늘은 옆구리의 상처가 심각했다.

 

 “식사 잘해. 브라더. 크큭큭큭”

 

 동생이 웃으며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에, 유진은 그제서야 무너졌다. 바닥에 무릎이 닿자, 피를 다시 쏟아냈다.

 

 “크윽!”

 

 커다란 고통에 눈을 질끈 감았다.

 

 제기랄

 

 방심했다. 동생이 자신을 찌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기분이 엿 같았다.

 

 “후작님!”

 

 인간이면서 집사인 알렉스가 얼른 다가와 그를 부축하려 손을 뻗었다. 그러다 유진이 손길을 거부하자, 안절부절했다.

 

 “후작님,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이, 이를 어째!”

 

 다른 이의 손길이 닿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주인을 알기에 알렉스는 그의 옆에서 발을 동동 굴릴 뿐이었다.

 

 “알렉스, 시신을…. 흑, 치워…….”

 

 “시신이야 알아서 치웁지요. 그나저나 사냥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이런 몸으로 감옥을 가실 수 있겠어요?”

 

 일반인을 흡혈하지 않는 유진이었다. 유일하게 그가 사냥을 하는 곳이 죄수들이 있는 감옥이었다. 감옥은 마을에서 북쪽으로 몇 시간을 가야 했다.

 

 물론 초능력을 쓰는 유진에게는 몇 분 걸리지도 않았지만, 상처를 심하게 입은 그가 초능력을 쓰는 건 무리였다.

 

 알렉스는 뱀파이어에게 당한 남녀의 시신과 유진에게 당한 하급 뱀파이어들의 시신을 보았다. 유진의 동생인 헥토르가 갑자기 하급 뱀파이어들을 이끌고 사냥을 왔었다.

 

 다행히도 유진의 눈에 먼저 띄어 산책을 나온 젊은 남녀만 희생이 되었다. 알렉스는 다친 유진을 보며 난감했다.

 

 빨간 눈과 온통 검은 실핏줄로 되어 있는 하얀 얼굴을 보자 심장이 다 덜컹거렸다. 끔찍한 모습이라 그의 얼굴을 보는 것도 무서웠다.

 

 “안되겠습니다. 얼른 제 피라도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진은 알렉스가 목을 내밀자, 그를 밀어 버렸다. 피가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알렉스를 죽일 수는 없었다.

 

 “떨어져.”

 

 “후작님”

 

 “떨어지라고! 크흑!”

 

 유진은 소리치자마자 느껴지는 고통에 순간적으로 눈이 핑하고 돌았다. 그가 휘청거리자 알렉스가 그에게 다가가다 멈칫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 시체들을…… 다 없애고 브란 성에…… 가 있어.”

 

 “후작님...”

 

 유진이 자신을 죽일까 봐 걱정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그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아직 뱀파이어가 아닌 알렉스는 그에게 자신의 피를 줄 수 있었다. 자신은 이미 50년 전에 죽었어야 할 몸이었다.

 

 유진 때문에 살았고, 원래의 삶보다 더 오래 산 지금 여한은 없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몸, 유진을 살릴 수 있다면 아까울 게 없었다.

 

 “지금 제 걱정하실 때에요? 얼른 제 피를 마시고 치료하셔야죠.”

 

 “내 걱정은 말고, 내 말대로 해.”

 

 유진은 숨을 깊게 내 쉬고는 걷기 시작했다. 그의 위태한 모습에 알렉스는 불안했다.

 

 인간이면서 또한 뱀파이어인 남자. 유진 블라드의 힘겨운 모습에 알렉스의 눈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어쩌시려고 저래? 어휴, 정말 내가 주인님 때문에 제 명에 못 살아요. 아, 이미 오래 살았지. 어휴-!”

 

 유진이 오늘 밤 어떻게 고비를 넘길지 걱정이었다.

 

 *

 

 레긴 마을,

 

 늦은 밤이었다. 일을 마친 레아는 집으로 향하며 얇은 코트를 여몄다. 11월의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의 눈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숭해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혹시나 톨가 마을에서 빚쟁이들이 몰려 올까 봐 두려웠다.

 

 억울하게 빚만 지고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빚쟁이들을 피해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고 있는 레아 남매였다.

 

 신세를 지고 있는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빨리 씻고 자고 싶어 코너를 막 돌았다.

 

 “엄마야!”

 

 갑자기 보이는 커다란 그림자에 놀라 펄쩍 뛴 레아는 놀란 가슴을 쓸어 넘겼다.

 

 어휴, 깜짝이야!

 

 레아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며 거리를 두었다.

 

 쿨럭쿨럭

 

 레아는 그를 힐끔거렸다.

 

 뭐야? 아픈가?

 

 남자를 살피는 레아의 얼굴에 호기심이 생겼다. 검은 가죽 바지에 검은 와이셔츠 그리고 검은 부츠를 신은 남자는 키가 상당히 컸다.

 

 두꺼운 코트에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조금 무서웠지만, 경계심을 갖고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 이 봐요? 괜찮아요?”

 

 레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나무 막대기가 보이자 냉큼 들었다. 막대기를 방패로 들고 있자 조금은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유진은 여자가 막대기를 들고 자신을 보고 있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연약한 여자가 나무 막대기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여자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 한숨을 쉬었다.

 

 하긴, 자기처럼 커다란 남자가 어두운 골목에 있는데, 무섭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거지.

 

 겁먹은 여자를 위해 다른 곳으로 가야 했다. 힘겹게 벽을 한 손으로 짚고 일어나자 여자의 어깨가 긴장하는 게 보였다.

 

 “윽!”

 

 유진은 고통에 몸을 숙였다. 옆구리를 잡은 손에 피가 보이자, 레아의 눈이 커졌다.

 

 “피! 이봐요. 많이 다친 거에요? 어떡해? 이, 이봐요?”

 

 레아는 자신이 남자를 경계했다는 것도 잊고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 190cm 의 남자의 가슴에 겨우 닿는 레아였다.

 

 “어-? 윽!”

 

 레아는 남자의 상처를 보려다가 강한 힘에 의해 등이 벽에 닿자 놀랐다. 자신이 남자와 벽 사이에 갇혔다는 걸 알았다.

 

 놀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까만 후드 안에 그의 오똑한 코와 얇은 빨간 입술만 보였다.

 

 두근두근

 

 레아의 심장이 빨라졌다. 비록 후드 때문에 가려진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두려워 숨결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유진은 여자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눈썹이 꿈틀댔다. 긴 적갈색 머리는 하나로 땋아 내렸다. 하얀 얼굴에 짙은 눈썹과 그 아래로 보이는 아름다운 헤이즐 눈과 마주하자 그의 심장이 뻐근해졌다.

 

 긴 속눈썹이 느리게 깜빡였다. 주근깨가 보이자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붉은 도톰한 입술을 보자 숨을 멈췄다. 홀린 듯 그녀의 입술을 보는데,

 

 “사, 살려 주세요.”

 

 자신을 두려워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유진은 흠칫 놀랐다. 레아는 남자가 아무 말이 없자 두려웠다.

 

 깜깜한 밤에 골목길에서 낯선 남자가 자신에게 어떤 헤꼬지를 할지 두려웠다. 빨리 남자에게서 벗어 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커다란 키뿐만 아니라 남자의 몸은 건장했다. 넓은 가슴이 자신을 가리고도 남았으니까.

 

 설마 날 죽이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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