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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신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6.10.6

사신이 인도하는 비극적 결말 그리고 반전

 
사신 - 두번째이야기(피래미)
작성일 : 16-10-30 23:36     조회 : 505     추천 : 0     분량 : 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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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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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새벽 동이 터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커튼 틈 사이로 한줄기의 빛이 새어 들어와 눈가를 간질였고 비로소 나는 모든 생각을 집대성 했다.

 

  머리가 얼얼해질 정도로 차가운 물을 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잡념들을 흘려보냈다.

  그러고 나서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확인한 후 몇 가지를 꺼내어 도마 옆에 두었다.

 

  애호박을 써는 나의 모습은 내가 봐도 어색했다.

 

  삐뚤빼뚤하게 재료들을 썰어내고는 뚝배기에 물을 붓고 된장을 풀어 끓이기 시작했다.

 

  사실 라면 만들 때 말고는 가스레인지 앞에 서 본적도 없었다.

 

  요리라고 불릴만한 것을 직접 만들었던 것도 연애할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는 물론이고 한동안 회사에서 도시락을 먹었을 때도 모두 아내가 챙겨주곤 했다.

 

  물 한 방울 손에 안 묻히게 해주겠다던 나는 어느새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죽을 때가 돼서야 아내의 고마움을 피부로 와 닿게 되었고 또한 미안함도 느껴지게 되었다.

 

  이제 와서 이러는 게 가증스럽기도 하였지만 나는 내 마음의 짐을 덜기위하여 이기적인 자기만족의 합리화를 하는 것 이었다.

 

  어느 정도 찌개를 끓여낸 후 맛을 보니 양심에 낀 티끌마냥 무미건조한 맛이 났다.

 

  나는 단한번의 기도로 고해성사를 마치는 심정으로 조미료를 털어 넣었고 나는 혀를 속이는 익숙한 맛의 세계로 다시 되돌아가게 되었다.

 

  식탁위에 국을 올려두고는 침실로 돌아가 출근할 양복을 골라입었다.

 

  모든 준비를 신속하고 조용하게 마치고는 다은이 방으로 들어갔다.

 

  다은이는 이불 밖으로 몸을 내놓고는 꿈나라에 빠져들어 있었다.

 

  누가 업어 가도 모를 만큼 새근새근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이불을 가슴팍까지 다시 덮어주고는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대로 출근하려다가 멈추어 서서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아내의 볼에도 뽀뽀를 해주려고 살며시 다가갔다.

 

  볼에 닿으려는 순간 아내가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쥐었고 놀라서 고개를 뒤로 빼려고 했으나 아내는 더 세게 끌어당겨 그대로 입술에 키스해주었다.

 

  아내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지고 스르르 팔을 풀어 나를 놓아 주었을 때서야 나는 놀란 토끼눈을 뜨며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

 

  “깼어. 밖이 시끄러워서”

 

  “나 때문에 깼구나. 미안해”

 

  “괜찮아 요란하긴 했지만 기분 좋게 깰 수 있었으니까”

 

  “고마워...”

 

  “뭐가?”

 

  “그냥 모든 게 다...”

 

  “왜이래? 어색하게... 왜 자꾸 안하던 짓을 하냐? 깨물어주고 싶게”

 

  내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나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는 몰래 눈물을 지워냈다.

 

  “자기가 무슨 고민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난 항상 당신편이야”

 

  난 고개를 감추어 몸을 획하니 돌려 섰다.

 

  “다녀올게”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었다.

 

  애써 결심한 마음이 이다지도 쉽게 흔들릴 뻔하였다.

 

  아침 일찍 도착한 회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직 출근시간이 되려면 한참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 서류를 펼쳤다 접었다 하며 반복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부장님 자리로 성큼 다가갔다.

 

  품속에서 꺼낸 빳빳한 봉투를 자리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두고는 나는 짐을 꾸렸다.

 

  그때 동기가 웃으며 들어왔다.

 

  “좋은 아침”

 

  나 역시 환한 미소로 화답을 해 주었다.

 

  “아침부터 무슨 정리를 그렇게 하고... 너 뭐하냐? 설마?”

 

  동기는 그대로 말을 잇지 못했고 나는 그런 그를 그대로 지나쳤다.

 

  “이건 아니지... 야! 잠만... 이재호!”

 

  동기는 엘리베이터까지 쫒아오며 나를 불렀다.

 

  “상철아! 우리 저녁에나 한잔하자”

 

  그 말을 끝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회사를 걸어 나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어디선가 산뜻한 미풍이 불어와 피부를 쓸어내려 속까지 시원해졌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출근하러 들어서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절로 웃음이 났다.

 

  나는 배터리를 분리하여 뒷좌석에 휴대폰을 던져놓고는 힘차게 엑셀을 밟았다.

 

  어디로 갈지는 정해 놓았다.

 

  밤새 고민했지만 아직 채 정리를 완전히 끝내지는 않았다.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 자주 찾던 그곳.

 

  역시 그곳밖에는 없었다.

 

  조용히 혼자 있기 위하여 아침부터 부랴부랴 서둘렀던 것이었다.

 

  차는 도심에서 멀어져 점점 자연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마침내 푸른 녹읍이 우거져 파란 하늘을 가려버렸을 때 나는 그곳에 숨었다.

 

  맑고 투명하여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저수지였다.

 

  이런저런 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질문을 던질 때 나는 항상 이곳을 홀로 찾곤 했었다.

 

  이곳에서만큼은 나 자신에게 거짓을 하거나 속이지 않았다.

 

  또한 이곳에서 만큼은 내가 법이고 신이었다.

 

  저 멀리 지저귀는 산비둘기의 소리도, 콧잔등을 스치는 선선한 물바람도 모두 내 것이었다.

 

  심지어 잡은 물고기를 자비롭게 살려줄 수도 있었고 가차 없이 죽일 수도 있었다.

 

  나는 엉덩이에 반쯤 잡아먹혀 등받이가 애처롭게 보이는 작은 의자에 앉아 가져온 채비를 풀기 시작했다.

 

  기다란 낚싯대 3개를 펼쳐 앞자리에 깔아놓고는 지렁이를 통에서 꺼내었다.

 

  지렁이는 낯선 환경에 던져지자 마구 꿈틀대었고 나는 무자비하게 몸뚱이를 갈라 쇠바늘로 꿰뚫었다.

 

  나는 아등바등하던 나의 옛 모습을 저 깊은 물속으로 던져넣었다.

 

  미끼를 던져 넣자마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지 찌가 바삐 SOS구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낚아낼 생각은 없었다.

 

  지금부터 깊은 명상에 빠져들 예정 이었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오늘 내일인건가...’

 

  ‘나는 다은이를 위해 죽는 건가...’

 

  ‘나의 행동은 옳은 행동인가?’

 

  ‘그렇잖아 사실은 내가 죽는 것이 아니었잖아’

 

  ‘내 수명은 26년이나 더 남았는데...’

 

  ‘정말로 내가 죽어야 하는가?’

 

  ‘아이 하나쯤은 다시... ... ... ...’

 

  나는 고개를 황급히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다은이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어. 내가 죽는 게 맞아’

 

  ‘다시 생각해보자. 나의 행동은 옳은 행동인가?’

 

  ‘그렇다면 내가 죽으면 우리 엄마는 어쩌지?’

 

  ‘미정이는 그 나이에 과부가 되는 건가?’

 

  ‘다은이는 어떨까? 행여나 또래아이들에게 후레자식이라고 놀림을 받으면 어쩐다.’

 

  나는 그 기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없었을 뿐더러 빚만 남겨둔 채 죽어버린 탓에 나는 유치원을 다니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와 나는 아파트에서 단칸방으로 이사를 하였다.

 

  초등학교에 진학해서 보니 이미 같은 유치원을 다닌 아이들끼리 그룹을 지어 놀고 있었고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부모의 직업을 물었고 어린 나는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울어버렸다.

 

  그 후로 또래들은 호로 자식이라며 더 심하게 따돌림을 당하였고 다른 동네의 중학교로 진학하기까지 6년을 왕따로 지냈다.

 

  어린 나이에 큰 상처를 받아 매일같이 작은 단칸방에서 홀로 흐느꼈고 밤늦게 어머니가 보험사에서 돌아오실 때가 되어서야 그치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엄마는 꿋꿋이 일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버셨고 나 역시 죽기 살기로 공부를 하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엄마는 우수사원을 넘어 보험왕의 자리에 올랐고 가정형편도 눈에 띄게 나아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 역시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직장생활 3년 만에 어머니와 함께 예전에 우리가 살던 그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그 날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렸었다.

 

  그 이후 나는 결혼을 하고 또 아이를 낳았다.

 

  그렇게 불행했던 시절은 다 보내고 행복한 시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헌신해준 것은 나를 홀로 키워낸 엄마였다.

 

  그런데 그렇게 강인하던 엄마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고 부터는 나약해져있었다.

 

  그 날부터 줄 곳 아버지의 액자를 품에 끼고는 사는 것 이었다.

 

  나는 당최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증세는 날로 심해져갔고 급기야 어제는 아버지를 보았다고 난리를 칠만큼 오게 되었다.

 

  이런 어머니를 두고 가기엔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다.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다.

 

  이제는 일하기에 늙어버린 노모와 앞으로 돈쓸 일이 창창한 어린 자식... 젊은 나이에 홀연히 되어버린 과부가 감당하기에는 나의 상황보다도 나빴다.

 

  세 여자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었다.

 

  결국 돈이었다.

 

  돈의 굴레는 태어나 자라면서도 그리고 죽으려는 지금까지도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억눌러왔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그 사람은 죽어서도 내 발목을 잡으며 나를 방해하고 있었다.

 

  나는 악을 지르며 일어났다.

 

  소리는 저수지 전체를 날카롭게 가르며 울려퍼졌다.

 

  푸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산새들이 달아났고 저수지는 일순간 조용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어느새 먹구름이 가득 끼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내가 일어날 때 부딪혔는지 낚싯대가 떨어져 있었다.

 

  나는 낚싯대를 주워들었고 그 끝에는 무언가 잡혀있었다.

 

  당겨내니 피라미가 한 마리 걸려있었다.

 

  나는 그 녀석을 줄에 매단 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녀석은 나를 닮아있었다.

 

  작은 미끼에 홀려서 자신의 생명까지 내주게 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를 웃게 해줄 작은 미끼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른 채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나의 모습이 보였다.

 

  자그만 몸뚱이로 아등바등 살려고 애쓰지만 결국은 운명에 순응한 채 죽음을 기다릴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녀석이 끝내 움직이지 못하게 될 때 까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헤헤... 헤헤.. 헤헤헤헤헤.. 헤헤헤헤헤헤헤헤헤”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더니 금세 억수같이 쏟아졌다.

 

  나는 비에 맞으면서도 그 자리에 서서 히죽였다.

 

  얼굴이 온통 빗물 범벅이 되어 양 볼을 뜨겁게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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