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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십자밑에 고양이
작가 : ballonwolf
작품등록일 : 2022.1.9

인간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고양이가 된 한 아이가 인간성과 야성적인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

경건함을 중시하는 종교 국가에 떨어진 운석 '영혼돌'의 힘을 얻고 고양이가 된 고아. 레건은 붉은 십자국에서 전략자산으로서 대성당에 숨겨지고, 고양이로서의 욕망은 억압된다. 하지만 외부세력이 외부 만난 운명의 짝은 그를 유혹해 대성당 밖으로 탈출시킨다.
터져 나올 듯한 욕망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짐승의 육체를 가졌지만, 인간의 영혼을 가졌다고 믿는 고양이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답이라는 게 존재할까.

 
#4
작성일 : 22-01-17 15:13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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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푸른 고양이는 입에 생연어를 물었고, 왼쪽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생연어의 끔찍한 비린내가 혀를 제대로 찔렀고, 찡그린 눈으로 왼쪽에서 세 번째 문을 바라보았다. 암고양이와 약속된 장소였다.

 

 원래 레건의 마음대로라면 정성스레 준비된 훈제 연어 중 하나를 가져왔을 것이다. 암고양이를 향한 욕망이 자신을 삼키기 전에, 여기 온 목적을 되새겼다. 욕망은 점차 흐릿해졌다.

 

 이번에도 자신이 야성적이며, 다른 고양이들과 별다른 점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생연어를 가져왔다. 갈색 복도와 문들이 펼쳐졌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약속된 장소 앞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려 코와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어 왔네?”

 

 “그름 은을즐 을읐느?”

 

 암고양이의 시야에는 상대방의 당혹스러움이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당연히 지금 올 줄 알고 있었지. 근데 그 생연어는 뭐냐?” “늘 우헤 주비해….” “됐고, 따라와.”

 

 넓은 숙소는 지나칠 정도로 사적이고, 꼼꼼하지 않은 로제의 성격을 대변하듯 어질러져 있었다. 버터와 함께 구워지는 빵 냄새와 고기 냄새는 사람에게 발각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난, 사실 네 비밀을 말할 생각은 없어. 내가 로제에게 뭘 해줘도, 언제나 화풀이로 날 괴롭히는 건 변하지 않아서. 흐흐.”

 

 “그래서?”

 

 결론만 말해달라는 요구를 전했다. 그러나 암고양이는 결론이 도출된 이유를 먼저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뭔가 아이러니해. 난 인간의 말도, 삶의 방식도 알고 있어. 그렇다고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야. 불쌍한 내 묘생.”

 

 녀석이 뒤돌아 앉은 뒤, 말끝을 흐렸다, 귀가 축 처지며 방황하는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실, 네가 영혼돌을 가진 고양이라는 증거도 제대로 잡지 못했어. 여기 있는 다른 고양이들과 대화를 나눠봤는데, 너만 인간의 어휘를 사용하는 게 아니더라고. 영혼돌의 소유자가 이곳의 고양이라는 건 분명한데, 그중 누구인지 특정할 순 없었어.”

 

 고기가 지글거리는 소리가 크게 줄었고, 발걸음 소리는 이에 반비례하듯 커졌다.

 

 “뭐야. 낯선 고양이 냄새가 나는데?”

 

 검푸른 고양이가 숨을 곳을 찾아보았다. 마땅한 은신처가 없다는 걸 확인했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완전 개 코지? 고기 굽는 걸 좋아하는데, 냄새가 중요 하대냐 뭐래냐. 어…. 근데 네가 들키면 나도 혼이 제대로 날 텐데.”

 

 암고양이는 어찌할 줄 모른 체 상대방을 바라보기만 했고, 로제의 발소리가 점차 커졌다. 레건은 녀석의 뒤편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여, 암고양이의 시야에서 벗어난 뒤 최후의 수단을 준비했다.

 

 “뒤를 돌아보지 마.”

 

 "너 여기에 고양이 하나 들여보냈지? 귀찮은 고양이들은 너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했을 텐데.“

 

 암고양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 근처에 있던 검푸른 고양이가 마법처럼 사라졌음을 깨닫자, 놀라움이 그녀의 영혼 속까지 전달되었다. 레건은 부디 자신의 능력을 알아차린 것이 아니길 바랐다.

 

 "친구 안 데려왔는데.""제대로 말해, 최소한 이 근처에 있었던 건 다 알아!“

 

 신경질적으로, 로제는 주황빛 털을 가진 고양이 근처로 케이크를 엎었다. 암고양이가 놀라 털을 쭈뼛 세웠고, 그녀의 영혼 속에 빙의한 레건은 명백한 동물 학대에 혐오감을 느꼈다. 정의 연합의 수장은, 암고양이를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존재처럼 대하고 있었다.

 

 "내가 개 코인 건 잘 알 것 같고, 그럼 거짓말을 한 거겠지? 청소부를 부르긴 민망하니 깔끔히 먹어서 치우렴.“

 

 암고양이가 얌전히 케이크 조각들을 주워 먹을 때, 주인은 두 번째 케이크를 준비했다. 한 번으로는 성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미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폭식을 한 암고양이는 부모에게 완전히 종속된 아이처럼 보였다. 살기가 느껴지는 케이크는 암고양이를 정확하게 명중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발각의 위기를 넘긴 레건에게 더 큰 위기가 다가왔다. 육체를 완전히 흩트려도, 영혼까지 찾아오는 시련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본능에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고. 부도덕했던 이성이 본능의 도움을 받아 더 높은 도덕적 판단을 내렸다.

 

 "아니면 이 냄새는 뭔데!“

 

 케이크가 던져졌고, 레건이 암고양이로부터 튀어나와 이와 맞부딪쳤다. 꼴이 사나워지겠지만, 고귀한 이성의 힘을 빌린 본능은 겉모습보다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눈 쪽부터 앞발로 크림을 걷어내자, 둘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레건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묻은 크림을 최대한 걷어내자, 광대가 쓴 가면 같은 모습이 완성되었다. 기이하고도 웃긴 모습임에도 웃음소리가 들려오진 않았다.

 

 "이건 네가 원하는 대로 생각해. 내 운명은…. 네 발과 이어져 있는 것만 같거든.

 

 *

 

 장난감 공 하나가 뒤통수로 굴러와 부딪쳤고, 애완 고양이들이 비웃는 소리를 알람으로 삼아 눈을 떴다. 아침의 연약한 햇살이 레건을 반겼고, 레건은 애완 고양이들이 왜 벌써 풀려났는지 묻고 싶은 듯 노란빛을 응시했다. 다른 고양이들은 애초에 손님이 없다는 듯이 시끄러운 난장판을 열었고, 레건은 이런 상황이 펼쳐진 이유를 알게 되었다.

 

 회담이 잘 풀리지 않아 정치적인 이득이 없으리라 생각했을까. 만약 수상이 어둠의 안개를 개방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회담은 어떤 결실도 얻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로제와 암고양이는 새벽에 떠난 원양어선이 되어, 뒤늦게 도착한 레건이 텅 빈 항구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작별 인사라도 해둘걸. 그렇게 손님이 떠나자, 수장이 애완 고양이를 풀어줬을 것이다.

 

 수상이 대각선 방향에 있는 내빈실에서 나와 레건을 바라봤다. 로제와 수상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던 검푸른 고양이는 수상이 모든 이야기를 들었을 가능성을 느꼈다.

 

 "즉흥적으로 성사된 새벽 회담에서 아주 성가신 사실을 알게 된 거 같은데?“

 

 "아하하, 그러게요. 하지만 전 쓸모없는 후회 따위는 안 하렵니다.“

 

 복잡하고 무거운 머리를 힘겹게 지탱하다가, 이어지는 잔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이젠 붉은 십자국의 수상이 로제와 같은 존재로 보였다. 그저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존재를, 적대감으로 가득 찬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황갈색 털, 에메랄드빛의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를 처음 보았을 때지요, 사실 전 녀석이 평범한 고양이라 생각했습니다. 함께 지내던 수고양이들과 다를 바 없이 귀찮고, 하찮은 존재인 줄만 알았죠. 그러나 그녀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사람처럼 사랑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지요.“

 

 레건은 감정에 휩쓸려 다음 말을 잊어버렸고, 다음 말을 꺼낼 때까지 벌어진 턱을 주체할 수 없었다.

 

 "수상님은 제 마음을 알아줄 거라 믿었습니다. 저를 존중한다는 수많은 말들이 사실이라면요. 하지만. 그녀에게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듯이, 저 또한 자유와 주체성을 허락받지 못했지요.""이유가 있어서, 결코 허락할 수 없는 것이다.“

 

 널 위해서. 이유가 있어서. 고대 시대에도 나열될 만한 이유에 비애로운 미소가 번졌다.

 

 "그리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꺼이 자유를 추구한다면 절 막을 수 없음을 잘 아실 겁니다. 전 로제에게 강제로 길러지는 고양이가 아니라, 당신께 충성했던 자유인이니까요.“

 

 "그렇게까지 나간다면, 널 파문해야겠지. 범죄자와 넌 다른 게 없어질 거니까.“

 

 "어떤 점에 섭니까?“

 

 이제 레건은 종교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부정당하기 시작했다.

 

 "규율을 어겼으니 말이다.“

 

 날카로운 목소리에 대화가 잠시 끊겼다. 레건의 영혼을 다루는 논쟁은 계속되어야만 했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 쪽은 검푸른 고양이였다.

 

 "질서와 규율은 그만 들먹이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물론 질서와 규율을 완전히 부정하진 않겠습니다만, 전 고양이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유를 잃었습니다.“

 

 "이건 적법한 절차와 권한으로부터 나오는 명령이야….“

 

 검푸른 고양이가 새하얀 손등에 생채기를 냈다. 주름이 그득진 손등에 붉은 줄이 그어졌고, 혈액이 쏟아져 나왔다. 약한 공격이었지만, 자신이 영혼돌의 소유자임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는 상당히 참혹했다.

 

 "하지만, 언제나 옳은 규율은 존재하지 않지요.“

 

 비명이 대성당에 울려 퍼져, 주변 수행원들을 모조리 불러들였다. 수행원 하나가 레건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얼마 안 가 완강한 거부를 받아들이고 수상을 치료하는데 거들었다.

 

 "네가 보여준 힘의 논리보다는 옳은 방식일 거다. 네가 한 방식이 이 땅에 수많은 폐허와 죽음을 낳았으니까.“

 

 심각할 정도로 정확한 비판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논쟁에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건 대화를 파멸로 이끌 거란 사실을 받아들였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사람을 해치는 걸 말하는 거냐? 아니면 네가 야성에 물들지 않겠다는 거냐?“

 

 검푸른 고양이는 불편한 침묵을 지키며 뒤돌아, 발이 이끄는 곳으로 떠나갔다. 오늘도 붉은빛이 감도는 대성당의 황혼을, 아끼는 개 모양 인형이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밤이 찾아오면, 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빛들이 대성당을 비추었다. 반면 레건은 악마, 그중에서도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악마를 상징하는 것만 같은 푸른색을 띠었다. 예전에는 바꾸지 못할 털빛을 탓하곤 했다.

 

 빨간, 주황, 노랑. 더 많은 색을 거론해봤자 초록색 계열 정도인 대성당과는 자신이 별로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를 부정하려 했다. 끝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인 검푸른 고양이가, 푸른 은빛으로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에 앞발을 올렸다.

 

 "서글퍼 보인다. 아니면 네가 슬픔에 빠져 있을 때마다 여기에 와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

 

 내부 조명이 수행원의 그림자를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췄다.

 

 "털빛부터, 성격까지. 제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다른 배경과 어울려지게 돼.“

 

 상상 속에서, 검푸른 고양이는 자신의 털빛을 붉고 누른 색으로 물들었다. 찬란한 빛깔이 가져온 공상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자, 수행원이 침묵을 지우고 말을 이었다.

 

 "낮에는 하얀 옷을 입은 신부가, 밤에는 정장을 입은 신사가 어울리겠지.“

 

 "전 후자에 가깝습니다. 밤과 더 일체감을 느낀다고 할까요.“

 

 레건이 뒤를 돌아보고 대답하자, 수행원이 잠시 흠칫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네 모습은 고양이지만, 넌 사람과 같은 존재야. 우린 오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널 사람처럼 돌보았어. 그래도 네가 고양이처럼 느낀다면, 모든 것은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스테인드글라스가 푸른색보다 검은색에 가까워졌다. 유리에서 앞발을 거둔 고양이는 더 깊고 운명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다. 마침내 수행원이 레이저 포인터를 들고 다른 고양이들을 방안으로 유도하러 떠날 때, 검푸른 고양이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자, 인기척에 깨어난 애완 고양이가 좋은 잠자리를 비워두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꿈속으로 의식이 빨려 들어갈 때까지, 자신을 보자마자 떠난 로제와 암고양이가 끝없이 떠올랐다. 완전한 잠에 이를 즈음에는 암고양이와 영혼이 연결된 것만 같은 황홀함을 느꼈다.

 

 대성당의 아침은 신비로운 느낌을 줄 정도로 아름다웠다. 신성한 의식들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처음 보게 된다면 더더욱 그리 느껴질 것이다. 붉은 십자국의 수상은 세속적 권력자이자 성인 다음으로 존경받는 종교적 권위자였고, 이를 나타내는 모든 상징이 대성당에 담겨 있었다.

 

 인간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고양이가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노라면,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낮잠으로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수상을 보좌하는 이들이 점심시간 즈음 나타나는데, 애완 고양이들은 다가온 직원들에게 애정 표현을 하며 관심을 끌곤 했다.

 

 노동의 대가로 불량식품에 가까운 고양이 간식을 받을 수 있었고, 애완 고양이들은 몸에 좋다는 감칠맛의 생선보다 자극적인 싸구려 간식을 원했다. 레건도 이에 거들어 나름 귀여운 표정을 짓고 바라보곤 했다.

 

 평범한 애완 고양이처럼 보이기 위함이었지만, 레건은 수줍은 척 간식 분배의 현장에서 벗어나는 차이점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 낮에는, 수줍어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든 짧았든, 대지에는 결국 어둠의 시간이 드리웠다. 황혼이 어젯밤 꿈을 기억 속에서 끌어냈다. 무의식 속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랑을 느꼈건만. 흥분에 빠진 가슴을 주체하며 황홀한 꿈속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암고양이와 그 일행은 새벽에 대성당을 떠나버렸다. 이어서 찾아온 적막감이 별만이 빛나는 시간처럼 짙어졌다.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검푸른 고양이는 몇 분가량 환상을 헤매다가 암고양이를 만났다. 환상 속에서, 그녀와 차가운 혀를 나누었다. 그러나 자신이 핥고 있는 것이 스테인드글라스임을 깨닫자, 사랑을 박탈한 의무를 향해 분노가 피어났다. 상상 속 고양이는 더욱 선명해졌고, 대성당에 울리는 각가지 소리가 너를 위해서라 메아리쳤다.

 

 검푸른 고양이는 오랜 시간 규범에 순종하며 모든 욕구를 내버렸다. 그들은 신의 뜻이라고도 말하지만, 이를 증명하는 과정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었다. 이제 레건은 신에게 방해를 받지 않았다. 무형의 목소리들을 외면하며, 오른쪽 앞발을 스테인드글라스에 올렸다.

 

 주변을 둘러봤고, 아무도 이곳에 신경을 쓰지 않음을 확신했다. 유리를 정교히 긁어 머리만 한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긁히는 소리가 불쾌하지 않았고, 일이 잘되고 있다는 징후로 받아들였다.

 

 발톱이 스테인드글라스 위에 여러 번 원을 그리며 구멍을 뚫었다. 발톱의 끝이 마침내 유리를 완전히 관통했을 때, 원형의 유리를 밖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작은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밖에서 깨진 유리 조각이 검푸른 고양이의 털을 곤두서게 했다.

 

 약간의 짜릿함 이후에 하늘에 가까운, 창문의 위쪽을 바라보았다. 커진 눈동자가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유리 파편을 보았다.

 

 눈을 뜨고 아수라장이 된 주변을 둘러보니, 빠르게 뒤로 물러서 준 생존본능에 감사함을 느꼈다. 진정을 위해 깊은숨을 한 번 내쉬자, 유리 깨지는 소리에 반응한 전등이 곳곳에서 켜졌다. 검푸른 고양이는 빛들에 공포심을 느꼈다. 깨진 유리 더미를 높은 도약력으로 뛰어넘으며 사라진 레건은, 어느새 빛으로부터 도망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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