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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멸망하는 세계에서 벗어나는 방법
작가 : 해디타
작품등록일 : 2022.1.15

“그러면, 어쨌다는 거지?”

기가 찬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고의 흐름을 끊는듯한 소리에 번쩍 눈이 뜨였다.
눈을 뜨고 처음 마주친 건,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던 그 남자의 얼굴이었다.

“누, 누구세요?”

당황함에 제 위에 놓인 천조각을 부여잡고 벌떡 일어나 몸을 물렸다.

“누구냐니,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남자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쓰러지고,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게 누구냐고 묻나?”

냉랭한 말투에 이제 막 일어난 머리에 피가 돌았다. 눈을 껌뻑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천천히 반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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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구급 순장에 저항하는 성녀 노아의 이야기입니다.

 
#3 첫 만남
작성일 : 22-01-17 06:46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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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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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위로 차가운 것이 놓인 기분이 들었다. 잔뜩 열이 오른 탓이었는지 시원한 감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저기 몸이 부대끼는 와중에 누군가의 시원한 손길이 몸을 스쳤다. 어린아이처럼, 그 손길에 매달리는 듯한 꿈도 꾸었다. 몇 번이고 자신을 밀쳐내던 손은 이내 포기한 듯 제 손을 내어주었다. 기분 좋은, 꿈이었다.

 

 꿈.

 그래, 이건 꿈이다.

 신이고, 성녀고, 다 꿈일 뿐인 것이다.

 일어나면 언제나와 같이 평범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러면, 어쨌다는 거지?”

 

 기가 찬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고의 흐름을 끊는듯한 소리에 번쩍 눈이 뜨였다.

 눈을 뜨고 처음 마주친 건,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던 그 남자의 얼굴이었다.

 

 “누, 누구세요?”

 

 당황함에 제 위에 놓인 천조각을 부여잡고 벌떡 일어나 몸을 물렸다.

 

 “누구냐니,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남자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쓰러지고,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게 누구냐고 묻나?”

 

 냉랭한 말투에 이제 막 일어난 머리에 피가 돌았다. 눈을 껌뻑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천천히 반추해본다.

 

 남자의 옷차림은 화려했다. 귀족이겠지.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번호라도 따고 싶었을 절세 미남이었다. 선이 날렵하면서도, 탄탄해보이는 몸. 강렬하게 이쪽을 바라보는 눈빛도 야수같은 매력이 있었다.

 그치만 그게 다가 아니야!

 잘생겼다고 모든 게 용서되는 건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한다. 미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뇌리에 남은 남자의 얼굴을 털어내었다.

 남자의 말대로 다시 복기해보자.

 자신은 성녀 노아이며, 제물로 바쳐질 운명이지만 그러면 세계는 멸망한다. 이걸 기억하고 있는 스스로가 저주스럽지만, 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억류되어 있던 지하에서 도망친 참이므로,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된다.

 미나가 상황을 복기하는 사이,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옷차림으로 봐서는 신전 쪽 사람이 틀림없는 것 같은데. 보아하니 쫓기고 있는 것 같고. 무슨 죄라도 지은 건가.”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죄라니? 내가 죄를 지어서 저기 갇혔던가?

 

 아니, 적어도 <성녀 노아>는 그런 적이 없다.

 자신 역시 이 세계에 막 던져진 참으로, 저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울컥하는 마음에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역시 신전의 사람을 경계하며 검을 겨누지 않았던가요? 무슨 죄라도 지은 참인지 묻고 싶네요.”

 

 남자를 노려보며 입을 떼자 하,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람 얼굴을 보자마자 기절해 놓고, 그런 부분은 용케 기억하고 있군.”

 “아쉽게도 기억력은 좋은 편이라서.”

 “그럼 물을 먹인 게 나라는 것도 기억하고 있나?”

 “물론……. 네? 물이요?”

 

 당황해서 입술을 만져보면 메말라 갈라져 버렸던 아까와는 다르게 촉촉했다. 타는 듯한 갈증도 사라지고 없었다.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그, 죄송합니다―!”

 

 생명의 은인에게 말대꾸한 셈이었다.

 

 

 한바탕 사죄를 한 뒤 누그러진 분위기에서 다시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뭐 때문에 쫓기고 있던 건가? 이유나 들어보지. 당신이 말한 것처럼 나도 신전과는 그다지 친한 편이 아니라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그?”

 “제가, 성녀 노아인데요…….”

 

 이 세계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제 입으로 말하고 나니 새삼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뭔가 파앗, 하고 몸 안에 있던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미나’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 이 몸이, 혼의 주인을 드디어 인정하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들어 몸을 촉촉하게 적시는 듯한 느낌에 깜짝 놀라 잠시 집중하고 있을 때, 어이없는 표정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거짓말이지? 신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그 한 몸 희생한다던 성녀님이…….”

 “네. 그거 저예요. 희생할 생각은 없지만요.”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당신이 성녀님을 멋대로 사칭하는 것일수도 있잖나.”

 “그럼…….”

 

 노아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물의 결정을 만들어보였다. 알베르가 보고 울음을 멈추었던, 섬세한 결정이었다.

 

 “이 정도면, 믿어주실 수 있을까요?”

 

 

 냉정한 태도를 취하던 남자가 보기 드물게 당황하는 모습은 꽤 재밌었다.

 

 “흠, 흠. 성녀님께 희생을 강요하려던 말은 아니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아닙니다. 저도 경황이 없어서 은인께 실례를 범했는걸요. 물, 감사했습니다. 그럼, 이만.”

 

 노아가 이제는 자못 성녀다운(?) 태도로 너그럽게 남자의 잘못을 넘어가려고 할 때였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것을 남자가 잠시 붙잡았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만…….”

 “무슨, 일이시죠?”

 

 의아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면 남자는 잠시 머뭇대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 혹시. 작은 단서라도 좋습니다.”

 

 남자가 숨을 들이키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면 정말 말끔하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짙은 머리색 아래로 조금 색이 옅은 눈동자. 잘 깎인 조각같은 콧대. 살짝 홍조가 진 얼굴은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시금 노아를 현실로 데려다 놓았다.

 

 “성녀님과 같은 신성력을 쓰는, 작은 남자아이를 본 일은 없으십니까?”

 

 남자의 얼굴을 감상하던 기억이 그 순간 다 날아갔다.

 설마!

 

 ‘내가, 꼭 네 형을 데려올게!’

 

 “……당신, 혹시 이름이…….”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성녀님의 존함을 듣고도 제 이름을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남자의 입에서 익숙한 발음이 나오는 것을, 노아는 생경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케인. 케인 드보르자크라고 합니다.”

 ‘케인! 케인 드보르자크에요!’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동생 분의 성함이 혹시……. 알베르, 인가요?”

 “알베르를 알고 계십니까?”

 

 케인이 다가선다. 두 사람 간의 거리가 훅 가까워졌다. 저도 모르게 물러서려는 몸을 다잡으며 노아가 우뚝 섰다.

 

 “당신이 알고 계시다는 건, 혹시……. 알베르도 신전에?”

 

 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이 다급한 표정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알베르는 어떻습니까, 건강합니까? 무사한 거겠지요?”

 

 무사……한 걸까. 이 눈으로 아이의 안위를 확인한 적은 없다. 조금 건방지게, 때로는 허세도 부리면서, 그렇지만 형님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를……문 너머로 알고 있을 뿐이다.

 

 “건강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그보다, 케인.”

 “네, 성녀님.”

 “알베르가,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어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말을 차마 하지 못한 채 노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케인의 상태로 보건대 이미 한참 알베르를 찾고 있던 눈치였다. 굳이 그 마음에 죄책감을 더 불어넣을 필요는 없었다.

 대신 남자의 소매를 살짝 잡는다.

 

 “케인, 저를 지켜줄 수 있나요?”

 “……성녀님?”

 “알베르가 있는 곳을 알아요. 그렇지만……. 저는 돌아가면 죽게 돼요.”

 

 건방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로 세계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이 형제도 죽고 말 것이다. 온 세계가 물에 잠기는 데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없다.

 마지막 기회.

 ‘인간이 신의 아이를 희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그것이 신과 나눈 계약. 이 세계의 운명을 건 계약이었다.

 

 “케인, 나는 죽고 싶지 않아요.”

 

 솔직한 심경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은 달갑지 않았지만, 솔직히 자신만 죽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라 해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한번 경험했는 걸.’

 

 자신을 덮치던 빛과 날카로운 아픔들을 떠올리며 미나, 아니 이제 성녀 노아가 된 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알베르를 거기 놔두고 싶지도 않아요.”

 

 한 발, 남자에게로 다가선다. 그녀의 기백에 외려 케인이 움찔했다.

 

 “그러니까 약속해줘요. 날 지켜주겠다고. 그러면 나 역시, 알베르를 찾는 일에 함께하겠어요.”

 

 잠시간 침묵이 흐르고, 이내 굳은 얼굴로 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성녀님. 이제부터 성녀님의 안전은 이 케인이 지켜드리겠습니다. 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목숨을 받고 싶지는 않은데……당신의 각오를 표하는 말로 생각해 둘게요.”

 “정말이지, 한 마디도 안 지시는군요.”

 

 케인이 쓰게 웃었다.

 그리곤 한발짝 물러나 몸을 숙이며 정중히 인사했다.

 

 “성녀님.”

 “노아, 로 좋아요. 언제까지 그렇게 불리는 것도 불편하고.”

 “그럼, 노아. 일단 이동하시겠습니까. 당신을 지키고, 알베르를 찾기 위해선 좀 더 준비가 필요할 것 같으니까요.”

 

 케인의 눈이 가늘어지며 숲 저편을 노려보았다. 아마도 신전이 있을 장소이리라.

 

 “좋아요. 그럼, 안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케인.”

 “물론입니다. 가시죠.”

 

 

 

 그리고 그 안내가 생각보다 훨씬 길어지리라는 것을, 이때의 노아는 미처 알지 못했다―.

 

 

 
작가의 말
 

 

 마지막 나레이션은 한번 넣어보고 싶어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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