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8. 분열
작성일 : 22-01-17 00:14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76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게 무슨 소리야, 송이가 이곳을 떠난다니?”

 

  소란스러운 장날의 첫날이 끝나갈 무렵, 개똥을 포함한 경산의 모든 종들은 다시금 한 곳에 모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철수는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풀었고, 개똥은 화들짝 놀랐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렇게 갑자기…”

 

  방석도 입을 틀어막고 개탄했다.

 

  개똥과 방석이 산에 한약재를 뿌리고 있었을 때였다.

 

  자신들의 탈출을 위해 힘을 쓰고 있었을 때, 어린 동생은 인생의 갈림길에 서버렸다.

 

  그것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었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그 오돈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모르겠어. 하지만, 허풍만 강한 인간은 아니었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선금으로 지불했어. 거기다가 잔뼈 굵은 업자들이 잘못 걸렸다며 혀를 차는 것도 들었어. 질이 안 좋은 녀석은 확실해.”

 

  철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 경산을 탈출하기로 마음 먹었어.”

 

  철수의 급작스러운 발언에 놀란 건 개똥과 방석뿐만이 아니었다.

 

  침울해서 아무 말도 않고 있던 송이와 그 옆에서 송이를 위로하던 선아도 얼굴 색이 달라졌다.

 

  “네, 네가 왜 경산을 나가겠다는 거야? 이건 내 문제잖아! 그런데, 왜 네가…”

 

  송이는 주먹을 꽉 쥐고 소리를 높였다.

 

  그런 송이를 선아는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널 데리고 함께 나갈 거야. 이곳을 나가자. 그 망나니한테 팔려 갔다가는 어떤 꼴을 볼지 뻔하잖아. 난 지금까지 이 경산이란 곳의 노비가 바깥 보다는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내심 했어. 하지만, 오늘 느꼈어. 우리고 이곳의 개와 다르지 않아. 언제든지 값을 흥정 당하는 물건이나 다름 없어.”

 

  철수는 들키면 즉시 참수 당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았다.

 

  “네, 네가? 나를? 어, 어째서?”

 

  갑작스러운 철수의 포부에 송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몰라. 아까 네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널 그 자식한테 넘기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 화가 솟구치고, 피가 끓었어. 그러니까, 네가 그 놈한테 넘어가지 않도록 내가 힘을 다하겠어.”

 

  철수가 진지한 눈빛으로 송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송이는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할 수 없어 눈을 옆으로 돌렸다.

 

  “어쩔 거야. 정말 이대로 잠자코 있다가 그 자식한테 팔려 가겠어?”

 

  철수는 송이의 답을 요구했다.

 

  “그건, 당연히 싫어. 그렇다고 이곳을 탈출할 생각은, 하지 못했어. 그건 그것대로 너무 무섭잖아…”

 

  송이는 선택이 괴로운 듯했다.

 

  “그래도 네가 그게 좋을 것 같다면, 그게 맞는 것 같아… 같이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함께 하면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안일함.

 

  송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철수는 송이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개똥은 마음이 불안했고, 방석은 골치가 아팠다.

 

  “탈출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거야. 이렇게 갑자기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불타는 아궁이에 물벼락을 끼얹듯 방석이 현실적으로 충고했다.

 

  “그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애초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인 걸. 대처도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고 대처마저 갑작스럽게 한다면, 일이 틀어질 확률이 높아질 뿐이야. 정녕 송이의 목숨이 소중한 거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도 좋잖아.”

 

  “어떤? 어떤 선택이 있는데? 더 이상 시간이 없어. 장날이 끝나고 그 자식이 올 때까지 발 뻗고 기다리는 건 더 안일해!”

 

  “아직 그 오돈이란 작자가 언제 돌아올지도 확실한 건 아니잖아. 그 전까지 최대한 작전을 짠다면 뭔가 해결할 방도가 생각날 수도 있잖아.”

 

  “형은 지금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대체 어떤 방도가 있는데? 이 경산을 떠나려면 차라리 지금이 기회야.”

 

  “냉정히 생각해봐. 이러다가는 두 명 모두 큰일을 겪을 뿐이야.”

 

  철수의 반론과 방석의 설득이 있었음에도,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그, 그만해! 오빠들이 그렇게 싸우면 어떡해. 지금 제일 불안한 건, 언니잖아. 어쨌든 언니는 이곳을 나가겠다고 결정한 거지? 그렇지?”

 

  둘의 논쟁을 멈춘 건 가장 어린 선아였다.

 

  선아는 다시금 송이의 의견을 물었고, 송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니지만, 오빠들은 똑똑하잖아. 송이 언니를 안전하게 빠져나가게 할 방법은 없어? 응? 방석 오빠? 개똥 오빠?”

 

  선아가 간절한 눈빛으로 개똥을 바라봤고, 개똥은 차마 그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방석과의 작전이 통하기 위해서는 이곳 경산에 아이들이 남아야 했다.

 

  철수의 갑작스러운 탈출이 감행된다면, 그것은 방석과 개똥의 탈출 계획에 누가 됐다.

 

  자신의 안위와 다른 가족의 안위를 별개로 생각하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드는 개똥이었다.

 

  “사, 사실은…”

 

  개똥은 양심의 가책을 이겨낼 수 없었다.

 

  솔직하게 자신과 방석의 계획을 내놓을 셈이었다.

 

  하지만, 방석이 본론으로 들어가도 전에 방석이 개똥의 어깨를 꽉 잡았다.

 

  다급한 악력이 느껴졌다.

 

  “우리가 생각을 나눠볼게. 그러니까, 그 전에 갑작스럽게 행동하지는 말아줘, 알겠지?”

 

  개똥의 말을 방석이 막았다.

 

  방석은 제발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개똥을 째려봤다.

 

  그리고 이 묘한 분위기를 철수는 놓치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어? 뭐야, 개똥이 형이 하려던 말.”

 

  “무, 무슨 꿍꿍이?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방석이 다급히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철수는 집요했다.

 

  “아냐, 뭔가 이상해. 개똥이 형도 그렇고, 방석이 형. 형도 그래.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거야? 평소라면 제일 먼저 의견을 낼 사람이 형이야. 이렇게까지 막아서는 이유가 뭐지?”

 

  그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철수였다.

 

  이미 한 번 물린 이상, 철수가 쉽게 포기할 녀석은 아니었다.

 

  결국, 개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탈출 계획이 있어…”

 

  “개똥이 형!”

 

  그런 개똥을 원망의 눈초리가 섞인 눈으로 바라보며 방석이 소리쳤다.

 

  “계획이 있다고?”

 

  철수가 놀란 눈으로 되물었고, 개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석은 망연자실 했는지 등을 돌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한편, 개똥은 자신과 방석의 계획을 한 구절도 빠짐 없이 털어놓았다.

 

  철수, 송이, 선아는 계획을 들을수록 미묘한 감정이 만면에 요동쳤다.

 

  “정말, 그런 계획이 있었던 거야? 방석이 형? 정말 우리를 두고 여길 떠나려고 그랬던 거야? 우리는, 어리고 약해서 쓸모가 없으니까! 개똥이 형이랑 함께 여길 떠나려고 그런 거냐고!”

 

  울분 섞인 목소리로 철수가 열을 냈다.

 

  방석은 철수의 눈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미안해. 하지만, 너희들에게 피해를 끼치려는 생각은 아니었어.”

 

  “거짓말. 오빠들이 사라지면, 이곳에 남은 우리들은 뭐가 되는데? 남은 우리는… 어떻게 되든 관계 없는 거였어?”

 

  원망 섞인 눈초리로 송이가 울분을 터뜨렸다.

 

  “송이야, 그게 아니고… 어쨌거나 지금은 다들 힘을 합칠 때잖아. 나랑 개똥이 형이 그런 계획을 가졌다는 건 이제 다른 얘기야.

 지금 다들 알게 됐고, 최적의 탈출 기회는 장의 마지막날이란 거야.”

 

  방석은 감정의 소모 때문에 적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형들 계획대로 하면 경산을 나갈 수 있다고 쳐. 그렇다면, 적어도 누군가는 여기 남아 있어야 된다는 거잖아.”

 

  이번에는 철수가 이야기의 핵심을 꼬집었다.

 

  “돈은? 산을 넘어서 항구로 가면… 그 다음 배로 떠나자는 계획은 알겠어. 그런데, 돈은 있는 거야? 적어도 금화 한 닢은 있어야 된다는 거잖아.”

 

  누군가의 희생과 필요시 되는 금전.

 

  방석은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얻어서 탈 수도 있는 거고. 꼭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진 않을 거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석도 세밀히 계획하지 못했다.

 

  경산에 묶여 살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서 바깥의 금전적인 사정을 고려하기는 어려웠다.

 

  궂은 일을 대신하면 무작정 돈을 벌 수 있겠지 싶었던 방석이었다.

 

  “확신은, 없는 거잖아.”

 

  송이가 즉시 반론했고, 방석의 침착했던 얼굴이 건어물처럼 일그러졌다.

 

  결국, 폭발하고 만 것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탈출하고 싶어? 갑자기? 너희들이 언제부터 그런 삶을 꿈꾼 건데? 여기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앞을 모르는 일이 닥치니까 겁이 나? 질 들어! 나는 너희들처럼 한 순간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책으로 이런 계획을 세운 게 아냐. 난 지대한 꿈이 있어. 오래전부터 고대했던 내 소망을 왜 너희가 그런 식으로 평가하고 절하하는 거지?”

 

  방석이 속사포로 말을 내뱉었고, 개똥은 차마 방석을 말릴 수 없었다.

 

  “역시, 형 속은 평소에 알 수가 없다 싶었어. 언제나 침착한 척, 어른인 척, 다 배운 척 하더니. 속이 시커먼 건 형이었어! 그렇게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면 더 기다리라고! 이번에는 나랑 송이가 나가겠어! 먼저 우릴 배신하려던 건 개똥이 형이랑 방석이 형이니까!”

 

  “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우리 중 누군가가 탈출을 감행한 사실일 발각되면, 그 다음은 없어! 또 탈출을 허락하게 둘 마귀가 아니라고!”

 

  “봐봐! 역시 형은 우리를 버리고 떠나려는 속셈이었어! 제일 도움이 될 만한 개똥이 형만 동조 시켰어!

 

  “미치겠군! 그래, 그랬다! 그래서 뭐? 나한테는 내 인생이 소중해! 이런 형편없는 곳에서 썩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따뜻한 밥 한끼 먹는 개새끼로 살 바에는, 굶어 죽더라도 내 가치는 내가 만드는 인간으로 살 거야!”

 

  씨익씨익. 방석과 철수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서로를 노려봤다.

 

  정녕 우리는 가족이었을까?

 

  함께 고된 노동을 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한 이불을 덮을 때, 우리는 서로를 가족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된 가족이었다.

 

  모두가 공평한 불행에 놓여있다는 가정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가짜 가족.

 

  그 증거로 갓 담근 겉절이가 쭉 찢어지듯, 이들은 분열하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2-9. 청이. 2022 / 2 / 28 189 0 13936   
21 2-8. 일몰. 2022 / 2 / 28 168 0 4417   
20 2-7. 행운. 2022 / 2 / 28 177 0 3995   
19 2-6. 적이. (1) 2022 / 2 / 28 206 0 4165   
18 2-5. 붕괴. 2022 / 2 / 18 181 0 4200   
17 2-4. 치욕. 2022 / 2 / 18 193 0 3614   
16 2-3. 조우. 2022 / 2 / 18 182 0 4551   
15 2-2. 공포. 2022 / 2 / 5 182 0 3437   
14 2-1. 추격. 2022 / 2 / 5 179 0 3716   
13 13. 불청객. 2022 / 1 / 29 189 0 4252   
12 12. 뒷일. 2022 / 1 / 29 187 0 3669   
11 11. 탈출. 2022 / 1 / 22 182 0 4492   
10 10. 희생. 2022 / 1 / 19 171 0 3303   
9 9. 종이배. 2022 / 1 / 19 180 0 4513   
8 8. 분열 2022 / 1 / 17 186 0 4768   
7 7. 그릇 2022 / 1 / 11 201 0 4100   
6 6. 계획 2022 / 1 / 11 188 0 4287   
5 5. 불개 2022 / 1 / 8 175 0 4190   
4 4. 마귀 2022 / 1 / 3 191 0 4648   
3 3. 암시장 2022 / 1 / 2 189 0 4403   
2 2. 가족 2021 / 12 / 29 206 0 3755   
1 1. 경산 2021 / 12 / 29 301 1 388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