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였다. 흔하디 흔한 서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이상의 표현을 불가했다.

　 유난히도 날이 좋아서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래된 감상이다. 햇빛이 따뜻하고 구름이 보이지 않는 맑은 날일수록 기분은 진창을 기었다. 그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아침으로 대충 쑤셔넣은 삼각김밥은 소화된 지 오래라 뱃속에서는 의미없는 아우성이 벌어졌다. 그 순간, 암전이었다. 배고픔은 잊히고 눈앞에는 어둠만이 자리했다. 그리고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얘는 몇등급이야?”

　“또 측정 오류났나봄. 체크해놔.”

　“뭔 허구한 날 오류? 귀찮게.”

　 이게 무슨 소리지? 등급. 내가 아는 등급은 수능 등급이 가장 유력하다. 이제 하다하다 길에서조차 내 수능 등급을 까야 한다는 건가.망해라 대한민국. 난 이미 대학생이라고. 재수생 취급 그만둬. 위기감 없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즈음 파찰음 소리와 함께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 다들 들리세요? 이제 행성 ed0281, 아니 당신네들 말로 지구는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좋은 시간 되셨기를. 안내자가 곧 내려올테니 차분하게 기다려 주십시오.”

　 행성 ED..뭐? 저게 뭔소리야. 그리고 다시 환하게 불이 켜졌다. 태어나서 처음 불을 본 사람마냥 가늘게 실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다들 주저앉아 있었다. 손목에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쳐다보니, 믿기지 않게도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아니, 정말로 글씨가 몸에. 새겨져 있다니까? 읽을 수 없는 글자였기에 잠시 바라본 뒤 다시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니, 재촉하려고 했다. 별일 아니겠지라는 나의 필사적인 믿음에 세상은 부합해주지 않고 투명한 사람 하나를 내 눈 앞에 데려오는 기적을 선물했다.

　“김나인 씨 맞으십니까?”

　네. 맞기는 한데요. 이제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플까봐 귀도 안뚫은 난데 다짜고짜 문신이나 새기다니. 이세계 트립, 그런 거라면 뭐 세계관이라도 알려주면 안되는 건가. 요즘에는 이런 전개에서도 예의가 없다. 옛날 같았으면 재깍재깍 소위 상태창 같은 것을 띄웠을 것 아닌가? 속으로 불만을 퍼부었다. 정말이지, 예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