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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법청소년과 A조
작가 : A조
작품등록일 : 2016.8.30

여장을 해야만 마법을 쓸 수 있는 남학생들과 탈주 중독에 걸린 마청과의 유일한 여학생
#학원물 #개그 #마법소년물 #남장 #여장 #역하렘

 
19화
작성일 : 16-10-30 21:32     조회 : 394     추천 : 0     분량 : 5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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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상영관을 나오자마자 혜달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바깥을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흑도종이 아래에서 설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흑도종은 크기가 엄청났다.

 

  ‘유람선만한 도마뱀이라니, 가죽 벗기는 것도 일이겠네.’

 

  질 거라는 생각보다 그 뒤처리가 막막해서 혜달은 머리가 아팠다. 그는 창문에 몸을 기대며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으. 결국 또 일이야.”

  “서두르자.”

 

  한소래담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비상구 문을 열고 크게 뛰어 한 번에 계단 전부를 내려간다.

 

  “혜달 넌 여기 사람들부터 대피시켜.”

 

  시아랑의 지시에 혜달이 고개를 끄덕이고 매표소로 달려갔다.

 

  “우리도 얼른 가자.”

 

  채소한이 한소래담을 따라 비상구로 갔다. 그리고 한소래담이 했던 것처럼 계단 한 층을 한꺼번에 뛰어내렸다. 쿠우웅! 비상구가 울렸다. 채소한은 바닥을 뒹굴며 울었다.

 

  “아이고! 아이고! 아오씁. 아오! 채소한 죽네! 아오!”

  “그러고 보니 여자 옷을 안 입었구나.”

  “아오! 아파 죽겠네! 아오! 쓰읍! 아오!”

 

  채소한이 주저앉아 다리에 대고 호호 입김을 불었다. 시아랑은 한 칸씩 내려와 채소한을 유유히 스쳐 지나갔다. 이우비는 여유롭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아오. 맨솔이는 어떻게 내려온 거지? 아이씨. 같이 가!”

 

  채소한이 벌떡 일어나 시아랑을 따라갔다. 시아랑은 중간에 5층으로 들어갔다.

 

  “어디 가? 1층으로 가야지!”

  “그렇게 하고 가봤자 소용없어.”

 

  시아랑은 5층 비상구에서 제일 가까운 여성복 가게로 들어갔다. 대피하려던 직원들이 난데없이 나타난 잘생긴 남자를 보고 멈칫했다. 시아랑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수표였다.

 

  “옷 좀 입겠습니다.”

  “네, 네?”

 

  ‘아니. 잘생긴 손님이 온 건 좋은데. 수표로 준 건 좋은데. 이 난리 통에 쇼핑을 하시겠다고요? 아니, 그보다 입겠다고요? 본인이?’

 

  점원이 그런 생각으로 당황하든 말든 시아랑은 흡사 매 같은 눈으로 제 사이즈에 맞는 옷을 찾아냈다. 그리고 마네킹이 쓰고 있는 가발까지 한 개 벗겨왔다. 점원이 아 하며 말을 걸었다.

 

  “혹시 마법소년...”

 

  시아랑이 사나운 눈으로 점원들을 쏘아보았다.

 

  “뭐에요? 대피 안 해요?”

  “아, 네.”

 

  점원들이 급하게 가방과 핸드폰을 챙겼다.

 

  “아니, 잠시만요.”

 

  급하게 대피소로 달려 나가려는 여자를 시아랑이 붙잡았다. 그녀는 시아랑에게 잡힌 팔이 제 것이 아닌 양 소스라치게 놀랐다. 양 뺨이 발그레해져서는 시아랑을 돌아보았다. 가까이에서 본 시아랑의 얼굴은 잡티 하나 없이 매끈했고, 짙은 눈썹과 깊은 눈동자가 코앞에 있으니 그 파괴력이 어마어마했다. 일주일 전에 남자친구와 백일을 맞은 그녀는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좋아요...”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시아랑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시아랑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윽한 눈빛은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그런 것을 눈치챌 여유는 이미 없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쭉 내밀었다. 시아랑이 붉은 입술을 열었다.

 

  “발 커 보이는데 신발 좀 놓고 가시죠.”

 

  왕발이라 슬픈 그녀는 밤새 이불을 걷어찼다.

 

  ***

 

  시아랑이 나름의 고급스러운 쇼핑을 즐기고 애꿎은 여자에게는 흑역사를 만들어주는 동안 혜달은 1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탔던 이우비는 벌써 입구에 와있었다. 혜달이 이우비를 발견하자마자 제일 먼저 그의 옷차림에 의문을 제기했다.

 

  “어, 그 옷은 어디서 났어?”

  “나한텐 4차원 주머니가 있거든.”

 

  이우비가 농담조로 말하며 제자리에서 뱅그르르 돌았다. 무릎을 덮는 회색 플레어스커트가 팔랑거리며 퍼졌다.

 

  “넌 뭘 해도 이상하지 않아서 좋겠다.”

  “잘생겨서?”

  “아니, 항상 이상해서.”

 

  혜달은 그에게 가볍게 대답하고 바깥을 보았다. 도마뱀은 눈앞의 빌딩 벽에 찰싹 붙어 있었다. 1층으로 내려와서 보니 그 크기가 더더욱 위협적으로 보였다. 마른침이 절로 넘어갈 정도였다. 시내는 대피하고 있는 사람들로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혜달이 남자 차림인 스스로를 내려다보았다.

 

  ‘...이대로는 안 돼.’

 

  혜달은 옆의 이우비에게 물었다.

 

  “이우비, 너 혹시 옷 사이즈가 어떻게 돼?”

 

  이우비가 빨개지지도 않은 뺨을 두 손으로 덮으며 꺄앗 비명을 질렀다.

 

  “어머 혜달 이 변태! 내 치마를 가져가려고?”

  “농담할 때가 아니라는 거 알잖아.”

 

  이우비가 핫 웃으며 두 손을 내렸다.

 

  “너한테 옷을 주면 나는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싸우지 마. 깁스 푼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혜달의 말에 이우비의 미소에 힘이 탁 풀렸다.

 

  “네가 지금 다른 사람 배려해줄 때야?”

  “뭐...”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당장이라도 전투에 뛰어들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그런 말을 듣자니 뭔가 김이 다 새는 기분이었다. 이우비는 어깨를 으쓱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럼 도와주기만 할까.”

 

  이우비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치마를 벗어주기를 기다리는 혜달을 보며 픽 웃었다.

 

  “옷은 이것 말고도 더 있어. 자, 여기.”

 

  이우비가 카운터 위에 곱게 개켜진 원피스를 건넸다.

 

  “프리사이즈야.”

  “고마워.”

 

  혜달은 급하게 웃통을 벗고 그 위에 원피스를 입었다. 바지를 벗지 않아 꼴이 조금 웃겼지만 이우비는 차라리 바지를 벗을 여유가 없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속바지도 없이 사각팬티를 휘날리며 공중을 뛰어다녀야 할 텐데, 그건 혜달한테나 세계평화에나 안 좋은 일이니까.’

 

  이우비는 파닥파닥 손을 흔들어 그를 배웅했다. 혜달의 목 뒤에서 가격표가 팔랑거렸다.

 

  ‘가방도 갖고 나온 적 없는데.’

 

  이우비가 킥킥 웃었다. 사실은 모두가 빠져나가 휑한 매장 안에서 아무거나 집어온 것이었다. 이 사실이 들킨다면 선생님한테 혼나기야 하겠지만 그딴 것보다 자신의 생명이 더 중요했다. 고지식한 시아랑이나 혜달은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그나저나 다른 애들은 언제 내려오는 거지?”

  “그걸 가져가느니 차라리 제 옷을 벗겨가세요. 제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이우비가 갑자기 끼어든 낯선 목소리를 향해 돌아보았다. 채소한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진 원피스를 입은 채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울먹거리던 낯선 목소리는 채소한을 쫓아오는 여직원이었다. 채소한은 그녀에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떻게 여자 옷을 벗겨요. 그냥 옷 하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제가 직접 벗을게요. 제바아알, 그거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엄청 귀한 거라고요오!”

  “이우비, 애들은 다 나갔어? 흑도종은?”

 

  여자를 깔끔하게 무시한 채소한이 이우비에게 물었다. 이우비가 밖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흑도종이 빠른 속도로 건물 사이를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에 끈적끈적한 점액이 남아 있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흑도종의 모습을 용케 포착한 채소한이 오! 하는 탄성과 함께 걸음을 내딛었다. 뚜두둑 실밥 뜯어지는 소리에 점원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안돼애애애애!”

 

  바닥에 격하게 엎어진 직원을 보며 이우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혜달에게서 부상자는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우비는 구경만 하고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괜한 정의감이나 오지랖은 아니었다.

 

  ‘그냥 멀뚱히 있는 건 심심하니까... 라는 핑계로 해 두자.’

 

  이우비는 킥킥 웃었다. 사실은 시아랑과 한소래담에게 자꾸만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아까 영화관에서 시아랑이 한소래담을 보고 있었다는 걸 이우비는 알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흑도종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우비는 그 답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시아랑처럼 무뚝뚝한 척하는 사람일수록 그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는 게 재미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한소래담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러고 보니 한솔이는 아직 안 내려왔나?”

 

  이우비가 혼잣말을 하며 비상구를 기웃거렸다. 한소래담이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건 대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우비의 관심을 끌었다. 이우비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에는 한없이 무관심했지만, (한소래담에게는 불행히도) ‘재밌을 것 같은 일’에는 예외였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겠지. 굳이 파헤치려고 하지 않는 것일 뿐.’

 

  “하지만 난 못 넘어가지. 냄새가 난단 말이야. 냄새가. 아주 재밌는...”

 

  이우비가 혼잣말을 멈췄다. 한소래담이 발이 빠르지도 않으니 분명 아직 건물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우비의 생각과 달리 한소래담은 이미 쇼윈도 너머에 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이우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한소래담이 바닥에서 뭔가를 집어 드는 것이 보였다.

 

  ***

 

  한소래담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카페 전단지를 주워들었다. 그 밑의 약도에 ‘보름 광장’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아버지와 만나기로 한 광장이 바로 그곳이었다. 약도에까지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이 근처인 모양이었다.

 

  한소래담은 주변을 훑어보았다. 거대한 흑도종이 잽싸게 건물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한 마리가 아니야.’

 

  한소래담은 입술을 깨물었다. 조원들은 이미 흑도종을 상대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빠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빠는 벌써 대피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닐 수도...’

 

  “.......”

 

  그녀의 손 안에서 전단지가 구겨졌다. 답은 모르겠지만 어디로든 가야 했다.

 

  “구름처럼 가볍게, 바람이 분다. 햇빛으로 치장한 원피스.”

 

  옅은 빛이 그녀의 손끝에 배어나왔다. 다리를 톡톡 건드리고 한소래담은 달렸다. 그녀는 발이 닿는 것보다 멀리 미끄러져 나가고 있었다.

 

  “청바지랑 티셔츠 차림인데?”

 

  이우비가 멀어진 뒷모습을 향해 중얼거렸다. 곧 숨길 수 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달안개 가린 밤, 꽃보라가 휘날린다.”

 

  이우비도 제 다리를 톡톡 쳤다. 그의 존재감이 흐릿해졌다. 한소래담이 시아랑에게 특훈을 받을 때 주워들었던 주문이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해.”

 

  이우비가 피식 웃었다.

 

  “여우처럼 재빠르게, 태양이 사라진다.”

 

  짧은 주문을 끝낸 그의 다리가 땅을 박찼다.

 

  ***

 

  “아빠?”

 

  한소래담은 한마디 하고 입을 다물었다. 혹시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가 ‘아빠’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 예드람의 귀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녀는 입을 닫고 열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윤이 자신을 기다리느라 대피도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한소래담이 전투에 정신을 팔고 있는 건 무리였다.

 

  ‘그래도 조원들 곁에 다른 마법소년들이 있는 걸 확인하고 왔으니까, 오면서 몇 마리 있었던 흑도종들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는 내가 해치웠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나는 할 만큼 했어. 정말이야.’

 

  한소래담이 애써 그들 생각을 뒤로 미뤘다.

 

  보름 광장은 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영화관에서도 물론 가까웠다.

 

  ‘그러니까 아직 아빠도 이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아.’

 

  한소래담은 다급하게 주변을 달렸다. 하지만 이미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피해 있었다. 아무래도 마법소년들의 대처가 순조롭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소래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함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빠...”

  “한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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