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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9화. 통성명해요.
작성일 : 22-01-15 16:45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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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통성명해요.

 

 속을 채우려 해장국 집을 찾으며 걸어가는데,

 저 앞에 24시 콩나물해장국 집이 보였다.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부터 해장국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콩나물 해장국 하나 주세요.”

 

 아침부터 혼자 해장국을 먹는 것도 뻘쭘하였다.

 조금 있으니 콩나물 해장국이 나왔다.

 날달걀도 한 개 따라 나왔다.

 날달걀을 조심스럽게 깨서 뚝배기에 넣었다.

 뜨거운 뚝배기 안에서 달걀은 금방 엉겨 붙었다.

 그때 어깨에 카메라를 멘, 한 남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한성이다. 그가 수정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도 콩나물국밥을 한 그릇 주문했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속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식당을 나와 택시를 타고 어제 갔던 바다를 다시 찾아갔다.

 왠지 그냥 가기가 아쉬웠다.

 언제 또 이런 바다를 다시 올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기왕 나왔으니 바닷바람을 실컷 쐬고 싶었다.

 바다를 끼고 늘어선 소나무 숲길.

 수정은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바다의 비릿한 냄새와 소나무의 상큼한 향이 어우러져,

 묘한 냄새가 나는 숲길이다.

 머리가 다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거요?”

 

 한성이 손수건을 흔들어 보이며 다가왔다.

 

 “떨어뜨린 것 같은데 맞나요?”

 “예. 제 손수건이에요. 고맙습니다.”

 

 수정이 꾸벅 인사를 하고 손수건을 받아 챙겼다.

 

 “아까 콩나물국밥집에서도 아줌마 봤어요.”

 

 수정이 돌아서려는데 남자가 다시 말을 걸었다.

 

 “혹시 저 따라왔어요? 스토커예요?”

 “스토커요?”

 

 한성은 자신을 스토커 취급하는 여자의 말이 일면 우습고 일면 귀엽다.

 그녀의 말과 행동들이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

 “내가 어디 봐서 스토커로 보이십니까?”

 

 한성은 여자와 계속 말을 이어가고 싶었다.

 

 “아니면 미안해요.”“아니면 미안해요. 이 아줌마가 정말……. 그걸 지금 사과라고 하고 있어요?”

 “그럼 뭐라고 해요?”

 “어디 스토킹할 사람이 없어, 나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더 많아 보이는 아줌마를 스토킹합니까?”

 

 한성은 수정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장난스럽게 말을 하였다.

 하지만 수정은 남자의 말에 자존심이 구겨졌다.

 그리고 창피했다. 얼른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한성이 친근감을 느끼게 하려고 했던 말이 오히려

 그녀의 자존심에 흠집을 남겼고 부끄러움을 남겼다.

 수정이 얼굴을 붉히며 한성을 피해 달아났다.

 

 “기분 상했죠? 스토커가 아니라서?”

 “나한테 왜 이러세요?”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니 더 재미있네요.”

 “이 아저씨가 사람을 뭐로 보고, 나, 지금 그쪽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입씨름

 하기 싫어요. 그러니까 더는 나한테 말 걸지 말아요.”

 

 수정이 성을 내며 걸어갔다. 그런 수정이 한성은 귀여웠다.

 

 “기분이 안 좋을 땐, 혼자 우는 그것보단 마음속에 있는 말,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게 훨씬 더 정신 건강에 좋은데.”

 “내가 울었는지 기분이 안 좋은지 당신이 뭘 안다고 아는 척을 해요?”

 “얼굴에 딱 써놓았는데 그걸 왜 몰라요?”

 “…….”

 “우리 통성명해요. 한성입니다.”

 

 한성이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수정은 아무 생각 없이 명함을 받았다.

 

 “그쪽 소개는 안 해요?”

 “해야 하나요?”

 “왜요?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요?”

 “네.”

 “어디를 봐서요?”

 “…….”

 “명함 한 번 봐봐요. 네이버에 이름만 검색해도 나오는 여행 작가예요.”

 "그래서요?"

 "네?"

 "그쪽 유명한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러게요. 아줌마"

 

 수정이 선을 긋자 한성이 실망하는 눈치다.

 

 수정은 다시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잠시 가만히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한성이 수정에게 달려갔다.

 

 "저기요."

 

 수정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앞만 보고 걸었다.

 

 “아줌마가 마음에 드는데…….우리 친구 할까요?"

 

 수정이 걸음을 우뚝 멈추어 한성을 향해 휙 돌아보았다.

 

 “그쪽은 남자고. 난, 여잔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이성은 친구 하면 안 돼요?"

 남자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수정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동성만 친구 하란 법 있어요?"

 "근데, 왜 자꾸 귀찮게 하는데요?"

 "모르겠어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한성의 말은 진심이었다. 왜 이토록 처음 본 여자에게 관심이 가는지.

 수정은 더는 엮이기 싫어 자리를 떴다.

 

 “생각해보고 친구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줘요.”

 

 여자가 연락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다.

 한성은 수정이 시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

 

 어느새 오후 네 시가 지났다.

 해가 짧은 늦가을 오후는 금방 어둠이 찾아왔다.

 수정은 서둘러 터미널로 향했다.

 

 동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노곤했다. 몸을 의자 깊숙이 들여놓고 눈을 감았다.

 잠을 자면 피로가 풀릴 것 같은데, 잠은 오지 않고 머리는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머리를 비우고 싶어 찾아갔던 바다에서 오히려

 더 큰 숙제 하나를 안고 돌아가는 기분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제대로 한 번 돌아보지 못했다.

 

 계획에 없었던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밤 열 시가 훌쩍 지나 집에 도착했다.

 집 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했다.

 인기척에도 열리는 방문은 하나도 없었다.

 수정이 막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고함이 들려왔다.

 

 “어디 갔다 왔어?”

 

 수정이 깜짝 놀랐다.

 

 “강릉에 왔다고 톡 보냈잖아.”

 “강릉에 갈 거면 미리 말을 하고 갔어야지. 그리고 지금 시간이 몇 시야?”

 “…….”

 “민우 수능도 며칠 안 남았는데?”

 “민우, 수능 안 본대.”

 “그게, 무슨 말이야!”

 “대학 안 간대. 민우…….”

 

 순간 성호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더니 민우의 방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노크도 하지 않고 아들의 방문을 확 열어젖혔다.

 스마트폰 게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던 민우가 깜짝 놀라

 핸드폰 소리를 죽이고 핸드폰을 등 뒤로 감췄다.

 

 “너, 대학 안 간다고 했어?”

 

 날 선 아빠의 말에 민우는 겁이 났다.

 수정이 걱정되어 성호를 뒤따라갔다.

 

 “왜 대답을 못 해?”

 “맞아요. 저 대학 안 가요.”

 “대학 안 가면 뭐 할 건데?”

 “모르겠어요. 아직은?”

 “이놈의 자식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철썩, 성호가 민우의 뺨을 때렸다. 순식간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빠에게 뺨을 맞고 보니 기분이 아주 불쾌했다.

 차라리 회초리로 다리를 맞았으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더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뺨을 때린다는 것은 때리는 사람의 감정이 실린 것이다.

 맞은 사람의 감정과는 무관한 자신만의 나쁜 감정.

 민우는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느라 양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애를 왜 때려요? 말로 하면 될걸?”

 “당신은 집에서 뭐 했어? 애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들의 일탈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성호의 말에 수정은 화가 났다.

 

 “대학 안 가면 인생 끝나?”

 

 수정이 악에 받친 듯 말했다.

 

 “민우가 왜 방황을 하는데요?”

 

 언제 나왔는지 민영이 아빠에게 대들었다.

 돌발적인 민영의 행동에 부부가 당황하였다.

 

 “남같이 사는 부모 밑에서 자식들이 뭘 배우겠어요?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두 분 모르시죠? 두 분 감정만 생각했지. 자식들 마음이 어떤지 생각 안 해 봤죠?

 두 분, 왜 같이 살아요.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고 말하지 마세요.

 민우나 저, 이렇게 사는 거 싫어요. 정말 싫어요.”

 “그래. 나도 너희 때문에 여태껏 참고 살았어. 너희는 내 마음 알아?”

 

 성호가 아이들을 향해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도 그래?”

 

 민영이 쏘아붙였다.

 

 “내 입장만 생각해서 너희 힘들게 했나 보네. 미안하다.”

 

 수정은 짧게 한마디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도 말없이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거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시 고요해졌다.

 

 ***

 

 지난 십 년. 성호는 가정을 지키려고 이를 악물고 외로움과 고독을 견뎌왔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는데,

 돌아온 건 원망뿐.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더니 그말이맞다.

 오늘따라 지원이 몹시 보고 싶었다.

 그리움은 억누를수록 부피가 커졌다.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감정의 고리를 오늘은 훨훨 벗어 던지고 싶다.

 

 성호는 퇴근하기 바쁘게 지원이 운영하는 인사동 찻집으로 달려갔다,

 평일 저녁인데도 관광객들로 인사동 거리는 북적였다.

 인근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지원이 운영하는 찻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쌈지길 옆 골목 끝에 다행이라는 전통 찻집 앞에 걸음을 멈췄다.

 찻집 안은 북적이는 인사동 길과는 달리 조용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종업원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왔다.

 성호는 죄지은 사람처럼 얼른 한쪽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조금 있으니 지원이 퇴근을 하려는지 외출복 차림으로 나왔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사장님!”

 

 종업원이 지원을 향해 말하였다.

 “그래, 너도 대충해 놓고 얼른 들어가.”

 

 지원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성호가 말없이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지원은 인사동 길을 빠져나가 종각역 쪽으로 걸어갔다.

 

 “지원아!”

 

 지원이 종각역 지하 계단을 막, 내려서려는데 성호가 불렀다.

 귀에 익은 목소리에 지원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성호였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성호였다.

 지원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성호가 너무 그리워, 환청과 착시를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이 장승처럼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자.

 성호가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지원아…….”

 

 성호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지원을 쳐다보았다.

 

 “자기가, 여길 어떻게?”

 

 지원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 가서 차 한잔하자.”

 

 마치 어제 만난 사람을 대하듯 하는 성호의 태도에 지원은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가 좋을까?”

 “우리 찻집으로 갈래?”

 “응”

 

 지원이 앞장서서 다향을 향해 걸어갔다.

 성호가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자신의 뒤통수를 보고 성호가 따라온다 생각하니 뭔가 어색하였다.

 

 “자기가 먼저 앞장서!”

 

 지원은 뒤통수가 따가워 먼저 걷기가 싫었다.

 

 “나란히 걸을래?”

 

 성호가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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