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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8화. 트라우마
작성일 : 22-01-15 16:36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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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트라우마

 

 민영이 상욱을 처음 만나건,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였다.

 군 전역을 막 마치고 나온 복학생이었던 그는 민영보다 세 살 위였다.

 키가 180이 넘은 장신에 조금 마른 편으로, 성격이 매우 깐깐해 보였다.

 여학생들에게는 인기가 많았다.

 환영회 술자리에서 술을 잘 먹지 못하는 민영을 대신해 술을 마셔주는,

 흑기사 노릇을 자청했다.

 그 자리에 있던 여학생들이 모두 그녀를 부러워하였다.

 

 “선배님, 제 술도 마셔주세요.”

 

 한 여학생이 술잔을 상욱에게 내밀었다.

 

 “싫은데…….”

 

 “에이, 선배님 너무 하세요.”

 “난 아무한테나 흑기사 안 한다.”

 “내가 마실게.”

 

 통통하고 키 작은 남학생이 그 여학생의 흑기사로 나서자.

 여학생은 남학생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자기 입안에 술을 털어 넣었다.

 민영은 괜히 그 여학생에게 미안하였다.

 당연히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거로 생각했다가 거절당하자,

 여학생은 두고두고 민영에게 분풀이하였다.

 

 그날 이후로 상욱은 민영이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며 애정표현을 했다.

 민영은 그런 그가 싫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상욱이 사는 집은 서울 부자들이 산다는 평창동에 있었다.

 앞마당이 꽤 넓은 2층 양옥집이다.

 고급스러운 집 분위기에 민영이 압도당했다.

 

 “이렇게 넓은 집에, 달랑 두 식구 살아?”

 “응.”

 

 상욱이 초인종을 누르자 육중한 대문이 ‘철커덕’ 소리를 냈다.

 

 “들어가자.”

 “빈손인데 어머님 계시면 어떡해?”

 

 좀 전까지만 해도 집에 안 가겠다고 투덜거렸던 민영이

 막상 집 앞에 오자 빈손이란 게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준비했어.”

 

 상욱이 마술을 부렸는지 꽃다발을 내밀었다.

 

 “이건 어디서 났어?”

 

 민영이 감탄을 하였다.

 

 “마술을 좀 부렸지.”

 

 상욱이 시원스럽게 잘생긴 눈을 찡긋하였다.

 저런 남자를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민영이 픽 웃었다.

 

 ***

 

 민영이 상욱을 따라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친구의 집이라 그런지 긴장되고 떨렸다.

 파란 잔디가 깔린 마당을 50여 미터 지나가자 현관이 나왔다.

 집 안에 들어서자 상욱의 엄마로 보이는 오십 대 중반의 여자가 민영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어서 와요!”

 

 그녀는 일반적인 가정주부의 모습이 아니었다.

 옷은 매우 화려하였고 귀에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큰 귀걸이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그녀 역시 키가 매우 컸다.

 상욱의 큰 키는 엄마를 닮은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민영이 그녀에게 꽃다발을 공손하게 내밀었다.

 

 “고마워요. 이쪽으로 앉아요.”

 

 그녀가 꽃 냄새를 맡으며 먼저 자리에 앉았다.

 민영도 상욱과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도우미로 보이는 오십 대 중반의 여자가 커피를 가지고 나왔다.

 

 “상욱이 여자 친구야?”

 

 도우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네.”

 

 상욱이 수줍게 대답했다.

 

 “차만 가지고 오지 말고 맛있는 거 좀 갖고 와. 그리고 이 꽃 화병에 좀 꽂아 두고…….”

 

 상욱 엄마가 도우미에게 말했다.

 

 “알았어. 네가 하도 급하게 뭐라 하니까, 우선 차부터 내 온 거지.”

 

 도우미가 툴툴거리며 꽃다발을 가지고 사라졌다.

 조금 있으니 도우미가 몇 가지 과일과 비스킷을 가지고 왔다.

 

 “맛있게 먹어요.”

 

 도우미가 민영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잘 먹겠습니다.”

 

 민영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도우미는 빙긋 미소를 한 번 지어 보이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집이 넓어 어느 구석에 가 있으면 쉽게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상욱이 과일을 하나 집어서 엄마에게 내밀었다.

 

 “나는 됐고, 네 여자 친구한테나 줘.”

 

 상욱이 엄마에게 거절당한 과일을 민영에게 내밀었다.

 

 “먹어.”

 

 민영이 조심스럽게 받아 한 입 깨물어 먹었다.

 긴장하여 과일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엄마는 작업하러 갈게. 손님 대접 잘해라.”

 

 상욱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주인이 자리를 비우니 민영은 한결 마음이 편했다.

 

 “우리 엄마 무서운 사람 아냐.”

 “누가 뭐래?”

 “완전 허당이야. 우리 엄마.”

 “깐깐해 보이시는데…….”

 “생김새만 그렇지. 전혀 깐깐 안 해. 봐. 나도 그렇잖아.”

 “하긴! 쿨한 면도 있네. 어머니가……."

 "쿨, 하면 우리 엄마 따라 올해 사람은 아마도 대한민국에서는 없을 거야."

 "어떤 점이“

 “우리 아빠 살아계실 때, 두 분 엄청 사이가 좋았거든.”

 “우리 엄마아빠는,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는데…….”

 “미안,”

 “그게 왜 미안해. 두 분 사이가 각별했으니 아버님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많이 힘드셨겠다.”

 “그랬지. 하지만 애도 기간은 그리 길지가 않았어.”

 “그게 무슨?”

 “내가 생각하기론, 한, 한 달, 엄청나게 슬퍼하셨지.”

 “…….”

 “한 달이 지나가자. 엄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감정에 충실했지.”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때, 도우미가 거실로 나왔다.

 상욱은 도우미가 신경 쓰여 더는 엄마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내방 구경시켜줘?”

 “응. 구경시켜줘.”

 

 상욱의 방은 2층에 있었다.

 방이 남향이라 해가 잘 들어 환했다.

 넓은 방엔 책장과 책상, 큰 침대가 보기 좋게 놓여있었다.

 

 “누구랑 같이 자?”

 “뭐?”

 “침대가 커서…….”

 “혼자는, 큰 침대 쓰면 안 돼?”

 

 민영이 상욱의 침대를 보자 자기 집,

 안방에 있는 킹사이즈 침대가 생각났다.

 처음엔 아빠와 함께 사용했던 침대였는데,

 이젠 엄마 혼자 사용하는 외로운 침대.

 그 침대가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마치 상욱의 방에 있는 침대도 엄마의 침대처럼 그렇게 한 쪽을 잃은 침대가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을 잠시 하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 상상이었다.

 흔들의자가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흔들의자가 있었네.”

 “앉아 봐.”

 “그럴까?”

 

 민영이 흔들의자에 앉았다.

 

 “독서용이야. 나한테 흔들의자는…….”

 “여기서 책을 읽는다고…….”

 “응.”

 “금방 졸릴 것 같은데…….”

 “책 읽다 졸리면 자고…….”

 “보기보다 엄청 깔끔하네.”

 “이건 다, 이모 덕이지. 아마도 이모가 없음 방이 쓰레기통일 거야.”

 “그분, 친척 이모야?”

 “너도 참, 이모 호칭을 꼭 친척이라야 쓸 수 있어? 식당에 가도 이모. 술집에 가도 이모. 어디든 널린 게 이모야.”

 “아, 그러게…….”

 민영이 민망한 듯 웃었다.

 

 “근데, 이모님이랑 어머님이 아주 가까운 사이로 보이시던데…….”

 “응. 이모랑 우리 엄마는 고향 친구야.”

 “고향 친구?”

 “응”

 “친구 집에서 도우미 일하려면 자존심 좀 상하시겠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저기 저 그림, 혹시 어머니 작품이야?”

 

 한쪽 벽에 걸린 풍경화를 보고 민영이 물었다.

 

 “응, 엄마가 그렸어.”

 “근데, 도우미 아줌마 말이지. 누구랑 많이 닮은 거 같지 않아?”

 “누구?”

 “글쎄…….”

 “누구를 닮았다는 거야?”

 “왜 있잖아. 신입생 환영회 때 오빠한테 흑기사 해 달랬다가 거절당하고…….”

 “아, 그 여자애?”

 “응”

 “글쎄? 그 여자애랑 우리 아줌마랑 닮을 이유가 없잖아.”

 “...그건 그래. 그 친구 집이 엄청 부잣집이라던데. 나도 참.”

 

 도우미와 친구를 모녀 사이로 연결했다는 사실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만 내려가자. 괜히 어머니께 오해 살라.”

 “무슨?”

 “응?”

 

 민영이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무슨 오해?”

 

 상욱이 민영을 빤히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오빠 왜 그래?”

 

 민영이 무안하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왜 그래. 왜 그래?”

 

 상욱이 짓궂게 민영의 겨드랑이에 간지럼을 태웠다.

 

 “하지 마.”

 민영이 상욱을 밀어내자 상욱은 더 재미있어하며 간지럼을 태웠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상욱이 계속 장난을 치자 민영은 슬슬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제야 상욱이 동작을 멈추었다.

 

 “화내지 마. 너 화내면 얼굴이 어떤지 알아?”

 

 상욱이 민영을 달래려 애를 썼다.

 

 “어떻긴. 예쁘지.”

 “아냐. 마귀할멈 같아.”

 “뭐?”

 

 민영이 눈을 흘겼다.

 

 “어휴, 귀여워.”

 

 상욱이 귀엽다며 민영의 볼을 살짝 꼬집자 민영이 금방 기분이 풀려 헤헤거렸다.

 

 “가자. 떡볶이 해 줄게.”

 

 둘은 부엌으로 내려갔다.

 

 “이모.”

 “응”

 “떡볶이 재료 있어요?”

 “있지.”

 “그것 좀 주세요.”

 “왜 직접 하게?”

 “네. 떡볶이는 제가 또 좀 하잖아요.”

 “그래. 어디 한 번 직접 만들어 봐.”

 

 상욱이 능숙하게 떡볶이 재료를 썰고 양념장을 만들었다.

 보글보글 떡볶이가 맛있게 익어갔다.

 

 “자. 먹어봐.”

 “와, 맛있겠다.”

 

 비주얼은 아주 근사하였다.

 하지만 맛은 없고 짜고 맵고 자극적이었다.

 

 “어, 맛이 왜 이래?”

 

 한 입 먹다 말고 민영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상욱이 얼른 한 입 먹었다.

 상욱의 입에도 맞지 않았다.

 

 “정말 맛이 왜 이래?”

 

 열심히 음식을 만들었지만, 결과가 영 신통찮아 보이자 상욱이 실망을 했다.

 

 “아냐. 이 정도면 먹을 만해.”

 “내가 너무 잘하려고 신경을 쓰다 보니 맛이 산으로 간 거야.

 입에 안 맞으면 먹지 마.”

 “아냐. 맛있어. 맛있다니까!”

 

 자신을 위해 고군분투한 마음이 고마워 민영은 맛보다 점수를 후하게 주었다.

 그런 민영이 상욱은 사랑스럽다.

 

 ***

 

 수정이 눈을 뜨니 10시가 다 되었다.

 어제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마셨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침대 밑에 나뒹구는 빈 맥주 캔을 보니 씁쓸했다.

 밤새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

 이런 눈으로 밖에 나가려니 걱정이다.

 선글라스라도 갖고 왔으면 좋았을걸.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다.

 수건을 냉수에 적셔 눈두덩에 대어 보았지만, 부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부은 눈덩이 때문에 모텔에 가만있을 순 없었다.

 샤워하고 화장을 했다.

 화장하고 나니 얼굴에 생기가 돌고 눈덩이도 덜 부어 보였다.

 

 모텔을 나가려니 뻘쭘하였다.

 문을 조금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복도가 조용했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서 승강기 하향버튼을 꾹 눌렀다.

 그 사이 사람들이 나타날까 봐 신경이 쓰였다.

 다행스럽게도 승강기가 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쫓기듯 승강기를 타고 그곳을 벗어났다.

 모텔 밖을 나오니 해방이 된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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