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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달아난 왕비
작가 : 분홍솜사탕
작품등록일 : 2021.12.31

"무영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면 바로 죽이고 딸이면 살려두거라"

정실부인 주씨가 산파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 걸 알지 못하는 무영, 힘겹게 배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울음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렸다.

두 지존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한배에 태어났으니...

 
제7화 <명성의 행복>
작성일 : 22-01-15 09:55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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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세월은 유수와 같다

 

 여원이 태어난 지 10년이 지났다

 따뜻한 가을볕아래 무영은 평상에 앉아 여원에게 자수를 가르치고 있었다.

 열정적인 선생과 호기심 가득한 학생의 모습이었다. 무영은 여원이 몇 년뒤면 혼인할 나이가 되어 장군부를 떠날 거란 생각에 신부수업을 할 요량으로 가르침에 지극정성을 다하였다. 여원은 깨끗하고 흰 피부에 이목구비가 오목조목 또렷하여 누가보아도 미인이라 칭찬할 만한 얼굴이었다. 여기에 대가집 규수로서의 교양과 예절만 잘 익힌다면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신부감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여원의 출생에 대한 비밀은 묻어버리는 게 낫겠다고 무영은 생각했다. 그녀의 어머니도 조선 함길도에서 화전민으로 살다가 도적떼를 피해 두만강을 넘었다 하셨지만 그녀는 함길도의 어느 명문가 노비였다.

 

 “무영아~ 이리 와서 앉거라”

 

 “네, 어머니”

 

 “어미의 고향이 어딘 줄 아느냐”

 

 “함길도 회령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회령이지. 태어난 곳은 모르지만, 그 회령 김 부사(지방장관)댁이라고 있었지. 나는 그 김부사댁 안방마님의 몸종이었단다”

 

 “ ... ? ”

 

 이불을 덮고 누운 무영의 어머니는 이어 말했다.

 

 “매일이 같은 일상이었어. 일어나서 청소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또 밥하고 또 청소하고..

 

 그러던 어느 날 안방마님이 도련님 과거시험불공을 드리러 가신다고 절에 가신 날이었지. 새벽기도를 며칠 하신다고 하셨지. 보통 때 같으면 나도 따라나섰을 텐데. 일손이 부족해서 언년이라고, 마님이 친정에서부터 데려온 여종 하나만을 데리고 불공을 드리러 가신거야. 그날이었지. 그 집에서 나와 언년이가 같은 방을 쓰는데, 언년이는 마님을 따라 절에 가고 나는 피곤해서 깊이 잠들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덮치는 느낌이 들었지 뭐니, 주인나리였단다. 마님이 돌아올 때까지 밤마다 그런 악몽이 계속 되었단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도록 달거리가 없는 걸 알게 되었지. 마님이 투기가 심한 분이라 주인나리의 아이를 가진 여종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단다. 나는 그 길로 그 집을 뛰쳐나와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목숨을 연명하였는데, 배속에서 꿈틀거리는 너를 생각하니 그대로 죽을 수도 없었단다. 추노꾼 (도망노비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 들을 피해 두만강을 넘어 오녀산성까지 오게 되었단다. 추노꾼들에게 잡히어 낙인 찍히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거든. 혼자서 아이를 기른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란다. 너는 꼭 가정을 이루어 사랑받는 아내가 되렴.‘

 

  무영은 어머니의 말을 듣는 내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나서 물었다.

 

 “그럼, 어머니의 부모님은 어디 계세요?”

 

 무영은 한 번도 물은 적 없고 궁금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 부모님? 나는 부모님 얼굴도 본적이 없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찌 컸는지 , 부모가 누군지 몰라, 그나마 혼자였으니 김 부사댁을 탈출할 수 있었던 거야. 아주 어렸을 때 무엇을 계속 찾아다니던 기억이 있는데, 길에서 누군가 내 손을 잡고 어느 오두막으로 데려가더니 밥도 주고 옷도 주지 뭐니. 거기에 다른 아이들도 몇 명 있었거든 잠시 있다가 김 부사댁으로 몸종으로 들어 가게 된 거야. 잠도 재워주고 밥도 주고 해서 주인나리가 시키는 일들은 군말 않고 다 했는데 알고 보니 잠시 나를 돌봐 준 부부가 나를 팔아넘긴 거였어. 처음에는 기루같은 곳을 갔었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김부사댁으로 가게 되었단다. 노비 중에서 말 안 듣는 애들은 멍석말이해서 두들겨 패고, 광에 가두고 굶기고 하는걸 보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무영은 어머니의 말에 가슴이 아려 왔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래도, 너를 낳고 가족이란 게 생기니까 살아갈 힘이 생기더라. 널 보면 날마도 가슴이 뛰고 설레여서 너무 좋더라. 행여나 무슨 일 생길까 마음조이게 되고...무영이 너가 내 딸이어서 너무 좋았단다.”

 

 “......”

 

 “나는 좀 자야겠다.”

 

 무영의 어머니는 거칠게 숨을 쉬면서 영원히 잠이 들었다.

 무영은 며칠을 울다가 오녀산성, 해가 잘드는 곳에 묻어 장례를 치렀다.

 여원을 낳게 되니 어머니의 말들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가정을 만들어 준 명성에게 고마웠고 미안해서 잘 하려고 노력하였다.

 

 ***

 해가 바뀌어 12살이 된 여원은 경학당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다.

 적자 훈기와 도이남의 아들 훈명은 물론이거니와 적녀인 여영과 함이낭의 딸 여경은 그 전부터 경학당에 다니고 있었다. 이제 여원도 경학당에 입학을 하게 되자 무영은 그리 기쁠 수가 없었다. 하명성의 첫번째 첩실은 주씨가 임신을 하면서 들인 함이낭, 두번째는 도이낭이라 불렀는데 무영은 성이 없어 세째 이낭으로 불렸다. 성은 천자만이 하사할 수 있는 것이라~

 

 “여원아, 요즘 세째 이낭한테 자수를 배운다고 하던데 실력은 많이 늘었니?”

 

 여영이 마차 안에서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

 

 “여영언니, 열심히 할려고는 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진도가 잘 안 나가요”

 

 “그야 그렇겠지 세째 이낭도 여원이 너를 낳고 난 후에 자수를 배웠으니까”

 

 여경이 중간에 끼어들며 스승이 모자라서 학생이 모자르다는 뜻으로 말했다.

 여원은 얼굴이 붉어져 대답없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 언니들이랑 얘기할 때마다 자신이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았다.

 

 “여경아 그렇게 얘기하면 안돼. 여원아 신경쓰지 말고 열심히 해. 장자께서 이르시길 아무리 작은 것도 이를 만들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아무리 총명하더라도 배우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 노력과 배움, 이것 없이는 인생을 밝힐 수 없다고 하셨지. 노력이 가장 중요한 거야”

 

 여경은 듣는 둥 마는 둥 다른 곳에 시선을 두었다.

 이윽고, 세명의 소저를 태운 마차가 경학당에 도착했다.

 여영은 큰 언니답게 친구들에게 여원을 소개했다.

 

 “여영아~”

 

 “안녕 서만, 여긴 여섯째 여원이야. 여원아~ 인사하렴. 언니친구 서만이야”

 

 “여원이라고 해요”

 

 여원이 서만을 향해 다소곳이 인사를 했다.

 

 “너가 여원이구나. 반갑다”

 

 서만은 여원을 보며 웃어보였지만 고개를 돌리면서 그 웃음을 싹 거둬버렸다.

 

 “여원아~ 넌 처음이라 초급반에서 수업해야 하니까 일찍 마치면 경학당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어. 수업 잘 듣고 나중에 보자”

 

 여원이 여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초급반 교실로 걸음을 옮기는 찰라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영, 동생에게 참으로 자상하구나”

 

 뒤를 돌아보니 웬 도령이 웃으며 여영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여영은 부끄러운 듯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초급반은 수업 첫 날이라 한시진만에 수업을 파했다. 언니들은 중급반이라 수업이 좀 더 늦어질거란 걸 안 여원은 학당을 돌아볼 겸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잘 가꿔진 울긋불긋한 정원이 맘에 쏙 들어 꽃잎을 하나씩 하나씩 쓰다듬으며 감상하고 있었다.

 

 “벌써 마쳤니?”

 

 “허 헉”

 

 “놀라긴...”

 

 자세히 보니 아까 여영이랑 얘기 나누던 도령이었다. 곁눈으로 쳐다보니 뽀얀 피부에 긴 속눈썹, 우아한 미소가 매력적인 소년이었다.

 

 “난 동윤이라고 해”

 

 동윤은 반가운 듯 손을 내밀었다.

 

 여원은 무심결에 가위바위보의 가위를 냈다.

 

 "내가 이겼네"

 

 하하~~ 동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여원도 멋쩍은 듯 웃었다.

 

 ***

 “어이, 동청”

 

 명성은 단골주막집에서 큰소리로 동청을 불렀다.

 

 “명성”

 

 “하늘에서 내린 진천은 잘있나?”

 

 “그런 말 말게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허허~”

 

 “그런가. 진천(珍天) 이도 올해 12살이지? 우리 여원이는 이번에 경학당에 들어간다네 엄마를 닮아서 참 이쁘게 자랐어”

 

 “이런 팔불출~”

 

 “우리 마나님이 서녀가 공부가 무엇이 필요하냐고 하는 걸 겨우 설득시켜 보낸 거라네. 무영이 다른 소원은 필요없으니 그거 하나만 들어달라고 몇 년전부터 사정을 하더라구. 내 일찍이 여원이 태어나는 날 소낙비를 맞고 어거정거리다 옷갈아 입고 이것저것 챙기느나 여원이 태어나는 걸 보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구. 이번 참에 그 마음의 빚을 좀 갚았네”

 

 건동청도 하명성이 말한 그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소낙비가 왔었고 소낙비를 피해 잠시 시전 어느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가 집으로 갔었다.

 집 앞에, 비가 와서 바닥이 축축한 그 땅바닥에 아이가 강보에 쌓인 채 잠들어 있었다.

 파릇파릇 갓난아기였다.

 추운 날씨에 어찌 될까 싶어 아이를 안고 집안으로 들어가니 부인 소씨가 하늘이 주신 보배라 하며 기뻐하기에 친자식처럼 키우기로 하였다.

 그래서 이름도 진천, 하늘이 주신 보배로 지었다.

 

 “자네는 뫼화한테만 마음이 여리네 그려”

 

 동청이 이어 말했다.

 

 “계속 그 쪽이 마음이 쓰이는 걸 낸들 어찌하나?”

 

 “솔직히 우리 마나님은 주씨마님을 부러워하고 있지 ‘시댁어르신들과 함께 살길 하나

 한 달에 두어번 인사가면 그만이지. 서방은 내직으로 이동해서 청산과부 될 위험도 없지.

 집안대대로 내려오는 재산도 넉넉히 물려받았지 걱정이 무엇이 있으랴‘ 그런단 말이지.”

 

 “어머님께서 집안이 커질 것을 미리 예상하여 어머님은 형님네랑 사시고 둘째형과 나는 분가를 시키셨지. 처음 분가할 때 지금 그 집을 마련한다고 좀 무리하는 바람에 몇 년동안 부인이 해온 혼수로 생활을 했었지.

 

  그 이후로 주씨 마나님의 입지가 올라간 건 말할 것도 없네 그려”

 

 하명성은 비꼬듯이 주씨 마나님이라 칭하였다. 그 말에 동청은 빙그레 웃었다.

 

 “그나저나 도선당 일은 할 만 하나?”

 

 “전쟁터로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좋지. 무인들 교육시키는 것이니 보람도 있고 마음도 편하다네. 또한, 이징옥 장군이 총괄하고 있으니 규율도 잘 잡히고 체계가 안정이 되는 것 같네”

 

 “잘 되었네. 누명을 쓰고 귀향 가고 파직을 당하는 사람들도 많은 데 자네나 나나 운이 좋은 것 같네”

 

 “그렇네 그려”

 

 명성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좋았다.

 늘 마음이 쓰이는 여인과 세상누구보다 예쁜 딸이 있어 좋았고, 그 여인의 사랑스런 눈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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