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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7화. 일상탈출
작성일 : 22-01-14 21:18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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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일상탈출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나기 바쁘게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자동센서가 현관을 밝혔다.

 방문을 잠갔다.

 방문을 잠그고 나서도 안심이 안 되어 다시 확인하였다.

 2평 남짓한 작은 방엔 낡은 침대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하룻밤 5만 원으로 빌린 방이지만 오늘 밤은 완전히 그녀의 소유였다.

 해방감에 기분이 좋았다.

 

 캔 맥주를 비닐봉지에서 꺼내 냉장고에 넣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 시원하게 마실 생각이다.

 빈 소주 팩이 손에 잡혔다. 팩을 꺼냈다.

 팩이 아까보다 더 찌그러져 있었다.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생수병을 따서 빨대 구멍으로 천천히 물을 부었다.

 물이 들어가지 않았다. 난감했다.

 생각 끝에 팩 한 쪽을 조심스레 찢었다.

 물이 들어갈 공간이 생겼다.

 그 안으로 다시 생수를 부었다. 물 조절을 못 해 밖으로 물이 넘쳐흘렀다.

 흘러내린 물을 얼른 수건으로 닦아내고 팩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내용물이 들어가니 팩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살았다.”

 

 소주 팩이 드디어 살아났다.

 마치 한 사람의 귀중한 생명을 살려낸 듯 기분이 좋았다.

 그것도 잠시 우울했다.

 찢어진 소주 팩 옆구리가 몹시 아파 보였다.

 모양까지 일그러져 볼품이 없었다.

 

 “미안해!”

 

 소주 팩에게 사과를 하였다.

 

 “괜찮아. 괜찮아.”

 

 소주 팩이 수정을 위로하듯 말했다.

 

 “고마워!”

 

 수정은 먹먹한 얼굴로 소주 팩을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대도……. 힘내. 아줌마”

 “고마워. 정말 고마워.”

 

 수정은 마치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소주 팩을 상대로 말을 이어갔다.

 

 “내 마음 알아줘서 고마워. 내 흉보지 않고 이해해 줘서 정말 고마워.”

 “사람이든 물건이든 다 나름의 역할이 있고 또 모두가 가치 있는 존재야.”

 “정말 그럴까?”

 “난 재수가 좋아 아줌마 같은 좋은 친구를 만났어. 이렇게 볼품없는 나를 끝까지 대접해 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아니야. 내가 고마워. 내 얘기 귀찮아하지 않고 귀담아 들어줘서…….”

 “위로됐다니 정말 기뻐. 이제 내 역할은 끝났어.”

 

 소주 팩이 그렇게 화답을 하였다.

 수정은 소주 팩에 들어있던 물을 버리고 한 방울의 물도 남김없이

 탈탈 털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마지막 이별을 위하여.

 

 ***

 

 수정이 천천히 옷을 벗었다.

 스카프를 걷어내고, 트렌치코트를 벗고, 블라우스를 벗었다.

 그리고 청바지를 벗고 양말을 벗었다.

 속옷까지 다 벗고, 맨몸이 되었다.

 천천히 욕실로 들어갔다. 욕조가 없는 낡은 욕실이었다.

 온도를 맞춰 샤워기를 틀었다.

 따뜻한 물이 쏟아져 나왔다.

 종일 돌아다녀 그런지 다리도 아프고 발목도 시큰거렸다.

 

 욕조가 있으면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싶었다.

 수증기가 좁은 욕실을 가득 채웠다.

 뿌옇게 변한 거울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상체가 그대로 거울 속에 드러났다.

 가슴은 처녀의 것과 다름없이 탄력이 있었다.

 작고 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이 슬퍼 보였다.

 한때는 남편과 함께 나눴던 몸.

 20대 처녀의 몸이라 착각할 정도로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하고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몸을 십 년 이상 꼭꼭 감추며 살아왔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바라보니 눈물을 왈칵 쏟아졌다.

 어느새 그녀의 입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늘은 애써 눈물도 울음소리도 감출 필요가 없었다.

 마음 놓고 울고 싶었다.

 온수를 맞으며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잠시 그렇게 울다가 몸을 씻었다.

 

 수건으로 대충 젖은 몸을 닦아내고 욕실에서 나와 나이트가운을 입었다.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절정을 맞은 듯한 여자의 교성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얼른 캔 맥주를 따서 입안에 쏟아 넣었다.

 맥주를 마시는 사이 옆방에서 나던 소리는 멈췄다.

 조용한 걸 보니, 일을 마친 남녀가 부둥켜안고 잠을 자는 모양이다.

 맥주 한 캔을 다시 냉장고에서 꺼내 마셨다.

 안주가 없으니 맥주는 더 빨리 몸속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 마시려는데, 옆방에서 또 이상한 소리가 났다.

 좀 전의 그 방이었다.

 한껏 흥분되었는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까지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고문이다. 소리를 죽이려 TV를 켰다.

 야한 비급 영화가 방영되었다.

 TV 안에서도 남녀가 몸을 섞고 있었다.

 얼른 TV를 껐다. 오늘따라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지.

 빨리 취하면 잠이라도 잘 텐데,

 마지막 캔 맥주를 따서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

 

 남편의 외도 이후 수정은, 자기 내면에 갇혀 지냈다.

 그러는 사이 정신은 점점 피폐해졌고 가정은 온기를 잃어갔다.

 어느 날 누군가가 물었다.

 

 “이혼하지 그래요. 왜 그렇게 살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여긴 내 직장이야!”

 “직장요? 어떻게 집이 직장이에요?”

 

 그 누군가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수정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구차하게 설명하기도 싫었고,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시시콜콜 대꾸하기도 싫었다.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면 체념을 하게 된다.

 성호가 침실을 서재로 옮겨 가자 수정은 남편에 대한 미련을 둘 수가 없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이혼하려니 경재력이 빵점인 그녀에게 양육권이 주어질리가 없었고,

 또 양육권이 주어진다 해도 혼자서 아이 둘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속상한 마음에 이혼했다가 아이들마저 잃게 될까 불안했다.

 

 어차피 남편은 자신의 마음에서 떠난 사람이고 아이들이라도 지켜야 했다.

 가정을 직장이라 생각하고 남편을 돈을 주는 사업주라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은 없었다.

 소주 한 팩과 맥주 세 캔에 배가 불렀다.

 그전에 먹었던 비빔밥 한 그릇까지. 과식이다.

 평소 먹었던 음식량에 비해 많은 양이었다.

 옆방에서는 이상한 소리는 나지 않았다.

 가끔 ‘드르릉’ 남자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코 고는 소리는 들을만했다. 졸음이 몰려왔다.

 조명등만 남기고 불을 끄고, 침대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생각보다 포근했다.

 

 ***

 

 성호가 눈을 떴을 때 출근복 그대로였다.

 속도 허전하고 머리도 아팠다. 시원한 해장국 생각이 났다.

 빨리 속부터 채우고 싶었다.

 대충 샤워를 마치고 출근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현관에서 구두를 신다가 문득 아이들 생각이 났다.

 민영과 민우의 것으로 보이는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아내의 것으로 보이는 낡은 슬리퍼도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성호는 사람과 출근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신발에 출근 인사를 나누는 것 같아 씁쓸했다.

 동네 24시 해장국집에서 해장국 한 그릇을 먹고 승용차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

 

 한바탕 바쁜 업무를 처리하고 숨을 돌리고 나서 성호는 핸드폰을 열어봤다.

 가족 단톡방에 수정이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메시지를 읽고 나니 기분이 상했다.

 

 서재로 침실을 옮기고 몇 개월 뒤였다.

 오랜 시간 부부가 떨어져서 지내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에,

 깊은 밤 아내가 잠을 자는 침실을 찾아갔다.

 말없이 잠자는 아내를 포옹하였다.

 

 “누, 누구야!”

 

 수정이 잠을 자다 말고 놀라 고함을 질렀다.

 마치 강도라도 만난 듯한 얼굴이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수정이 사납게 쏘아보며 말했다.

 

 “여보…….”

 “그만 나가요!”

 “나, 여기서 자면 안 돼?”

 “미쳤어?”

 “뭐?”

 “각방 쓴지가 언젠데, 인제 와서 같이 자자고?”

 “그러면 안 돼? 우리가 남이야? 우린 부부야. 넌, 내 마누라고…….”

 “난 이대로가 좋아. 그러니까 이만 나가!!”

 “이만 나가?”

 “어.”

 “하!”

 

 어떻게 해서든 관계 개선을 하고 싶어 찾아 들었던 것인데, 고민, 고민하다가 찾아간 아내의 침실에서 이토록 허망하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탈탈 털리고 말았다. 비록 잘못은 했지만 이런 반응이 나올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성호가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며 수정을 노려보았다.

 

 “왜 그러고 있어?”

 “너 말 다 했어?”

 “잘못하다간 한 대 치겠다.”

 

 주먹이 앞으로 나가려는 걸 성호는 움켜쥐고 참았다.

 

 “나가!”

 

 수정이 베개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베개는 그대로 성호의 얼굴에 맞고 바닥에 뚝 떨어졌다.

 

 “그래, 내가 미친놈이지. 내가 미친놈이야.”

 

 성호가 울분을 토해내듯 말했다.

 

 “그러게 왜 안 하던 짓을 해?”

 

 성호의 표정이 하도 서늘하여 수정은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여기서 더 하다간 아이들까지 알게 될 테니.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절망감에 성호는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간신히 몸을 세우고 방을 나갔다. 이젠 정말 끝이 보였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살았는데, 더 이상의 미련은 바보짓이다.

 

 ***

 

 평소와 같이 수정이 아침 밥상을 차렸다.

 어젯밤에 끓여놓았던 시금칫국과 밑반찬 몇 개를 찬기에 담아

 달걀부침과 함께 상을 차렸다.

 밥상을 차려놓고 십 여분이 지났지만, 남편은 나타나지 않았다.

 간밤의 일이 신경 쓰였다.

 

 “설마 어제 그 일 때문에 화가 나서…….”

 

 똑똑, 서재 방문을 노크하였다.

 뭔가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방문을 여니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했나.”

 

 수정은 그제야 간밤의 일이 후회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부부 사이는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

 

 늦가을.

 교정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민영이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막 나서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홍민영…….”

 

 뒤를 돌아보니. 남자친구 상욱이다.

 

 “너 오늘 약속 있어?”

 “없는데…….”

 “그럼, 떡볶이 잘하는 집이 있는데 먹으러 갈래?”

 “좋아. 가자.”

 

 두 사람은 버스 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떡볶이집이 멀어?”

 “응. 버스 타고 가야 해.”

 “얼마나 맛일 길래. 떡볶이 맛이 거기서 거기겠지. 그냥 가까운 데서 먹자.”

 “우리 집이야.”

 “뭐?”

 “우리 집에 가서 내가 직접 떡볶이 해 줄게.”

 “싫어!”

 “왜 싫은데?”

 “그냥 싫어.”

 “이유 없이 싫은 게 어디 있어?”

 “내가 오빠 집에 갈 이유 있어?”

 “뭐?”

 “내가 자기 집에 갈 이유가 있냐고!!”

 “너 정말 이상하다.”

 “뭐가. 뭐가 이상한데…….”

 “난 그냥 너한테 떡볶이 해 주고 싶어서 가자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싫어?”

 “부담돼서 싫어. 오빠 어머님이라도 마주치면 어쩌려고…….”

 

 민영에겐 결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를 보며 자라온 터라 결혼은 회의적이었다.

 연애는 해도 결혼까지는 자신이 없었다.

 결혼은 상대를 구속하고 억압하고 자유를 침해하는 불행한 삶의 연속이라 생각되었다.

 

 “마주치면 인사하면 되고, 안 마주치면 다행인 게지.”

 “그게, 그렇게 간단해?”

 “친구 집에 간다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걸 왜 복잡하게 생각하는데?”

 “오빠니까…….”

 “너 정말 촌스럽다.”

 “뭐야?”

 “그렇잖아. 남자친구 집에 가면 큰일 나? 우리 엄마가 너 보고, 며느리 삼자고 할까 봐?”

 “아무튼, 부담돼서 싫어.”

 “그래, 부담되면 관두자. 관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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