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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5화. 운명
작성일 : 22-01-14 12:29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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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운명

 

 “누가 그래?”

 “수정이가······.”

 “오십 프로는 맞아. 백 프로는 아니야.”

 “오십 프로가 뭔데······.”

 “그 남자한테는 설렘이 없었어.”

 “······.”

 “좋아 죽고 못 살아도 결혼해서 살다 보면, 사니 못사니 한다던데, 결혼 전부터, 아무런 감정이 없었어, 남자로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 그런 남자랑 어떻게 평생을 살아갈 수가 있겠어?”

 “그쪽은 순순히 이혼해 줬어?”

 “그 남자도 내가 자기 취향이 아니래.”

 “…….”

 “너는 그렇다 치고, 그 남자는 왜 결혼을 했대?”

 “그 남자도 나랑 마찬가지였어.”

 “정말 이해를 못 하겠다.”

 “우리 앞으로 어떡할까?”

 “뭘?”

 “자꾸만 보고 싶어질 텐데, 솔직히 그 감정, 다스릴 자신 없어.”

 

 성호가 답답한지 대답 대신 소주를 마셨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앞으로 만나지 말자.”

 

 지원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너만 좋다면 가끔 이렇게 만나자.”

 “뭐?”

 “나도 네가 좋아. 네가 나 좋아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네가 좋아.”

 “그러다 나중에 수정 이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그것까지,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하······.”

 “왜, 내가 자리 까니까 도망가고 싶어?”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자기가 막상 내 손을 잡으려고 하니까, 겁이 나.

 수정 이한테 정말 미안하고. 모르겠어.”

 

 지원이 비통한 눈으로 성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운명이야. 운명을 거부할 수는 없잖아.”

 “핑계 한번 근사하네.”

 “네가 결정해. 내 마음은 그러니까.”

 “수정이. 수정이는 어떡하고······.”

 “······.”

 

 지원이 괴로운 듯 소주를 마셨다.

 

 “그만 일어나자.”

 

 지원이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었다.

 

 “오늘 돌아가서 생각해 봐. 난, 네가 하자는 대로 따를게.”

 “······.이혼하고 나한테 올래?”

 “그럴까······.”

 

 지원의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가자. 바래다줄게.”

 

 소주 세 병을 마시고 두 사람은 식당을 나갔다.

 

 지원이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

 콜택시가 도착했다.

 성호는 지원을 부축하여 택시에 승차하였다.

 

 “집이 어디라고 했지?”

 

 택시 기사가 룸 밀러로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송파 패밀리 아파트······.”

 

 지원이 성호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늦은 밤이라 길은 밀리지 않았다.

 오늘따라 서울의 야경은 화려했다.

 송파 패밀리 아파트 앞에 택시가 멈춰 섰다.

 성호가 지원을 부축하여 차에서 내렸다.

 

 “집이 몇 동 몇 호야.”

 “203동 706호”

 

 지원이 혀가 꼬인 소리로 말했다.

 성호는 지원을 부축하여 203동 앞으로 갔다.

 

 “들어가.”

 “여기까지 왔는데, 잠깐 들어갔다가 가.”

 

 성호가 멈칫하였다.

 

 “아까 나한테 말했지? 결정은 나보고 하라고······.”

 “응”

 “들어가자.”

 “그래.”

 성호는 지원을 부축하여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

 

 언제부터인가 성호가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수정은 성호가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아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가장이 없는 식탁은 우울했고 생기가 없었다.

 

 “맨날 풀떼기야. 우리가 토끼야?”

 “맞아. 다 풀이야. 풀. 우리가 초식동물도 아니고······.”

 “내일 고기 구워 줄게. 오늘은 그냥 먹어.”

 “아빠는 오늘도 늦어?”

 

 민우가 볼멘소리로 물었다.

 

 “궁금하면 네가 전화해 봐.”

 “엄마 남편인데, 엄마가 전화 해봐.”

 

 애들도 성호와의 관계가 껄끄러운지 통화하는 걸 꺼렸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애들 보살피려 성호는 일찍 귀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자라 아빠 손이 필요 없자 귀가를 늦췄다.

 텅 빈, 집에서 사랑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아내와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눌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하였고,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주말은 이런저런 모임 핑계로 집을 나가 밤이 늦어서야 귀가를 하였다.

 

 “차라리 이혼해.”

 

 민영이 작심한 듯 말하였다.

 

 “네 아빠는 이혼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야!”

 “그게 그렇게 억울하면 엄마도 바람피워!”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게 훨씬 더 인간적이야!”

 “잠도 따로 자고, 밥도 따로 먹고, 얼굴 마주치는 것도 싫어하면서 왜 같이 살아?”

 “엄마·아빠 일이야. 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야.”

 

 민영은 엄마의 직무 유기에 꼼짝 못 하는 일곱 살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바람피운 아빠도 싫지만, 두고두고 사골 우려내듯 우려먹는 엄마는 더 싫어.”

 

 민영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네가 어떻게 엄마한테 이래?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그런 말 하지 마. 지겨워.”

 “나쁜 계집애.”

 

 수정이 속이 상해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그만 나가.”

 

 민영이 수정을 방 밖으로 밀어냈다.

 쿵, 방문이 닫혔다.

 그동안 믿고 의지했던 딸에게 밀려 방 밖으로 나오니 수정의 마음은 참담했다.

 

 “그래. 다 필요 없어 다.”

 

 수정이 민영에게 한 마디 퍼붓고는 안방으로 건너갔다.

 

 ***

 

 온기가 없는 집.

 자신만의 공간에서 마치 수형생활을 하는 죄수들처럼,

 살아가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민영은 숨이 턱 막혔다.

 어른들의 세상은 모를 일이었다.

 미우면 헤어지고 안 보면 될 텐데,

 왜 굳이 한집에 살면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사는지 모르겠다.

 당사자만 불행한 일이 아닌데.

 

 민영도 민우도 그 상처와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곳이어야 하는데,

 밖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지금 그녀의 집은 도망가고 싶은 고통의 장소였다.

 엄마에게 모진 말을 하고 나니 민영의 마음도 무거웠다.

 조금만 참을걸.

 후회는 하면서도 엄마에게 사과할 마음은 없다.

 어릴 적 기억이 아직 상처로 남아있어,

 엄마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이해할 마음의 여유가 민영에겐 없었다.

 

 ***

 

 민우가 체육관 뒤쪽에서 친구들 몇과 담배를 피웠다.

 그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은 중2 때부터였다.

 단순한 호기심에 피웠던 담배 한 개 피가 지금은 하루 한 갑이다.

 

 주급으로 받은 용돈 반 이상이 담뱃값으로 나갔다.

 담배만 피우는 게 아니었다.

 가끔 술도 마셨다. 피시방에서 게임도 했다.

 그는 학생의 일상에서 점점 멀어졌다.

 학교성적은 축구선수들에게도 밀릴 정도로 바닥이었다.

 그가 갈 만한 대학은 수도권에서는 없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집에선 아직 민우 대학진학에 미련을 두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동안 그가 가족들에게 철저하게 성적을 속여 왔다.

 수정이 민우 수능을 한 달 앞두고 매일 가까운 사찰을 찾아 불공을 드렸다.

 백일기도까지는 아니어도 정성을 들이고 싶었다.

 그런 엄마를 지켜봐야 하는 민우는 괴롭다.

 

 “나 대학 안 가요!”

 

 수정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대학을 안가?”

 “네.”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대학 안 가면 뭐 할 건데?”

 “······.”

 “나도 모르겠어요.”

 “모르겠어?”

 “네, 모르겠어요.”

 “하······.”

 “그러니까 절에 그만 가세요.”

 

 순간 그녀의 몸에서 기운이 쭉 빠졌다.

 믿었던 아들마저 뒤통수를 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래?”

 

  수정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엄마 정말 미안해.”

 

 엄마의 표정이 하도 무거워 민우는 금방 잘못을 인정하였다.

 수정은 헛웃음을 나왔다.

 그 웃음은 슬프면서도 차가웠다.

 수정이 무언가에 쫓기듯 방으로 뛰어 들어가 대충 가방을 쌌다.

 지금 이런 기분에 집에 있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지 자신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무조건 집을 벗어나야만 했다.

 

 “엄마 어디가?”

 

 수정이 외출복 차림으로 가방을 들고나오자 민우가 놀라 물었다.

 

 “바람 좀 쐬고 올게.”

 “어디로 가는데?”

 “어디로 갈지 나도 몰라.”

 “나 때문에 화났어?”

 “다녀올게.”

 

 민우가 물어도 수정은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 자신도 어디로 갈지 목적지가 없었다.

 이러한 행동은 충동적이라기보다는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일순간 터져 나와 그녀 자신도 감당이 안 되어 결정한 나름의 최선책인 것이다.

 

 집을 나와 시내버스를 탔다. 수정이 승차한 버스는 강변이 종점인 버스였다.

 종점에서 내린 승객들이 분주히 터미널을 향해 걸었다. 그들 틈에 수정도 보였다.

 수정이 여행객들이 붐비는 대합실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일단 대합실 안으로 들어왔으니 목적지는 정하면 되는 것이다.

 승차권 무인자동발매기가 여러 대 놓여 있었지만, 매표창구 앞으로 갔다.

 가는 곳도 모르는 버스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사이 차례가 되었다.

 

 “여기서 제일 먼 곳이 어딘가요?”

 “네?”

 

 황당한 질문에 매표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제일 먼 곳으로 한 장 주세요.”

 “진주가 제일 먼데. 거긴 2층으로 가 보세요.”

 

 2층으로 올라갔다.

 진주 목적지가 적혀 있는 창구 쪽으로 걸어갔다.

 

 “진주 한 장 주세요.”

 “진주는 두 시간 기다려야 하는데요.”

 

 두 시간을 소란스러운 대합실에서 기다릴 생각을 하니 자신이 없었다.

 다시 1층 대합실로 내려갔다.

 운행 정보 판을 들여다보았다.

 강릉행 버스는 비교적 자주 있었다.

 두 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가야 하니 거리도 괜찮고 바다를 볼 수 있으니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목적지를 정해졌으니 표만 끊으면 된다.

 무인자동발매기에서 강릉행 버스표를 발매했다.

 

 ***

 

 두 시간 반 만에 강릉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막상 강릉에 도착하고 보니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하여 한동안 대합실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과거 남편과 함께 승용차로 강릉에 다녀간 적은 있었지만,

 혼자 버스를 타고 강릉에 오긴 이번이 처음이다.

 무작정 택시를 잡았다.

 

 “가까운 해변으로 가 주세요.”

 “경포 해변이 가까운데 거기로 모실게요.”

 “감사합니다.”

 

 이윽고 택시는 경포 해변에 다다랐다.

 경포 해변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해풍에 비릿한 바닷냄새와 함께 향긋한 소나무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숲은 한가했다.

 지난여름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피서객들에게,

 그늘을 제공하였겠지.

 그래, 너도 고생했구나. 이제는 쉬어야지.

 소나무를 향해 나직이 말을 하였다.

 옆에 있던 소나무가 화답이라도 하듯 작은 솔방울 하나를 떨구었다.

 발 앞에 떨어진 솔방울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멀리 바다가 보였다.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시원한 공기를 폐 속으로 빨아들이며 천천히 바다를 향해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바다와 하늘이 만난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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