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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erson(사람)
작가 : 호수옆숲길
작품등록일 : 2022.1.7

주변이 변화하는 시기 시집을 가고 애를 낳고 또는 혼자 살더라도
노후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살고있는 30대 주화자.
가뜩이나 예민하고 오만가지 의심많은 주화자는 고독하고 조용한 솔로로서
더 이상의 삶의 기복없이 살고 싶을 뿐이지만
인생과 인연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당연히 아닌 것이다.
어느날 나타난 눈치가 있는듯 없는듯 알 수 없는 묘한 팩트 폭력배
수의사 황금준과 고슴도치같은 주화자와 함께하는 사람들 이야기.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싶답니다.

 
11. 관계
작성일 : 22-01-14 01:23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6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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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관계

 

 우리는 많은 틀에 갇혀서 살아간다.

 종과 등급을 나누는 것에 익숙한 상태로

 갖은 오지랖과 편견과 기타 등등

 뭔가를 떨어대면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황금준과 동네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했는데 주연이네 집들이에

 갔을 때보다 오늘 대화를 더 많이 한 거 같다.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지.

 

 황금준에 대해 오늘 추가 된 정보는

 나와 같은 외동이란 것, 오이를 싫어한다는 것.

 그리고 직업과 사는 동네가 업데이트 되었다.

 

 그나저나 이 사람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 꽤 흥미롭다.

 대부분 말을 섞었다 하면 하는 일이 뭐냐

 나이가 어떻게 되냐 어디 사냐 시집은 안 갈 거냐,

 남자친구는 있는지 왜 연애를 하지 않냐

 독신주의자냐 등의 질문들을 정해진 순서나

 있는 듯이 하는데 이 사람은 뜬금없는 타이밍에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묻는다.

 이미 30대 중반의 길을 가고 있는 나에게.

 

 ”좋은 거름이 되고 싶어요.“

 

 별말이 없길래 조금 더 풀어서 얘기해줬다.

 

 ”사람들을 지금보다 좋아하게 되고

 애들 상대로 상담하면서 살고 싶어요.“

 

 ”사람이 싫어요?“

 

 ”좋은데 싫어요.“

 

 ”거름이 되고 싶다는 건 밑거름 얘기죠?

 그 ...것은 아닐 테고.“

 

 ”맞아요. 조금이라도 지금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밥 먹고 나서 내가 그러겠어요? 뭐...

 명이 다하면 좋은 거름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전 나무가 있는 곳에 묻히고 싶거든요.

 인간 퇴비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요.“

 

 ”벌써 거름이 될 계획을 세우는 거예요?“

 

 ”사람 일 모르잖아요.“

 

 황금준이 작은 목소리로

 

 ”인생이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잖아요.“라고 했지만

 

 나는 속으로 그러게 말이야 라고

 생각만 하고 대답하지는 않았다.

 

 어떤 생명이든 선택권 없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에 의해 태어난다.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은

 상황에 떠밀려 벼랑으로 가기도 한다.

 나는 폭력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한 생활을 하지도 않았고

 버려지지도 않았지만. 사랑이란 이름을 전제로 깔아놓고

 자식을 소유물처럼 여기는 부모님에게서 자랐다.

 

 아무 의견을 묻지 않고 모든 것을 당연하게 결정하고

 과정은 절대 알려주지 않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이사 간 집에 새로운 물건들로 채워진 대신

 아버지는 사라진 것을 시작으로

 전학도 이사도 언제나 예고도 없이 해야 했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처음 보는 사람이 새 아빠란 이름으로

 처음 보는 아이와 나타나 그날부터

 당연한 듯이 같이 살아야 하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배우고 싶은 것은 다 배우게 해줬고

 나가 살겠다 하니 쉽게 허락해줘서

 나는 중학교 때부터 나와 살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잠시나마 가족으로 맺어졌던 그들은

 어느 순간 다시 남이 되어있었고

 행방도 모르고 살게 되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런 일들은 나에게 익숙한 일들이 되어갔다.

 

 하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게 나에게 영향을 미쳤고

 괜찮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멀쩡하게 잘 지내던 어느날 버스 정류장에서

 사방이 뿌연 유리 벽에 갇힌 듯한 답답함과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고

 공간이 분리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경험을 처음 겪은 날

 나는 어딘가 균열 되어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내 부모님도 서툴고 어린 인간이었다라는 마음으로

 이해하려 하면서 ‘나는 부모님을 사랑한다.’라고

 자신을 세뇌하며 내가 겪은 일과 불만이었던 것들에 대해

 부모님앞에 언급한 적도 없지만, 그래서인지 나는

 어떤 관계 형성에 있어서 깊게 가지 않기 위해

 흐린 눈으로 대처하는 훌륭한 연애 기피자로 살고 있다.

 

 남보다 낯설고 어머니를 미워하는 아버지와

 갈수록 몸은 약해지지만, 마음만은 젊은 어머니에게서

 나는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미래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어른이 되는 것이 어떨까.

 

 ”화자 씨는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에요.

 동물 좋아하시잖아요.“

 

 ”동물이라고 다 좋아하지는 않아요.“

 

 ”괴롭히지 않잖아요. 좋은 거름도 되고 싶어 하고요.“

 

 ”사람이란 동물도 반만 좋아하고요.“

 

 ”그쯤이면 적당하죠.“

 

 ”그래요. 내가 싫어하는 걸 어떤 사람들은 좋아할 테니까

 균형이 맞을지도 몰라요.“

 

 ”그 그림이 왜 좋아요?“

 

 ”저 같아서요.“

 

 ”저도요.“

 

 ”사는 게 그렇죠, 뭐.“

 

 황 금준이 파도를 저 같다고 한 건지

 파도를 맞고 있는 바위에서 자신을 본 건지

 궁금하지만, 묻지 않았다.

 어쩌면 나처럼 둘 다 일지도.

 

 널뛰는 감정과 잔잔해지는 감정. 풍파라고 불리는

 아픈 일들을 겪은 뒤 마모되는 것들.

 그림의 그 거친 파도는 시원하게 모든 것을

 씻겨주는 기분이 들게도 하고

 끝없이 밀려드는 문제 거리 같기도 했지만

 그림 안에서 영원히 그 자리에 용감히 있을

 바위를 보며 나는 안정감을 느꼈다.

 

 제일 무서운 것도 그곳에.

 제일 그리운 것도 그곳에.

 역시 나는 그 그림을 갖고 싶다.

 

 이불도 없이 노트북과 꼭 필요한 옷가지 몇 벌만 들고

 본가에서 나왔을 때 나의 짐은 고작 캐리어 하나에

 다 들어가는 정도였다. 막상 어떻게 잠을 잘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때 기대도 하지 않았던 엄마가

 새 이불과 베개를 사들고서 나타났고

 둘이서 조용히 저녁 식사를 했었다.

 

 가끔 만날 때면 안타까운 듯이 내 이마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과 나로 인해 기쁘거나 내가 아플 때

 내 새끼라고 불러주는 엄마가 좋았다.

 부모님을 끝으로 애증이란 감정은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30대 여자.

 나는 아직 미숙하고 갈 길이 먼 나약한 사람이다.

 

 황 금준과의 산책을 끝으로 호수마을로 돌아왔다.

 내 자리에 연락처도 없이 들어가 있는

 저 차는 대체 어느 집 차란 말인가.

 대충 빈 곳에 연락처를 세워두고 주차를 한 후

 들어온 내 집안에는 침입자가 있었다.

 내가 비밀번호를 왜 안 바꿨을까.

 

 새콤이는 어디 갔지?

 

 ”새콤아, 새콤이 어딨어.“

 

 먀먀 거리며 침대 밑에서 미약한 겁먹은 소리를 낸다.

 다행이다 집안에 무사히 있구나.

 저 인간들에게 놀라 문밖으로 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잠깐의 끔찍한 생각만으로

 몇 초 동안 지옥에 갔다 온 기분이다.

 

 ”신고하기 전에 둘 다 나가.“

 

 ”니가 연락을 받았으면 우리가 왔겠니?“

 

 ”나 네 번호 몰라. 왜 왔어“

 

 ”나 결혼해“

 

 ”축하한다. 이제 가.“

 

 ”가족한테 왜 그러니 너는?“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나가.

 너는 여기가 어디라고 쟤를 데려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촌 동생의 어리석음에 놀라면서

 이 같은 상황에 침착하고자 했다.

 

 ”얘가 누나 오늘 못 만나면 회사로 온다고 해서. 미안해..“

 

 작년, 시골에 사는 고모는 수술이 있어 서울로 올라왔고,

 병원에서 가까운 내 집에 간병을 위해 올라온

 사촌 동생을 잠시 머물게 해줬었다.

 동생의 편의를 위해 비밀번호를 공유했는데 그 결과가 이거다.

 내 아버지와도 나와도 피 한 방울 안 섞인

 아버지의 재혼 상대가 데려왔다던 저 애는

 내 중학교 시절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다니는 학교는 어떻게 알았는지 나타나

 교무실에서 내 동생이라며 나를 호출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날 처음 저 애의 존재를 알았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딱 한 번 만났을 뿐인

 아버지의 곁에서 일곱 살 때부터 자라온 애.

 나도 못 지킨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겠다고

 갔다가 쫓겨난 아이.

 나를 미워하는지 여러 가지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나를 불편하게 하는 애.

 웃기는 것은 이런 식으로 한 번씩 나를 휘젓는 얘가

 현재 심리상담 센터에서 일하는 애라는 것이다.

 

 꽤 오래 잠잠하다가 돌아가실뻔한 사고를 겪은 후

 갑자기 아버지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에게

 연락을 하시기 시작할 때부터 그것이 불편했던 쟤는

 자매 운운하며 저렇게 나타나곤 했다.

 아버지가 저 녀석의 질투 때문에 내 번호를 김 이사로

 저장을 하고 얘랑 나랑 안면을 아주 오래전에 텃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웃픈 일이다.

 

 때가 된 것인가.

 너와 대화란걸 해서 마무리된다면 그래 못할 것도 없다.

 나는 정말이지 간결하게 살고 싶다.

 

 ”밖에 누구 차야.“

 

 ”나...“

 

 사촌 동생이 대답하자 결혼을 하는 분에게 물었다.

 

 ”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온 거라고 했지? 넌 남고 넌 가.“

 

 ”나도 있는 게 낫지 않겠어?“

 

 ”네 갈 길이나 가.“

 

 손절하고 싶은 사촌 동생을 보내버리고

 새콤이의 화장실을 치우고 물과 밥을 새로 갈아준 후

 당연한 듯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애에게 말했다.

 

 ”나가자. 얘기하러. 가방 들고나와.“

 

 ”나 자고 갈 건데.“

 

 ”안 나오면 너랑 말 안 해.“

 

 호수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연이와 만났던

 고기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룸에 들어가 앉자 물 한잔을 마시더니

 가방에서 청첩장을 꺼내 내게 건넨다.

 

 ”이게 무슨 뜻이야.“

 

 ”열어봐.“

 

 신랑 이수준 신부 주나연

 아주 눈에 익은 이름들이다.

 

 ”널 만나고 싶어 하더라.“

 

 내가 아는 이수준이랑 결혼을 네가 한다고?

 헛웃음만 나오는 광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엄마의 재혼 상대였던 사람의 아들이자

 내 전 동생이었던 애와 아버지의 재혼 상대가 데리고 온

 얘의 결혼식에 가서 아저씨와 네 엄마와 우리 아버지를

 축하하면서 만나라는 거냐 지금? 축하야 할 수 있지.

 내가 지방까지 굳이 가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것이 문제지.

 

 ”요즘 참 많이 느끼는데 세상 참 좁다.

 특히 나한테는 더 좁은 것 같네. 심하다 정말.

 어쩌다 만나게 됐어?“

 

 ”니가 생각하는 식으로 만난 거 아니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데?“

 

 ”수준이 테 일부러 접근한 거 아니라고.“

 

 ”그래, 대단한 운명이다.“

 

 ”너 수준이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잖아.“

 

 ”어 몰랐지.“

 

 ”찾지도 않았잖아.“

 

 ”찾아야 했다고 생각해? 너 말이야. 뭐에 집착하는 거야?

 그냥 살아갈 수 있잖아 뭐가 부족하니?“

 

 ”보통 사람은 걔는 잘 지내? 뭐 하고 살았대?

 하는 일이 뭐야? 이런 것을 물을 거야. 너는 꼭 그렇게

 세상 혼자 잘난 듯이 남 무시하고 살아야 하니?“

 

 ”내가 너하고 어떻게 지내길 바라는데 이래?

 명절마다 네 엄마한테 전화하고 선물 보내고

 뭐 그러길 바라냐? 부모는 다른데 어쨌든 자매고요.

 뭐 이러고 다녀야 해? 아버지 성으론 부족해?

 나 좀 그냥 모른 척 살아주면 안 되냐?“

 

 ”어쨌든 와줬으면 좋겠어. 사진도 찍고.“

 

 ”내가 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내가 너 곤란하게 한 것들 일부러 그런 거 인정해.

 네가 있는 한 나는 아빠 딸이 아닌 것도 알아.“

 

 ”너 때문에 아버지가 나를 김이사로 저장해둔 건 아니?“

 

 ”나 내년에 애 낳아.“

 

 ”그게 내가 네 결혼식 사진에 남아야 하는 이유가 돼?“

 

 ”나 중학교 때까지 아빠가 내 친 아빤 줄 알고 살았어.“

 

 ”사랑 많이 받고 살았네. 그럼 쭉 사랑받고 살면 됐잖아.“

 

 ”엄마랑 나랑 여행 갔을 때 아빠가 너랑 네 엄마랑 만났단 거 알아.“

 

 ”그래 내 부모님이 3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 동안

 그 한번 만난 것이 문제야? 이유도 말해줘야 하니?“

 

 ”할아버지 간병도 욕먹으면서도 우리 엄마가 했고,

 너 못 온다고 장례식에서 눈치도 봐야 했어.

 쭉 같이 살아온 건 난데 사촌들은 다 날 싫어해.

 내 애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서 그래.

 사촌들하고는 잘 지내야 할 거 아니야 도와줘.“

 

 나는 살아오며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 한번 받아본 적이 없다.

 20대가 되어 30대가 될 때까지 단 한 번 만났을 때는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애증섞인 말들을 대신 들어야했고

 할아버지 장례식엔 삼촌이 오지 말라고 해서 가지 못했다.

 재산 문제였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그 오랜 시간을 아버지와 같이 살았으면서 내 엄마의

 존재가 거슬린 듯 네 엄마가 나를 찾아와 나에게

 같이 살지 않겠냐는 황당한 권유를 했던 것을

 너는 아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다시는

 나와 엄마를 보지 않고 살겠다고 결심했던 걸

 철회하게 되었다며 마음 가벼워지고 싶었던

 아버지의 연락으로 인해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서러움보다 피곤함을 느꼈었다.

 헤어질 때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울컥하는 감정이

 용납이 안 될 만큼.

 그날 아버지는 나에게 쓸 축복을 너에게 다 쏟았다고

 미안하다며 하지 않는 것이 나은 말도 하셨었다.

 네가 너무 안쓰러웠다고 하셨지만, 사랑일 것이다.

 30대인 내게 참견할 것도 갑자기 많으셨다.

 결혼은 하지 않을 거냐고. 너도 심리학과나 가지 그랬냐고.

 네 엄마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서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더니 엉뚱하게도 네가 그 영향을

 받았는지 전공까지 하게 되었다고

 궁금하지도 않은 말을 전해주기도 하셨다.

 

 남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집으로 돌아와 식장에 들어선 나와 나의 손을

 넘겨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보았지만

 부모석에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상견례라는 것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그 해. 내게 고백했던 누군가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혼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만나보자고 했을 뿐인데.

 너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식을 올리고

 너의 아이는 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잘 살 것이며

 나는 어떤 형태로든 너를 방해할 생각도 이유도 힘도 없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를 뭐라고 부르길 바라는 거니 너는.

 너나 아버지나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 참 똑같다.

 

 ”네가 딸이야. 너랑 나 이제 징그럽게도 30대고

 어린 시절 가지고 징징대기도 싫어.

 아버지가 나에게 연락하는 건 네가 그냥 참아.

 나도 참는 거 많아. 지금 이 자리도 그래.

 네가 싫은 적은 없어.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야.

 네 엄마와는 아버지 장례식에나 가서 인사할 생각이고

 아버지는 그 전에 몇 번 뵙겠지.사촌들 결혼식에도 안 갈게.

 한번 갔던 거 그거 가지고 이러나 본데 앞으로 네가 가.

 나머지는 아버지한테 가서 따져. 아이 건강하게 잘 키워.

 네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필요하다면

 너랑 나랑 수준이와 좋은 시간 보낼 날이 올 수도 있겠지.“

 

 ”결혼식에 와서 수준이는 한번 만나지 그래.

 네 새아빠였던 사람 보기 불편해서 그래?“

 

 ”못되게 굴면 누가 상이라도 준다니?

 나 건드리지 마, 충분히 피곤해.“

 

 ”너를 친딸처럼 생각하셨다던데.“

 

 ”야, 아저씨가 너랑 내 관계 모르시지?

 아셨다면 수준이와 함께 등장하셨겠지.

 시집살이 잘해라. 극진히 모시고.“

 

 임산부를 놔두고 혼자 계산하고 나왔다.

 따라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태교를 생각해서라도

 우리 집에서 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켜보면 꼭 누구를 불러서 갔던 아이다.

 모두가 나를 좀 가만히 뒀으면 좋겠다.

 이렇게 줄줄이 엮인 복잡한 관계들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인연이란 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저 녀석의 방문 때문에

 내일로 미룬 분갈이가 아쉽다.

 

 

 

 

 

 

 

 

 

 

 

 

 

 

 

 

 

 

 

 

 

 

 

 

 

 

 

 

 

 

 

 

 

 

 

 

 

 

 

 

 

 

 

 

 

 

 
작가의 말
 

 decaffein0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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