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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3화. 첫사랑
작성일 : 22-01-13 06:26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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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첫사랑

 

 지원이 앞장서서 식당 근처에 있는 커피숍을 향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걸어갔다.

 한 발 뒤에선 수정이 성호의 팔짱을 끼고 걸어갔다. 언뜻 보기엔 부부의 모습이 다정해 보였지만 성호의 얼굴은 먹구름이다. 반면 수정의 얼굴은 봄 햇살 같다.

 

 "수정이 넌, 아메리카노지? 네 신랑은?"

 "우리 신랑도 같은거..."

 

 두 여자는 죽이 아주 잘 맞았다.

 어느새, 긴장감은 사라졌고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어릴 적엔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는데, 지금은 온통 의문투성이다.

 영은은 성호가 생각했던 모습 이상으로 매력적인 여성이 되어있었다.

 오렌지색 립스틱을 바른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성적인 판타지를 불러일으켰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그녀의 입술을 훔치고 싶었다.

 

 ***

 

 성호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영은에게 전화하였다.

 기록에 없는 번호라 받지 말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은 전화를 받았다.

 

 “영은아….”

 

 어릴 적 이름을 불러 줄 사람은 홍성호밖엔 없었다.

 

 “성호니?”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는 지원의 목소리에 성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응”

 

 성호는 감정을 꾹꾹 누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했어?”

 “우리 한 번 만나야 하지 않나?”

 

 한번 만나자는 성호의 말에 지원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었지만

 성호는 임자가 있는 몸이고 또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이 아닌가.

 수정의 남편만 아니더라도 용기를 내어 보겠는데. 지원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수정이 알면 어쩌려고?”

 

 이미 그녀의 마음속엔 성호를 만나고 싶은 열망이 꿈틀거렸다.

 

 “나도 알아. 내 입장. 그리고 네 입장. 하지만 우린 우리 둘만의 입장도 있잖아.”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둘은, 결국 이틀 뒤 종로의 어느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

 

 지원이 약속 시각 십 여분 전에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홍성호가 먼저 와 있었다.

 창가 쪽에 앉아있는 성호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지원은 숨이 턱 막혔다.

 지원이 숨을 깊이 내뱉고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오만가지의 복잡한 생각들로 머릿속은 지진이 날 정도였다.

 

 “성호야…….”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성호가 고개를 돌렸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얼굴이던가.

 가슴이 콩 볶듯 튀었다. 수전증 환자처럼 손까지 떨렸다. 성호에게 들키지 않으려 힘껏 손을 움켜쥐었다.

 

 “영은아…….오랜만이다.”

 

 성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포옹했다.

 지원은 저도 모르게 성호를 밀어냈다.

 

 “그래, 오랜만이다.”

 “15년 전이랑 똑같다. 너, 정말 잘 자랐다.”

 “욕이야, 칭찬이야?”

 

 어느새 지원은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칭찬이지.”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가 있어.”

 “그러게…….”

 “차부터 주문해야지. 뭐 마실래?”

 성호가 물었다.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로…….”

 

 성호가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왔다.

 

 “마셔!”

 

 성호가 머그잔을 내밀었다.

 

 “너랑 단둘이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신다니 꿈만 같다.”

 “나도 그래.”

 

 둘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지원은 애꿎게 머그잔을 만지작거렸다.

 

 “멋있게 잘 자랐네.”

 

 지원이 먼저 침묵을 깼다.

 

 “그래 보여?”

 “응”

 “너도, 예쁘게 잘 자랐어.”

 “고마워.”

 “그날, 왜 모른 척했어?”

 “몰라.”

 “…….몰라?”

 “응.”

 “그게, 말이 돼?”

 “왜, 말이 안 돼?”

 “앞으론, 뭐라고 할래?”

 “뭐라고 하긴! 수정이랑 같이 만날 일이 뭐, 얼마나 있다고?”

 “절친인데, 어떻게 안 만날 수가 있어?”

 “그럼, 지금이라도 홍성호가 내 첫사랑이고 말할까?”

 “…….”

 “봐봐. 너도 자신 없지?”

 “…….”

 “만약 첫사랑이었다고 말했다간 무슨 오해를 받으려고?”

 “그건, 어릴 적 일이야. 아주 오래된 과거라고…….”

 

 성호는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슬펐다.

 

 “넌 그래?”

 “…….”

 “너, 지금도 나 좋아하지?”

 

 지원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

 “눈빛, 말투. 나는 다 알아.”

 “영은아”

 “영은이라 부르지 마. 나 이제 김지원이야.”

 “그래, 지원이. 지원이라 부를게. 근데, 난 네가 예전의 네가 아닌 것 같아 당황스럽다.”

 “사람은 다 변해."

 "그래, 세월이 지나가면 변하는 게 맞지."

 "환경이 변했는데 변하지 않으면 상처를 받게 돼!”

 

 지원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변하지 않으면 상처를 받아? 왜?”

 

 성호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가서 좀 걷자.”

 

 ***

 

 두 사람은 찻집을 나와 광화문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벚꽃이 봄바람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에 벚꽃은 더 희고 화려했다.

 광장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광화문 앞에서 둘은 걸음을 멈췄다.

 

 “양부모님과 첫 서울 나들이가 경복궁이었어. 난, 놀이공원이 더 궁금했는데, 솔직히 고궁은 재미가 없었어. 그런데도 양 아빠가 재미있냐고 물었을 때, 난,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어.”

 “왜 그랬어? 놀이공원에 놀러 가자고 말 안 하고…….”

 “그분들이 그걸, 바라시는 것 같아서…….”

 “그게 무슨 소리야?”

 “가족이 된 기념으로 처음 가는 나들이인데, 그분들은 나한테 어디 가고 싶은지 묻지를 않았어. 일방적으로 목적지를 경복궁으로 정해 놓고 내가 재미있어 하길 바랬어.”

 

 그녀의 음성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좋은 분이긴 했지만, 내 마음을 알려고 특별히 애를 쓰진 않았어. 엄마도 아빠도…….그러다가 동생이 태어나자. 그분들의 관심은 온통 동생에게 쏠렸어. 난, 혹시라도 그분들이 나를 버리지 않을까. 겁이 났어. 외롭고 힘들 때마다, 이상하게도 네 얼굴이 떠올랐어.”

 

 성호가 가늘게 신음을 토해냈다.

 

 “네가 입양됐던, 그해 여름방학에 네가 지냈던 보육원에 찾아갔었어.”

 “…….”

 “너한테, 나 보육원 떠난다고 편지했었어. 그 편지 못 받았어?”

 “그때가, 언제였지?”

 “4월이었어.”

 “4월?”

 “응, 어린이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보육원을 떠났으니까…….”

 “우리 집, 그때 이사했어.”

 “뭐?”

 “이사하는 바람에 편지를 못 받았나 봐. 그리고 난, 당연히 네가 보육원에 있을 거로 생각했고. 편지를 빨리 보낼 생각을 못 했지. 그래서 이렇게 엇갈렸어."

 “그랬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네 편지, 많이 기다렸어. 입양되곤, 양부모 눈치가 보여 편지 쓸 생각을 못 했어.”

 

 두 사람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래, 네가 내 주소를 알았다고 해도 연락하기가 힘들었겠구나.”

 “그래도 네 연락처를 갖고 있었으면 언젠가는 찾아갔겠지.”

 “…….”

 “지원아…….”

 “응.”

 “넌, 만나는 사람 없어?”

 “없어.”

 “왜? 좋은 사람 좀 만나고 그러지.”

 “좋은 사람?”

 “응”

 “나, 사실 한 번 결혼 했었어.”

 “뭐?”

 “그 말은…….”

 “요즘 말로 돌싱이지.”

 “애는 없어?”

 “애 만들 새도 없이 갈라섰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그래,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괜히 아픈 상처만 건드린 것 같구나.”

 “아니?”

 “…….”“

 "난, 그 남자랑 헤어진 게 너무 좋아. 아주 홀가분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 그 남자랑 형식적으로 결혼하고 헤어졌어.”

 “점점 모르는 소리만 하는구나.”

 “그렇겠지.”

 “우리 양부모님이 그 남자랑 결혼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결혼을 했어.”

 “마음에 안 들면 안 하면 될걸. 왜, 그랬어?”

 “그게, 안 되니까.”

 

 ***

 

 수정이 지원과 통화를 마치고 나서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메모지에 적었다.

 

 “지원이는 고기를 좋아하니까, 소불고기를 해야겠다.”

 

 불고기 양념에 들어갈 재료들을 메모지에 적었다.

 

 “집들이는 안 한다고 했잖아!”

 

 성호가 물었다.

 

 “딱 한 사람에겐 하고 싶었어.”

 “그 사람이 누군데?”

 “음~ 내일 오면 봐.”

 “대단한 사람인가 봐. 당신이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걸 보면?”

 “맞아요. 나한텐, 아주 특별한 1인.”

 

 그녀가 불고기 양념을 미리 해 둬야 한다며 부산을 떨었다. 성호가 그녀를 도와 마늘과 파, 양파를 깠다.

 

 “정말 귀한 손님인가 봐?”

 "그렇다니까. 그걸 왜 자꾸 물어봐?"

 "궁금해서……."

 “아주 귀한 손님이야. 됐지?”

 “음, 누구지? 궁금해 죽겠네. 우리 각시한테 그렇게 귀한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도 내일까지만 참아요.”

 “혹시 남자야?”

 “글쎄?”

 “그 말은…….남자일 수도 있다는 소린데?”

 “안 가르쳐 주지.”

 “은근히 질투 나네. 나 말고 귀한 남자가 또 있어?”

 “당근 없지.”

 “은사님이야?”

 “아니?”

 “장인어른은 아닐 테고…….”

 

 성호는 마치 퀴즈 문제를 풀 듯,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그 대상자를 추리했다.

 

 “에고, 참.”

 “아이고 참?”

 “힌트 하나 줄게.”

 “힌트 뭐?”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여자?”

 “왜, 그렇게 놀래?”

 “너무 싱거워서…….”

 “너무 싱거워?”

 “남자인 줄 알고 잔뜩 긴장했다가 여자라니까…….”

 “실망, 했어?”

 “응. 실망했어.…….”

 “첫사랑이 있었음 첫사랑을 초대했을 텐데…….당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

 “당신은 첫사랑 없어?”

 

 그가 슬쩍 떠보듯 물었다.

 

 “첫사랑 없어.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이 내 첫사랑이네.”

 “내가!”

 “응, 좀 억울하긴 하다."

 “뭐? 억울해?"

 "응. 추억이 없잖아. 근데, 당신 첫사랑은 누구야?”

 

 수정이 맑은 눈으로 성호를 보며 물었다.

 성호에게 첫사랑은 지원이다. 감출 수 없는 게 사랑이라더니. 지원을 떠올리니 자신도 모르게 설핏 미소가 피어났다.

 

 "있구나."

 “없어.”

 

 성호가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첫사랑이 지원이만 아니었으면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애초에 문제가 될 싹은 도려내는 게 최선일 것이다.

 

 “없어?”

 “응”

 “당신도 참 재미없게 청춘을 보냈구나. 학창시절에 공부만 했어?”

 “공부만 했어.”

 

 성호의 말은 단호했다.

 

 “모범생이었구나.”

 

 수정이 공부만 했던 모범생이었기에 성호도 그럴 것이라 믿었다. 실제 성호는 모범생이었다. 단지 지원과의 관계를 감추고 싶었을 뿐.

 

 “마늘 더 까야 해? 이것만 해도 안 돼?”

 

 첫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다가는 손해 볼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렸다.

 

 “안 돼. 부족해.”

 “힘들게……. 그냥 까놓은 마늘 사 먹어.”

 “까놓은 마늘은 맛이 덜하단 말이야.”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힘들면 관둬. 내가 할게.”

 “아냐, 할게. 빨리 마치고 같이 코, 자야지.”

 

 수정은 불행이 등 뒤에 와 있는 것도 모르고 마냥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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