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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2화. 상흔
작성일 : 22-01-13 05:49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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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상흔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을게. 당신 마음 가는 대로 해. 내가 잘못했으니 죗값 받는다 생각할게.“

 “오늘 저녁은 내가 할게.”

 “당신이 저녁을 하겠다고?”

 

 생각지도 않았던 수정의 말에 성호는 기뻤다.

 

 “응. 앞으로 밥은 내가 할게.”

 “고마워 여보.”

 

 밥을 하겠다는 말에 반색하는 성호를 보고 있자니 일면 미안하고 일면 창피했다.

 

 “청소는 신경 쓰지 마. 내가 다 할게.”

 

 성호는 기분이 좋아 연신 싱글벙글한다. 성호가 방을 나가자 수정이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눈이 횅하고, 코언저리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눈 밑엔 잔주름이 자글자글한 여자가 거울 속에서 표정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다 옷차림새며 머리 꼴은 또 어떻고, 파마가 다 풀려나간 데다 금빛 염색 머리가 자라나오면서 뿌리 쪽 머리가 까맣게 자라 나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가 6개월 동안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던 흔적이다. 자신이 봐도 정말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내일은 미용실부터 다녀와야지.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쓱쓱 빗어 넘겨 까만 머리끈으로 질끈 묶었다.

 

 수정이 저녁을 짓는 사이 성호는 집 안 청소를 했다.

 밥은 아내가 하고 있으니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청소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 목욕도 성호가 맡아서 했다.

 부엌에서 나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집 안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어, 맛있는 냄새다.”

 

 아이들은 목욕하면서도 부엌에서 나는 고소한 기름 냄새에 정신을 팔았다.

 애들 목욕 마치는 시간에 맞춰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얼마 만에 받아보는 안주인의 밥상인가.

 신혼 시절, 처음 아내가 차려줬던 밥상이 생각났다.

 음식솜씨가 서툰 새색시가 차려 준 밥상이었지만 가슴이 뛰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위해 차려 준 밥상.

 그 밥상은 세상에서 다시없는 귀한 밥상이었다.

 맛이 있고 없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황홀했다.

 밥상을 앞에 두고도 이렇게 가슴이 떨릴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아이들은 모처럼 만에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신 맛있다는 말을 읊어댔다.

 그동안 얼마나 굶주렸으면. 그녀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수정은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앞으로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 줄게.”

 “정말?”

 “약속!”

 

 수정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아이들은 서로 먼저 손가락을 걸려고 야단법석이었다.

 

 “내일은 고기 해 줘.”

 "나도 고기"

 

 아이들이 앞다투어 고기반찬을 연호했다.

 

 "그래, 내일은 고기반찬 해 줄게."

 

 민우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 지켜."

 "응, 약속"

 

 둘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

 

 수정이 단골 미용실에 갔다.

 성호와 지원과의 관계를 알게 된 6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미용실을 찾지 않았으니, 이번 미용실 방문은 반년 만의 일이다.

 안 그래도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고도 남을 정도로 길었는데,

 6개월 동안 한 번도 자르거나 다듬지를 않았으니.

 제멋대로 자란 머리카락이 몹시 지저분했다.

 거기다 음식도 잘 먹질 않았으니, 영양결핍으로 머리카락은 한눈에 봐도 거칠었다.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단골 미용실 주인이 말을 걸었다.

 

 “네.”

 “어디 아팠어요?”

 “네?”

 “얼굴이 많이 초췌해 보여서요.”

 “네. 몸이 좀 안 좋았어요.”

 “어디 가요?”

 “그냥 좀…….”

 “어휴, 건강이 최곤데 큰일이네.”

 

 듣기가 괴로웠다. 대답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그만 좀 할래요? 하고 주문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단골 미용실을 찾지 말걸. 후회되었다.

 그날따라 미용실엔 손님이 없어, 여자는 쉴 틈 없이 말을 이어갔다.

 어쩌면 저렇게도 말을 잘할까. 주변에 말을 못 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머리카락을 다듬은 뒤 굵은 웨이브 파마를 했다.

 여자는 입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면서도 곧잘 솜씨를 부렸다.

 그녀는 딴사람이 되었다.

 미용실에 들어설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파마하고 나니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마치 얼굴에 마술을 부린 듯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여자의 수다에 짜증이 났는데, 예쁘게 달라진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주인 여자의 수다까지도 좋게 느껴졌다.

 훌륭한 미용 솜씨에 어느새 꽁했던 그녀 마음이 봄눈처럼 녹아내렸다.

 

 수정이 머리를 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엄마 예뻐.”

 

 민영이 엄마가 예뻐졌다며 연신 감탄의 말을 쏟아냈다.

 

 “엄마가 예뻐?”

 “응.”

 “민우는 엄마 안 예뻐?”

 “예뻐.”

 

 민우는 엄마의 모습이 낯선지 누나 뒤에 몸을 숨기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하지만 민우도 엄마의 변화가 싫지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왜 여태 그러고 살았을까 후회가 되었다.

 남편과의 관계 회복은 어렵다 해도,

 아이들에겐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했다.

 남편이 그토록 엄마의 역할을 종용했지만,

 그 말이 잔소리로 들렸을 뿐.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문제를 깨닫는 데는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만에 수정이 집안 대청소를 했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아이들 목욕도 시켰다.

 가정주부가 부지런히 손을 놀리니, 집안은 금세 기름이 흐르고 광이 났다.

 아이들도 처음엔 쑥스러워했는데, 금방 엄마의 손길을 반가워했다.

 지난 6개월의 고통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듯 아이들은 해맑게 웃었다.

 

 ***

 

 지원과의 관계를 알고 나서부터 수정은 매일 밤, 남편에게 잠자리를 원했다.

 그녀는 병적으로 잠자리에 집착하였다.

 그녀가 잠자리에 집착하는 것은 마음이 불안하고 허전해서였다.

 그걸 알면서도 성호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이 동해야 몸이 반응하는데, 강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성 충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걸 가지고도 그녀는 몹시 화를 냈다.

 

 “내가 지원이보다 매력이 없어?”

 

 성호는 답답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말해봐.”

 

 수정이 다그치듯 말했다.

 

 “미안해.”

 “미안할 짓을 왜 했어? 왜?”

 

 수정이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내가 정말 잘 못 했어.”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수가 있어?”

 “…….”

 

 몸이 반응하지 않으면 지원과의 불륜을 들먹이며, 성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참았다.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신을 다잡았다. 인내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아내의 마음이 풀릴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가도 아내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었다. 그의 인내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녀가 무슨 생각에선지 각방을 쓰자고 했다.

 

 “각방 쓰자.”

 “…….”

 “당신도 좋지?”

 “무슨 말이 그래?”

 “당신도 원했던 일이잖아.”

 “왜 억지를 부려?”

 “억지. 내가 억지 부린다고 생각해?”

 

 수정이 펄쩍 뛰었다.

 

 “당신 좋을 대로 해.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사실 각방을 쓰자는 수정의 말에 성호는 기뻤다. 하지만 바로 동의를 하는 것은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말로 수정을 달랬다. 그날로 그는 서재에 간이침대를 하나 들여놓고 잠을 잤다. 안방의 침대보다 불편했지만, 마음이 편해 그런지 잠이 잘 왔다.

 

 그때 알았다.

 숙면에 필요한 것은 비싼 침대가 아니라는 걸.

 

 ***

 

 영은은 성호의 첫사랑이다. 아버지 사업실패로 성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골 할머니 댁에서 학교에 다녔다. 그때 영은과 한 교실에서 공부했다. 따분하고 외로운 시골 생활에 그녀는 활력소였다. 둘은 늘 붙어 다녔다. 할머니 집에서 숙제도 같이하고 간식도 같이 만들어 먹었다. 일 년 남짓, 시골 생활을 하다 그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사흘이 멀다고 성호와 영은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그녀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그가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그녀가 있는 보육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엔 영은은 없었다.

 

 “영은이 만나게 해 주세요.”

 “영은이 여기 없어.”

 “어디 갔어요?”

 “입양됐어.”

 “어디로 입양됐어요?”

 “그건, 가르쳐 줄 수가 없어.”

 “좀 가르쳐 주세요.”

 “영은 이를 위한다면 찾지 마.”

 “영은 이를 만나야 해요.”

 “좋은 집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괜히 분란 일으키지 마.”

 “제 주소와 전화번호에요. 혹시 영은이랑 연락되면 좀 전해 주세요.”

 

 성호는 자신의 연락처를 원장에게 맡겼다.

 

 ***

 

 성호가 영은을 다시 만난 것은 15년 뒤 수정과 결혼을 며칠 앞두고였다. 수정이 제일 친한 친구라며 소개를 했는데 영은이었다.

 “내 절친 지원이야.”

 

 한눈에 봐도 첫사랑 영은이다. 그는 반가움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뭐해? 인사 안 하고…….”

 “혹시…….”

 “안녕하세요. 김지원입니다.”

 

 영은이 성호 말을 자르며 먼저 악수를 청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그녀의 행동에 그가 당황했다.

 

 “홍성호입니다.”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유난히 차갑고 건조했던, 어릴 적 그녀의 손의 촉감을 느꼈다. 분명 영은의 손이었다. 세월이 지났어도 그때의 그 촉감은 속일 수 없었다. 어린 시절, 하루에도 몇 번씩 잡았던 그녀의 작고 메마른 손, 그 손이 분명했다. 어디 그뿐인가. 웃으면 살짝 들어가는 볼우물과 소처럼 선한 큰 눈과 선명한 쌍꺼풀. 영은이다. 개명했는지 이름이 영은이가 아닌 지원이다. 분명, 그녀는 성호의 첫사랑 영은이다. 서울 부잣집의 양녀로 갔다더니.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것 같았다.

 

 그녀도 성호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자신을 모른다고 했을까? 그는 저녁을 먹는 내내 머리가 복잡하여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영은은 수정과 희희낙락 장난을 쳤다. 그는 두 여자 사이에서 존재감마저 없었다. 성호가 음식값을 계산하고 식당을 나갔다.

 

 “차 한잔할래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

 성호가 당황하여 대답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수정이 자신의 어깨로 성호의 어깨를 툭 치며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그래요. 차 마셔요.”

 

 아내와 첫사랑. 두 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매우 불편한 일이었다. 내키지 않지만 두 여자의 뜻에 따랐다.

 

 “우리 신랑이 낮을 좀 가리는 편이라서….”

 

 수정이 성호를 변호하며 웃었다.

 “그러니?”

 

 지원이 성호를 빤히 쳐다보며 의미 있는 웃음을 웃자. 성호의 얼굴이 빨개졌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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