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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십자밑에 고양이
작가 : ballonwolf
작품등록일 : 2022.1.9

인간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고양이가 된 한 아이가 인간성과 야성적인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

경건함을 중시하는 종교 국가에 떨어진 운석 '영혼돌'의 힘을 얻고 고양이가 된 고아. 레건은 붉은 십자국에서 전략자산으로서 대성당에 숨겨지고, 고양이로서의 욕망은 억압된다. 하지만 외부세력이 외부 만난 운명의 짝은 그를 유혹해 대성당 밖으로 탈출시킨다.
터져 나올 듯한 욕망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짐승의 육체를 가졌지만, 인간의 영혼을 가졌다고 믿는 고양이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답이라는 게 존재할까.

 
#2
작성일 : 22-01-11 13:49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7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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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밥 먹을래?”

 

 다른 고양이들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우성쳤지만, 의도가 쉽게 읽히는 마중을 가볍게 무시했다. 레건은 자신이 패배시킨 고양이의 따가운 시선을 기억하며, 악연을 풀어보고자 녀석에게 다가갔다. 녀석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것이 붉은 십자국의 수상이 원한 평화를 가져올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요즘에, 날 향한 눈길이 조금 특이해 보이던데?”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그저 평범함 반과 경이로움 반을 담아 바라봤을 뿐인데요.”

 

 “혹시 옛날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나 봐?”

 

 상대방을 넌지시 올려보며 말했다. 레건의 시야는 사라질 대로 사라진 근육과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살, 연해져 가는 털빛을 거처 그 삶의 모든 순간이 빛나는 눈빛에서 멈췄다. 레건은 녀석을 무너트린 과거를 치유해 서열 밑바닥에서, 조금이라도 스스로를 방어할 자존감의 싹을 심을 생각이었다.

 

 “전 언제나 옛날 생각에 빠져있는 편입니다. 그럼 이제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도대체 제가 과거를 회상하는 순간조차 당신께 허락받아야 합니까?”

 

 선한 의도로 조심스레 내민 앞발을, 녀석은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레건은 도움의 손길을 거두고, 공격적으로 맞대응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래도 의심 사지 않게 조심해.” “알겠습니다. 명심하지요.”

 

 심문으로 자신을 괴롭힌 구체적인 이유를 알아낸 적은 없지만, 레건은 아마 자신이 따로 수상과 수행원에게 특별한 총애를 받는 걸 질투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건 아니건, 레건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식탁을 향해 달려갔다.

 

 검푸른 고양이는 자리에 앉아 그릇에 담긴 음식을 최대한 품격있게 먹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뒤따라온 다른 고양이들이 특식인 생선 살을 발라 먹기 시작했다.

 

 레건이 먹는 음식은 애완 고양이들이 먹는 것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었으며, 고급 사료에 특식 정도로 첨가해 먹는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가장 아름다운 그릇에 거의 고양이에 맞춰진 사람의 음식이 주어졌다.

 

 “잘 먹어라. 그리고 얘들 간수 잘하고.”

 

 수상이 검푸른 고양이의 머리를 두 번 쓰다듬었다. 그렇다고 레건의 관심을 끌어오지는 못했다. 애완 고양이들이 사료를 먹다 말고 영역표시를 하는 것을, 야성이 정신을 지배하는 순간을 레건이 경멸의 눈동자로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영역표시는 내가 금지했을 텐데. 하지 말라는 걸 또 하냐.”

 

 “본능이잖아. 언젠가는 풀어야만 한다고.”

 

 가장 골치 아픈 애완 고양이가 대들었다. 홀로 우두머리에게 대드는 것이 용맹하다고 볼 수도 있고, 레건이 그리 억압적이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사람의 세계에는 이런 말이 있지, 본능 또한 통제의 대상이라고.”

 

 이런 면모를 보일 때마다, 레건은 중성화 수술을 당한 녀석과 자신이 별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본성의 일부를 잃어버린 녀석처럼 검푸른 고양이도 예전처럼, 그리고 인간처럼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본성을 지워버리려 노력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본성을 지우길 강요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혼돌이 레건을 고양이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레건은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가진 존재였다. 녀석들은 애완 고양이에 불과하다고 믿으며, 야성과는 선을 그어놓아야만 했다. 형언할 수 없는 더러운 냄새가 벽면에서 퍼지자, 작은 동정과 통찰은 무의식 속으로 밀려 나갔다.

 

 “그래, 너희는 여기에서 뭘 해도 된다고 믿고 있겠지. 고양이들은 자기 주제를 잘 모르니까.”

 거부의 울음소리가 서너 번 울려 퍼졌다. 본능에 자유를 달라는 울부짖음이 대성당을 울렸다.

 “안돼, 너희는 사람이 베풀어준 은혜를 모르지. 사람들이 너희를 잘 대해주면 자기 자신이 뭔가 사람보다 더 높은 존재인 줄 아니까. 이럴 때 보면 그렇게 끔찍했던 개들이 선녀 같단 말이야. 최소한 받은 은혜는 갚으려 노력하니까.”

 

 개가 고양이보다 나을 것이라는 주장에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애완 고양이들은 대성당의 모든 벽면에 자신의 냄새 흔적을 남길 기세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너희, 벽면에 계속 영역표시를 한다면 아마 저 친구처럼 될 거다.”

 

 미세한 고개의 움직임으로 중성화 수술을 받은 녀석을 지목했다.

 

 “저 녀석도 짝을 찾으려 울부짖다가 사람의 눈에 걸려서 저렇게 된 거니까. 영역표시도 비슷한 거 아니겠어?”

 

 영역표시를 하던 모든 고양이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녀석들은 이상한 변명거리를 가져왔다.

 

 “울부짖는 거랑 영역표시는 다르지!” “뭐가?” “맞는 말이지! 그게 어떻게 같을 수 있어?”

 

 자기들끼리 옳다고 합리화한 다음, 녀석들은 계속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지우려 해도 쉽게 없어지질 않을 냄새가 곧 여기저기에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용기가 꺾인 애완 고양이 하나가 자신의 이름을 면죄부에 쓰고 싶다고 다가왔다.

 

 “난 하지 않은 거 봤지? 흐흐…. 내가 영역표시 거의 안 한 거 기억해야 해.”

 

 냄새가 하늘도 감동하게 할 정도로 강렬해지자, 수행원이 독한 약품과 고무장갑을 들고 나타났다. 레건은 한숨을 내쉬었고, 오늘 피바람이 부를 것임을 예고했다.

 

 “원하던 만큼 다 했다면 내 앞에 모여봐라.”

 

 면죄부에 이름이 적힌 고양이는 가볍고 빠른 발걸음으로 달려왔다. 뒤이어 범법자들이 조금 불안한 듯이 모여들자, 검푸른 고양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숙청을 시작했다.

 

 “사람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법이야. 그럼 우리의 권력은 이빨과 발톱에서 나오지!”

 

 고양이식 경고로 녀석들의 털가죽에 이빨 자국을 내주려는 참에, 수행원이 레건을 감싸듯이 안아 올려서 방 밖으로 데려갔다. 검푸른 고양이는 잠시 버둥거려서 수행원의 손길을 빠져나올까 생각했지만, 수상과 수행원이 원하던 평화를 위하여 신체적 폭력을 언어적 협박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나중에 너희 엉덩이에 이빨 자국을 남겨 줄 테다!”

 

 “요즘 여기가 얼마나 좋은 곳인데. 걱정하지 말고 하던 일이나 마저 하자고. 인간들은 우릴 해치지 못하니까 안심하고. 아니면 내가 책임질게.”

 

 *

 

 “정말 쟤들 전부 중성화 수술이라도 해야 하나. 아무리 자연주의가 유행이라지만.”

 

 푸념과 함께, 수행원이 세제통을 내던졌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제가 조금만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달려들고, 도전하거든요. 매우 귀찮은 일이죠. 그렇다고 제가 권력을 놓으면 여긴 대성당이 아니라 대고양이집이 될 겁니다.

 ”

 “그렇다고 중성화 수술을 해놓으면 너만 활기가 넘치는 게 티가 나겠지? 그러면 너도 들키지 않게 중성화 수술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냥 영역표시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지 마! 농담이야.”

 

 수행원은 세제통을 레건에게 던지는 척만 하다 말았다.

 

 “어, 그건 그렇고. 내가 널 말리려고도 데려온 건 맞지만….” “그럼 다른 용건은 뭘까요?” “일단 영역표시는 안 할 거지 레건?”

 

 그걸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다니.

 

 “그러겠노라 서약하지요.” “푸핫”

 

 그 의심이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니.

 

 “내일 정의 연합국의 수장이 온다더라. 수상님이 너 들킬까 봐 초조해하시던데.”

 

 “그럴 수밖에 없지요. 저도 부담스럽습니다. 황국과 함께 세계를 주무르는 영향력을 가진 능력자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지요. 그런데 왜 이리 급하게 회담을 여는 걸까요?”

 

 “나야 모르지. 아마 저쪽이 무리하게 약속을 잡자고 한 거겠지만. 무엇보다 네가 티 나지 않게 행동하는 게 중요해. 이번에 네가 영혼의 돌을 가졌다는 걸 정의 연합이 알아차리는 건 황국에 들키는 것 다음으로 최악의 상황인 거니까.”

 

 검푸른 고양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네가 동시에 정의 연합국의 수장이 누군지, 어떤 느낌의 힘을 가졌는지 알아볼 기회일지도 모르지.”

 

 “걸리지 않는다면, 그럴 겁니다. 그러나 제가 누군지 알면 어떻게 합니까? 겉보기로는 고양이 한 마리라고 해도. 뭐 이상한 능력으로 알아내지 않을까요?”

 

 “정의 연합의 수장은 불꽃 능력자잖냐. 말 그대로 화력만 높은 단순한 녀석이겠지.”

 

 “그래도 모르죠. 또 영혼의 불꽃 같은 거라면 제 존재를 알아차리지 않겠습니까?”

 

 평소 감정적인 대화를 선호하던 수행원은 논리로 토론하기 귀찮았을 것이다. 특히 최악의 상황만을 다룬다면 더더욱.

 

 “그래도 숨어봐야죠. 손님을 돌려보내는 것이 더 많은 의심을 살 테니까요.”

 

 “그래야지. 위에서 시키는데 별수 있겠어?”

 

 레건은 수행원과의 대화를 마친 뒤, 복도를 분주하게 걸었다. 한동안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애완 고양이들이 서로를 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오늘은”

 

 레건은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기강을 잡듯이 말했다.

 

 “비록 우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평등한 적이 없었고, 지금, 이 순간조차도 그렇지 않지만. 우리는 잠시 평등해져야만 해. 최소한 그렇게 보여야 하고.”

 

 “왜? 평등한 건 좋은데 갑자기 네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니 당황스러운걸.”

 

 “사람이 시키는 데 별수 있겠니, 앞으로 내가 따로 ‘평등이 끝났다.’라고 말할 때까지 평등해지면 돼. 알겠지?”

 

 쓸데없이 반항적인 고양이가 수긍적 분위기에 잿가루를 뿌렸다.

 

 “세상에, 평등하지 않은 평등이 있다?”

 

 “원래 그런 게 많지. 특히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는 널리고 널린 수준이고.”

 

 반항적인 고양이가 주변의 지지를 원하는 표정으로 다른 애완 고양이를 둘러보았다. 종족 내의 영원한 평등을 가져오고 싶었겠지만, 우민한 대중은 일시적인 평등에도 감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녀석이 다른 고양이들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레건은 지극히 반항적인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백날 선동하더라도 이번에는 내가 이겼음을 깨달을 거다. 얘들이 눈치가 좋아서 주변 정리가 되는 걸 보면 내일 손님이 올 거라는 정도는 알아. 그리고 새로운 방문자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걸 사람들이 매우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그리고 사람들을 귀찮게 만들면 중성화 수술을 당하거나, 내게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겠지.”

 

 “정말 재미있어.” “나에게 넌 신경질 나는 잔머리만 굴리는 녀석인데.”

 

 검푸른 고양이의 얼굴에는 질린 기색이 퍼져나갔다. 상대방은 그 표정을 보며 미소를 보였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 이런 지략 싸움, 일단 난 즐거우니까. 나는 매일매일 발전하는 나 자신을, 그리고 목숨을 제외한 모든 걸 이 싸움에 건 듯한 라이벌을 맞이하고 있어.”

 

 “네 마음대로 망상해라, 난 쉬러 간다.”

 

 반항적인 고양이를 애써 잊어보며, 레건은 대성당을 돌아다녔다. 밖으로 나가는 건 단 한 번도 허락된 적이 없으니, 산책로로 삼을 만큼 충분히 넓은 대성당을 돌아다니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일몰이 유리를 붉게 물들여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노란 태양을 노을처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인형 하나가 사그라드는 태양을 심연과 연관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는 아무런 생각도 없겠지만, 레건은 그 마음에 공감하며 개 인형이 올려진 서랍 위로 올라갔다.

 

 태양이 어린 시절을 함께한 인형과 자신을 밝혀주자 미소를 지었다. 유일했던 친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아꼈던….

 

 “이런 세상에.”

 

 다른 애완 고양이 중 하나가 여기에도 영역표시를 한 게 분명했다. 냄새를 맡으면 범인을 더 확실하게 알아낸 후 보복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체내에서 합성된 암모니아를 레건이 아끼는 물건에 분사하는 녀석이 누구인지는 분명했다. 일단 어떻게든 처리를 해 볼까 생각해 봤지만, 수행원에게 세탁을 부탁하는 것 외에는 검은 개 인형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수행원을 찾아 인형의 곁을 떠날 때, 레건은 검푸른 자신의 털빛이 대성당의 찬란한 붉고 노란색의 조합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새까만 인형처럼 어두운 털빛을 바라보며, 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는 인형과 마음이 하나로 되었기 때문이었다.

 

 검푸른 고양이는 일몰을 등지며 인형이 있던 방에서 나갔다. 일몰이 끝나자 보라색 심연이 유리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레건은 정의 연합의 수장이 수상과 만나는 동안 있어야 할 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

 

 정의 연합의 수장을 맞이하기 위해서, 수행원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레건의 귀를 자극했다. 귀를 앞으로 내밀며 밝은 아침을 맞이한 레건은 애완 고양이 하나가 의자를 넘어뜨리는 것을 직시하고 말았다.

 

 “제기랄. 이 녀석들이 아침부터.”

 

 아니지. 이 말썽꾸러기들이 감사하게도 얌전히 머물어주시고 있는 거지. 밖에까지 뭐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겠지만. 이 작은 방에 전부 가둬놨는데 답답한 건 이해해 줘야지.

 

 레건 조차 지루함에 짜증을 부리고 싶을 정도였다. 이 지루한 방 한 칸에서 기다리는 건 어찌어찌 참아내고 있었지만, 시끄럽고 한스러운 다른 고양이들을 집중해서 감독하는 건 분명히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레건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창가로 다가가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나칠 정도로 익숙한 풍경이 검푸른 고양이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어떻게 강렬한 소란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휴식이 긴장의 끈을 자르자 레건은 앉아있는 채로 졸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냄새일까.”

 

 날렵한 인상의 고양이는 옆에 있던 다른 고양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르시시즘적이고, 반항적인 푸른 털빛의 고양이는 대성당의 고양이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레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편에서 권력을 쥔 실질적 리더가 자신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고양이 냄새가 나는데.”

 

 “꾸며진 고양이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우리처럼 뭔가 치장된 냄새 말이야, 우리가 상대할 만한 고양이가 드디어 여기에 온 걸지도 몰라.”

 

 후각이 유난히 좋아서, 냄새를 잘 맡는 녀석이 실질적 리더에게 보고했다. 리더가 방해꾼 레건이 완전히 잠들었는지 확인했다. 이내 짝을 얻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가르랑 소리를 내자, 고양이무리 사이에 기대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손님이 오신 거 같아. 그리고 감사하게도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오셨지. 그토록 찾던 암컷일까? 여기 바닥에 주욱 깔린 수컷일까?”

 

 “답은 가보면 나오겠지. 지금이 기회니까. 지금은 방해꾼도 저기 박혀서 잠들어 있다고. 그럼 한 번 가보자.”

 

 야옹거리는 무리가 출구를 향해 몰려들었다. 걸쇠가 걸린 쇠 철창이 애완 고양이들을 맞이해주었고. 막힌 출구를 제외한다면 애완 고양이들이 짝과 만날 방법은 없었다.

 

 “우와아아아앙. 내 짝 돌려줘!” “시끄러워! 다 방법이 있으니 기다려봐.”

 

 성급한 검푸른 고양이는 평소 수행원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고양이용 철창을 연 것을 후회하게 되리라. 이 순간, 리더가 된 나르시시즘적 고양이는 녀석의 행동을 따라 배웠고. 이 기술이 진정으로 필요한 순간만을 기다렸다.

 

 “이것 좀 끌어 와봐.”

 

 다른 고양이들이 부모를 잃은 표정으로 철창을 바라볼 때, 리더는 거대한 편이지만 가벼운 물건을 지목하고 명령했다.

 

 철창 밑에 고양이만 한 크기의 물건이 놓였고, 영리한 고양이는 받침대 위로 올라가 철창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걸쇠는 순식간에 풀어버렸지만, 가능하다면 만남의 기회를 독차지하고 싶었다.

 

 “쉽지 않은걸.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다시 한번 실망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리더는 걸쇠를 다시 걸어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애완 고양이들이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해주길 고대하면서, 다시 한번 걸쇠를 풀었다가 잠갔다. 걸쇠가 여덟 번째 풀렸을 때, 다른 고양이들은 리더가 자기들 몰래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철창이 격하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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