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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별이 지다
작가 : 올서리
작품등록일 : 2021.12.13

언제부턴가 세상에 닥친 기후의 변화, 환경파괴, 그리고 인간성의 상실 등의 현상이 우리와 가까운 어느 별의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연호는 그 별의 흔적을 쫓아 어떻게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한다. 초신성과 고래, 오로라, 그리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

 
#10. 실종 (3)
작성일 : 22-01-10 16:38     조회 : 345     추천 : 3     분량 : 4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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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방안은 꽃향기로 가득했다.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했던 연민은 지금도 방안 가득, 아니 집안 곳곳을 꽃으로 꾸며놓았다. 2층에 있는 연호의 방은 물론, 그의 작업실과 옥상까지, 발이 닿는 구석구석 꽃이 없는 곳은 없었다. 1층 정원에는 특히 더 많은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화원이나 꽃집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그녀의 방은 좀 더 특별했다. 그곳에는 자신이 특히 좋아하는 꽃들로만 꾸며놓았고, 그 종류도 여러 가지였다. 히비스커스, 금잔화, 알리움, 시네라리아, 라벤더, 수선화, 변산바람꽃, 범의귀 같은 꽃들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방안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꽃에 대한 그녀의 집착은 한때 가족들의 걱정거리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함께 꽃을 즐기고 감상하며 그녀에게 눈높이를 맞춰주고 있었다. 연호나 상현은 꽃시장 같은 곳을 다니며 때마다 그녀에게 꽃들을 선물했다. 또 가끔씩은 좀 더 예쁘고 특이한 꽃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곤 했다.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별과 우주만큼이나 꽃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근에는 건조하고 변덕스러운 날씨 탓인지, 예전보다는 꽃이 더 쉽게 시들거나 아예 피지 않는 꽃도 있어서 종종 있어서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연민은 돌아오는 주말, 연호와 함께 대전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아직까지는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시험이 끝나는 주말이라 특별한 일이 없다는 오빠의 말을 떠올리며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오빠가 쉬고 싶다고 하면 다음에 가고, 괜찮다고 하면 가자고 하는 거지 뭐. 아마 윤지 보러 가자고 하면 바로 오케이 할 거야.’

 

 연민은 다시 직장을 다니게 된 이후로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주말만큼은 머리도 식힐 겸 꼭 내려가고 싶었다.

  오늘은 출근한 순간부터 일이 많아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유난히 더 머리가 아팠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시작된 두통은 오전 내내 일을 하면서도 개운해지지가 않았다. 그녀는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어, 왜? 이 시간에 네가 전화를 다하고, 뭔 일 있어?”

 

 주로 문자를 보내던 동생이 직접 연락을 했기 때문에 연호는 조금 놀라며 하품을 했다. 한낮이었지만, 여전히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늘어져 있었다.

 

  “잘 잤어? 혹시 나 때문에 깬 거야?”

 

  “아, 아냐. 진작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고 있었지. 이제 막 밥 먹으러 내려가려는 참이야.”

 

 그때 2층으로 올라온 숙희가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연호야! 그만 일어나라. 밥 먹어야지. 또 늦었다고 서두르지 말고.”

 

 연민은 휴대폰 너머 숙희의 목소리를 들었다. 괜히 전화를 해서 오빠를 깨운 건 아닌가싶어 미안했다.

 

  “뭐야? 오빠, 지금 일어난 거야?”

 

  “아냐. 아까 일어났는데, 엄마가 아직 안 일어난 줄 알고 착각한 거야.”

 

 민망한 연호는 휴대폰을 이불 속으로 가져가 손으로 막으면서 숙희에게 소리를 질렀다.

 

  “알았어! 조금 있다가 내려갈게.”

 

 연민은 모른 척하며 말했다.

 

  “오빠. 이번 주말에 쉬는 거, 어떻게 됐어?”

 

  “응.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래? 잘됐다! 이렇게 날 잡기도 힘든데, 주말에 나랑 언니한테 내려가지 않을래? 왜 저번에 언니가 집에 왔을 때, 한번 내려오라고 했던 거, 생각나지? 뭐, 너무 피곤하면 다음에 가고.”

 

 연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마침 연정이 보낸 메일로 인해 궁금한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좋아, 좋아! 어렵게 찾아온 쉬는 날인데, 당연히 가야지. 이럴 때는 학원을 빼먹고라도 간다, 내가.”

 

  “으이그, 허세는. 근데 엄마하고 아빠도 같이 모시고 갈까?”

 

  “아니야. 이번엔 우리만 가고 다음에 모시고 가자.”

 

  “그래, 알았어. 내가 언니한테 미리 전화해 놓을게. 오빠도 딴소리 없기다.”

 

 

  몇 시간 후면 막힐지도 모르는 고속도로를 달려야한다는 생각에 연호는 몹시 짜증이 났다. 하루를 조금이라도 길게 보내기 위해 새벽같이 출발하자고 동생과 약속을 하고서는, 막상 2시가 넘도록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연호는 방의 불을 껐다. 행여 새어나간 불빛을 보고 동생이 쫓아 올라오지는 않을까싶어 아예 불을 꺼버렸다. 아무래도 쉽게 잠이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봤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으이그! 그냥 평소처럼 하던 대로 해야겠다. 도대체 나는 언제 푹 자보냐!’

 

 연호는 결국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작업실로 향했다. 장비를 챙겨 옥상에 올라가 자신이 직접 지정해 놓은 구역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몰두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잠이 올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번 연정이 보낸 메일을 받은 이후 연호는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전화로 얘기할 내용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직접 만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자료를 받아본 이후로 전보다 더 열심히 천체를 관측해온 연호는 자신의 실수인지 아니면 장비의 오류인지를 확신할 수가 없어 똑같은 작업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태곳적부터, 아니 세상이 창조되기 이전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별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나?’

 

 계절에 따라 별자리가 움직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혹시 블랙홀 때문에? 아니지. 내 장비로 그런 것까지 확인할 수는 없는데? 진짜 이상하네.’

 

 분명 어떤 오류나 착오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 연호는 매일같이 머리를 감싼 채 밤을 낮처럼 보내고 있었다. 뭔가 실수는 없었는지, 자신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까지는 오류나 실수를 발견하지 못한 연호는 연정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천문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가 될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학계에서는 분명 관심을 가질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연호는 어서 대전으로 내려가고 싶었다. 머릿속에 흩어져있는 온갖 의문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너무 많아 메모를 해놓아야 할 정도였다. 빽빽이 적힌 메모를 보던 연호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아, 진짜. 왜 내가 이런 걸 궁금해 하지? 이런 거 몰라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데 말이야.’

 

 오늘도 역시 그 ‘별’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아무리 장비를 만지고, 다시 세팅해서 관측을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세상은 원래 끊임없이 변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온갖 천재지변이 들끓고 재난이 발생해도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지만, 별이 사라진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였다. 연호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찾은 것 같아 한편으론 기뻤다. 뭐가 됐건, 이제부터 그 사라진 ‘별’을 찾는데 온힘을 다해 집중하고 싶었다. 어차피 뭔가에 몰입하고 미쳐야할 대상이 필요했던 연호는 핑계 낌에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하다보면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이나 무료한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구 의욕이 솟구쳤다.

  관측은 새벽같이 이어졌다. 시간은 어느새 5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제야 졸음이 밀려왔지만, 지금 잠을 자면 아예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출발준비를 하기로 했다. 연민도 곧 시간에 맞춰 일어났고, 오빠를 깨우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뭐야? 벌써 일어나서 씻고 있다고?”

 

 연민은 오빠가 또 밤을 새웠음을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출발을 서둘렀다. 때마침 등산을 가려고 일찍부터 준비 중이던 상현이 연민을 찾았다.

 

  “이거 윤지 갖다 줘.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이라고 전해.”

 

  “이게 뭔데?”

 

  “장난감이지 뭐.”

 

  “알았어, 아빠.”

 

 네 사람은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연호와 연민은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운전 조심해고, 졸리면 꼭 쉬었다가 가라.”

 

 숙희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가서 괜히 누나 귀찮게 하지 말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현이 한마디 더 보탰다.

 

  “혹시, 윤지 고것이 이 할아비가 보고 싶다고 하면 그냥 데려와라, 알았지?”

 

 연민이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아빠? 윤지도 이제 커서 유치원 다니는데, 어떻게 맘대로 데려와?”

 

  “허허, 그런가? 우리 강아지가 벌써 그렇게 컸나?”

 

 연호는 아버지의 웃는 얼굴이 그저 신기했다. 자신과 마주하면서 저런 표정을 지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아예 기억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연민을 보았다. 역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버지는 연민이를 볼 때도 늘 저렇게 환한 표정이었지.’

 

 연호는 얼른 뒤돌아 나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비켜 오빠. 내가 운전할게.”

 

  “뭔 소리야.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좀 자.”

 

  “시끄러워. 어제 잠 못 잔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생각해 줄 때 비켜라, 오빠야.”

 

 연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시동만 걸고 옆자리로 쫓겨난 연호는 출발한 이후부터 괜히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시비를 걸었다.

 

  “야야! 이쪽 차선으로 가. 깜박이 켜야지! 도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그만해. 혼난다.”

 

 연호는 입을 다문 채 눈만 끔뻑거리며 창밖을 보고 있었다.

 

  “오빠? 그러게 내가 일찍 자라고 했지?”

 

  “일찍 자려고 했는데, 아직 습관이 안 되서 그래.”

 

  “날마다 그 소리, 아주 지겹다, 지겨워.”

 

  “야! 새벽부터 이럴 거야?”

 

  “뭐가 새벽이야. 지금이 7신데.”

 

  “나한테는 지금이 새벽이야. 그것도 아주 꼭두새벽!”

 

  “그래. 잘났다, 잘났어.”

 

 연호는 괜히 말을 돌리며 잔소리를 했다.

 

  “야. 앞에 잘보고 운전 조심해라. 나대지 말고.”

 

  “알았어. 천천히 갈 테니까 어서 자기나 해.”

 

  “어차피 세게도 못 달리면서 뭘. 어쨌든 졸리면 얘기해. 이 궁극의 레이서께서 교대해 줄 테니까.”

 

  “오빠.”

 

  “왜?”

 

  “오빠는 나한테 허세부리고 싶어서 장가 안가는 거지?”

 

 연민은 입에 거품을 물면서 눈을 부라릴 오빠를 상상하며 움찔했지만, 연호의 반응은 의외였다.

 

  “응. 어떻게 알았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연민이 소리쳤다.

 

  “어우 얄미워. 어서 잠이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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