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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달아난 왕비
작가 : 분홍솜사탕
작품등록일 : 2021.12.31

"무영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면 바로 죽이고 딸이면 살려두거라"

정실부인 주씨가 산파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 걸 알지 못하는 무영, 힘겹게 배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울음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렸다.

두 지존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한배에 태어났으니...

 
제5화 <그 남자의 여인>
작성일 : 22-01-10 11:39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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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성도 여인의 눈물에 약한 남자였다. 그리고 무영을 자세히 보니 반달같은 눈과 오똑한 코가 주황색의 입술과 잘 어우러져 보통의 여인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리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나의 여자가 되겠느냐?”

 

 무영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노비가 아니라 여인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그리만 하여 주신다면 평생 정성을 다하여 모시겠사옵니다.”

 

 무영의 눈이 반짝이며 화색이 돌았다.

 시간이 빨리 흘러 무영의 산달이 다가왔다.

 명성의 보살핌으로 태교도 잘하고 잘먹은 덕분이기도 하겠지마는 그래도 임산부치고는 배가 불러도 너무 불렀다. 얼굴살은 약간 올랐는데 뱃살이 한여름 잘 익은 수박처럼 봉긋했다.

 올 봄비가 예사롭지 않았다. 땅을 촉촉하게 적시는 수준을 넘어 돌풍과 함께 소나기를 뿌리는 곳이 많았다. 장마를 일찍 시작하려는지 거묵거묵해지는 날이 많았다.

 

 명성은 장마에 대비해 행랑채 진달아범과 함께 장안의 남서쪽에 위치한 논마지기를 살피러 갔다.

 이미 정실부인 주씨에게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 얘기해 둔 터라 논고랑이며 이곳저곳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명성은 소작농들을 독려하며 편안한 웃음을 보냈다. 조상대대로 관직에 몸담아 제법 너른 땅을 물려 받을 수 있었다. 이대로 유지만 하면 한평생 걱정없이 지낼 것 같았다. 요즘들어 명성의 진정한 기쁨은 무영이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부귀영화가 필요 없을 것 같았지만, 조상님을 잘 둔 덕에 호위호식까지 하니, 이보다 더한 팔자가 어디 있으랴 생각하니 저절로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여기저기 흩어진 논들을 다 돌다보니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고 시간은 어느새 오시를 향하고 있었다.

 명성은 진달아범을 먼저 보내고, 학명당 동무인 건동청을 만나기로 한 주막으로 서둘러 갔다.

 

 “어이, 명성”

 

 반듯하게 생긴 선비가 큰 모양새로 손을 흔들었다.

 

 “동청, 빨리 왔구려”

 

 명성은 바쁜 걸음으로 동청을 향해 다가갔다.

 

 “응 좀전에 앉았어”

 

 “집에서 오는 길인가?”

 

 “아니, 나도 우리 논 둘러보고 둑이 터지지나 않는지 보고 오는 길이라네”

 

 “허허~”

 

 “이번에는 장마가 일찍 올 모양이야. 날씨가 변덕이 심해 대중할 수가 없네”

 

 “그러게나 말일세”

 

 “그건 그렇고, 그 뫼화인가 야화인가는 잘 있나?”

 

 허허 웃던 명성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런 농담말게나”

 

 “산에서 만난 꽃이면 뫼화이고 들길에서 만나 꽃이면 야화 아닌가?”

 

 어릴 적부터 같이 글공부하며 지낸 친구였지만 나이가 들어도 장난기는 여전했다.

 

 “이제 산달이 얼마남지 않았어”

 

 “벌써 그리 되었나? 시간 참 빨리 가는군. 나는 우리 마나님이 가장 좋은데 우째 아기를 점지해 주시지 않으시는지...하늘이 참 무심도 하이...”

 

 “왜 그런 줄 알아? 다른 부부는 연이 끊어질까봐 자식으로 이어주는 거고, 너랑 부인은 너무 사랑해서 끊어질 이유가 없으니까 좀 더 좋은 날을 기다려 점지해 주시려고 하시는 거야. ”

 

 “명성, 자네 말은 청산유수가 따로 없네”

 

 하 하 ~

 

 동청은 위로를 곁들인 명성의 농담에 웃었지만 속은 쓰렸다.

 둘은 언제 만나도 즐거운 친구였다.

 지난 얘기를 하다보니 한시진이 훌쩍 지나버렸다. 명성은 서둘러 집으로 갔다.

 

 “나으리, 오셨습니까?”

 

 “동청을 만나 저녁을 먹고 왔소. 잠시 황매원에 들렀다가 가겠소. 임산부이지 않소 ”

 

 마중나온 주씨에게 저녁 차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무영에게 간다고 말할 때는 에둘러 변명을 했다.

 명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주씨는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차가우면서 무영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명성이 같은 사람이 맞나 생각했다.

 

 “무영, 나 왔소”

 

 “나으리, 요즘 천둥 번개가 잦으니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오세요. 오는 길에 소낙비라도 맞을까 걱정됩니다. ”

 

 바라보는 자체만으로 미소 짓게 만드는 무영이었는데 이리 자신의 걱정까지 해주니 어찌 안 이쁠 수가 있겠는가, 나의 기쁨이 예 있구나 생각하면서 명성은 방긋 웃어 보였다.

 

 “몸은 괜찮은가?”

 

 “네 덕분에 괜찮습니다.”

 

 “이제 산달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몸조심하도록 하여라. 배를 보아하니 아들 같은데 아들이면 이름을 무어라 지으면 되겠느냐?”

 

 “아이 나으리도 참, 아직 모르지 않습니까? ”

 

 “그래도 어서 말해 보거라”

 

 “음, 아들이면 ”

 

 무영은 징옥의 말을 떠올렸다. 아들이 셋, 딸이 하나있는데 자원, 윤원, 연원, 자영이라고 했던~~

 그리고 이 곳 장군부의 아들은 이름 앞자에 ‘훈’자를 썼고 딸은 ‘여’자를 썼다.

 

 “음~ 아들이면 훈원, 딸이면 여영이 이름이 좋은데 큰 아가씨가 여영이니까 여원으로 하고 싶어요”

 

 명성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훈원, 여원, 좋군 ”

 

 ‘이 아이를 꼭 지켜야만 한다’

 

 터질 것 같은 배를 움켜지며 다짐했다. 그리고, 얼마 전 늙은 여종들이 하는 말을 떠올렸다.

 

 "이봐, 얘기들었나? 이번에 말갈족을 치러 이징옥 장군님이 출전하신다지. "

 

 "그럼 안 봐도 이긴 거네"

 

 "그러게, 멧돼지도 한손으로 때려 눕히는 분이신데"

 

 "그러니까 공주마마와 혼인하신 거 아니겠어"

 

 무영의 얼굴에 씁쓸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

 조선 삼수리마을

 

 장사치의 복장을 한 막손은 어둠을 틈타 삼수리 마을로 찾아들었다.

 요며칠 마을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해보니 이징옥집안의 멸문과정에서 살아남은 노비가 있다하여 갓상인을 구슬려 미리 그쪽에 연통해 놓았었다.

 삼수리 마을의 가장 구석진, 막다른 길에 자리잡은 쓰러질 것 같은 초가집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허~ 허 ~ 계시오?”

 

 들릴까말까한 목소리로 문고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방문이 조금 열리더니 초가집 주인인 듯 한 자가 얼굴을 내밀어 이리저리 밖을 살핀 후

 들어오라는 눈짓을 했다.

 막손도 긴장하며 들어갔다. 방은 누추했고 좁았고 노인은 눈이 움푹 꺼진 것이 며칠을 굶은 얼굴이었다. 막손은 가벼운 목례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징옥장군의 부총관이었던 막손이라 합니다. 몸은 괜찮으시오?”

 

 “소인은 장군님댁의 행랑아범 진배라 합니다. 그 날 일을 생각하면 한시도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

 

 "......"

 

 "무슨 관군인지 뭔지가 우르르 들이닥치더니 장군님 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지요. 집안의 남자들을 한쪽으로 몰아서 마구잡이로 죽였습니다. 그 때 칼을 맞고 쓰러졌는데 급소는 비켜갔는지 의식을 잃었을 뿐 살아났지 뭡니까? 시체들 사이에 쓰러져 있어 다행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게지요. 휴~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씨마님과 가족들 생각에 늘 술에 의지하며 살지요. 아이구, 나리마님, 그래도 나리마님이 살아계신다 하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

 

 숨죽이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진배가 안쓰러워 졌다. 조용한 시간이 흐른 후,

 

 “그럼, 영감말고는 살아 남은 사람은 없소?”

 

 “아~ 참 나으리”

 

 진배가 훌쩍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자원, 윤원 도련님은 어찌 되었습니까?”

 

 “... 안타깝게도 종성에서 싸우다 절명하셨다네”

 

 “어이쿠..이를 어쩌나. 셋째가 연원도련님인데 올해로 8살이시지요. 연원도련님은 유모가 자기아들과 맞바꾸며 살렸습니다. 연원도련님이 죽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유모의 아들 막동이였지요.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놈들은 연원도련님인 줄 알고 마구 찌르고 죽는 걸 확인했지요. 그 광경이 참혹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헉.. 하마터면 큰소리로 내뱉을 뻔 하였다.

 

 “그럼 셋째 도련님이 살아 계신다는 말인가?”

 

 막손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환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대는 이을 수는 있으니”

 

 “어디에 있소?”

 

 “그건 소인도 모르옵니다.”

 

 “추측컨대 호계댁의 고향이 경주라 하였으니 경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만”

 

 “경주라~ 양산의 북쪽이 아니오?”

 

 “네 맞습니다. 그 말고는 달리 생각나는 곳이 없소이다.”

 

 “그럼 아씨마님과 여자들은 어찌 되었소?”

 

 “아씨마님은 그 괴물같은 양정 놈에게, 강림마님은 나쁜 놈 권람에게, 자영아씨는 건달 홍윤성 집으로 보내지고 나머지 여자노비들은 경상도 관비로 끌려 갔습니다. ”

 

 “고맙소이다.”

 

 막손은 금가락지를 하나 바닥에 얹어 놓고는 무릎을 급혀 인사를 하고 방을 나왔다.

 진배는 누가볼세라 냉큼 금가락지를 집어들더니 이불 밑으로 밀어 넣고는 입을 히죽거렸다.

 이곳 조선의 남쪽 양산까지 왔는데 그래도 그나마 수확이 있어 다행이었다. 셋째가 살아 있다지 않은가? 나머지 가족들도 비록 노비이기는 하나 살아 있다지 않은가?

 막손은 가슴이 뭉클거렸다. 그래도 다 살아있다. 살아계신다 연신 중얼거리며 걸음을 바삐 하였다.

 그 둘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걸 그들은 미처 몰랐다.

 막손이 삼수리마을을 벗어남과 동시에 진배는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되었다.

 

 ***

 훌타이의 명인지 부탁인지 협박인지, 아니면 징옥의 안전책이었는지 징옥은 야속진과 혼인을 하였다.

  어려서부터 애교가 많아 훌타이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야속진은 시댁의 집안이 있니 없니, 둘만 살면 외롭니 무섭니 하며, 자양성에 남기를 애원하였기에 야속진 부부는 혼인한 처지이면서도 훌타이의 배려로 자양성 별궁에 거처를 마련해 살림집을 꾸몄다.

 그 사이 막손도 야속진의 주선으로 야속진의 측근 궁녀였던 오월과 혼인하여 첫 가정을 이루었다.

 

 “막손아~ 어서오너라. 먼 길 다녀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별고 없었느냐?”

 

 막손이 깍듯이 인사를 하자 징옥의 말이 많아졌다.

 막손은 행랑아범 진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뭣이라, 우리 연원이가 살아있다고”

 

 “네, 아마 경주로 이동했을 거라고 합니다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아씨마님과 자영아씨는 한양에 계시니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내 여기서 위치를 좀 더 확고히 해서 가족들을 이곳으로 데려와야겠구나. 얼마나 고초를 격고 있을까?”

 

 “지금은 괴롭겠지만 그래도 모두 살아 계시니,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그래, 반드시 데려올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고맙구나.”

 

 징옥은 막손의 손을 양손으로 세게 잡고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

 수양저

 

 “이민이 삼수리에서 소식을 가져 왔습니다.”

 

 “들라 해라”

 

 “나으리~ 소인 이민입니다. 삼수리에 수상쩍은 자가 나타났길래 미행을 했더니 이징옥의 노비를 만나고 있었습니다. 우선 이징옥 수하는 살려보내고 노비는 죽였습니다. 이징옥은 원용국에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어이없게도 징옥의 셋째 아들이 살아 있습니다. 아마 경주로 간 듯 하다고 합니다.”

 

 “허허. 내 이징옥이 가족을 찾아올까봐 양정, 권람, 홍윤성 집으로 보내지 않았더냐, 그런데 아들이 살아있다고...당장 경주로 가서 잡아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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