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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꽃이 피니 봄이 되었다
작가 : LLIHY
작품등록일 : 2022.1.3

“어째서 너는 매번 나를 밀어내기만 하는것이냐. 내가 네게 한 발자국 다가가면, 너는 두 발자국을 멀어지려 해!”
“저는 감히 전하께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게 다가오지 마시옵소서. 헛된 일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서서히 죽어가는 저주에 걸린, 왕을 사랑하는 ‘서 화’. 그리고 오직 그녀만을 마음에 품었던 왕, ‘이 휘운’.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그녀와 세상을 다 가졌으나 오직 한 사람만을 갖지 못한 그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2. 과연 그럴까?
작성일 : 22-01-10 00:49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6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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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청의 무녀가 대전에 다녀갔다.

 부적을 쓰고 기도를 했다 하더니 과연 효과가 있었다.

 몸이 가볍고 개운한 것이, 이전보다는 확실히 차도가 있었다.

 

 휘운은 요즘 일이 많았다.

 후궁을 책봉하라는 신하들의 압박이 더 심해졌고, 오랑캐들의 침입이 잦아졌고, 비가 오지 않아 농사가 되질 않는다는 백성들의 아우성 때문이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잔뜩 예민해진 그는 김 상궁에게 화는 어디있는가 물었다.

 

 그 사이, 화는 적적함에 잠시 산책이라도 다녀오기로 했다.

 그녀가 빠졌던 그 연못을 다시 찾은 화는 이번에는 저번보다 한 발자국 더 뒤로 물러났다.

 누군가 밀더라도 빠지지 않기 위함이었다.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헛것이 보였다.

 붉은 곤룡포를 입은 휘운이 그녀의 뒤에 서서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환청까지 들렸다.

 자신에게 사랑한다, 하고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가 영 달콤했다.

 

 “보고싶습니다.”

 

 너무 보고싶습니다.

 화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보고 싶으나 보아서는 아니되는 분.

 사랑하지만 사랑해서는 아니되는 분.

 제 마음을 고백하고 싶으나 다시 한 번 그 가슴에 비수를 꽂아야만 했다.

 또다시 찾아온 슬픔에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눈가를 손등으로 벅벅 문질렀다.

 

 “화야!”

 

 그 순간, 그토록 듣고싶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청이겠거니, 하고 고개를 돌린 화는 또 헛것을 보았다 생각했다.

 분명 그분을 보고싶어하는 제 마음이 간절하여 아까도, 지금도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헛것의 그분은 그녀에게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다급하게 뛰어오는 그의 용안이 더 자세히 보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의 표정이 무언가 겁에 질린 듯 했다.

 헛것도 겁에 질리는구나.

 화는 그리 생각했다.

 

 “서 화!”

 

 헛것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꽉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화는 헛것을 너무 자주 보면 촉감도 느껴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 또 그러는 것이냐? 또 물에 뛰어들려고!”

 

 헛것은 화를 내었다.

 화는 아무리 헛것이어도, 화를 내는 그의 모습도 참 잘생겼다 생각했다.

 화는 그를 끌어안고 품에 뺨을 부볐다.

 

 “헛것이니, 이리 하여도 괜찮겠지요.”

 “무슨...”

 “헛것을 하도 자주 보았더니 이제는 느낌도 생생합니다.”

 “헛것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보고싶었습니다.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화는 훌쩍이며 그의 품 안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당황한 듯 싶더니, 이내 화의 등을 토닥였다.

 

 “하늘이 밉습니다. 저와 전하를 갈라놓은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다 제 탓인 것을 압니다. 제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제 이기심에 그러질 못합니다. 하루라도 더, 이틀이라도 더 전하를 보고싶어 죽을 수 없어요. 죽으면 더 이상 전하를 보지 못하니까.”

 

 영문을 모르는 말을 연달아 하는 그녀에, 휘운은 당혹스러웠다.

 너무 많은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날이 춥다. 어서 처소로 돌아가거라.”

 “싫습니다... 처소에서는 전하의 헛것을 보지 못하지 않습니까.”

 “고뿔에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이러고 있겠습니다.”

 

 .

 .

 .

 

 잠에서 깬 화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왜 제 처소에 와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화는 덮고있던 이불을 걷어냈다.

 그런데, 평소에 덮고있던 이불의 촉감이 아니었다.

 화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이 덮고있던 이불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붉은 곤룡포였다.

 

 “잘 잤느냐.”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도 듣고 싶었으나, 지금 들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목소리.

 

 “...전하?”

 “귀신이라도 본 것이냐? 뭘 그리 놀란 표정을 지어.”

 

 귀신보다 더 한 것을 본 화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가만히 바닥을 바라보았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든 것이 기억났다.

 분명 헛것이었다.

 아니, 과연 그럴까?

 헛것이라기엔 너무 생생했고, 환청이라기엔 너무 달콤했다.

 그럼 어제의 그것은...

 

 “헛것이 아니다.”

 “...세상에.”

 “놀라는 것도 새삼, 귀엽구나.”

 

 화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어제 무슨 말을 했었는지 곱씹어보았다.

 아주 일부분만 기억났음에도, 그 기억 속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참 큰일이었다.

 

 “물어볼 것이 있다.”

 “...하문하시옵소서.”

 “어제 네가 한 말. 무엇이 네 탓이라는 것이냐. 왜 네가 사라지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지? 그 전만 해도 죽겠다 난리치던 네가, 이제는 죽고싶지 않다는 이유는 또 무엇이냐.”

 “...”

 “내게 숨기고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이야.”

 

 진정해, 서 화.

 그 분은 아직 모르신다.

 모르셔야만 한다.

 그저 지금처럼, 모른다 잡아떼면 그만이야.

 화는 고개를 슬쩍 들어 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없습니다.”

 “숨기는 것이 없다?”

 “예. 전혀 없습니다.”

 “...화야.”

 “예, 전하.”

 “내일부터는 낮에도 대전에 들거라.”

 

 지밀궁녀는 2교대로, 아침과 밤에 교대하는 식이었다.

 화는 밤 담당이라 낮에는 열심히 도망다니고, 밤에 휘운이 잠을 잘 때 몰래 들어와 교대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하루종일 대전에서 시중을 들라니!

 

 “전하, 그게 무슨...”

 “벌이다. 내게 거짓을 고한 벌.”

 “제가 언제 전하께 거짓을 고했나이까.”

 “너는 나를 너무 얕잡아보는구나. 내가 네 속내를 모를거라 생각했느냐.”

 “...”

 “내 옆에 딱 붙어서 한시도 떨어지지 말거라. 그럼 충분한 벌이 되겠지.”

 

 다음 날,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화는 김 상궁의 손에 이끌려 반강제로 대전으로 향했다.

 매일 해가 떠있을 땐 잠을 자거나 도망만 쳤었는데, 낮에도 일을 하라니 피곤해 몸이 자꾸만 쳐졌다.

 그럴 때마다 김 상궁은 화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이 일은 중하지 않으니 나중에...”

 

 점점 무겁게 내려가던 화의 고개가 툭, 하고 떨궈졌다.

 그러자 깜짝 놀란 화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기를 서너 번 반복했다.

 휘운은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가 피곤한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제 곁에서 이렇게 하루종일 둘 수 있어 기뻤다.

 

 “...전하?”

 “아, 미안하네. 나중에 의논하도록 하지. 도승지는 이만 가봐도 좋네.”

 “알겠사옵니다.”

 

 도승지가 방을 나가자 휘운은 김 상궁에게 잠시 나가있으라 명했다.

 이제 이 방에는 둘만 남은 채였다.

 

 휘운은 제 곤룡포를 벗어 화에게 덮어주었다.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하얗고 고왔다.

 그 때, 화의 고개가 점점 기울더니 툭, 하고 떨어졌다.

 휘운은 얼른 그녀의 이마를 손으로 받쳤다.

 그리고는 그녀의 옆으로 가 제 어깨에 그녀의 머리를 기대게 하였다.

 얼마만의 평화로움인지.

 

 “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좋으련만.”

 

 휘운은 제 어깨를 내어준 채, 벽을 베개삼아 잠시 잠에 들었다.

 

 .

 .

 .

 

 “전하, 전하...!”

 

 누군가 애타게 휘운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분명 그토록 듣고싶던 화의 목소리였다.

 

 “...화.”

 “정신이 드십니까?! 밖에 계십니까! 어의... 어의를 불러주십시오!”

 “난 괜찮다. 잠시 잠에 든 것 뿐이야.”

 “전하의 몸이 불구덩이같이 뜨겁습니다! 이게 어디가 괜찮다는 말씀이십니까...”

 “괜찮아. 고뿔에라도 걸렸나보지. 하나도 아프지 않다.”

 

 화는 울상을 지으며 휘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열이 올라 양 볼이 불그스름했고, 입술이 허옇게 뜬 것이 영락없는 병자의 모습이었다.

 이것도 나 때문인가 싶어 더욱 울적해진 화는 눈물을 글썽였다.

 

 “울지말거라. 네가 울면 가슴이 너무 답답해 숨을 쉴 수가 없으니.”

 “전하, 제발... 제발 소인을 버리세요.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

 “어찌 또 그런 소리를 해... 너 없이 어찌 살라고. 그런 말 마라.”

 

 그는 절대 화를 놓아주지 않았다.

 화의 어깨를 쥔 손은 그가 의식을 잃고나서도 한참을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손은, 어의가 도착해 그를 자리에 눕히고 나서야 겨우 떨어졌다.

 

 "...마마님, 저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또 어디를 가려고! 안 돼!"

 "제발요... 한 번만요. 꼭 돌아오겠습니다..."

 "아휴... 안되는데... 그럼 빨리 돌아와야한다?"

 

 화는 곧바로 대전을 뛰쳐나가 성수청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 날 만났던 무녀가 기다렸다는 듯 화를 반겼다.

 

 "오셨습니까, 항아님."

 "전하... 전하께서 편찮으십니다! 부디, 뭐라도 제발 해주십시오!"

 "방도가 없습니다. 그저 견디시는 것 밖에는."

 "그럼... 그럼 제가 죽겠습니다. 제가 죽으면 저주도 사라지는것이지요?"

 

 무녀는 화의 말에 잠시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런 선택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어찌 제 목숨이 전하의 목숨보다 중하겠습니까!"

 "...실은, 방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 방법이 있습니까!?"

 "허나, 이 방법은 항아님의 목숨이 걸린, 아주 위험한 방법입니다."

 "이 지경까지 온 마당에 제가 무엇을 가리겠습니까! 제가 어찌해야하는지 알려주십시오!"

 "...가져올 것이 있으니 잠시 기다리십시오."

 

 무녀는 도로 성수청으로 들어갔고, 잠시 뒤 무언가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녀가 들고있는 것은 바로 작은 단도였다.

 

 "세 달 뒤, 개기월식이 일어나 달이 완전히 가려져 붉게 변할 때에, 이 단도에 항아님의 피를 흘리십시오. 그리고 버티세요. 그 고통은 전하께서 항아님을 마음에 품은 죄로 받은 고통이니."

 

 방법이 있다!

 전하도, 나 자신도 구할 방법이!

 화는 무녀에게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곧장 대전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단도를 품에 숨기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대전으로 돌아온 화를 발견한 김 상궁은 그녀를 꾸짖었다.

 

 “어딜 갔다 이제 온게야! 전하께서 너를 얼마나 찾으셨는지 알아!”

 “죄, 죄송해요... 잠시 볼 일이 있어서. 전하께서는 어떠세요?”

 “아휴, 다행히 아까보단 괜찮아지셨다.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는데 그 와중에도 너를 찾으셨어. 어서 들어가봐.”

 

 휘운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 화는 휘운의 옆으로 가 앉았다.

 색색 소리를 내며 잠에 든 그의 모습에 새삼 반한 화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제가 꼭 이겨내겠습니다. 그래서... 전하와 저를 지켜내겠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딱 세 달만, 그동안만 저를 버려주십시오. 그래야 전하께서 다치지 않아요...”

 

 

 다음 날, 개운한 몸을 일으킨 휘운은 차디찬 바닥에 누워있는 화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밤 사이에 울기라도 한 것인지 그녀의 관자놀이에 눈물자국이 나 있었다.

 

 “화야.”

 “으응... 전하?”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잠에서 깬 화가 눈을 뜨고 휘운을 바라보았다.

 휘운은 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밤새 이러고 있었느냐?”

 “...예.”

 “깨우지 그랬느냐.”

 “어찌 한낱 궁녀가 감히 전하를 깨운단 말입니까.”

 “너라면 안될 것이 없지.”

 “잠이 아직 덜 깨셨나봅니다.”

 “음, 아마 네게 취한 듯 싶어.”

 

 화는 몸을 일으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무릎을 꿇고 자리에 앉았다.

 휘운이 경상에 팔을 괴고 화를 바라보아도, 그녀는 눈을 내리깐 채 그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그때, 상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탕약을 준비했나이다.”

 “들어오거라.”

 

 상선이 탕약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자 탕약의 쓰디 쓴 냄새가 온 방에 진동을 했다.

 휘운은 탕약을 한 번에 꿀꺽꿀꺽 삼켰고, 쓴 입을 복숭아로 달랬다.

 

 상선이 물러가고, 방에는 또 다시 화와 휘운만이 남았다.

 오늘도 역시 화의 고개는 무거웠다.

 휘운은 갈대마냥 자꾸 꺾이는 화의 고개에 자꾸 시선이 갔다.

 

 “차라리 누워서 자거라. 그러다 목 다칠라.”

 “아, 아닙니다... 괜찮습...”

 

 이제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가 푹 떨어졌다.

 휘운은 피식, 하고 웃으며 서책을 덮고 화에게 다가갔다.

 세상 모르고 자고있는 것이, 참 예뻤다.

 

 “화야, 잠 좀 깨거라.”

 “...이게 다 전하때문...”

 

 잠꼬대를 하는 것인지, 그녀의 입술이 댓발 나와서는 웅얼거렸다.

 

 “너는 내 무엇을 믿고 이리 무방비인게냐. 가끔 보면 넌 내가 사내라는 것을 잊고있는 것 같아.”

 

 대답도 하지 않는 그녀에 괜히 심술이 난 휘운은 문득 좋은 방법이 생각난 듯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씩 웃어보였다.

 

 “화야, 안 일어나면 잡아먹어버릴 것이다.”

 

 그의 경고에도 화가 깨지 않자, 그는 작게 속삭였다.

 

 “이건 네 잘못이다.”

 

 휘운은 화의 붉은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진득하게 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의 입술은 더 얼겨붙었다.

 화의 아랫입술이 탐해지고, 윗입술이 탐해졌다.

 휘운은 잠을 깨라는 듯 그 작은 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그제서야 화는 눈을 떴다.

 

 어디선가 달큰한 냄새가 났다.

 마치 복숭아의... 달콤하고 탐스러운 냄새가.

 자꾸만 느껴지는 냄새에 화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의 입술이 저를 탐하고 있었다.

 제 속을 탐하듯 그의 붉디붉은 혀가 입술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잠이 덜 깬 것인지 정신이 몽롱했다.

 순간 모든 것을 내어주고싶었다.

 

 두 사람의 입술은 끈적하게 서로를 탐했다.

 휘운의 단단한 팔은 화의 등을 옭아매었고, 화의 손은 갈 곳이 없어 휘운의 어깨에 올린 채였다.

 달디 단 그들의 입맞춤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숨소리만이 방을 채운 지 얼마나 지났을까.

 화가 화들짝 놀라며 휘운을 밀어내었다.

 그러나 휘운의 팔에 막혀 조금도 멀어지지 않았다.

 결국 화는 고개를 돌려 강제로 입맞춤을 끝냈다.

 

 “피하지 마.”

 

 휘운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화의 가슴을 울렸다.

 야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야하다.

 제 타액이 묻어 번들거리는 그 입술도, 파르르 떨리는 그의 긴 속눈썹도, 흐트러진 곤룡포 사이로 보이는 그의 하얀 쇄골도.

 그러나 영원히 정신을 놓고 그에게 취해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이러지 마십시오.”

 “화야.”

 “대낮부터 여색을 탐한다 말이 나올 것입니다. 부디 통촉하여주시옵소서.”

 

 그 순간, 휘운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맞는 말이긴 하였으나, 그 이유가 과연 그것 때문일까 싶었다.

 휘운의 눈이 다시 차갑게 식었다.

 속에서 본능와 이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정녕 그 때문이냐.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예.”

 

 화는, 이번만은 진심이었다.

 사실을 두고 굳이 거짓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자 휘운은 쯧, 하고 혀를 차며 일어나 제 자리로 돌아갔다.

 

 방 안에 냉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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