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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하나가 되지 못한 기록
작가 : wiin
작품등록일 : 2022.1.4

결국... 나는 끝을 볼 수가 없었다... ,

 
39.정설
작성일 : 22-01-09 21:57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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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6월 24일 금요일

 또 그 꿈이다. 목적지 없이 어두운 빗속을 끝없이 달리고 달릴 뿐이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희미한 빛줄기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방향을 바꿔 그 빛을 향해 달려갔다.

 

 삐…삐…삐삐

 

 눈이 떠지고 있다. 흐릿하게 보이는 첫 장면은 서인이의 얼굴이었다. 그녀의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말 몇 마디를 하더니 금방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 옆에 한 남성의 얼굴이 보였다.

 

 “정신이 드세요?”

 

 그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고 이상한 불빛을 내 눈에 쏘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그녀가 옆에서 울고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남성이 이런저런 검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와 나를 가볍게 안았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눈이 완전히 떠지자 모든 상황들이 생각났다. 그 사람의 얼굴이 생각나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무리하지 말고 누워있어…제발.”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간신히 내 손을 가져다 눈물을 닦아주었다.

 

 “미안, 많이 걱정했지? 미안해…”

 

 “아니야… 이렇게 깨어나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 아, 맞아. 우리 결혼식…”

 

 “지금 그게 중요해?”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 대고 있는 내 손을 붙잡고는 더 격하게 눈물을 쏟아냈다.

 

 “혜인아… 나 얼마나 누워 있었어?”

 

 나의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그녀가 눈물을 닦아내며 나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 했다.

 

 “그게…”

 

 그녀가 대답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시간이 꽤 지난 건가. 아주 짧은 꿈을 꿨다. 그래서 아마 길어도 일주일이라고 추측을 해보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오늘이 6월 24일야. 22년도…”

 

 그녀의 대답에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거의 반년 가까이를 누워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허탈한 감정이 쏟아져 나오며 나도 모르게 벌컥 눈물을 쏟아냈다.

 

 미친 사람처럼 울고 있는 나를 그녀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내가 얼만큼이나 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 눈물을 흘리다 지쳐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눈물을 닦아냈다. 그녀는 그런 나의 옆을 지키다 집에서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녀가 나가고 나 혼자 있는 병실은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소리는 오직 나의 숨소리뿐이었지만 그것도 얼마 안가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화기의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받아. 전화받아!

 

 나는 전화기를 집어 확인했다. 발신번호표시제한이라는 문구와 벨은 계속해서 울려 대고 나는 직감적으로 이 전화를 받아야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여보세요…?”

 

 “다행이야. 일어났구나.”

 

 내가 쓰러지기 직전에 들었던 목소리다.

 

 “당신…”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 당장은 하지 못해.”

 

 “당신 대체 누구야!”

 

 그는 나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비록 거짓 삶을 살아왔지만 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나에게 더 소중한 사람은 나의 형이야. 그 사람을 위해서, 아니 그 사람의 이름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설이… 너가 이제 몸을 회복하고 일어나게 되면 나를 잡으려고 안감힘을 쓰겠지… 그렇게 된다면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방해가 될 거야. 방금 서인씨가 네 병실에서 나갔던데…”

 

 그의 입에서 서인이라는 단어가 올라왔다. 그 순간 나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서인씨는 내가 무사히 데리고 있을게… 내 마지막 임무가 끝나게 되면 무사히 풀어 줄거야. 그러니 걱정마. 하지만… 너가 만에 하나라도 나를 잡으려는 시도를 한다면… 설아. 그 때는 나도 어쩔수가 없어… 너는 똑똑한 아이잖아.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뚜뚜뚜…

 

 전화기 너머의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다행히 그녀가 나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아무리 그래도 얼마되지도 않은 시간안에 그녀를 납치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녀는 내 곁에 있어야만 했다.

 

 “서인아. 어디야? 지금 당장 다시 병원으로 와.”

 

 “응? 나 지금 택시타고 집가고 있어.”

 

 “지금 당장 와!”

 

 내가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자 당황했는지 머뭇거리다 알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그 순간, 그녀의 비명 소리가 내 귀를 찔렀고 몸싸움이 일어나는 듯한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 채 반사적으로 내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전화기는 손에서 놓치지 않았다. 침대에서 내려온 나는 오래 누워있었던 탓에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 쓰러져 버렸다.

 

 “내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아…”

 

 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잠시만…!”

 

 뚜뚜뚜…

 

 나는 병실 밖으로 나서기 위해 바닥을 기어갔지만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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