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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26화 잔재
작성일 : 22-01-09 07:41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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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지는 화성입니다.

 

 “도대체 왜!”

 

 -자동 항행 장치와 생명 유지 장치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또한 세 개의 엔진 중 두 개를 제어할 수 없습니다. 지구까지 항행이 불가능합니다. 승무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하여 화성으로 복귀합니다.

 

 “그 지옥으로 돌아가라고?”

 

  -그 명령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끔찍하게 미웠지만, 항행 장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선의 판단을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주선이 고장 났을까.

 

  생각보다 답은 금방 떠올랐다.

 

  콕핏의 기계장치들은 아직도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다. 심지어 몇 개는 아예 전력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새안이 쏜 총알이 우주선의 제어장치에 심각한 타격을 준 것이었다.

 

  심지어 그 상태에서 나는 일시적으로 감압까지 진행했다. 총탄에 표면이 부서져 기판이 훤히 드러난 회로들은 압력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타버렸을 것이다.

 

 “죽는 것보다 끔찍한 고통을 선사해 주고 갔군.”

 

  그의 승리였다.

 

 

 

 

  나는 그냥 화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식량은 충분했다. 이 우주선의 정원은 무려 스물두 명이다. 그리고 그들이 60일 동안 먹을 음식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다.

 

  부피도 얼마 차지하지 않고 썩지도 않으며 영양소도 풍부한 손바닥 크기의 네모난 비상식량이.

 

  그것은 내가 박스 사이에 오래된 수세미를 끼워 먹는 듯한 맛을 못 버티고 목을 매지 않는 한 4년 가까이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사실 화성은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목을 맬 수도 없다. 물론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나는 콕핏에 싸늘하게 널브러져있는 이새안을 우리가 처음 화성으로 올 때에 머물던 객실로 옮겼다.

 

  그곳에는 양준혁의 유해가 담긴 캡슐이 있었다.

 

  나는 이새안의 유해를 양준혁의 유해가 보관된 캡슐 옆에 나란히 뉘었다. MUIT 동기 세 명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 순간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방에서 나왔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한수아가 머물던 방이었다. 그곳에는 감염자 연구 기록들과 한 대위의 녹을 파일 두 개가 저장된 소형 PC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다시 의무실로 돌아가 수술용 의자에 몸을 뉘었다. 화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화성에 도착하자마자 화성 연합군이 나를 쫓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수술용 의자에 누워 정체불명의 약품들을 투여받으며 한수아가 하던 것처럼 한 대위의 녹음 파일을 들었다.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2037.7.22

 

  한 대위의 녹음 파일을 듣던 중,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았다. 그가 감염자로 변모할 때 내지른 비명을 잘 들어보니. 늘어지는 기괴한 소리 속에서 사람의 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네가 마지막 희망이다.’였다. 한 대위가 한수아를 향해 한 말일 터였다.

 

  나도 한수아에게 같은 말을 전해야겠다.

 

 “이젠 한수아 씨가 마지막 희망입니다.”

 

 

 

 

 

 

 

 

 

 2037.7.23

 

  하나의 엔진은 세 개의 엔진보다 세 배 이상 느렸다.

 결국 오늘이 되어서야 우주선은 화성의 중력권에 들어섰다. 나는 수술용 의자에서 꽂고 있던 링거들을 모두 뽑아버리고 콕핏으로 돌아왔다.

 

 “이젠 뭐 떨리지도 않는군.”

 

  자리에 앉자 안전바가 내려왔다.

 

  안전바의 쿠션 부분에 뭔가 묻어있나 싶어서 봤더니 총알이 스친 자국이었다.

 

 “너나 나나, 너덜너덜 해졌구나.”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나는 화성의 중력권에 들어섰다.

 화성이 내 엉덩이를 세게 잡아당기는 듯했다. 이런 응큼한 행성을 봤나.

 

  우주선이 부서질 것 같은 진동이 끝나고, 우주선은 착륙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콕핏의 기계장치들이 정말로 부서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버텨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양준혁, 우주선 쓸 만하더라. 지구로는 못 돌아갔지만.”

 

 

  나는 에어로크를 빠져나와 화성의 황야로 내려섰다. 여전히 공허한 공간이었다. 정겹지는 않았다.

 

  산화 철이 섞여 붉은 기를 머금은 화성의 모래가 땅에 밟혔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이나 지형지물이 없으니 여기가 어딘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탁 트인 시야의 끝에서 어디서 본 듯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사람 네 명이 웅크리고 들어갈 수 있을 크기의 그을린 금속 조형물이었다.

 

  나는 그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속 조형물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이 장소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예상대로, 그 주변에는 검은 흙들과 금속 파편들이 뒹굴고 있었다.

 

  그을린 금속제 조형물의 정체는 우리가 화성 연합군에서 빌렸던 정찰용 로버의 잔해였다. 며칠 전, 우리는 이곳에서 감염자 무리들과 최후의 사투를 벌였다.

 

  이곳은 내가 한 대위를 죽인 장소였으며 최 중위가 죽은 장소이기도 했다.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최 중위님 결국 성공했습니다. 감염자 무리는 저지되었고 이 사건의 원흉은 머지않아 심판받게 될 겁니다. 아 맞다, 최 중위님은 화성 연합군이 배후였다는 거 아셨습니까?”

 

  최 중위의 대답을 대신하듯 대신 검은 잿가루들이 바람에 날렸다.

 

 “…최 중위님, 어째서 그렇게 허무하게 가신 겁니까? 그때 무얼 봤길래 갑자기 멈춰 선 겁니까?”

 

  처음에는 그날 이새안이 최 중위를 쏜 것은 아닐까 의심했었다. 그러나 그의 옆에는 한수아가 있었다. 한수아도 같은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왼팔에 기관총이 달린 거대한 감염자의 숨통을 끊으려던 순간 최 중위가 무언가를 본 듯 흠칫 놀라더니 총을 떨어뜨렸다.

 

 

  때를 놓친 그는 감염자의 왼 팔에 달린 기관총에 머리를 꿰뚫려 죽고 말았다.

 

 

  나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정한 화성은 여전히 침묵했다.

 

 “알려줄 생각이 없다면 제가 찾겠습니다.”

 

  시간은 많았다. 아직 4년이나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남은 4년 동안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가장 의미 있는 일 일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복잡한 머리를 식힐 단순한 일이 필요하기도 했다. 나는 곧바로 땅을 헤집기 시작했다.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단서를 찾기 위해 검은 잿가루와 타지 않은 금속재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들어 올렸다.

 

  두어 시간 정도가 지났다. 찾은 것들은 주인을 알 수 없는 우주복의 금속 부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이 넓은 곳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600명의 감염자들이 이곳에 함께 묻혔다. 그중에서 최 중위에 대한 단서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 행동은 원래의 목적보다는 분풀이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좀처럼 흔치 않은 큼직한 금속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그것은 기관총이었다. 화성에서 쓰이기 위해 총열 덮개에 냉매 교체식 냉각장치를 부착한 M60 기관총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네이팜탄의 불길에 그을려 있었고 금속이 아닌 부분은 지면에 녹아내린 채로 굳어있었다.

 

  그것은 원래, 최 중위를 죽인 거대한 감염자의 왼팔에 붙어 있던 것이다. 총을 사용하는 감염자는 전무 후무했기에, 나는 그것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기관총을 들어 올렸다.

 

  분명히 하천만 소령이 사용하던 무기도 이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어딘가 익숙해 보였던 것도 그 탓이었다.

 

 “어?”

 

  상당한 반동을 가진 기관총을 들고 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하천만 소령만 해도 키가 2m 가까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금방 눈에 띄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M60 기관총을 개인화기 대신 들고 다니는 사람은 그 말고는 없다.

 

  나는 주변의 땅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찾아야 할 것은 반짝이는 완장이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 주변 어딘가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잿가루가 붉은 토양이 될 때까지 땅을 헤집었고 돌멩이 던 우주복 조각이던 가리지 않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내 예상이 적중했음을 깨달았다.

 

 “최 중위님… 쏠 수 없었군요.”

 

  그것은 그을린 소령 완장이었다. 여전히 크롬 빛이 미약하게 남아있었다. 분명 하천만 소령의 것이었다.

 

  팔에 거대한 기관총이 박힌, 4m가 넘는 거대한 감염자의 정체는 감염된 하천만 소령이었다.

 

  우리가 화물용 로버를 타고 MUIT 본부를 떠날 때, 그는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감염자가 득실거리는 MUIT 본부에 남기를 자처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고, 자신 또한 감염되어 그들처럼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최 중위가 마지막 순간에 본 것은 그의 소령 완장일 것이다.

 그와 함께 남지 못했다는 사실과, 자신이 하 소령을 데리고 도망쳐왔기에 부대가 전멸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던 그로서는 하천만 소령을 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신을 죽인 건 죄책감과 후회였던 겁니까. …후회하지 않기로… 했잖습니까.”

 

  뒤늦게 눈물이 맺혔다.

 땅을 더 헤집자, 근처에서 최 중위의 완장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잠시 동안 그 장소를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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