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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25화 이새안
작성일 : 22-01-09 07:39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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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탕.

 

 

  옆구리가 뜨거웠다. 총에 맞았다는 실감이 있었다. 나는 쓰러지는 대신 그대로 날아가서 남자의 총을 든 손을 붙잡았다.

 

 

  -경고, 총상 및 슈트 손상 감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는 마른 체구에서 나온다고는 믿기지 않는 힘으로 그것을 뿌리쳤다. 나는 다시 팔을 뻗어 권총을 잡았다.

 

 

 -탕.

 

 

  이번에는 왼 팔에 감각이 사라졌다.

 

 

  더 이상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한수아가 뒷걸음질 쳤다.

 

 

 “이새안... 씨? 어째서….”

 

 

  이새안이 아니다. 그는 감정이 없다.

 

 

  남자가 총구를 서서히 들어 올렸다.

 

 

 “어서 가서 모든 것을 전해 주십시오… 한수아 씨….”

 

 

  나는 울컥이는 피를 머금고 말했다.

 

 

  그녀가 흠칫하며 쓰러진 나를 발견했다. 한수아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온몸이 마비된 듯 꼼짝 않고 이새안의 앞에 굳어 있었다. 이대로라면 끝이다.

 

 

  한수아를 잃을 수는 없다.

 

 

  또 아무것도 못 하고 후회할 수는 없다.

 

 

  내 앞에는 후회할 미래조차 없다고 해도 멈춰 설 수 없다. 과거로 발걸음을 옮길 방법은 없고, 나는 남겨진 자의 숙명을 다해야만 하니까.

 

 

  나는 다시 한번 남자에게 몸을 던졌다. 어떻게 일어났는지, 어떻게 그의 권총을 붙잡았는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을, 남겨진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그녀에게 외쳤다.

 

 

 “가! 한수아! 우리의 죽음을, 우리의 삶을 헛되게 하지 마!”

 

 

 헬멧의 바이저에 핏물이 흥건했다.

 

 

 “!!!”

 

 

  필사의 외침이 한수아를 밀쳐 냈다.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을 차린 그녀가 탈출용 포드로 달려갔다.

 

 

  내 몸에는 그사이 구멍이 두 개 늘었다. 오른쪽 발에 한 발, 왼쪽 정강이에 한 발 더. 그러나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돌아올게요.”

 

 

  그녀가 달려가며 외쳤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자는 나를 내동댕이치고 한수아를 쫓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남자가 콕핏을 나섰을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한수아가 올라탄 탈출용 포드가 그의 눈앞에서 빠져나갔다.

 

 

 

 

 

 

 

 

 

 

 

 

  이새안이었던 남자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 이제야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내가 이겼다 어리바리.”

 

 

 “…”

 

 

  나는 선혈을 쿨럭거리며 그에게 웃음 지었다. 죽음을 각오해서일까 더 이상 그가 무섭지 않았다.

 

 

  한때는 죽음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러나 동료들의 죽음을 목도하며 내 죽음보다 두려운 것이 생겨 버렸다.

 

 

  내게 살아갈 의지를 준 한수아가 그들처럼 죽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떠난 자들의 담담한 최후는 나를 더 괴롭게 했다.

 

 

  나는 그들이 남긴 책무를 끌어안고 여기까지 왔다. 동시에 그들의 죽음을 수포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나는 훌륭하게 내 몫을 다 했다. 화성 연합군의 비 인도적인 실험이 만 천하에 알려질 것이고 우리는 사그라진 억울한 목숨들의 한을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수아는 아직 살아 있다. 충분했다.

 

 

 

 “…만족스러워 보이시는군요.”

 

 

  남자가 총구를 내 머리에 들이밀며 말했다.

 

 

 “그래, 이 사이코 새끼야. 죽어도 여한이 없다.”

 

 

  MBS의 지혈제가 듣기 시작했는지 말하기가 수월해졌다. 그래서 한 마디 덧붙였다.

 

 

 “넌, 그리고 화성 연합군은 실패했어. 이제 목숨을 가지고 논 벌은 받아야지.”

 

 

  끝까지 할 말 다 하고 가던 양준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자는 얼굴에 핏대가 설 정도로 진노한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기괴한 무표정이 되어 말했다.

 

 

 “용납할 수 없군요. 다 죽어 가는 당신이 나를 기만하다니.”

 

 

 “그래 봤자 죽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하면서.”

 

 

  나는 따박따박 받아쳤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에게는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남자는 이새안이 되어 말했다. 그의 표정과 말투와 몸짓과 분위기와 목소리가 변했다. 내가 아는 이새안이었다.

 

 

 “서준성 일병님, 역시 정말 대단하세요.”

 

 

  그러더니 이새안은 바닥에 엎어진 내 얼굴 바로 앞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고는 내게 총구를 겨눴다.

 

 

 “그런 알량한 수를 써봤자 소용없어.”

 

 

  그는 이새안의 탈을 쓴 가짜다. 이새안은 처음부터 없었다.

 

 

  하지만 그다음 수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내게 겨눈 총구를 살짝 돌려 자기 머리로 향했다.

 그러고는 애달픈 이새안의 목소리로 눈물까지 머금으며 말했다.

 

 

 “서준성 일병님이 저를 죽인 거예요. 그대로 함구했으면 우리 모두 살아가는 거였는데….”

 

 

 “뭐?”

 

 

 -탕.

 

 

  그의 헬멧 바이저가 피로 물들었다. 터져 버린 머리에서 불쾌한 살점들이 튀어나와 무중력의 공간에 둥둥 떠다녔다.

 

 

  그는 이새안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적어도 한때 이새안이었던, 그 순수하고 어리바리한 스무 살이었던 그가 지금 내 눈앞에서 자결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그에게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나에게 고통을 주는 데에 성공했다. 정말 똑똑한 놈이었다.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가 필요합니다.

 

 

  MBS의 헬멧 안쪽에서 곤뇽이 경고했다. 그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치료하면 살 수 있을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체념하고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마쳤었는데, 막상 희망이 보이니 삶에 매달리고 싶어졌다.

 

 

  한수아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다.

 

 

  나는 곧바로 의무실로 기어갔다. 무중력 덕분에 유일하게 멀쩡한 오른팔로 땅과 벽을 짚으며 나아갈 수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의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매니퓰레이터 여러 개가 달린 치과의자 비슷한 기구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에 몸을 뉘었다. 천장을 바라보는 내 시야에 매니퓰레이터에 매달린 뾰족한 수술도구가 들어왔다. 어릴 때 무서워했던 치과의 향기가 풍기는 듯했다. 사실 지금도 치과는 싫다.

 

 

  눈이 감겨 왔다. 정말 힘이 다 했다.

 

 

 -MBS가 환자의 의료기기와 패어링 합니다.

 

 

  곤뇽이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나 대신 착실하게 일을 진행했다.

 

 

  팔다리가 의자에서 나온 금속 링에 고정되었고 목 뒤에 따끔한 바늘이 꽂히더니, 이내 나는 정신을 잃었다.

 

 

 

 

 

 

 2037.7.21

 

 

  얼마나 자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내가 입고 있던 MBS는 내 엉덩이 아래에 돗자리처럼 펼쳐져 있었다. 수술 도중에 기계 팔들이 알아서 벗겨 준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누운 채로 팔다리가 고정된 상태 그대로였다. 고개를 살짝 들어 몸 상태를 흘겨보았다.

 

 

  속에 입고 있던 생활복들은 상 하의 모두가 반듯하게 잘려 있었다. 그것도 수술용 매니퓰레이터들의 소행일 터였다.

 

 

 “곤뇽, 거기 있나?”

 

 

  나는 MBS의 AI를 불렀다.

 

 

 -네 여기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지?”

 

 

 -오늘은 화성일 기준 2037년 7월 21일입니다. 서준성 일병 님의 수술 이후로 88시간이 경과하였습니다.

 

 

  3일 하고도 16시간이 지난 것이었다.

 

 

 “수술 결과는?”

 

 

 -총상 다섯 군데 모두 급소를 빗겨 나갔습니다.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 정강이뼈 복합수술과 어깨 신경 재건시술을….

 

 

 “그만. 고마워.”

 

 

 -제가 더 감사합니다.

 

 

  아싸. 살았다.

 

 

  이제 엡실론 우주정거장으로 가서 지금쯤 구조되었을 한수아와 재회하고 화성 연합군의 실태를….

 

 

 ‘잠깐 88시간?’

 

 

  지구에서 화성으로 갈 때는 이틀이 조금 더 걸렸다.

 그렇다면 화성에서 지구 궤도의 엡실론 우주정거장까지 3일 16시간이 넘게 걸릴 리가 없다.

 

 

 “곤뇽 지금 우리 위치가 어디야?”

 

 

  -항행 장치와는 페어링 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이것 좀 풀어 줄래?”

 

 

  나는 고정된 내 팔다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아직 안정이 필요합니다.

 

 

 “비상사태다.”

 

 

 -알겠습니다.

 

 

  손목과 발목에 채워져 내 움직임을 구속하던 금속 고리가 풀렸다. 나는 엉덩이에 깔려 있던 MBS를 입었다. 수술받은 부위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것도 그나마 진통제 덕에 조금 완화된 고통이었다. 헬멧까지 쓰고 의무실을 나섰다.

 

 

  그러나 아쉽게도 MBS를 입을 필요가 없었다. 복도는 가압이 되어있었다. 콕핏으로 통하는 문이 망가진 탓인지 콕핏도 자동으로 가압이 되어 있었다.

 

 

 “정말 쓸 만한 우주선이군.”

 

 

  양준혁의 말대로였다. 제법 쓸 만한 놈이었다.

 

 나는 콕핏으로 향했다. 자동 항행 장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우주선 양반, 여기가 어디야?”

 

 

  우주 미아가 된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다.

 

 

 

 -여기는 화성 항해로 15섹터, 화성으로부터 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입니다.

 

 

  “뭐? 백만 킬로미터?”

 

 

  백만 킬로미터는 절대 큰 숫자가 아니었다. 적어도 이 우주선에서는. 화성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가장 가까울 때가 5천6백만 킬로미터 정도 된다.

 

 

  그 말은 지금 지구까지의 거리가 적어도 5천5백만 킬로미터 이상이 남았다는 소리가 된다. 하루 만에 약 2천6백만 킬로미터를 움직이는 이 우주선의 속력으로 라면 이미 진작에 엡실론 우주정거장에 도착해야 했다.

 

 

  심지어 화성에서 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은 7월 18일에 이미 통과했을 터였다. 지금 우주선은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목적지는 화성입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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