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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erson(사람)
작가 : 호수옆숲길
작품등록일 : 2022.1.7

주변이 변화하는 시기 시집을 가고 애를 낳고 또는 혼자 살더라도
노후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살고있는 30대 주화자.
가뜩이나 예민하고 오만가지 의심많은 주화자는 고독하고 조용한 솔로로서
더 이상의 삶의 기복없이 살고 싶을 뿐이지만
인생과 인연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당연히 아닌 것이다.
어느날 나타난 눈치가 있는듯 없는듯 알 수 없는 묘한 팩트 폭력배
수의사 황금준과 고슴도치같은 주화자와 함께하는 사람들 이야기.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싶답니다.

 
3. 명의
작성일 : 22-01-08 22:52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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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명의

 

 이 동네가 좋은 점 중 하나는 실력 있는 피부과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송 피부과.

 이곳의 원장님은 꼼꼼하기로 유명하다.

 체질이 변화한 이후 사춘기 때도 무결점을 자랑하던 내 피부는

 어느 순간 잦은 홍조와 뾰루지가 치솟고 옷을 입은 채 혈압만 재도

 압박 흔적이 남는 연약하고도 민감한 피부로 돌변하였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 증상까지 생겼다.

 

 여러 피부과를 다녀봤지만, 죽을 듯 죽지 않던 지독한 턱 뾰루지는

 급기야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크기와 딱딱함으로 날 당황하게 했고

 그 녀석은 송 원장님을 만나서야

 레이저와 주사 콤보로 쏘이고 녹아서 사라졌다.

 그 뒤로 가끔 치고 올라오는 소심한 크기의 녀석들은

 송 원장님 손에만 가면 원장님의 주사 몇 방과

 처방 연고에 한동안 죽은 듯이 지내주었다.

 

 송원장 님의 꼼꼼한 진료는 영수증 리뷰와 높은 별점에 힘입어

 피부과는 한층 더 확장하였고 원장님도 두 명으로 늘었다.

 

 그렇게 흥했었는데...

 얼마 전 다시 치솟은 뾰루지를 달래주기 위해 내린 5층엔

 4층으로 오세요. 라는 안내문이 붙어있고

 복도에는 기계가 몇 대 나와 있었다.

 축소인가? 왜? 이전 하는 것은 아니었으면!! 의 마음을 안고

 오랜만에 만난 송원장 님의 그 환하고 광이 돌던 안색은 마치

 

 “.............”

 

 하루 2시간씩만 수면을 하는 생활이 2주는 넘게 이어져야

 나올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 영향이 큰가? 이 정도로?

 아니면 사기를 당한 걸까? 병이 생겼나?‘

 나의 몹쓸 상상은 또 날개를 움찔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안색은 좀비가 되기 직전의 아주 어두운 그런 색이었다.

 푸른 기가 돌기 직전이었다고!

 

 송 원장님은 피로가 쌓인 모습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친절하고

 꼼꼼히 내 상태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주사 준비할게요.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곧 내 이름이 호명되고 치료 의자에 반 누워 냉찜을 받으며

 앉아있자니 명의 송원장의 예약이 너무 많던 어느 날

 하루라도 빨리 뾰루지를 없애고픈 마음에 문 원장에게

 내 얼굴을 맡겼던 날이 떠올랐다.

 문 원장은 확장하면서 합류한 원장이다.

 그리고 난 다시는 그분에게 내 얼굴을 맡기지 않았지.

 

 그녀가 내 뾰루지에 주사를 꽂으며 다~끔! 다아~그음!

 느끼한 건지 깜찍하고 싶은 건지 모를 목소리로

 다끔 따끔 거릴 때마다 나는 으앙 엑 으억 같은 괴성을 질러야 했다.

 자기가 후벼파놓고 그녀는 눈물을 훔치는 나를 엄살쟁이로 만들었지.

 

 ”어머 겁이 너무 많으시다~안 아프게 했는데~ !“

 

 어떻게 그게 안 아플 수가 있나요.

 게다가 다른 곳에서보다 한 세배는 더 아팠으며

 이 충격으로 뾰루지가 죽기는커녕 화가나 더 큰 크기로

 나에게 복수할 것만 같았다.

 송 원장님은 정말로 따끔하고 끝나는데!!!

 문 원장의 후벼팜은 그녀의 길게 이어지는 느끼한

 다아끄음~~~보다 훨씬 더 길고 힘겹게 아팠다.

 

 뾰루지만 제대로 들어가면 욕은 안 할 거지만 그래도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너덜거리는 듯한

 얼굴과 마음을 끌고 힘겹게 치료실을 나갔었다.

 영수증 후기에 여전히 송 원장님 칭찬들로만 줄줄이 일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참고로 이제껏 내가 겪은 수많은 병원에서의

 나의 평은 잘 참는다였다.

 

 다행히 장애를 얻을 정도로 다치진 않았지만,

 뺑소니를 당한 날도 집까지 깨금발로 걸어왔다가

 급격히 이상이 생기자 스스로 병원을 간 사람이 나다.

 그때의 내 왼쪽 다리는 명란젓처럼 부었었지.

 

 원래도 얼굴에 주사를 맞는 것은 아픈 건데

 송 원장님과 놓는 것과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으며,

 스트레스를 양껏 받은 나의 뾰루지들은 역시나 저녁 즈음 녹는척하다

 다음 날 아침부터는 강하게 자신들의 화를 표현했었다.

 결국 재진료로 찾은 송 원장님은 왜인지 내게

 미안합니다 라고 사과를 하고는 그냥 레이저와 냉찜질과

 약품을 발라주며 진정시켜주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래,

 그녀는 환자를 대할 때 섬세함이 부족했다.

 아니면 그녀는 제모에 엄청난 섬세함을 다 때려 넣는 타입일지도 모른다.

 인터넷 영수증 후기에서 인상적인 그녀에 대한 칭찬내용은

 털로 고민이 많은 남성분으로 추정되는 자의 제모 후기였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 선택한 탓이다.

 호기심은 화를 부른다는 경우가 이런 것이다.

 

 아아... 다 내 탓이다.

 

 문 원장에게 받은 잊고 싶은 진료를 떠올리고 있던 사이

 어느새 얼음팩 뒤 주사 시간이었는가보다.

 

 ”윽!“

 

 ”고생하셨어요. 2주 뒤에 흉터 자국 확인차 볼게요.“

 

 송 원장님의 노련한 주사가 내 뾰루지를 무찌르는 시간이 끝났다.

 치료를 마친 후 앞으로 볼 수 없음이 전혀 아쉽지 않은

 문 원장을 추억하면서 처방받은 연고를 사러 피부과 문을 나서면

 바로 앞에 있는 약국으로 갔다.

 약사 2명에 대기석은 제약회사 이름이 등받이에 찍혀있는

 긴 나무 의자 하나뿐인 작은 규모의 약국이다.

 

 건물 4층에 자리한 곳으로 오로지 피부과와 아래층에 있는 치과의

 처방전 약만 빨리 받아 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인 곳이다.

 처방전을 약사에게 전달하고 피로회복 드링크 맛 젤리를 살까

 고민하던 중 나의 다음 방문 예약을 잡아줬던 피부과 직원이

 뛰듯이 약국으로 들어와 대표 약사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진짜 너무 힘들어요. 분위기 너무 답답해서 잠깐 왔잖아.

 언니 10분 뒤 새로 연 카페 가서 샌드위치 드실?

 이 약사님 약속 없으시면 언니랑 같이 나가도 돼요?“

 

 ”네. 약속 없어요. 먼저들 다녀오세요.“

 

 ”히스테리 또 왔어? 송 원장님도 진짜 뭔 날벼락이래.

 너무 괴롭힌다,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음.. 뭔가 흥미진진해서 젤리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채

 관심 없던 루테인을 하나 들어 설명을 읽는 척하고 있었다.

 ’열려라, 내 귀.‘

 내가 뒤돌면 저 대화가 중단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선반에 바짝 붙어

 오로지 루테인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것처럼 등으로

 루테인에 점점 진지해지는 자를 연기하고 있었다.

 

 ”방금 전화 왔었잖아 병원으로 ㅋㅋ하... 절대로

 송 원장님한테 전화 안 하고 병원에 해서 자기 맘대로 통보하잖아요.

 자기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만 가져가 무슨 심리야?

 이따 또 봐야 해요. 아~우리 원장님을 말려서 죽이고 싶은 건지.“

 

 그녀는 문 원장과 대화를 나눠봤다면 알아챌 수 있는 독특한

 그녀의 성대모사를 하기 시작했다.

 

 ”어... 누꾸? 아 나 문 원장이에요. 이따 잠깐 갈 건데~

 송 원장은 요즘 몇 시에 퇴근해요?

 환자들이 나 없어져서 놀랐겠다아, 좀 미안하네.“

 

 놀랐겠다 에서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마가린을 한 스푼 떠서 혀에 얹은 것 같은 그 느낌을 너무 잘 살렸다.

 재능이 많은 사람이 참 많다.

 

 ”아니 뭐 가져갈 것도 없는데 뭘 맨날 챙겨가요.

 책 몇 권 이런 건데 어이가 없어 정말.

 환자들 생각했으면 그렇게 갑자기 나가겠냐고.“

 

 송 원장님에 비해 한가로웠던 걸까?

 그녀는 자신의 원장실이 있는 5층에서 내려와서

 뭔가 바쁜 듯이 4층 곳곳을 여기저기 들어갔다 나왔다 하거나

 누군가와 큰 목소리로 통화하며 바쁜 듯이 걸어 다니거나,

 상담 실장 같은 느낌으로 환자들과 인사도 나누는 등

 갈 때마다 그런 모습을 한 번씩은 보여주며

 묘한 존재감을 발휘하곤 했었다.

 뭔가 산만하지만 그땐 그냥 엄청 열심히 열정적으로

 정신없이 사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 했지.

 

 약사님이 말했다.

 ”아니 자기가 나간 건데 왜 그렇게 미련이 줄줄 남아서

 자꾸 오는 거래? 어쨌든 이따 내려가서 얘기하자”.

 

 ”악연이에요 악연. 친구는 무슨, 정말 잘못 걸렸어요.

 바로 가요 그럼 나 지금 나갔다 온다고 할게요.”

 

 불화였구나.

 짝사랑 뭐 그런 걸까?

 그렇다고 일에 차질까지 주면서 그렇게 한다고?

 보상받지 못한 사랑에 대해 자금으로 압박하는

 뭐 그런 건가? 아... 상상의 날개가!.

 젤리와 처방 연고와 함께 세상엔 가려내야 할 것이

 참 많다는 생각에 루테인도 구매하였다.

 역시 눈 잘 뜨고 살아야 해.

 

 오늘따라 송 피부과 건물이 있는 자동 주차 대기 차량이

 꽤 있었으므로 건물 뒤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한 나는

 지갑에 천원 권이 있었던가를 생각하며 가고 있었다.

 이 주차장은 무조건 현금만 받는다.

 복권을 주 1회씩 꾸준하게 사는 나는 언제나 현금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아서 잘 이용하는 주차장이다.

 

 ’매너 더럽게 없네, 옆에 공간도 있는데

 굳이 이렇게 바짝 뭔 심리야?‘

 

 내 운전석 쪽으로 바짝 붙은 미니를 보며 신경질이

 상승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리고 있었다. 문 원장 그녀였다.

 가뜩이나 없던 호감도가 한층 더 떨어지는 순간이다.

 

 주차장과 이어진 반찬가게에서 반찬이나 사서 가자는 생각으로

 발길을 다시 돌리는데 내 쪽으로 걸어오다

 잠시 멈춰서 통화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려봐, 내가 인생을 걸었으니까.

 집에 말해둔 것도 있는데 이제 와서 뭐라고 해.

 내 시간 아까워서라도 어.. 다와간다 이따 전화할게.”

 

 인생을 걸 일이라.

 중요한 시기 시군요. 그래서 주차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가.

 인생이 걸린 게 아니니까!

 그녀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직전

 나는 걸음을 빨리해 반찬가게로 향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알 수 없는 허기가 밀려와

 이것저것 집어넣고 계산대에 섰다.

 

 젊은 직원들로 이루어진 이 가게는 올 때마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렇게 더운데 뾰루지도 내 화도 자연스럽게 녹아서

 그냥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주차할인 도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뿌듯한 마음으로 나오는데 아주 오랜만에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컬러링 좀 바꿔 이제 좀.”

 “내 컬러링이 뭔데?”

 

 언제 무엇으로 설정해놨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뭔갈 해놓긴 했구나 내가.

 

 관능의 여류화가 주연.

 그녀는 짧으면 일 년에 두 번 정도 얘기 좀 하자며 나를 찾는데

 이번은 이년이 조금 넘은 시간이 흘렀다.

 대체로 인생에 대해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때나

 주변 사람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화제로

 나를 찾는데 섭섭하지는 않다.

 

 나 역시 자주 사람들에게 연락하지 않기도 하고

 만나는 횟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완전한 절친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조금의 거리가 있는 적당한 사이가 어울리는 관계.

 그래도 내 기준 솔직한 사람이기에 반가운 사람이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닌 내가

 오랜만에 친구와 한잔 마실 때가 왔다.

 반찬 봉투를 조수석에 놓고 안전띠를 매어주며

 그녀와 만날 시간을 정했다.

 

 엥?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우리 동네로.

 그녀도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지 몇 년이나 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반가워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약속장소를

 호수공원 근처에 자리한 한우 전문집으로 장소를 정했다.

 오늘 산 반찬들은 내일부터 먹어야겠군.

 

 

 

 
작가의 말
 

 decaffein0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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