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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erson(사람)
작가 : 호수옆숲길
작품등록일 : 2022.1.7

주변이 변화하는 시기 시집을 가고 애를 낳고 또는 혼자 살더라도
노후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살고있는 30대 주화자.
가뜩이나 예민하고 오만가지 의심많은 주화자는 고독하고 조용한 솔로로서
더 이상의 삶의 기복없이 살고 싶을 뿐이지만
인생과 인연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당연히 아닌 것이다.
어느날 나타난 눈치가 있는듯 없는듯 알 수 없는 묘한 팩트 폭력배
수의사 황금준과 고슴도치같은 주화자와 함께하는 사람들 이야기.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싶답니다.

 
2. 고라니와 목격자들
작성일 : 22-01-08 14:17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7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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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라니와 목격자들

 

 가정용 제빙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제빙기 세척이 귀찮다고.

 사계절 내내 얼음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인 나는 제빙기를 사놓고

 몇 번쯤 사용하기는 했지만 간단한 세척도 귀찮아하는 인간인 나에게 걸린

 불쌍한 제빙기는 공간 차지만 한 상태로 몇 개월이나 방치되고 있다.

 올해 최고를 찍은 불볕더위는 낮 35도라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지만

 제빙기를 세척 하는 것보다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서 얼음을 사는 것이

 더 편한 나란 인간은 저녁이 되면 나가기로 하였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저녁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나가느니

 물을 붓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 세척을 선택하겠지?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냉동실에 남은 얼음을 탈탈 다 털어 쓰고 저녁 8시가 조금 넘어서

 휘적휘적 편의점으로 나가 목적인 비빔면과 얼음을 사 들고

 편의점 입구에 서서 어제의 사건을 떠올리며 빨래방을 바라보는데

 마침 퇴근하려 빨래방 문을 열고 나와 차 문을 열다 시선을 느낀

 빨래방 사장님과 가벼운 묵례를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도 언제 나온 건지 불붙이던 담배를 내리며

 빨래방 사장님에게 고개를 까딱하여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제의 충격적인 일은 이제 빨래방을 이용하거나 지나갈 때,

 가정폭력을 다룬 영상이나 관련 기사나 책을 읽거나 할 때마다

 한동안 떠오를 것 같다.

 

 빨래방 안에서 벌어졌던 가정폭력은

 바로 근처에 파출소가 있는 길에서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지팡이로

 때리는 도중 지나던 나와 또 다른 행인의 신고로 이어졌던 일부터

 

 신발도 없이 한쪽 양말이 벗겨진 상태로

 근처에서 보인 유일한 사람인 내게로

 무단횡단을 불사하며 달려온 산발의 아줌마,

 주차장에서 뺨을 맞아 날 듯이 바닥으로 쓰러진 여자를 향해

 벽에 세워져 있던 대걸레 자루만큼 긴 녹색 빗자루를 들고

 남자가 다가가자 사람들이 말리던 모습들이

 폭력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어제의 목격 한방으로 인해 줄줄이 기억에서 소환되었다.

 

 아직도 할아버지가 지팡이와 발길질로 이미 누운 상태로

 무방비이던 할머니를 때리던 모습과 경찰이 와 상황을 묻자

 떨기만 하다가 사람들이 재촉하자 어렵게 말을 해보려 시도했지만

 끝내 하지 못하고 그 상황에 멋쩍게 살짝 웃으며 말하기를 포기하던

 할머니의 부러진 앞니의 모습, 남의 일에 지랄이라고 하며

 할머니를 끌고 자꾸 현장을 벗어나려고만 하던 할아버지와

 경찰에게 소리높여 당시 상황 설명을 하며 분노하던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나와 함께 그 상황을 목격했던 아주머니는

 할아버지 왜 그래!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신고하는지 전화기를 귀에 대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

 나를 콕 집어 지목해서는

 “학생 잡고 있어 학생 거기 있어!”라고 소리쳤었고

 멀리서부터 목격하며 걸어갔던 나는 신고를 이미 한 상태였다.

 경찰이 올 때까지만 지키다 가려 했는데 아주머니의 지목으로 인해

 결국 목격 진술을 아주머니와 하게 되었었지.

 

 무단횡단으로 달려와서 내 다리를 붙잡고 주저앉아

 덜덜 떨던 아줌마와 시뻘게진 아저씨를 볼 때는

 공포영화의 장면과도 같았다.

 아저씨는 바람이 어쩌고 하면서 나에게 상관 말고 갈 길 가라고 그랬고

 아줌마는 나에게 하는 말인지 아저씨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살려주세요”만 정신없이 외쳤었다.

 나는 버스를 기다려야 했고 아주머니의 생명줄은

 내 다리였기에 움직일 수도 없었지.

 오지랖을 떨 것인지 말 것인지 이것이 오지랖인지

 사람을 살리는 일인지 고민하다 도착한 버스를 보내고

 아르바이트에 지각했던 날이 떠오른다.

 

 어제의 빨래방 사건으로 돌아와서.

 건조기를 짚고 고라니 샤우팅을 발사했던 그녀는 살짝

 아기 바다코끼리를 닮은 듯했고, 자신감을 모두 통굽에

 투자한 듯한 패션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애쓴 듯한

 비주얼과 과한 행동력을 가지고 있었다.

 관종.

 

 반면, 빨래방 사장님은 산속 자연인으로 살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사람이 있는 곳에서 산다면

 소문이 나야 할 정도의 미남 배우상에 성격은 어떠한가.

 

 몇 년 동안 빨래방을 이용하면서 본 사장님은

 다른 무인 빨래방들이 오픈 할인이벤트를 끝내고 나서

 정상 가격으로 올리자 영구적으로 오백원을 내려버리는

 결단력을 발휘하는 참을성과 치밀함이 있었다.

 또, 고객들의 편의를 봐주느라 선택한 기계에 선금으로 결제만 하면

 기억해놨다가 자리를 비운 사람들의 세탁물을 건조기로

 이동시켜주는 등의 배려를 녹인 서비스도 해주어

 덕분에 간단한 산책이나 볼 일등을 보며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날이 많았다.

 

 일터로 쳐들어와 손님도 있는 곳에서 난리를 치다 삐끗대는

 고라니도 잡아 세워주는 다정함까지 발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고라니는 어떠한가 어떤 사정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생계와도 관련된 가게에 와서 그런 난장이라니!

 나는 빨래방에서 사장님 이외에

 다른 사람이 일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세상이 참... 안되겠어. 소주랑 라면 하나 사서 가자.

 편의점 입구에서 몸을 돌려 재입장하려는 찰나

 담배를 피우던 편의점 청년이 뜬금없이 나에게 말했다.

 

 “갱년기래요.”

 

 “네?”

 

 “빨래방 아줌마요”

 

 “.....”

 

 “어제 담배 피우다 봤어요. 말려야 하나 고민 좀 했는데

 상황 끝나길래 가서 옷 찾아왔죠”

 

 죽이는 타이밍이다. 2면 통유리가 해냈다.

 카드 꽂아주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말만 나누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목격자로 묶여 새로운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살짝 어이가 없는 마음을 담아 읊조렸다,

 

 “갱년기...”

 

 ’남녀 가리지 않고 갱년기는 온다고 했다.

 기사에서도 본 거 같아 갱년기 우울증과 가정폭력.‘

 청년이 계속해서 말했다.

 

 “제가 낮에 일하는 카페 단골손님이 빨래방 아줌마예요.

 거의 매일 혼자 아니면 친언니랑 같이 와서 사람들 욕만 하다가 가요.

 자기는 모든 것이 다 갱년기 때문이라는데 그분은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진지한 표정은...

 

 ’이 청년...

 몰입시키는 재주가 있어. 순간 의사인 줄.

 어제 이런 단호함으로 고민은 치우고 들어와서

 나의 어색하고 난감한 시간이나 좀 어떻게 해주지 그랬어.

 

 속마음은 그랬지만 선뜻 쉽게 끼어들기 쉬운 세상은 아니다.

 

 “네... 저는 이만, 수고하세요”

 

 “네 가세요.”

 

 마침 편의점을 향해 어떤 아저씨가 걸어오고 있었다.

 편의점 청년은 급히 담배를 처리한 후 “어서 오세요” 하며

 후다닥 편의점 계산대를 향해 달려들어 갔다.

 라면이고 소주고 그냥 얼음이 녹기 전에 어서 집으로 가야겠다.

 

 동네 카페란 동네 사람들 정보가 은근슬쩍 몰리는 곳이다.

 토박이가 많은 동네일수록 정보와 헛소문이 판치는 공간.

 그 사나운 폭력 고라니는 편의점 청년의 말대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맞을 것이다.

 분노조절 장애 뭐 이런 것일지도.

 거의 매일같이 카페에서 별별 말을 무책임하게 내뱉는

 그녀의 주둥이 때문에 청년은 쓸데없이

 많은 개인사를 듣게 되었겠지.

 

 그리고 내가 목격한 그 100년 묵은 화병 환자 같은 태도와

 사장님에게 킥을 날리려는 순간 그녀의 심술과

 오기가 가득한 얼굴이 내 뇌리에 인상 더럽게 남은 걸 봤을 때

 그녀는 자신의 병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살면서 우아하시네요. 같은 말 비슷한 것도 듣지 못한 채

 놀이터 같은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에게도

 막 욕을 하는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그러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사람에게 손을 올리는 사람이

 과연 주변을 신경이나 쓸까?

 

 과연 호르몬 문제만으로 지금의 그녀가 된 걸까? 그럴 리가.

 인간마다 어딘가 조금씩 아픈 구석이 있기도 하지만,

 죄다 호르몬 탓은 아니다.

 

 우리는 자제력이란 고삐를 쥐고 살아가고 있다가

 때때로 어느 포인트에서 놓아버리기도 한다.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 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의견이 제각각이기도 하며, 각자가 지키고 사는 선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벌이고 겪든간에 결국은 모두 사람일 뿐이다.

 

 입은 조용한 편인 나의 머릿속은

 대체로 시끄럽고 세상에 무관심한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사람들 사는 일에 관심이 많다.

 내일은 소주와 라면을 사며 성실하지만 약간은

 수다스럽게 느껴지는 편의점 청년에게

 일하는 카페의 위치를 물어봐야겠다.

 살면서 의문점을 풀고자 살금살금 좀 적극적일 수도 있잖아?

 

 #

 고라니와 목격자들 - 병

 

 편의점 청년이 아르바이트한다는 카페는

 빌라들이 빼곡한 골목길에서 주민센터와 큰길로 이어지는

 짧은 산책로로 진입하는 길의 끝에 있었다.

 네모난 작은 테이블 2개에 동그란 낮은 테이블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이것이 손님이 앉아있을 곳의 전부였다.

 되도록 사서 가세요. 앉아서 오래 있을 생각하지 마세요. 라고

 어딘가에서 외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는데 그 이유는

 달랑 테이블은 3개인 것에 비해 음료 제조 공간은 넓었고

 창고 공간도 따로 존재했다. 카페 느낌보다는 개인 공방 같은.

 

 청년과 서로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는 착석을 하였다.

 고라니는 한 자리를 차지한 채 누군가와 통화가 끝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누가 무엇을 샀고 어디로 이사 갔으며, 누가 외도를 해서

 이혼을 할 거라고 했는데 하겠냐며

 욕을 욕을 하다 갑자기 자기 남편이 얼마나 다정한지에 대해

 자랑을 하다가 남의 남편의 외모 지적과 누군가의

 성형 실패담의 이야기로 넘어가 신남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그녀의 일행이 나타났다. 누가 봐도 친언니구나.

 

 머리를 감고 드라이는 생략하고 나온 건지

 축축한 머리를 휘날리며 들어온 그녀의 언니란 사람과의 대화도

 통화랑 별다름이 없이 대부분

 험담과 신세타령으로 점철되어있었다.

 특히 남의 외모를 지적하는 이야기에 굉장히 열정적이었는데

 외모 평가란 사실 좋지 않은 것이고 누구라도 조심해야 할 이야기지만,

 그녀는 솔직히 정말로.. 진실로...그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니다.

 

 이목구비를 떠나서 대체 어떻게 살아왔길래

 인상마저도 저 모양이란 말인가 소리가절로 나오는

 그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빨래방에서 자신의 동네 제일 미남 남편을

 남의 앞에서 때릴 때와 같이 남들 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듯했고

 그녀의 언니는 그저 응 그래 어 그러게 대충 이런 말들로

 맞장구만 치기 위해 앉아있는 것 같았다.

 

 “아니 걔가 말이야 내가 전생에 그이 손에 죽어서 이번 생에

 애 아빠가 나랑 결혼 한 거라고 모임 때마다 그러는데

 그거 나 비꼬는 거지?

 둘이 있을 땐 안 그러면서 꼭 모임에서만 그런다니까?

 내가 어때서 아니 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나처럼 관리도 안 하면서. 같이 다니기 창피하다니까?

 자기가 아직도 예쁜 줄 아는 거 같아.

 삐쩍 말라서 빈티 나지 않아? 볼살이 없어 애가

 눈도 비정상적으로 크기만 해서.

 걔가 아무래도 우리 남편 좋아했던 거 같지?

 언니 걔네 남편 봤어?

 나는 늦둥이를 걔 남편이 가진 줄 알았잖아.

 우리 신랑은 따로 막 운동도 안 하는데도 배 없잖아?

 타고난 거 같긴 해. 아 맞네,

 걔가 나를 질투 하는 거네. ㅋㅋ어머 ㅋㅋㅋ

 근데 언니 형부도 운동 좀 해야겠더라.

 언니가 좀 데리고 다녀~ 건강에 안 좋아 너무 살찌면.

 

 오늘치 친구들 욕은 다했는지 이제는

 내부로 관심을 돌리며 형부를 공격하자

 맞장구만 치던 그녀의 언니가 말했다.

 

 ”너나 좀 하고 말해 이것아.“

 고라니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듯이 말했다.

 ”언니 살 잘 못 빼면 쳐지기만 하고 탄력 없어져.

 나 요즘 디톡스 제품 사서 그거 먹거든?

 나보고 볼살이 있어서 어려 보인다고

 절대 살 먼저 빼면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

 독소 먼저 빼고 식단 조절만 살짝 하려고“

 

 오레오가 무더기로 갈려있는 듯한 초코파르페 같은 뭔가를

 굵은 빨대로 흡입하면서 할 소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고라니는 생각보다 더 강력한 인물이었다.

 답까지 정해진 사람이었어;

 진짜로 이게 갱년기의 힘이냐? 아니라고...

 

 ”모임 다녀올 때마다 울화가 난다니까?

 아니 나보고 신랑한테 좀 잘하라는 거야

 내가 잘해주는지 못 해주는지 지들이 어떻게 알아?

 걔 알지? 아니 나보고 시월드도 없는데 남편한테

 좀 더 잘하라는 거야. 걔 미친 거 아니야?

 남의 집에 뭔 참견이야?

 하긴 자기는 몸이 힘들어서 미칠 것 같대

 자기 시 엄마 때문에 ㅋㅋ

 걔 시집살이 시킨 시엄마가 병원 들어가셨잖아.

 매일 왔다 갔다 걔가 하는데 힘들기는 하겠다.

 하여간 착한 척은 혼자 다 해.

 지가 진짜 뭐나 되는 줄 아나?

 산악회 회장 얘기 들었어?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라면 잘 때 물을 부어버리지 아주”

 

 빨래방 사장님의 가족은 고라니와

 고등학생인 아들뿐 이라는 사실과

 차를 판매하는 딜러이자 산악회 회장 아저씨가

 불륜으로 인해 동네에서 개망신을 당했다는 정보가

 이 카페에 있는 모두에게 추가되었다.

 

 자기가 질투하는 친구가 있는 모임에서 열불이 나서

 물을 붓는 대신 주먹을 들고 남편 업장에서 그 난리를 친 걸까.

 자기 남편은 바람도 안 피우고 다정하다고 자랑하더니 왜...

 웃었다가 화냈다가 감정 기복이 보통 가파른 것이 아닌

 고라니는 갱년기가 문제가 아니라 남편을 포함해

 주변에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그녀의 자격지심이 주된 스트레스 원인으로 보였다.

 몇 살 때부터 저랬을까.

 빨래방 사장님과 고라니의 사연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언니가 드디어 제일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모임에서 열불 났다고 어제 가게에서 그랬어?

 제부가 보살이지.

 넌 가게까지 가서 그러면 어쩌니?

 너 그냥 모임을 나가지를 마”

 

 ’맞는 말이다.‘

 

 “언니는 갱년기 안 왔어? 작년부터 속에서부터

 뭐가 막 갑자기 올라오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술 마시고 나면 다음 날 이상하게 더 우울하고 풀 곳이 없어.

 이게 다 갱년기가 오고 있어서 그런 거 같아

 검색해보니까 다 내 증상이야.

 좀 받아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고 사는데”

 

 언젠가 원하는 메뉴를 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내를 때렸다고 포차에서 자랑스러운 얼굴로

 떠들던 아저씨가 고라니의 얼굴에 겹쳐 보인다.

 

 편의점 청년이 말했던 대로 그녀는 본인이 주장하는

 갱년기 때문에라도 전문가와의 대화가 필요해 보였다.

 습관적 폭력이라니 그게 어떻게 응석이야?

 

 거의 두 시간 동안을 고라니를 지켜본 결과

 정말로 빨래방 사장님이 전생에 고라니를

 몇 번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래방 사장님은 고라니의 어떤 모습을 보고

 그녀를 가족으로 선택한 것일까?.

 사장님만 보이는 어떤 매력이 있었나?

 어쩌면 자신에게만은 사랑스러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버텨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고등학생이 된 아들과 고라니와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참아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응석을 가장한 폭력을 참아주는 남편과 열등감을 남편에게 푸는 아내.

 

 남까지 지치고 불쾌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그녀들이 드디어 카페를 떠난 후 아르바이트 청년이

 약간 피곤한 얼굴로 눈썹을 으쓱하며 말했다.

 

 “그쵸?”

 

 나도 지쳤다는 듯 끄덕이며 청년의 의견에 동의를 표한 후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저 카페 장사가 너무 안된다.

 고라니 일행과 내가 있는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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