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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작가 : 김다윤
작품등록일 : 2021.12.28

성장물, 드라마, 판타지 요소가 섞인 현대 사건물, 여주 판타지, 워맨스 요소 있음, 남주...있긴있음

"이다온"
누가 들어도 뜻을 유추할 수 있을 만큼 뻔한 이름이다.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그래도 그는 그 이름이 퍽 맘에 들었다. 성, 이름. 모두 엄마가 만든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그 이름을 불러본다.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런 일상이었다. 어느 날 현관문 바깥에 있는 붉은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누군가를 불행하게 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책을 손에 넣은 다온은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 간다. 어느 날 자신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될 그 날을 위하여.

친구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6. 피해자 이해준(3)
작성일 : 22-01-07 19:16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6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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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피해자 이해준(3)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돌았다. 이해준의 말은 완전히 다온의 양심을 후볐지만 그래도, 그래도…다온도 할 말은 있었다.

 “피해자들한테 다 물어보셨어요?”

 “네?”

 “어떤 피해자는 지금이라도 공론화 되는 것을 원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어떡해요?”

 만약 다온이라면 그를 괴롭힌 이들이 혹여 수십년의 시간이 지난 후라고 해도 모조리 마땅한 벌을 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공론화할 것이다. 여전히 다온, 그 위주의 생각이지만…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잖아.’ 다온은 그 말을 삼켰다. 단 한명이라도 복수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그들이 복수할 기회를 뺏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피해자들한테 물어보고 연락주실 수 있어요? 만약 과반수가 찬성하면 공론화할게요.”

 다온은 일단 거기까지 말한 뒤 이해준한테 손을 턱 내밀었다.

 이해준이 의아한 얼굴로 다온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자기 손을 나한테 올린다.

 …의외로 크면서도 따뜻한 손이었다. 다온의 의도와는 전혀 달랐지만. 무슨 자기가 강아지인가? 갑자기 웬 손을 준단 말인가. 다온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뇨. 휴대폰 좀 주실 수 있냐고요. 제 번호 찍어드릴게요.”

 물론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간 다온의 급한 성격이 문제겠지만, 순식간에 벌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해준의 얼굴을 보니 다온은 슬쩍 웃음을 흘렸다. 진지하고 무겁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잘게 부서져 사라진다.

 다온은 당황해서 그런가 거절할 생각도 못하고 허둥지둥 내미는 폰을 잡아채 순식간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이름까지 저장한 뒤 돌려주었다.

 “그럼 푹 쉬어요.”

 다온은 나갈 준비를 하다가 문득 멈춰섰다. 그러고는 몸을 돌리고 이해준에게 말했다.

 “그쪽 마음이 어떻든 가해자, 김영준은 자기 지은 죄보다 더 많이 벌받을 거예요. 아직 벌은 안 끝났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너한테 등을 돌려서 평생 괴로워하길’

 김영준이 다친 게 우연이든, 벌과 관련된 것이든, 그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라는 말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무언가 더 남았겠지. 그렇게 믿는다.

 다온은 그 말만 하고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병실을 나왔다. 다온이 이해준과 대화하는 내내 벽처럼 서서 존재감만 과시하고 있던 연우는 그제서야 물었다.

 “다온아 정확히 네가 내린 처벌이 뭐야?”

 아, 그거 아직 안 알려줬구나.

 그보다 훤한 대낮 병원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이상한 사람 같아 보였다. 다온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얼른 연우의 팔을 잡고 끌어서 비상용 계단으로 향했다.

 “그냥 모든 사람이 등 돌려서 괴로워하라고. 그런 말 이었어.”

 “근데 뜬금없이 다친 거네?

 서연우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첫 번째 경우도 그렇고, 이번 경우도 그렇고 네가 한 말이랑 완전히 일치하지 않잖아.”

 “그렇지. 첫 번째는 과소 대가를 받은 셈이고, 두 번째는 과대 대가를 받은 셈이지 뭐. 아예 엉뚱한 대가를 받은 걸 수도 있고.”

 “괜찮겠어? 이렇게 무작위여서야 네 의도랑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잖아.”

 연우의 말은 백 번 맞는 말이다. 사실상 연우는 신중한 성격 덕인지 다온은 그가 늘 옳은 말만 한다고 생각했다.…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다온은 서연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게 뭐 어때? 피해자라면 모를까 가해자잖아. 가해자가 어떤 벌을 받든 무슨 상관이야.”

 다온이 피해자를 생각하지 못했던 건 인정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해자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 물론 가해자가 다온이 생각한 벌보다 더 많이 받으면 솔직히 좀 기분이 그렇지, 그렇지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죄책감 가지진 않을 거야. 본능적으로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해도 안 그러기 위해 노력할 거야.”

 다온은 당당하게 말했다. 벌은 죄지은 사람의 것. 자신의 몫이 아니다. 연우는 항상 그렇듯 같은 말을 했다.

 “네가 그렇다면 뭐.”

 “네가 그렇다면 뭐.”

  두 명의 말이 겹쳐서 비상구 계단을 울린다. 다온은 당황한 낯의 연우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할 말이 뻔하지 뭐. 아무튼 그럼 우린 좀 더 지켜보자. 가해자가 어떻게 될지, 피해자들은 무슨 선택을 할지.”

 다온은 어쩐지 손이 저릿한 것 같아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며 피해자일에 끼어드는게 정말 옳은 일일까? 가해자는, 얼마나 다쳤을까? 그런 생각들이 다온을 스쳐지나갔지만 다온은 그저 그 모든 것들을 흘려보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해. 그 말이 마치 각인처럼 다온을 옭아맸다.

 그리고 연락이 온 건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톡톡!하고 끊임없이 울리는 소리에 자고 있던 다온이 간신히 눈을 떠서 휴대폰을 부여잡는다.

 (문자) 언니 대박! 김영준 있잖아요! 그 성희롱 단톡 가해자!! 그 사람 교통사고 당했는데, 미친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그 자식이 의식을 잃어서 구급대원이 보호자 연락처 알아보려고 휴대폰을 켰는데, 몰카 사진을 우수수 발견해가지고 난리 났대요!! 진짜 미친놈. 같이 성희롱 했던 애들도 걔 다 손절하고 경찰들 학교에 찾아오고 난리났어요. 정말 실시간!

 다온은 휴대폰을 던지고 대자로 침대에 누우며 다소 심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이런 식으로 이뤄지네…”

 그 때 노크소리가 들린다. 다온은 쳐다보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그냥 비번 치고 들어와!” 그러자 바로 삑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우가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온다.

 “다온아 기사 봤어? 지금 그 단톡방 가해자가 몰카 찍은 게 걸렸는데, 거기에 미성년자 사진도 있대.” 다온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와, 진짜 상상이상으로 쓰레기네 미친.”

 “여기 기사 읽어봐”

 “와, 자기 과외하는 학생 사진을 찍었대. 미친…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성희롱 단톡 떴을 때 잡아서 조사했으면 이것도 진작 드러났을 거 아냐!”

 “그래도 지금이라도 드러난 게 어디야. 지금 가해자 신상 다 밝혀지고 욕 엄청 먹고 있어. 다 네 덕분이야.”

 “이걸 내 덕이라고 해야 하나…그냥 자업자득 같은데.”

 “업보를 지어도 타격 안 받는 사람이 많잖아. 네가 그 중 한 명에게 제도로 대가를 치르게 해 준 거야.”

 “그래. 어쨌든 대가를 치렀으니까…근데, 나는 이걸로 성희롱 단톡방 사건이 덮힐까봐 좀 기분이 그래. 그것도 묻힐 만한 사건이 절대 아닌데. 충분히 심각한 일이잖아.”

 지이잉-

 심란한 다온과 연우 사이를 가르고 휴대폰이 떨리기 시작했다. 다온은 자신의 휴대폰을 대충 쳐다보다가,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바로 휴대폰을 잡아채고 소리쳤다.

 “아 그 사람이다! 그 사람, 이해준!” 통화 버튼을 누르는 다온의 손길이 급했다. 반면 휴대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퍽 차분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그 때 병원에서 만났던 이해준입니다.

 -네. 알고있어요. 그 성희롱 피해자들에게는 연락해 보셨나요 다들 뭐라고 하던가요?

  다소 성질 급하게 느껴지는 다온의 말에 짧은 웃음이 그들 사이에 잠시 머물렀다.

 -그쪽 분 말씀이 맞았어요. 과반수 이상이 다시 공론화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후. 다행이네요. 지금 너무 큰 건이 터져서 좀 상황이 애매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의지만 있으면 이 틈을 틈타서 가해자의 과거 행적도 탈탈 털고, 성희롱 단톡 남긴 일도 빠짐없이 처벌받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무슨일이라도 할게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너무 부끄럽네요. 저는 그냥 피해자들이 힘들고, 지친다는 말을 많이 해서 이대로 묻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당사자도 아닌 제가 그렇게 멋대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만약 일이 다 잘 풀리면 전부 다온 씨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아뇨. 그 쪽분, 이해준씨도 다리까지 다쳤는데도 피해자들 위해서 일부러 안 나서고 그 일 묻은 거잖아요. 이참에 그 사람이 이해준씨 밀어버린 것도 다 고소하세요. 아주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버리자구요!

 그리고…고생 많으셨어요 그동안.

 -네…사실은 저, 솔직히 무서웠어요. 그 사람이 저 밀었다고 나섰다가 또 묻힐까봐요. 근데, 단톡방 피해자들이 다시 한 번 힘내는 거 보니까 저도 힘이 나더라고요. 저 끝까지 고소해서 그 사람한테서 마땅한 대가를 받을 거예요. 그리고…그 사람이 죽기를 바라지 않은 건, 죽음으로써 모든 걸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지른 죄에 대한 대가를 모두 치르기를 바랐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그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예요. 반드시.

 다온이 곧 전화를 마무리하고 휴대폰을 내려 놓았다. 연우가 웃는 얼굴로 다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이네. “

 “응, 다행이야. 그렇지만, 아직 마음 다 놓으면 안 돼. 그 사람이 한 일들 중 무엇하나도 묻히지 않고 싸그리 밝혀내고, 벌을 받게 해야 해.”

 “그러려면 일단 재공론화부터 해야겠지. 나는 준비됐어.”

 연우가 어느새 길게 쓰여진 인별 게시글을 다온에게 보여준다. 다온이 이를 쳐다보며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다가 곧 웃는다.

 “뭐야 서연우! 행동 빠르다?

 “네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알지? 너는 하고 싶은 거 모두 해. 나는 그냥 그걸 도울게.”

  다온은 문득 연우를 빤히 쳐다봤다. 무언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아주 오래 묵혀뒀던 질문이.

 너는 나를 미워한 적은 없어? 그렇게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게 진짜 네 온전한 진심이야? 우리 사이는 대체 뭐야?

  그러나 다온은 언제나 그렇듯 입을 다물었다. 지금의 사이가 딱 적당했다. 다온이 연우의 속마음을 모르는 지금이.

 곧 다온은 연우를 보내고 편하게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바라본다. 다온이 바라보는 화면에는 연우가 쓴 게시물이 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서연우입니다. 이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사건을 공론화시키기 위해 글을 씁니다. 우성대학교 성희롱 단톡 사건을 아세요? 몇 달 전에 이미 대자보가 붙고 공론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주목을 받지 못했고 사건은 흐지부지 되어 가해자들은 멀쩡히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학교와 학과를 향해 사건의 조속한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가해자가 정당한 벌을 받고 피해자들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서연우의 글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안 그래도 최근 여러 대학교에서 성희롱 단톡 사건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공감과 분노의 반응들이 인터넷을 휩쓸었고, 우성대학교는 부랴부랴 입장문을 내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고 가해자들의 처분을 심의 하겠다며 나섰다.

 이제서야.

 다온은 비웃음을 머금은 채로 서연우의 계정으로 인별에 접속하여 쏟아지는 댓글과 메시지를 지켜봤다. 다행히 댓글은 모두 피해자들의 편이었다. 학교는 짜증나기 그지 없지만 어쨌든 지금이라도 조치가 이루어지면 다행이지. 그리고 그건 다 지금 이렇게 분노한 사람들 덕분이다. 어느새 표정을 풀고 흐뭇하게 서연우의 인별을 구경하는데, 댓글 하나가 다온의 눈에 띄었다. 순식간에 하트가 몇 개나 붙은 댓글이었다.

 [웃긴다. 서연우. 본인은 학교 폭력 가해자면서, 선한 사람인척 이런 글 올리고. 뻔뻔하다 진짜.]

 “미친”

 다온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제 와서 왜 이런 댓글이 달리고 난리야?”

  다온과 연우는 지금 23살이다. 그 사건으로부터 8년이나 지났지만, 과거는 언제나 그랬듯 시간을 초월하여 현실에 갑작스럽게 나타나곤 하는 법이다.

 그러나 다온은 이를 순순히 납득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초조한 기색으로 재빨리 서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서연우! 너 네 인별 확인했어? 학폭 어쩌구 하는 댓글 봤어? 이거 어떻게 해? 삭제해? 그랬다가 논란 더 커지면 어떡해?

 -아…

 -아,는 무슨 아야! 지금 그럴 때야? 얼른 대처해야지!

 -뭐…틀린 말도 아니니까.

 -서연우!

 다온은 벌컥 화를 냈다. 왠지 모를 분노와…죄책감이 느껴졌다. 그 사건으로 가장 덕을 본 건 다온이었으니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말이다.

 -됐어. 내가 네 계정으로 반박글 쓸게. 너는 신경쓰지마.]

 -아냐. 아니야 다온아. 그냥 둬.

 휴대폰 너머 들리는 서연우의 목소리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 것처럼. 그리고 전혀 평온하지 못한 다온은 울컥 화를 냈다.

 -너만 괜찮으면 다야? 사장님은? 너희 어머니는 어떡해!

 -다온아. 내가 엄마한테 잘 얘기할게. 엄마도 내 의견 받아들일거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자.

 -왜? 대체 왜?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하잖아. 그게 맞는 거잖아. 다온아.

 다온은 순간 말을 잃었다. 그게 최근 다온이 한 일이다. 맞아, 가해자는 처벌 받아야지…다온의 손으로 직접 한 일들이었다.

  그렇지만…서연우는 이미 상당한 벌을 받았다. 정확히는 다온이 벌을 주었다. 오랫동안.

 -네가 아무것도 안 한다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다온은 휴대폰을 툭 끊고는 아무데나 던져놓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일단…내 계정으로 반박글을 쓰고, 서연우의 계정을 태그하면 돼. 그런 다음 서연우 계정으로 들어가서…

 할 일을 생각하는 다온의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그러다 문득 서연우의 말이 생각났다.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하잖아.’

 다온은 짜증스럽게 몸을 일으키고는 붉은 책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책을 노려보았다. 이 책 때문에 제대로 된 반박을 못했다. 이 책이야말로 죄지은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말을 증명해주는 증거 그 자체였으니까.

  다온은 한숨을 쉬며 책상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니다. 이 책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잘못을 저지른 건 범죄자다. 다온도, 연우도 죄 지은 자들이 아니다.

  상념에 잠긴 다온은 무심코 책을 쓰다듬었다. 저번에 펼쳐놓은 페이지를 말이다. 커다랗게 3이라고 적혀있는 페이지.

  다온이 아차 했을 때는 이미 새로운 공간이었다.

  “놀랍지도 않다 이제는.”

  체념의 한숨이 다온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이왕 들어온 거 일단 새로운 사건을 처리하고 오자. 그러고는 서연우한테 말하는 거야. 이번엔 이런 사건이 있었어. 거 봐 벌은 이런 사람이나 받는거야. 그러니 너는 굳이 벌을 받는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말하자.

  다온은 마음 먹었다.

 그러나 어딘지 익숙한 아파트 단지 속, 푸른 빛의 사람이 눈에 띄는 순간 다온은 말을 잃었다. 빛을 뿜어내는데도 분명히 보이는 뚜렷한 이목구비. 몸을 웅크리고 있는데도 느껴지는 큰 키.

 서연우였다. 어린 날의 서연우.

 다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붉은 빛을 내는 가해자는…다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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