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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보이지 않는 존재들
작가 : 이야기
작품등록일 : 2021.12.26

한 방에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미지의방④
작성일 : 22-01-07 15:21     조회 : 249     추천 : 3     분량 : 5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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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이런 일이."

 

 "다시 켜질까?"

 

 "이러다 안 켜지면…"

 

 사람들이 메시아 주변에서 웅성거렸다. 20번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남아있는 술기운 탓인지 그는 자리에서 한차례 비틀댔다.

 

 그가 메시아에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이전처럼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활활 타오르던 메시아는 어느샌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20번이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때 한 여성이 구슬 앞으로 다가갔다. 여성은 추위 탓인지 몸을 벌벌 떨었다.

 

 "이.. 이럴 리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여성이 손을 뻗어 구슬을 만지려고 했다. 여성의 행동에 주변에선 일제히 소리쳤다.

 

 "어어 66번 안 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사람들이 66번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만류하려 했다. 주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66번은 되레 소리쳤다.

 

 "놔둬! 다들 겁만 많아 가지고!"

 

 66번은 사람들을 향해 겁쟁이라며 손가락질 했다. 그리고 외쳤다.

 

 "자. 똑똑히 봐둬. 불이 꺼지면 이건 구슬에 불과하다고."

 

 66번은 망설임 없이 메시아를 만졌다. 그러자,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악!"

 

 구슬을 만진 66번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66번의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한동안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얼어버린 66번이 땅에 떨어지자, 66번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다. 피조차 얼어버린 66반의 모습에 나머지 이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때였다.

 

 "모두 메시아에서 떨어지시게!"

 

 99번이었다. 99번은 사람들 앞으로 나아가며 소리쳤다. 99번 지시대로 사람들은 메시아 주변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다들 겁난다는 눈빛을 보냈다.

 

 "메시아의 불이 꺼지다니.."

 

 99번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니 그의 주변엔 흰 입김이 피어올랐다. 99번은 불이 꺼진 메시아를 한동안 바라봤다. 20번이 다가가 99번에게 물었다.

 

 "불이 꺼진 게 처음인가요?"

 

 99번은 단호하게 말했다.

 

 "적어도 내가 있을 때는 없었지. 단 한 번도."

 

 99번이 주위를 둘러봤다. 다들 추운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오래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구슬이 꺼지니 이리 추울 줄은..."

 

 "이게 뭔 일이람."

 

 주변에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른 무언가가 또 변했는지를 살펴봤다. 99번 또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자 한 남성이 불쑥 말했다.

 

 "여기서 있다간 얼어 죽겠어요. 저도 저 미지의 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도전하는 자들과 함께 간다는 것이었다. 이곳을 떠난다는 의미였다. 남성의 말을 듣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말했다.

 

 "33번의 말에 동의하지만..."

 

 주변에서는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들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때 또 다른 남성이 말했다. 그는 다리를 절며 말했다.

 

 "전 여기 있겠습니다. 메시아의 힘이 없어진 거라고 보기 힘들어요. 지금 66번이 저렇게 죽은 거 보세요. 메시아의 불은 곧 돌아올 겁니다."

 

 "맞아요. 저도 동의해요. 24번의 생각이 옳은 거 같아요."

 

 이윽고 이곳에 머물자는 의견과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리자는 24번의 제안을 지지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실상 최악의 상황만을 따지자면 이곳에 있으나, 미지의 방에 가나 죽는 것은 같았다.

 

 하지만 미지의 방에서 탈출하는 것보다, 메시아의 불이 들어오는 게 더 빠를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들은 희망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주변의 웅성에도 99번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내 한 남성이 소리쳤다.

 

 "자. 그러지 말고 99번에게 물어봅시다. 우리가 어떻게 할지를 말이에요. 그동안 99번이 결정했잖아요."

 

 "뭔 소리야. 우리가 부하도 아니고. 우리 목숨을 왜 99번이 결정해야 돼?"

 

 가만히 있던 84번은 큰 소리로 외쳤다.

 

 "99번이 이곳에 먼저 온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대장은 아니잖아.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이러니 66번에게 겁쟁이라고 말을 듣지. 자기 운명은 스스로 택해야지. 99번이 왜 나오는 거야? 이러다가 잘 못 되면 99번에게 책임을 돌릴 거야? 창피한 줄 알아야지."

 

 84번의 쓴소리에 사람들은 잠시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여론의 화살은 결국 99번으로 향했다. 생각에 잠겨 있던 99번이 입을 열었다.

 

 "메시아의 불이 꺼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요. 저는 여러분의 운명을 택할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떤 길이든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저는 떠나기를 원합니다. 이곳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지요."

 

 떠나야한다는 99번의 말이 나오자, 주변에선 침묵이 이어졌다. 99번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이곳에 남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저 역시 남겠습니다."

 

 "할아버지!"

 

 "뭐라고?"

 

 예상치 못한 99번의 제안에 54번과 84번이 소리쳤다. 99번이 말했다.

 

 "이곳에는 많은 이들의 물품이 남겨져 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품이기도 하지요. 이걸 놓고 가기에는 먼저 간 이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인 것 같군요. 하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간다면 저도 갈 겁니다. 산 사람이 먼저이니까요. 하지만 한 명이라도 이곳에 남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저도 남겠습니다."

 

 99번의 말에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봤다. 주인 없는 물품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99번이 말했다.

 

 "아무래도 결정을 할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시간을 많이 드리지 못합니다. 미지의 방이 곧 있으면 열리게 되거든요. 떠나고 싶은 사람들은 미지의 방 앞에 있고, 남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 메시아 앞에 있으면 됩니다. 마지막 인사는 미리미리 하시길 바랍니다."

 

 99번의 제안에 주변에서도 딱히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다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듯 보였다. 떠나든 남아있든 선택은 본인이 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99번의 선택이 당황한 이들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었다. 99번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54번과 20번을 불렀다.

 

 "할아버지. 왜 그런 선택을.."

 

 "진짜로 남으실 거예요?"

 

 54번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99번은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다 같이 살아 왔는데..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면 못 쓰지..."

 

 "할아버지 남으면 나도 남을래요!"

 

 54번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녀석. 너는 여기서 나가야 한단다. 아무래도 메시아의 불이 다시 붙을 것 같지 않구나."

 

 "그런데 왜 남아요?"

 

 "가족을 버리면 쓰나. 내가 여기서 제일 오래 남아 있었으니 마지막도 내가 정리해야지."

 

 "그런게 어디 있어요!"

 

 "하하하.. 어른이 되면 너도 알게 될 거란다."

 

 99번은 54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내게 말했다.

 

 "자네는 남을 건가?"

 

 "떠나야죠."

 

 20번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하하하. 확고하고만. 그래. 그래. 여기에 머무는 것보다 도전하는 게 낫지."

 

 99번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20번이 물었다.

 

 "다 같이 간다고 하면 99번도 같이 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20번의 물음에 99번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곳에 남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야. 여기 오래 있다 보면 말이야. 아무래도 사람들의 성향이 보여.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덤비는 사람보다 현실에 안주 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지. 그게 몸이 더 편하거든."

 

 "...그런가요.."

 

 "자네도 내 나이 되면 알겠지.. 참.. 그리고.."

 

 "네?"

 

 "이 꼬맹이 잘 부탁하네. 말썽은 피워도 심성은 착한 아이니까."

 

 "할아버지!!"

 

 54번은 울먹이며 말했다. 20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그리고..."

 

 99번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집더니 내게 건넸다. 금색 반지였다.

 

 "내가 이곳에 왔을 때, 내 오른손 검지에 껴 있던 반지였지. 자.."

 

 99번은 20번의 오른손을 잡더니 검지에 반지를 밀어 넣었다. 반지는 딱 들어갔다.

 

 "하하하. 내가 나이가 들어서 내 손가락에 맞지 않았는데 20번에게 딱 맞구만."

 

 "아니.. 이걸.. 왜.."

 

 "내가 이곳에 왔을 때 분명히 소중한 반지였으니까 들고 내려왔을 거야. 혹시 밖으로 나가거든 자네한테 도움이 됐으면 해서."

 

 "이 귀한 걸.."

 

 "하하하. 나도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네. 이제 막 봤지만, 자네는 이곳 사람들과 좀 달라. 아무튼 얘기가 길어지는군. 반지 버리지만 말게."

 

 99번의 당부에 20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당연하죠.. 정말.. 정말 안 가실 거예요?"

 

 99번이 손가락을 가리켰다. 구슬 앞에 많은 무리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여기서 또 한 마디 하면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겠지. 그러면 도전하는 자들까지 부담을 주게 될 거야. 자. 어쨌든. 우리의 인사는 여기서 마치자고. 살아서 보게."

 

 "할아버지!"

 

 54번이 99번의 품에 안겼다. 99번은 그런 54번을 여러 번 토닥여줬다. 99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 늦었네. 어서 방 앞으로 가게. 나는 구슬 앞으로 가 있을테니."

 

 20번은 우는 54번을 데리고 미지의 방 앞으로 향했다. 뒤를 돌아봤을 때 99번은 손으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미지의 방 문앞에 도착하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모이지 않았다. 도전하는 자들 인원에서 10명만이 더했다.

 

 "애송이인 줄 알았는데 겁도 없군."

 

 84번이 20번을 노려보며 말했다. 20번은 어깨를 으쓱 올렸다. 그때 안경을 쓴 여성이 말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전략을 짜야 해요."

 

 20번은 자신의 안경을 올리며 다급히 말했다. 2번의 말에 84번은 자신의 가슴 근육을 쥐어짜며 말했다.

 

 "2번! 전략은 무슨! 그냥 냅다 뛰면 되는 거 아냐?"

 

 "근육 자랑하다가 납작 고기가 되지."

 

 "뭐라고?"

 

 84번이 뒤를 돌아보자 7번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표정으로 바라봤다.

 

 "7번. 지금 뭐라고 했어! 이번엔 봐주지 않아!"

 

 84번이 품에 있는 칼을 꺼냈다. 7번도 한숨을 내쉬며 손을 꺼냈다.

 

 "자자. 그만. 그만."

 

 꽁지 머리를 한 44번이 84번과 7번 사이에 들어와 입을 열었다.

 

 "2번 말이 맞아.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고. 당장 미지의 방 문이 열릴 거야. 사방이 거울인데다가 집채만 한 바위가 덮치는데.. 그냥 들어가면 꼼짝없이 당할 거야. 그래도 살아야지. 방법이 필요해."

 

 "우리가 가진 게 뭐가 있어. 내려올 때 빈털터리로 내려왔는데."

 

 "맞아. 그냥 냅다 뛰는 것밖에 없지."

 

 주변에선 2번과 44번을 탓하는 말이 나왔지만, 2번과 44번도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이들도 대안이 없다는 눈치였다. 20번은 입을 꾹 다문 채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그의 눈엔 주인 없는 물품이 들어왔다.

 

 "남겨진 물품을 활용하면 어떨까요?"

 

 "애송이. 그게 무슨 소리야."

 

 "어차피 남겨진 거라면서요. 이곳에선 쓰지도 않으니.."

 

 20번의 말에 84번이 인상을 찡그렸다.

 

 "애송이. 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나 본데 저게 우리한테 무슨 의미인 줄 알아?"

 

 "산 사람이 더 중요하죠. 주인 없는 물건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뭐라고?"

 

 84번이 씩씩대며 20번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2번이 나서서 말했다.

 

 "가만.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무슨?"

 

 "일단 물품부터 우리가 가져 갈 수 있는지 99번에게 물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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